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9. 9. 26. 15:54
모두들 지금을 취업난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을'이라는 부분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을' 이라면 그 이전에는 취업난이 아닌 시절이 있었다는 것인데, 그게 언제를 뜻하는 것일까? 일단 대량실직이 시작된 IMF이전이라고 보는 게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IMF 이전에 취업난이 없었다고 말하는 이 시절이 과연 정상적인 상황이었을까?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IMF가 오기 전 우리나라는 마치 노아가 계시를 받기 전의 세상과 다름없었다고, 학력차별이 절정에 달하고 여성취업은 아예 말 자체가 생소했으며 지연에 족벌까지 난장판이 이루어지던 시절로 기억한다. 뭐 하나 건전한 게 없었다. IMF시기가 어둡긴 했어도 더러운 것을 바로볼 수 있는 빛이 되어준 셈이 아닐까 하는 일부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그로 인해서 괴로운 건 그 지연의 족벌로 경제를 썩어문드러지게 만든 장본인들이 아닌 그 아래에서 꼭두각시가 되어준 중산층 서민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정말 저 때가 취업난이 없었을까? 아니 오히려 더 심했다. 차라리 지금은 뭔가 명목상으로는 투명해져서 원서라도 받고는 있지 고졸은 아예 입사 원서 배부조차 거부당하던 시절이 바로 저때다 (저 당시 드라마에서도 종종 고졸로 무시당하는 여자주인공의 모습이 나온다 - 김희선이 대표적) 즉 지금의 취업난은 '학력'이라는 절대키워드가 무시되는 단계에 이르러 이전에는 '대학'문만 넘어도 눈앞에 에스컬레이터가 펼쳐졌다면 지금은 그게 아니니까 고학력자는 고학력자대로 예전에 비해 학력을 인정해주는 사회 가치가 떨어져 에스컬레이터가 되어주지 못하는 지금을 탓하고 저학력자는 저학력자대로 세상이 바뀌었는데 실상은 차별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성토한다. 결국은 답이 똑같다. 마치 박정희 향수가 그리워 독재자 에뮬레이터 이명박을 뽑는 기성세대들이나 그 기성세대들이 에스컬레이터로 밟아온 편리한 과거에 비해 지금이 그렇지 않음을 개탄하는 (혹은 기성세대들에 의해 변하지 않는 교육과정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나 결국 '자신이 지금 취할 수 있는 것만을 생각하고 그로 인해 파괴되는 것은 남의 일'이 되는 이타적 개인주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무려 본고사 부활론이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는 정말 뒷골이 다 땡길 지경이다. 결국 기댈 게 고작 대학에게 취업 중계를 맡기는 꼬락서니라니

학력보단 능력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좋다고 다들 말한다. 그런데 여러분은 입사 지원서에, 면접관에게 말하는 구술에 자신의 무엇을 담아서 보여주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입사 지원서에는 다른 입사 지원서에 써있는 학교보다 높은 등급의 학교를 쓰는 걸로, 면접 구술에는 옆에 앉아있는 사람보다 떨지 않고 영어 질문이면 영어를 좀 더 틀리지 않게 말할 수 있고 시선처리 잘하고, 건방져 보이지 않고...무슨 수학공식마냥 면접을 수능 당일 컨디션 조절하듯이 그 자체에만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가? 그래 이해는 한다.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수능까지 사람을 그렇게 안 만들면 병신취급을 하니까 저절로 그게 몸에 벨 수 밖에 없다는 것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다. 언제나 세상이 변할 때 신세대들이 기성세대들의 동의를 구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게 아니지않은가, 언제나 변화의 중심에는 기성세대가 없었고 그 특유의 보수성으로 변화의 태풍을 찻잔으로 스며들게 만들기 바쁘지 않았던가, 변화를 갈구하고 열망하면서 정작 스스로 변화의 흐름에 노를 저을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게 스스로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것인가?

이곳은 공부방인가 도서관인가?


