'아르바이트'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5.08 특별기획 '취업' - 아르바이트 시급이 오르지 않는 이유 3
posted by RushAm 2010. 5. 8. 11:26
앞서 글에 일본의 아르바이트 시급에 대한 부분을 언급했습니다만, 실제로 우리나라의 아르바이트 시급은 최근 몇년간 조금씩 오르면서 간신히 최저생계수준에 도달했을 뿐 여전히 '살만한' 수준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제도를 손보는 분들의 문제일수도 있고 이를 잘 지키지 않는 중소자영업자들의 문제일수도 있습니다만, 어째서 이게 본격적으로 표면화되어 해결책이 모색되지 않는지는 좀 다른 관점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4부작 88만원 세대에 대한 책임 시리즈에서 기업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충분히 언급했기 때문에 이번 연재물에서는 '왜 아르바이트 시급이 현실화되지 않고 지켜지지 않는지'에 대한 보다 다른 관점에서 본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몇 가지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수요 증가

근 10여년간 아이돌 가수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고 의류나 휴대폰,게임기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상품들이 범람하면서 청소년들이 주요 소비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이런 사정 뒤에는 충분한 용돈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어떻게든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용돈 이상의 돈이 필요하게 되는 이른바 청소년 빈곤 현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용돈을 더 이상 받지 못할 경우 급식비를 횡령하거나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하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방편에 그치는데요. 그래서 이들은 결국 적지 않은 돈을 정기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아르바이트에 눈을 돌리게 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노동법이 이들 청소년에 대해 매우 애매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18세 미만의 아르바이트를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부모 동의서라는 제약을 통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원래는 허용하지 않지만 부모 동의서를 받으면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도 있다'는 예외조항으로서 이들의 아르바이트를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말해 부칙 예외조항이니만큼 기본적으로 '금지'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허용'하에서 적용받는 모든 노동법의 사각지대가 될 수 밖에 없게 되는데요. 대부분의 자영업들이 자유업종으로 등록없이 자율신고제로 운영되고 종업원들의 노동권 침해 실태조사 및 처벌 역시 공무원들의 현장 단속에만 전적으로 의지하다보니 제대로 실태파악이 될 리가 없습니다. 즉 업주는 종업원 수가 몇 명인지 실제로 지금 얼마만큼의 임금을 지불하고 있는지 국가에 정확하게 의무적으로 보고할 필요가 없고 국가 역시 이를 거짓으로 적어냈는지를 확실히 파악할만한 어떤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죠.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부모님들의 허락을 제대로 받고 부모동의서를 확실하게 제출해서 서로 두 장씩 사본을 교환해 근로계약서를 보유하는 절차를 정확하게 밟으면 좋겠습니다만, 일부 청소년들의 경우 부모동의서를 얻지 못하는 경우 부모동의서를 위조하거나 아예 가지고 있지 않은 채로 면접에 나서기도 하는데요. 이런 경우 채용까지의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철저하게 일방적인 약자의 자세로 근로계약을 맺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대부분 근로계약에 대한 상식을 잘 모르는데다 이미 자신이 위조 혹은 미첨부 등 현행법 위반의 신분에서 채용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치 '불법채류자'와 다름없을정도의 불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유리한 상황에서 업주가 이들에게 제대로 된 임금을 제시할 리는 만무합니다만, 이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어른과의 협상이라는 상황적 제약과 자신이 법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받아준다는 호의에 대한 가치판단, 자신들의 소비 목표에 특별히 모자라지 않는 금액이라는 판단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정말 말도 안되는 계약조건이라 할지라도 채용에 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소년소녀가장이 아닌 이상 이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은 대부분 일시적인 금액 즉 어떤 물건을 사기 위한 정도가 대부분이며 그 금액 역시 많아야 몇십만원 수준을 초과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불리한 시급 조건을 수용하는 배경에는 생계에 대한 절박함이나 등록금이나 공과금 등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대학생들이나 기타 취업 준비생과는 그 사정의 절박함에서 상당 부분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죠. 물론 이들의 사정도 나름 절박한 건 사실인지라 아르바이트에 대한 맹목적인 부분은 대학생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낮은 시급도 기꺼이 수용할 자세가 되어있는 이들을 업주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지금의 사정에서는 손해 볼 게 없고 법적인 위협도 크지 않기 때문에 채용에도 소극적이지 않게 되는 것이죠. 당연하겠지만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수요는 계속 늘고 있고 이들이 제한된 아르바이트 일자리에서 대학생들과 공급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특별히 중 고등학생들 써도 별 차이 없는 일의 경우 중고등학생을 채용하는 사례가 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낮은 시급에도 기꺼히 일하겠다고 나서는 계층들의 대규모 유입, 이들을 채옹해서 낮은 시급을 주는 업주를 제지할 제도장치의 미비 등은 결국 공급 과잉으로 인한 단가 하락을 불러오게 됩니다. 더 낮은 시급을 받아도 일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널려있는 이상 제대로 된 임금을 요구하는 사람을 채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아르바이트에 대한 지나친 의존

