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0. 5. 4. 04:19
취업이 됐느냐 안 됐느냐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게 그 취업의 '질'이라고 합니다. 우선 어떤 회사에 들어갔는지가 중요하고 어떤 조건으로 계약되었는지를 다음으로 중요시하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취업의 형태를 묻습니다. '정규직'이냐 아니냐인것이죠. 월급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익히 알려진것처럼 회사 내부에서도 취급받는 수준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정규직에 목을 메고 무조건 정규직이라는 신분을 얻기 위해 이른바 취업 재수도 마다하지 않는데요.


이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만 할까요? 정말 노동계의 요구대로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만 해결될까요? 무려 잡셰어라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에 코스트 증가가 확연히 보이는 정규직의 양산은 역으로 회사의 부실과 인재 순환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 자명합니다. 단순히 정규직을 양산하는 단계에서 그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자 그럼 해결책은 어떻게 찾아야만 하는 것일까요?

우선 젊은이들이 반드시 취업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봅시다. 첫 번째는 역시 금전적인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은 파트타임 즉 아르바이트에서 지급받을 수 있는 시간 대비 페이가 너무나도 저렴합니다. 이른바 취업을 했을 때의 시간 대비 노동시간을 생각하면 형편없는 수준의 급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스스로 모든 생활고를 감당할 만큼의 금액을 번다는 것이 에초 불가능합니다. 일례로 일본의 예를 들어보면 도쿄 지역 보통 수준의 파트 타임 시급 1000엔을 1일 8시간 주 5일 월 22일 근무로 계산해보면 17만 6천엔이 나오는데요 이는 일본 대졸 취업자들의 평균 희망 월급 20만엔 정도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며 물가를 감안해봐도 혼자 사는데에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정규직 근로자와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평균 더블 스코어 심하게는 트리플 스코어 이상으로 차이가 나고 있고 여기에 대한민국의 물가 수준이 '정규직 근로자'조차 간신히 인간다운 삶이 턱걸이로 가능한 수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현 경제 수준에 맞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두 번째는 이 글을 쓰게 만든 계기, 즉 사회적인 대우입니다. 여기에는 자존심 같은 심리적인 문제도 작용합니다만, 일단 그보다 더 큰 범주, 즉 그 자존심을 상하게 만드는 사회적인 시스템을 지적해볼까 하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금융 서비스'를 받는데에 너무나도 큰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부분입니다. 부모 품에서 떠나 혼자 독립해서 살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이 거주지인데 현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보증금을 반드시 걸지 않으면 안되게끔 만들어져 있지요. 그 보증금은 한두달 일해서는 절대 모아지지 않는 수준의 금액이기 때문에 대부분 대출을 알아보게 되는데 여기에서 은행을 포함한 금율권이 이들에게 보이는 태도가 문제가 됩니다. 즉 당신은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일자리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 돈을 회수할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대출을 거부당하기 일쑤죠.
          Allianz Feature


재미있는 것은 이들 금융계가 파트 타이머와 비정규직자들에게 아예 창구를 닫아놓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당신의 경제 능력을 믿을 수 없으니 대출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대출을 거부했던 금융권이지만 더 비싼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고수익성 상품은 아주 자연스럽게 문을 열어놓고 있죠. 똑같이 월 100만원을 버는 사람이 10만원을 빌릴 때 정규직은 값을 가능성이 높아서 한 자릿수 이자 상품을 구매할수 있고 비정규직은 두 자릿수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는 부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경제 능력을 믿을 수 없다면 이자를 두 배 준다고 해도 빌려주지 않아야 할 텐데 이들은 높은 이자를 매긴 상품은 비정규직에게도 아무 거리낌없이 팔고 있다는 점이 말입니다.

에초 논리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정규직이라고 해서 돈 관리를 체계적으로 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카드회사들은 매달 월급의 세 배 이상의 한도를 쥐어주고 대출은 연봉의 몇 배에 달하는 금액을 비교적 저렴한 금리에 제공합니다. 그들이 빚을 값지 못했을때 회사가 대신 지급보증을 해주는 것도 아닐텐데 단지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조금 지나치리만큼 금율 제한을 일시에 풀어버립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정보라고는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영수증 정도가 전부일텐데 무슨 배짱으로 타이틀 하나에 사람을 이다지도 철썩같이 믿어줄 수가 있는지 혀가 내둘러질 정도죠.

금융계로부터 만들어지는 근거부족의 차별대우가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카스트, 그리고 그 카스트가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쳐 생활 수준의 격차를 야기합니다. 더 싼 이자, 더 좋은 금융대우를 받은 정규직 취업자들은 그만큼 지출이 줄어 더 많은 돈을 모아 생활 수준을 조금씩 높여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비정규직은 더 적은 소득에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하고 불리한 금융대우를 받아 돈을 모으거나 생활 수준을 개선시킬 여력 자체를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죠. 당연히 사회적 커뮤니티상에서의 존재적 가치도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런 악순환은 반복될수록 격차를 벌리고 더욱 깊어질 뿐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모로부터 독립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한 곳은 지금의 취업난 속에 일단 비정규직으로 취업해 많지 않은 수입을 얻어가며 보증금을 빌리는 대신 내는 높은 이자와 적지 않은 월세을 제외한 금액으로 근근히 먹고살아가며 다른 기회를 노리던지 아니면 언제 될지도 모를 정규직 취업이라는 좁은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배를 주려가며 보장없는 시간싸움을 계속할것인가를 말입니다.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이러한 암묵적 신분 차이로 인해 비정규직 계층에서는 일관되게 정규직이라는 타이틀 자체에 연연하고 집착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되고 이것이 사측과의 마찰을 불러 일으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은 내외적으로 지나치게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왔기 때문에 정규직이라는 타이틀이 마치 수험생들의 서울대처럼 하나의 탈출구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되어버린 것이죠. 실제로도 마치 서울대생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안정적 사회진심이 되던 것과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에게 있어 정규직이 가진 그것은 선망의 대상이 될 만큼 막강하기 때문이죠.