다시 한번 묻는다 당신의 능력은 무엇인가? 남들보다 더 잘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전혀 못하는데 나는 잘하는' 당신만의 능력은 무엇인가? 당신은 그 능력을 키우기 위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공교육의 피해자라는 건 인정하지만 대학 선택에 있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 능력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결단력이 있었는가? 아직 모르겠다면 찾아보려는 노력은 얼마나 많이 했는가? 지금 당신들이 하는 노력이란 서태지와 이이들의 '교실이데아'처럼 '네 옆에 앉아있는 그애보다 더' 토익 점수를 1점이라도 높이고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따고 어쨌든 돈 많이 주고 안짤리며 사회적으로 폼새가 나는 직장을 다니게 될 생각만이 가득하지 않은가? 그곳이 당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직장인지는 따로 생각한 적이 있는가? 그냥 '오 내가 재계 1위 대기업에 들어갈 만한 스팩이 된다니!'라며 자신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종이 몇 장에 써있는 당신의 인증서만을 디밀고 있지는 않느냐는 것이다.

잠시 뜬금없는 이야기를 좀 하겠다. '마라톤'은 육상 종목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동시'에 출발해 '동시'에 경기를 진행하는 경기다. 100미터나 200미터 길게는 3천미터 종목처럼 육상트랙을 도는 모든 러닝 종목은 많아봐야 10명 이상이 동시에 뛰지 않는다. 결국 종목이 세분화되어있고 자신이 단거리에 유리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100미터에서 9명을 제치고 1위를 먹으면 되는 것이고 장거리라면 적당히 1200미터쯤 되는 종목에서 9명 제끼고 1위 먹으면 된다. 그런데 마라톤은 아니다. 마라톤에서 1위를 하려면 최소 100명 이상은 제껴야 한다. 그것도 제끼는 게 다가 아니다. 그 1위를 끝까지 붙잡고 마지막까지 뛰어야 한다. 아름다운 인간승리?, 인생의 축소판? 그 이전에 자신이 마라톤에 전혀 맞지도 않는데 단지 이게 대세이고 그놈의 아름다운 타이틀에 취해 뛰면서 1위는 고사하고 10위권 안에도 못들어도 (아 그래도 내 뒤에 50명이나 있어, 난 이 사회에서 중간은 가는거야) 라고 자위하며 현실에 만족한다. 이게 지금 취업난을 겪고 있는 88만원 세대들이 겪어오고 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취업이라는 이름의 '마라톤'게임이다. 그중에는 굳이 달리기가 아닌 창던지기나 장대높이뛰기를 더 잘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그런건 소용없나보다. 그냥 주주장창 마라톤만 뛴다. 왜? 사람이 많이 모여있으니까, 대세같으니까, 여기에 안끼면 낙오자같으니까, 소외당하는 소수로 살기 싫으니까, 사회에서 혼자 싸워나갈 자신이 없으니까...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에는 옐레나 이신바예바가 키가 점점 커서 체조를 못하게 되었을때 '장대높이뛰기'를 권해줄 코치가 없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지금 사회가 그렇다. 그렇다고 지금 사회가 이러니까 그냥 포기하고 산다? 그러기 싫으니까 88만원 세대라는 말도 만들고 세상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게 아닌가? 수능까지 이어지는 공교육 마라톤을 강요받는 거 피할 수 없다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전국 90만명 중 내가 몇십만등인지 나오는 90만명이 동시에 똑같은 시험을 치루는 말도 안되는 미친 시스템이 얼마나 지랄맞은지 이미 고3을 지냈다면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았는가? 이제 그만 좀 뛰자 몇십만명중에서 10위권 내에 들지 못할 바에야 어차피 그 무대는 당신이 아닌 10위 이내의 자들의 것이다. 당신이 전력을 다해 노력한 215082위라는 결과에 만족할것인가? 당신이 10위 내에 들 수 있을수도 있고 조금 더 노력하면 1위도 꿈이 아닌 분야가 분명 있다.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보면서 그런 능력 한 가지라도 없는 사람 본 적이 없다.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것과는 관계없이 태어날때부터 타고난 절대능력을 모두 한 가지씩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서 스타트할수도 있고 늦은 스타트에도 무서운 스피드로 역전시킬 수 있는 그런 능력 말이다.

