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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2 선수들의 시점에서 본 K리그의 한계와 가능성... 2
posted by RushAm 2010. 5. 22. 21:46
좀 말이 안되는 내용이긴 하지만 축구영화로서 플롯 자체는 손색이 없는 '소림족구'를 유심히 본 분들이라면 이들의 '성공'을 표현하는 공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가 자신들이 시합을 뛰게 되는 경기장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웅장해지는 부분이며 두번째로 점점 자신들의 경기를 보러 오는 관객들이 많아져 결국은 어마어마안 관객들이 만원사례를 이루는 모습을 확인하고 감격에 겨워하는 부분이 그것이다. 이들이 돈을 어떻게 벌었다든지 대회 상금이 얼마나 모였다든지에 대해서는 전혀 표현되지 않는다. 오로지 이들이 성공했다고 보여지는 척도와 이들, 특히 주인공 주성치가 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은 큰 돈도 대회에서의 연전연승도 아닌 그로 말미암아 점점 자신들의 축구를 보기 위해 늘어나는 관객들을 보는 것이었다.

한때 선수들이 K리그를 떠나 J리그로의 이적 러시를 이루었을 때가 있었다. 유소년들을 인터뷰해보면 모두 동경하는 해외 빅리그가 있고 그들은 기회만 닿으면 K리그가 아닌 유럽의 하부리그라도 어떻게해서든 나가볼 생각만이 가득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 J리그를 포함한 해외 리그들이 환율 등의 여러가지 이유로 같은 실력에 더 한몫 잡기에 유리한걸까? 실제로 J리그는 많은 축구전문가들이 분석해본 결과 결코 K리그보다 돈을 더 많이 벌기 힘든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유망주들의 J리그행은 별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해외리그는 말할 것도 없다. 언어장벽도 있고 적응력 문제 소소하게는 현지 인종 차별 문제까지 벽이 한두가지가 아닌데도 선수들은 심지어 2부리그인 J2리그나 해외 변방의 하부리그의 이적을 마다하지 않는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면 그들이 축구 선수로서 적지 않은 시간동안 바라본 K리그의 청사진이 그들이 꿈을 펼치기에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는 것이 된다. 기본적으로 관중수의 문제, 분명 인구 수를 감안해볼때 결코 적지 않은 관객이 모여드는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들이 적어도 최소 10년 이상 리그를 지켜보는 동안 팀이 연전연승을 하고 팀이 우승을 하고 팀이 연패를 먹는 영광을 누려도 좀처럼 관객이 늘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리그 최고의 흥행력을 쥐고 있는 팀이라 할지라도 매 경기 만원관중이 들어차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즉 이들이 만일 K리그에 어떤 팀에 들어가서 무지무지 노력해서 팀이 우승을 하거나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때, 바로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성취감, 늘어난 관객을 볼 수 있는 포텐셜의 한계가 분명하게 보이는 만큼 선수 생활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목표에 대한 동기부여'가 주어지기 어려운 리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락커룸에서 나와 센터서클에서 경기장을 360도 돌아보면 전부 빨개요. 전율이 오는거죠. 우리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줬구나, 오늘 꼭 이겨야겠다. 라고... 2002년 월드컵 직후 이천수선수 인터뷰 中 월드컵 > 해외리그 > K리그라는 공식은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선수들 사이에서도 잠재되어 있다. 이들의 차이를 극명하게 만드는 건 '관객'이 절대적임은 두말할필요가 없다. 선수들은 돈을 많이 받는 것 이상으로 많은 관객들 앞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보이는 것을 선수생활 최고의 낙으로 삼기 때문이다.


유럽 빅리그에서 이적하는 이적 이유들을 살펴보면 역시 돈이나 팀의 네임벨류도 큰 영향을 끼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챔피언스 리그'처럼 '유럽대회'에 출전 가능한 팀인지에 대한 여부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즉 선수들은 돈 못지 않게 자신의 커리어나 축구 인생에 있어서 무언가를 더 이룰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욕구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유망주들이 K리그를 포기하고 J2리그 유럽의 하부리그에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하부리그'에서 '상위리그'로 자신의 실력에 의해 팀이 강해지고 명문화될 수 있는 다시말해 자신의 실력으로 팀의 위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 가능한 리그라는 점이다.

K리그의 승강제는 이런 저런 문제로 벽에 봉착해있고 2부리그에 해당되는 내셔널리그의 승격은 몇해전부터 허용하고 있으니 정작 승격자격을 갖춘 팀이 승격을 거부하는 아이러니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모습에서 유소년들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K3에 입단한다면 K3의 우승 이상의 목표는 없다. 내셔널 리그에 들어가면 내셔널 리그의 우승이 최정상이 되고 K리그의 경우 목표 대회가 늘어나긴 하지만 결국 리그는 단일 리그, 강등의 위험이 없어 꼴찌팀은 언제나 리그 중 후반이 되면 동기부여에 어려움을 겪고 승점자판기 노릇을 하게 된다. 강등권 싸움은 고사하고 고춧가루 팀의 역할조차 제대로 할 생각이 없어보이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K리그 팀들이 2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동아시아 3개 빅리그 중 가장 앞선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포항이 월드챔스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점도 유소년들에게 '동기 부여'의 기폭제로서 작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아쉬운 건 이들 대회의 가치를 좀 더 부각시키지 못하는 연맹과 언론들의 태도이다. 월드 챔스가 얼마나 대단한 대회인지 그 월드 챔스 참가권을 걸고 벌이는 격전지 AFC 챔스가 얼마나 어려운 대회인지 제대로 설명해주는 연맹의 보도자료도 언론들의 전문화된 보도 태도도 현재로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냥 바르셀로나가 참가하는 대회 중 하나일 뿐인 대회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으니까.

그리고 관객 수, 이에 대해서는 특별히 많고 적고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인구는 분명 한계가 있고 축구를 직접적으로 선호하는 인구와 경기장에 직접 찾아오게끔 만드는 여건 자체가 여러가지 측면에서 아직 열악한 것이 사실이니까, 그러나 '우승팀'이나 '성적이 좋은 지역 연고팀'에 대한 해당 지역 연고 주민들의 변함없는 태도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 프로야구의 롯데가 항상 많은 관중을 모으는 것 같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꼴데라는 오명을 쓴 채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정도의 관객만이 응집하던 냉대를 받기도 한 것처럼 성적이 좋지 않다면 좋지 않은 만큼의 냉대도, 좋으면 좋은 만큼의 환대도 필요하다. 꼴찌를 하고 있는 팀이 관객동원 1위를 기록하거나 우승권에 근접한 팀이 관객동원 하위권을 벗어나기 힘든 이 언벨런스한 상황을 개선시키는 것부터 어떻게 하지 않으면 유소년들이 바라보는 K리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개선되기 어려울것이다.

좋은 선수가 모이면 경기력이 나아지고 경기력이 나아지면 리그가 강해진다. 리그가 강해지면 관객이 모이고 방송국이 따라붙는다. 우리는 지금까지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방송국들이 리그에 따라붙지 않음을 들어 방송국만을 탓해왔었다. 리그는 강해졌고 경기력도 나아졌는데 방송국들은 외면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기본이 되는 '좋은 선수'가 모일 수 있는 리그인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게 아닐까? 비단 유소년뿐만 아니라 불혹을 넘긴 노장에게 있어서도 K리그의 우승 트로피가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 선수 인생을 걸고 도전하고 싶은 동기를 만들어주는 리그가 되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