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30. 03:35
미국 영화가 상업적이니 뭐니 비판을 받지만 미국 영화가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는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다는 것 이외에도 가장 초창기 무성흑백영화부터 지금까지 뭐 하나 '독창성'에 투자하는데에 아무런 인색함이 없었던 '트랜디 세터'의 자세를 한번도 잃으려 들지 않았던 사실입니다. 찰리채플린부터 아바타까지 그들은 '기술'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에는 신흥도상국에 뒤질지언정 그 기술을 어떻게 영화에 녹아들고 그 녹아든 영화를 어떻게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녹아들게 만드는지에 대한 연구를 단 한번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요즘 한층 뜨고 있는 스티브잡스의 '인문학'에서 나오는 제품 개발 철학에도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죠. 이는 실패에도 의미가 있다거나 하는 위선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 단순하게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 같은 게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헝그리 정신 이딴 게 아니라 의외로 '세계정복'처럼 인류 본연의 '숭고한 본능(?)'같은 동기부여가 작용하고 있죠. 다시 말해 그들은 작은 사과상자에도, 싸구려 캠코더에도 자신의 철학이 다른 사람들의 철학에 더럽혀지지 않은 순수함 그대로 세상에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물론 순수함만 유지할 뿐 거기에 고집은 없죠. 먹기 불편한 감식초에 우유를 넣거나 세우기 힘든 달걀을 한쪽을 깨서 세우고 조롱받으면서도 눈을 똑바로 뜨고 세상을 바로보는 고집이 아닌 순수함이 어떻게 보면 미국이 가진 부러울 정도로 강한 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감상문에 서문이 너무 길면 뒤로버튼이 바빠집니다만 '라스트 갓 파더'를 보는 내내 저 양면적인 무언가가 머릿속을 맴돌아서 영화 집중을 너무나도 방해했었기에 굳이 구독율을 무릅쓰고 언급할수밖에 없었던 건 사실입니다. 스트레이트하게 말하면 이 영화는 더 많은 욕을 먹어야 하고 그 욕을 먹고 방어를 하는 건 '네티즌'도 심형래 감독의 '팬'도 아닌 '심형래 감독 본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악플을 찬성하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저는 모쪼록 제가 생각하는 것 만큼 심형래 감독이 0부터 시작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기에 0부터 시작하는 것에 전혀 관대함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한민국과 맞서주길 바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는 한없이 어렵습니다. 개그 코드는 심형래 감독이 오래 전 만들었던 고전 캐릭터를 사용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당시 사용했던 개그 패턴을 전혀 수정하거나 현대에 맞게 개량해보려는 노력이 조금도 없었고, 이게 자신이 활동했던 시기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거였는지, 아니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고전이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신선함이라는 점을 이용한 전략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패션이 돌고 돌아 20년전에 유행한 스키니진을 유행이 돌아왔다고 그걸 당시 디자인 그대로 입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조금의 개량에 대한 노력도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의 활용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그 의미 자체를 오해하고 있는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은 '스토리의 완성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토리'를 얼마만큼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고 받아들일 수 있게끔 만드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전달 수단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뭐 의미는 다르겠지만 이번 영화도 이 '스토리 텔링'이 매우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스토리 텔링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 '스토리 전달법'자체를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헐리웃 코미디 영화에서 다수 쓰였던 갖가지 친숙한 패턴 씬들을 가져와 조합하는 것으로 웃음을 유도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영구'를 기억하고 그의 개그에 웃음을 보내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개그 코드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여기에서부터 아주 큰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메르헨을 읽어보면 기승전결이 아주 명확합니다. 