다만 이 상태로는 접점 자체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문제 자체가 비정규직의 사회적 불리함보다는 정규직이 지나치게 막강한 사회적 권리를 누리는 것에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사실 정규직은 발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 그닥 적합한 제도가 아닙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해고를 할 수 없도록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고 월급은 능력제가 아닌 경력제로 업무 능력에 관계없이 나이와 부양 가족, 직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사오정이라는 말도 생겨납니다만 사실상 명예퇴직에 지급하는 금액 역시 미래에 지급할 연봉을 미리 지급하는 수준으로 회사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며 눈에 보이는 월급 이외에도 한 사람을 고용하고 운용하는 데에 있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의료보험 등의 국가 세금, 1인당 필요한 기자재, 공간 대비 임대료 등 적지 않은 코스트를 고정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죠. 지출은 많지만 현대 사회에서 회사의 성장 속도를 받쳐주기에는 고용 제도 자체가 상당히 전근대적이고 낡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규직이라는 안정감이 가져다주는 자기계발, 업무능력 향상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회사 조직 전체의 업무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니까요.


그런데 이런 문제투성이 정규직을 왜 없에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 없에는 것보다 어째서 비정규직과의 격차를 실감할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부여하는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나만 아니면 돼!'라는 복불복 정신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미 정규직의 범주에 들어와 있고 그 정규직 내에서 어느 정도 카스트를 높여놓은 사람들이 적어도 자신이 남은 경력, 아니 남은 여생동안에는 지금 앉아 있는 상위 권력의 달콤함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안락한 보호장치를 만들어놓고 있기 때문이죠. 말년 병장이 제대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나 애써 1위까지 올려놓은 캐릭이 있는 서버가 초기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진배없을 것입니다.

물론 이들은 단지 놀고 먹지만은 않습니다. 자신들이 권력을 누릴 수 있는 돈을 벌어줄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일해줄 사람도 필요하고 그 일을 해주는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해줄 수 있는 실무진들도 충분히 필요하니까요. 다만 그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하면 자신들이 가진 신분에 인플레가 생겨 가치가 떨어지는데다가 자신들이 먹고 있는 것을 줄이지 않는 한 회사가 부실해질 것이 자명할테니까요. 그래서 그들은 법적인 허용치 내에서 비정규직을 다수 뽑고 최소한의 실무진으로 구성된 정규직을 포진하는 식의 인력 구성을 점차 늘려나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TO를 비정규직으로 잔뜩 만들어놔도 조건이 워낙 열악하다보니 사람들이 좀처럼 선호하지 않게 되자, 기업들은 설비 투자 자금을 묶어두고 해외 자본 투자를 통한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을 통해 몇 년간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TO자체를 현저하게 떨어뜨립니다. 당연히 그 해에 졸업하는 대졸자들의 실업율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게 몇 년째 지속되게 되면 이른바 취업 재수생, 삼수생 등이 생겨나게 되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취업난'이 완성되는 것이죠. 물론 1년간의 공채 공백을 견디기 힘든 경제 사정을 가진 대다수 사회 초년생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정규직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이렇듯 자연스럽게 사측이 의도한 대로 일자리의 질적 가치는 급락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걸 정부 도움 없이 기업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되긴 힘들겠죠.

그렇다고 정규직이 마냥 태평하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특근보조비를 폐지하는 회사가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으로 어느 업계에서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야근을 당연시화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에초 필요 이하의 최저치로 구성된 정규직 실무 비율에서 오는 경영상의 무리수가 있었고 소수의 정규직 그룹에서 낙오되고 싶어하지 않는 정규직의 불안감이 더해져 이러한 다분히 불합리하고 불법적인 부분들이 조직사회에서의 권력 불균형으로 인해 묵인되고 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윗선은 이들을 결코 자신들의 그룹으로 올라오도록 놔두지는 않겠죠. 에초 나눠먹기 싫어서 시작된 결과가 나눠먹기로 끝날리가 없으니까요. 10명분의 일을 1명에게 배분하는 무리수를 쓰면서도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심리적인 압박을 가해 자신들이 가진 몫을 제외한 많지 않은 인건비로 회사를 운영하는데 아무도 다치지 않을 리는 없습니다. 당연히 과로로 쓰러지고 사오정이 되는 것은 일하는 정규직들 뿐이겠죠.


지금 해야 할 일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정규직이 가진 권한과 권리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정규직이 가진 권리를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권리 평준화라고 불리는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글 마무리 부분에서 설명한 작금의 정부, 사측, 사회 분위기 상에서 바꿔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첫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선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금융권의 차별 해소, 급여 수준 격차 등을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부, 사측, 근로자 모두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제시할 시간도 여지도 많지 않을 텐데요. 우선 정부부터 단지 수치적 취업율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소인배적 생각에서 벗어나 일자리의 질적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국가가 쥐고 있는 금융제도부터 적절히 손봐주는 서포트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부실의 대부분은 사실 그들이 그토록 믿어 의심치 않았던 법인들과 고위정규직들이었을텐데 아직도 그들에게는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고 돈을 값는다는 증거도 없지만 값지 않는다는 증거도 없는 비정규직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현 금융계의 모순부터 바로잡는다면 그것이 첫 단추가 되어 맹목적인 정규직 러시로 인한 혼란도 잦아들고 젊은이들이 보다 냉정하게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여유를 가져다줄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경제적 건전성과 효율성을 가져다주는데에 지대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특별기획 취업 - 정규직만 대접하는 더러운 세상 편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