미래가 암울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예 미래를 생각하지도 않고 현재를 즐기며 살고 있는 88만원 세대들도 있다. 그런데 왜 내가 88만원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88만원 이상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나보다 뭘 더 잘해서 그렇게 받고 있는지 지금까지와는 조금 역순으로 생각해보자 (그래 저 자식들은 나보다 토익을 더 잘봐서 저기 들어갔으니까 나도 쪽집게 과외를 받아서 토익을 잘봐야지 / 아 저 자식은 나보다 더 좋은 대학 들어가서 잘 됐나보다 나도 다른 대학교에 편입하거나 재입학해야지 / 아 난 쟤처럼 눈에 쌍커플이 없어서 면접에서 떨어졌나보다 쌍커플수술은 이제 수술도 아니라는데 나도 쌍커플 수술해서 면접 잘봐야지) 처럼 말도안되는 뒤따라가기를 하지 말고 0.1%가 혜택을 보고 있는 세상이라면 내가 0.1%가 되기 위해 다른 사람의 0.1%에 비집고 들어가려고 하지 말고 나만의 0.1%를 찾아내라는 것이다. 당신이 조금 더 쉽게 0.1%가 될 수 있는 방법, 얼마든지 있다. 당신을 알고 세상을 좀 더 알아보자, 어차피 마라톤 금매달이나 투포환 던지기 금매달이나 금매달에 섞인 금 함량은 똑같다는 것 잊지 말자. 올림픽에는 수십가지 종목에서 수백개의 금매달이 걸려있다. 아무리 비인기종목이라서 눈에 잘 안띄더라도 나를 위해 적극적으로 세상을 알고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이야기 한번 들어볼래? / 됐거든!


남이 만들어진 길만 가는 인생은 의미가 없다. 봤던 영화를 다 본 직후에 되감아서 처음부터 다시 보면 재미있는 영화가 몇개나 될까? 88만원 세대여 당신들은 지금 '취업'이 되느냐 아니냐를 고민할때가 아니다. 지금 취업이 잘 된다고 행복할 것 같은가? 결국 나와 맞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마라톤을 뛴다 한들 몸만 축나고 평생 따라잡지도 못하는 녀석들 뒤꽁무니만 바라보다가 사오정,오륙도의 전통을 계승하는 인생을 선택하려 드는가? 아직 안늦었다. 잠시 그 억지로 뛰던 다리를 좀 멈추고 가만히 생각해보자, 1년이 되도 좋고 2년이 되도 좋다. 지금 아니면 멈춰서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비겁한 세상이니까 지금의 1년을 결코 아깝게 생각하지 마라, 잠깐 소외감 느껴질 수 있다. 수능 때 경험했으니까. 공부하다가 조금 쉴라 치면 '니가 쉬고 있는 그 시간에 다른 애들은 문제 세 문제 더 풀고 있다'라고 선생들이, 부모님들이 되지도 않는 협박을 일삼았었으니까, 잠깐 낙오되는 것 같을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으로 태어나서 213508위만 계속 지키다가, 아니 그나마 지키는 것도 힘에 부친 세상에 계속 몸에 맞지도 않는 마라톤만 그저 '남들이 다 하니까'라는 이유만으로 뛰고 있을 참인가? 사람을 당연히 몇백만명씩이나 한 곳에 모여놓고 장거리 달리기를 시키는데 1위가 수십만명 나올 수는 없지 않은가? 당신 아무리 거기에서 뛴다 한들 100위안에 들 가능성 희박하다. 지금 1위로 뛰고 있는 사람들, 이미 그보다 더 먼저 1위를 맛보고 골인 지점에서 쉬고 있는 기성세대들이 당신들을 위해 '순위를 내어줄'거라는 착각은 버려라, 뒤따라가지 말고 그대만의 길로 추월하라, 그리고 1위에 도취되어 있는 그들에게 최대한 멋있는 폼을 잡으며 한마디를 던지는 것이다.