이는 그걸 읽는 아이들의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머릿속이 난해해지면' 집중을 하지 않기 때문이죠. 생각을 하려 들지 않고 먼저 날뛰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데에 익숙한 살아있는 악마들(?)을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승전결에 군더더기가 없이 스트레이트하게 흘러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정직'하기 때문에 스토리에 트릭이나 반전, 앞뒤가 안맞는게 있으면 바로 '항의'를 하게 되니까요. (아이들과 같이 처음 메이저 영화를 보게 될 경우 극장에서 아이들 뛰노는 소리 이외에 가장 많이 들리는 게 '엄마 저게 왜 저렇게 되는 거야'라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아이들의 목소리죠)
코미디 영화는 머릿속을 단순하게 비우고 최소한의 배경 지식만을 가지고도 감성적 집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메르헨과 일치합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최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스토리의 단순화죠. 그리고 군데군데 삐져나온 잡초들을 반드시 제거해야합니다. 만일 간지럼을 태우기 위한 깃털에 물이라도 좀 묻어있다면 그 사람은 간지럼을 느끼기 어려운 법이니까죠. 라스트 갓 파더는 코미디 영화였고 포스터에도 '더 웃기지 못할 바에는 돌아오지도 않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깃털의 질 만큼이나 깃털에 붙어 있는 '웃음을 방해하는 물기'를 제거하는 데에도 좀 더 많은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혹시 심형래 감독이 이 깃털에 달린 물은 '깃털이 품질만 좋다면 얼마든지 무시될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면 정말 아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그걸 무시해줄 만큼 관객이 아직 심형래 감독에게 '거장'이라는 존중을 해주는 단계가 아니고 더 아쉽게도 깃털 역시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깃털을 더 다듬는데에 노력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심형래 감독은 '감독'이기 때문에 그것만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되는 자리에 있다는 것일 뿐이죠. 여기에서 한가지 더 아쉬운 점은 심형래 감독이 아무리 충무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철학을 제대로 공유하는 사람과 어느 정도 분업을 해오는 일에도 조금은 신경을 써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제대로 완성된 기량을 갖추지 못한 미완의 인재에게 각본, 감독, 연출, 주연까지 굵직한 직책만 1인 4역... 부담이 되지 않을 리 없겠죠.
그렇다고 그 깃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이번 영화에도 마치 김명세 감독이 보여줬던 '순수한 열정'이 보였다면 조금은 만족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영화는 그가 도대체 '무슨 철학'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무엇을 지켜오려고 했는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모쪼록 제가 찾지 못했던 것이길 바랍니다) 개그 영화로 그가 시도했던 모든 것들, 화면 구성, 연출, 하다 못해 패러디적 요소 어느 하나도 '독창적'인 부분이 어떤 것인지를 도무지 알수가 없더군요. 영구 캐릭터, 그리고 헐리웃에서 정말 오래 전부터 오랫동안 쓰여왔던 수많은 개그 코드들을 재현하면서 그가 바래왔고 표현하고 싶었던 그 영화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게다가 한 가지 영화나 감독에게 일관되게 영향을 받은 반쪽성 순수성이라면 좋겠습니다만,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감독들의 갖가지 장면들을 버무린건지 모를 만큼 이미 '순수성'으로 말하기조차 민망할정도였습니다.