부모님 세대가 대학교를 다닐 때에 아르바이트는 대부분 지금의 중. 고등학생들의 케이스와 별반 다를게 없었습니다. 용돈으로 해결하기 힘들지만 비싸봐야 지금 가치로 몇십만원 정도의 물건을 살 경우라든지 대부분 일시적인 이유에 그쳤죠. 그런데 지금은 그 이유가 상당히 복잡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생활비 정도는 애교에 가깝고 부모님들에게 부담이 되기 싫어서 학교 등록금을 자신이 일부 혹은 전액을 책임지기 위한 이유라든지, 몇백만원 심하게는 몇천만원에 가까운 자동차, 명품, 유흥비, 성형수술 등을 이유로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드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문제는 이런 이유들이 과연 아르바이트로 해결 가능한 이유들이냐는 데에 있습니다.

이렇듯 아르바이트로 얻어야 할 금액 자체가 어마어마하다보니 대부분 한 가지 아르바이트에 그치지 않고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데요. 한 사람이 두 세가지 아르바이트 자리를 차지하게 되다보니 아르바이트 일자리 공급이 부족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부분의 이유들이 일시적인 자금 확보가 아닌 정기적인 납부를 위한 장기계획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보니 아르바이트답지 않은 장기간 근무가 일반화되고있는 것도 공급 부족을 부추기고 있죠. 명품이나 성형수술 역시 1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유행이나 유지 보수 등의 이유로 지속적인 자금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보니 등록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로 장기근무나 여러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와중에 업주들이 시급 인상에 적극적이 될 이유가 없는 것이죠.

공급 과잉은 디플레를 부른다.

등록금이 사립대 기준 연 1천만원 수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만 대학 진학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혹자는 대학에 들어가지 않으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는게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인간의 덕목인것마냥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인생을 체계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 치고 대학 선택은 지극히 타이틀적이고 주관성이 결여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자신의 재능이나 추구하는 미래청사진조차 가지지 않은 채 앞으로 유망하고 취업 잘되는 학과를 선택하거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학과를 선택한다는 명목으로 입학에만 사교육업게에 많게는 수천만원을 갖다바치고 대학 입학 후에는 또 수천만원 가량의 돈으로 재단의 배를 불려주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죠. 명품이나 성형수술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안하면 시대에 뒤떨어지고 낙오자가 된다는 이야기를 하며 적지 않은 돈을 의사의 호주머니에 찔러줄 준비를 하고 있죠.

택시에는 4명밖에 탈 수 없는데 너도나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려고 하지 않고 택시만을 타길 원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죠. 그러면 택시는 대수를 늘리거나 해야 하는데 택시 대수를 늘리면 수입이 줄어드니 택시업계는 대수를 조절하고 가격을 쉽게 쉽게 올리게 될 것입니다. 택시 업계는 택시의 승차감이 어떻다느니 택시를 타는 사람은 특별해진다느니 과장된 광고를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택시를 타려 하게되죠. 타본 사람들은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택시를 타고 있으니 광고처럼 그렇게 특별한 기분을 느끼지도 못하고 인생이 더 새로워졌다는 실감도 안나며 주변에 누구나 다들 한번씩은 타봤으니 어디가서 자랑도 못합니다. 게다가 요즘은 차도 많이 막히고 버스도 전용차로 덕에 빨라져서 도착시간이 별 차이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택하는 것은 몇 안남은 '타보지 않은 사람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식으로 자신들의 무의미한 선택을 정당화하는 마이너스적 사고방식입니다.

그렇게 만든 사회적 분위기를 탓하기 이전에 그 사회 구성원인 자신들이 얼마나 주관이 없이 흘러가는 대로 인생을 설계해왔는지부터 생각해보는게 어떨지 싶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보이는 것에 얼마나 자신이 없었으면 대학, 성형수술, 명품 등에 자신의 가치판단을 의존할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다들 하는 것이기 때문에 즉 '표준'이나 '기초 조건'이 될 정도로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할수도 있겠습니다만, 좀 더 원론적으로 생각해보면 기초 조건이 될 이유가 전혀 없는 것들을 사회적으로 기초 조건으로 만들어낸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사회 구성원 자신들이라는 것을 부정하기 힘듭니다. 자신의 주관 없이 대세에 자신의 주관을 맡기는 식의 무책임성이 지금의 어려움을 자초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작은 그룹부터 변해나가지 않으면 큰 틀에서의 해결책은 영영 보기 어려울지도 모르죠.


변하기를 바라기 전에 먼저 변해주세요.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