'날 너무 쉽게봤어, 세상은 좀 거칠게 다루어줄 필요가 있다구!'
'길은 내가 만든다!' 라고...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필자가 겉멋에만 빠진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현실을 모르고 이상에만 빠져 궤변만 늘어놓는다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 세상이 궤변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궤변으로, 모순으로 진실을 만들어내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잊고 있지는 않은가? 필자가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그대들이 그대들 스스로의 신분과 주어진 자유에 걸맞지 않게 스스로를 너무 현실에 속박하고 있지는 않느냐는 것이다. 개구리는 가장 멀리 뛰기 위해 가장 몸을 작게 웅크리는 법이다. 이상을 펼칠 수 있을 때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면 그 인생이 의미가 있을까? 또 그런 사람을 기업들이 과연 원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인생의 정점은 공무원이고 그게 아니라면 그저 그렇게 돈이나 벌면서 대충 안락하게만 살아보자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말이다. 본인들이 인사담당자라면 그런 사람이 회사의 신 주류를 만들 '신입사원'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이 세상에는 이상주의자가 필요하다. 설령 그 이상에 한참 못미칠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런 이상을 갖지 않은 사람보다는 더 높게 더 멀리 뛰어올라 있을 것이다. 기업이 그걸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기업들이 말하는 창의적인 인재, 별거 아니다. 어차피 기업도 돈이다 당신에게 절대 당신이 벌어주는 돈 이상의 돈을 주지 않는다. 당신이 세상과 싸워 기업에게 돈을 안겨다주는 만큼 기업도 당신에게 88만원 이상의 돈을 줄 뿐이다. 지금 당신이 싸워야 할 상대는 같은 회사에 입사 원서를 내는 사람들도, 면접때 옆에 앉아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렇게 들어간 회사라고 당신이 승리자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은가? 당신은 결국 '탈락자'를 이겼을 뿐이다. 진짜 승부는 결국 당신과 세상과의 싸움이다. 그건 토익점수 990점도 수많은 자격증과 어학연수 경력도 4.5점 만점의 학점도 대신해주지 않은 당신의 포텐셜만을 걸고 벌이는 진검승부다. 회사는 보기에는 치졸할지 몰라도 당신이 거두는 성적 만큼 돈과 그에 따르는 풍요로운 여생을 줄 것이다. 입사에 연연하지 말고 그 다음을 생각하라, 우리가 수능을 지나오면서 수능을 회상해보면 '왜 그때 그렇게 목숨을 걸었는지'혀가 차이듯 결국 한 단계 앞을 내다보고 그에 맞춰 행동한다는 이른바 '앞선 사람'은 거창한 점쟁이가 아니다.

기업들은 '당장의 취업이라는 승부에 모든 포텐셜을 쏟는'사람을 구분해내지 못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당신이 기업과 계약하고 세상과 싸워서 어떤 결과를 낼 것인지 그리고 그 승산을 높이기 위해 어떤 길을 개척해 나갈지를 생각해보고 그 결론을 낸 사람이라면 기업은 단박에 알아본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란 다른 게 없다. 적어도 고작 쪼잔하게 입사라는 승부에 연연해서 모든 힘을 소진하고 입사 후 (아 이제 모든 고비 넘겼으니까 좀 쉬어야지) 하고 발뻗고 자는 사람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금 당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당신의 그 능력을 돈으로 환산해줄 가장 적격의 회사는 어디인가? 그리고 그 회사에 들어가서 회사가 아닌 나로서 세상과 싸워 이길 승산이 얼마나 될 것인가를 생각하자, 생각하는 사람은 꼭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다. 빌게이츠를 비롯한 수많은 21세기 성공모델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인생을 걱정하지 말고 인생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주길 바란다.


취업...그거 별거 아니다.


4부에서 계속됩니다.

비정규직, 88만원 세대, 청년실신, 취업난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목차

1부 (정부) 편
2부 (기업) 편
3부 (학생) 편
4부 (일본)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