용가리와 디 워까지 오면서 그에게 지지를 보냈던 사람들의 명분은 '쥬라기 공원'에 대항하기 위해 '컴퓨터를 수입하고 인재를 수입해서'하는 게 아니라 '헐리우드의 처음이 그랬고 스필버그의 데뷰가 그랬듯이' 우리도 가장 '순수하게 우리만의 힘으로' 풀뿌리 영화기술로 헐리우드에 맞서보자 라는 그의 '도전정신'이었습니다. 그의 영화에서 일반적인 영화적 재미가 많은 부분이 결여되어있을지언정 그가 말했듯이 '영화기술'을 추구했던 그 무언가로 우리가 순수하게 우리 기술로 해내보겠다는 열정에 박수를 보냈고 영화표를 구매한 돈으로서 '기부'와 '응원'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 그가 '헐리우드'가 처음 '주변에 아무것도 보고 베낄 게 없을 때 백지에서 머리를 쥐어짜내듯 만들었던 풀뿌리 기반'을 추구했기를 바랍니다. 3D를 빼고 단순 영화로서 그가 보여줄 게 단지 헐리우드의 갖가지 장면을 짜집기하듯 만들어내고 거기에 자신의 가장 큰 히트상품인 영구캐릭터를 활용하여 티켓을 끌어모으려는 '불순함'이 아니었길 바랍니다. 그가 단지 한국어로 영화를 만들면 자신이 '영구'시리즈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다거나 혹은 발전했더라도 그가 영구아트 브랜드로 영화를 만들면서 충부로부터 당했던 굴욕적 처우에 따른 트라우마로 다시 한번 그 정도의 영화취급을 받을 것을 두려워해 무리해서 영어권 배우들을 대거 기용해 영어로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헐리우드에 맞서는 풀뿌리를 만드는 것이 아닌 단지 '한국이 헐리우드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헐리우드 실력파 스텝진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미국 활동에 힘을 보탠다는 의미로 원더걸스를 출연시킨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애니메이션이 단지 애들거라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거기에 멈추지 않고 애니메이션 그 자체의 순수성을 유지하면서 끌어올릴수 있는 궁극을 끌어내 지금의 누구나 볼 수 있는 가족 문화가 되었던 것처럼 그도 그가 예전에 출연하고 찍어왔던 아동용 히어로 영화에서 배웠던 그 무언가에 대한 순수성을 유지하면서 그 순수성을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헐리우드 영화에서 상식적으로 벌어지는 시나리오 패턴'처럼 각인될 수 있도록 완성도를 궁극적으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그것을 가감없이 관객들이 소화할 수 있도록 책 읽어주는 사람의 역할에 대한 연구 역시 게을리하지 않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헐리우드 키드'가 아닌 '코리안 어덜트'를 꿈꾸며 'Korean Standard'를 만들 것을 평생의 꿈으로 삼고 있는 사람에게 심형래 감독 당신 한 사람으로 인해 이 나라가 다시는 '헐리우드 키드'가 아닌 사람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제 꿈과 당신의 꿈이 조금의 연결고리가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이 글이 10년 후 당신이 만든 '심형래 Film Standard' 를 마침내 인정해준 수많은 당신의 팬들에 의해 악플로 초토화되어 블로그에 사과 포스팅을 게재하게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정말 즐겁게 기다리겠습니다.
이는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요즘 한층 뜨고 있는 스티브잡스의 '인문학'에서 나오는 제품 개발 철학에도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죠. 이는 실패에도 의미가 있다거나 하는 위선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 단순하게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 같은 게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헝그리 정신 이딴 게 아니라 의외로 '세계정복'처럼 인류 본연의 '숭고한 본능(?)'같은 동기부여가 작용하고 있죠. 다시 말해 그들은 작은 사과상자에도, 싸구려 캠코더에도 자신의 철학이 다른 사람들의 철학에 더럽혀지지 않은 순수함 그대로 세상에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물론 순수함만 유지할 뿐 거기에 고집은 없죠. 먹기 불편한 감식초에 우유를 넣거나 세우기 힘든 달걀을 한쪽을 깨서 세우고 조롱받으면서도 눈을 똑바로 뜨고 세상을 바로보는 고집이 아닌 순수함이 어떻게 보면 미국이 가진 부러울 정도로 강한 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감상문에 서문이 너무 길면 뒤로버튼이 바빠집니다만 '라스트 갓 파더'를 보는 내내 저 양면적인 무언가가 머릿속을 맴돌아서 영화 집중을 너무나도 방해했었기에 굳이 구독율을 무릅쓰고 언급할수밖에 없었던 건 사실입니다. 스트레이트하게 말하면 이 영화는 더 많은 욕을 먹어야 하고 그 욕을 먹고 방어를 하는 건 '네티즌'도 심형래 감독의 '팬'도 아닌 '심형래 감독 본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악플을 찬성하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저는 모쪼록 제가 생각하는 것 만큼 심형래 감독이 0부터 시작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기에 0부터 시작하는 것에 전혀 관대함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한민국과 맞서주길 바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는 한없이 어렵습니다. 개그 코드는 심형래 감독이 오래 전 만들었던 고전 캐릭터를 사용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당시 사용했던 개그 패턴을 전혀 수정하거나 현대에 맞게 개량해보려는 노력이 조금도 없었고, 이게 자신이 활동했던 시기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거였는지, 아니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고전이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신선함이라는 점을 이용한 전략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패션이 돌고 돌아 20년전에 유행한 스키니진을 유행이 돌아왔다고 그걸 당시 디자인 그대로 입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조금의 개량에 대한 노력도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의 활용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그 의미 자체를 오해하고 있는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은 '스토리의 완성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토리'를 얼마만큼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고 받아들일 수 있게끔 만드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전달 수단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뭐 의미는 다르겠지만 이번 영화도 이 '스토리 텔링'이 매우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스토리 텔링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 '스토리 전달법'자체를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헐리웃 코미디 영화에서 다수 쓰였던 갖가지 친숙한 패턴 씬들을 가져와 조합하는 것으로 웃음을 유도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영구'를 기억하고 그의 개그에 웃음을 보내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개그 코드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여기에서부터 아주 큰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메르헨을 읽어보면 기승전결이 아주 명확합니다. 이는 그걸 읽는 아이들의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머릿속이 난해해지면' 집중을 하지 않기 때문이죠. 생각을 하려 들지 않고 먼저 날뛰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데에 익숙한 살아있는 악마들(?)을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승전결에 군더더기가 없이 스트레이트하게 흘러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정직'하기 때문에 스토리에 트릭이나 반전, 앞뒤가 안맞는게 있으면 바로 '항의'를 하게 되니까요. (아이들과 같이 처음 메이저 영화를 보게 될 경우 극장에서 아이들 뛰노는 소리 이외에 가장 많이 들리는 게 '엄마 저게 왜 저렇게 되는 거야'라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아이들의 목소리죠)
코미디 영화는 머릿속을 단순하게 비우고 최소한의 배경 지식만을 가지고도 감성적 집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메르헨과 일치합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최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스토리의 단순화죠. 그리고 군데군데 삐져나온 잡초들을 반드시 제거해야합니다. 만일 간지럼을 태우기 위한 깃털에 물이라도 좀 묻어있다면 그 사람은 간지럼을 느끼기 어려운 법이니까죠. 라스트 갓 파더는 코미디 영화였고 포스터에도 '더 웃기지 못할 바에는 돌아오지도 않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깃털의 질 만큼이나 깃털에 붙어 있는 '웃음을 방해하는 물기'를 제거하는 데에도 좀 더 많은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혹시 심형래 감독이 이 깃털에 달린 물은 '깃털이 품질만 좋다면 얼마든지 무시될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면 정말 아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그걸 무시해줄 만큼 관객이 아직 심형래 감독에게 '거장'이라는 존중을 해주는 단계가 아니고 더 아쉽게도 깃털 역시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깃털을 더 다듬는데에 노력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심형래 감독은 '감독'이기 때문에 그것만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되는 자리에 있다는 것일 뿐이죠. 여기에서 한가지 더 아쉬운 점은 심형래 감독이 아무리 충무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철학을 제대로 공유하는 사람과 어느 정도 분업을 해오는 일에도 조금은 신경을 써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제대로 완성된 기량을 갖추지 못한 미완의 인재에게 각본, 감독, 연출, 주연까지 굵직한 직책만 1인 4역... 부담이 되지 않을 리 없겠죠.
그렇다고 그 깃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이번 영화에도 마치 김명세 감독이 보여줬던 '순수한 열정'이 보였다면 조금은 만족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영화는 그가 도대체 '무슨 철학'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무엇을 지켜오려고 했는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모쪼록 제가 찾지 못했던 것이길 바랍니다) 개그 영화로 그가 시도했던 모든 것들, 화면 구성, 연출, 하다 못해 패러디적 요소 어느 하나도 '독창적'인 부분이 어떤 것인지를 도무지 알수가 없더군요. 영구 캐릭터, 그리고 헐리웃에서 정말 오래 전부터 오랫동안 쓰여왔던 수많은 개그 코드들을 재현하면서 그가 바래왔고 표현하고 싶었던 그 영화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게다가 한 가지 영화나 감독에게 일관되게 영향을 받은 반쪽성 순수성이라면 좋겠습니다만,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감독들의 갖가지 장면들을 버무린건지 모를 만큼 이미 '순수성'으로 말하기조차 민망할정도였습니다.
용가리와 디 워까지 오면서 그에게 지지를 보냈던 사람들의 명분은 '쥬라기 공원'에 대항하기 위해 '컴퓨터를 수입하고 인재를 수입해서'하는 게 아니라 '헐리우드의 처음이 그랬고 스필버그의 데뷰가 그랬듯이' 우리도 가장 '순수하게 우리만의 힘으로' 풀뿌리 영화기술로 헐리우드에 맞서보자 라는 그의 '도전정신'이었습니다. 그의 영화에서 일반적인 영화적 재미가 많은 부분이 결여되어있을지언정 그가 말했듯이 '영화기술'을 추구했던 그 무언가로 우리가 순수하게 우리 기술로 해내보겠다는 열정에 박수를 보냈고 영화표를 구매한 돈으로서 '기부'와 '응원'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 그가 '헐리우드'가 처음 '주변에 아무것도 보고 베낄 게 없을 때 백지에서 머리를 쥐어짜내듯 만들었던 풀뿌리 기반'을 추구했기를 바랍니다. 3D를 빼고 단순 영화로서 그가 보여줄 게 단지 헐리우드의 갖가지 장면을 짜집기하듯 만들어내고 거기에 자신의 가장 큰 히트상품인 영구캐릭터를 활용하여 티켓을 끌어모으려는 '불순함'이 아니었길 바랍니다. 그가 단지 한국어로 영화를 만들면 자신이 '영구'시리즈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다거나 혹은 발전했더라도 그가 영구아트 브랜드로 영화를 만들면서 충부로부터 당했던 굴욕적 처우에 따른 트라우마로 다시 한번 그 정도의 영화취급을 받을 것을 두려워해 무리해서 영어권 배우들을 대거 기용해 영어로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헐리우드에 맞서는 풀뿌리를 만드는 것이 아닌 단지 '한국이 헐리우드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헐리우드 실력파 스텝진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미국 활동에 힘을 보탠다는 의미로 원더걸스를 출연시킨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애니메이션이 단지 애들거라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거기에 멈추지 않고 애니메이션 그 자체의 순수성을 유지하면서 끌어올릴수 있는 궁극을 끌어내 지금의 누구나 볼 수 있는 가족 문화가 되었던 것처럼 그도 그가 예전에 출연하고 찍어왔던 아동용 히어로 영화에서 배웠던 그 무언가에 대한 순수성을 유지하면서 그 순수성을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헐리우드 영화에서 상식적으로 벌어지는 시나리오 패턴'처럼 각인될 수 있도록 완성도를 궁극적으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그것을 가감없이 관객들이 소화할 수 있도록 책 읽어주는 사람의 역할에 대한 연구 역시 게을리하지 않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헐리우드 키드'가 아닌 '코리안 어덜트'를 꿈꾸며 'Korean Standard'를 만들 것을 평생의 꿈으로 삼고 있는 사람에게 심형래 감독 당신 한 사람으로 인해 이 나라가 다시는 '헐리우드 키드'가 아닌 사람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제 꿈과 당신의 꿈이 조금의 연결고리가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이 글이 10년 후 당신이 만든 '심형래 Film Standard' 를 마침내 인정해준 수많은 당신의 팬들에 의해 악플로 초토화되어 블로그에 사과 포스팅을 게재하게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정말 즐겁게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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