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5. 5. 24. 23:57

평점 : ★★★★ (8.4)

- MBC 4기 (1970) -
생일 : 1951년 11월 22일생
데뷰작 : 불명
보이스 타입 : 강력한 후음을 기반으로 비음, 구내음, 설음의 모든 기관을 활용하는 가성, 진성 복합 타입
대표작 : 슬램 덩크 '채소연' 役
유희왕 듀얼몬스터즈 '마사키 안지'(안수진) 役
GOOD: 연기영역 구분이 안될 만큼 명확한 음의 경계
BAD : 특별한 특색이나 강점이 없는 지나친 무난함

얼마 전 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신인 개그맨이, 말뚝 박
기 놀이를 소재로 한 코너에 참여하다가 십자 인대 부분을 다처 1년 동안 출연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무명 기간 후에, 최근에서야 겨우 자신의 개그가 TV 개그 프로그램에서 중심을 담당하게 될 만큼 인기가 본 궤도에 오르고 있던 와중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은 더했다. 인기가 높은 상태에서 부상을 당했으니 이후에 재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인기가 높아도, 시청자들에게 그는 이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신인일 뿐이므로, 강한 인상을 준 것과는 관계없이,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가 언제 다시 복귀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의 복귀와 함께 이전의 입지를 회복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테니까, 흔히 TV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보다는 오랫동안 고정적으로 이름을 기억할 수 있도록 무게감, 존재감에 더 신경을 쓰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성우는 흔히 사람들
이 ‘연기자’라고 부르는 탤런트와 영화배우보다, 더 오래 전부터 ‘연기자’ 라는 칭호에 익숙했기 때문에, 지금의 연기자들과 일반적으로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성우들 하면 흔히 주연만 많이 맡게 되면 인기를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탤런트들이 주연을 많이 맡는다고 무조건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성우도 무조건 주연을 많이 맡는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성우들에 비해서 인지도가 반드시 향상되길 기대하긴 어렵다. 데뷰 첫 해에 주연을 마구 맡아, 놀라운 성적을 보여줬는데, 이듬해에 주연도 별로 맡지 못하고, 연기력도 예전만 못하다면, 그 사람이 기억에 남을까? 그만큼, 신인 때의 돌풍을 중견 성우로서 안정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은 모든 연예인들에게 있어 성취해야 할 목표이며, 자기관리에 따라 사실상의 평생직업이라 불리우는 연기자, 특히 성우게에서는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우계에서도 흔히 통용되는 이쪽 팬들의 속어 ‘메인 이벤터’가 존재한다. 팜 시스템에서 초창기 돌풍을 일으킬 만한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 즉 ‘주연급’을 맡기기 쉬운 연기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주연을 몰아서 주는 성우 육성 단계 중 하나이다. 대부분 이러한 메인 이벤터 과정을 거친 후에는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히는 편인데, 늘 이렇게 PD와 녹음실 스텦들의 판단과 실제 시
청취자들의 귀는 언제나 일치하는 것이 아니므로, 아무리 그들이 전문가라 하더라도, 실제 이런 전략들이 실패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메인 이벤터의 위험성은 시청취자들의 시각이 그 성우를 주연급으로 인식하다가, 갑자기 전략이 실패했을 때, 그 성우가 주연급으로 나오지 않으면, 그 성우에 존재를 잘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극단적인 부분으로 표출되며,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우로서 분명 도박에 가까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메인 이벤터, 주연만을 연속으로 맡는 것이 성우로서 성공할 수 있는 척도는 아니며, 조연급, 혹은 엑스트라, 단역이라도 주연을 압도할 수 있는 멋진 연기, ‘유리가면’에서의 비비처럼 짧은 대사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는 것이야말로 불확실한 성우 지망생의 미래를 희망차게 만들어주는 데에 더할 나위 없는 묘수일지도 모른다.

송신…그리고,
성우 극회의 모습과 피라미드를 비교해보면 그 이상 잘 어울리는 것
도 없을 것 같다. 대부분 수많은 지망생들 중에서 불과 매년 몇 명만이 성우극회에 등록되고, 인디 성우를 포함하면 그 수는 여성 비율이 훨씬 많지만, 결과적으로 3~40대에 갖가지 이유로 인해 급격히 그 수가 줄어들곤 한다. 과로로 인한 목 기관의 손상, 결혼 후 가정활동으로 인해, 유학, 이민, 연기자로서의 괴리감 등의 이유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 때문에, 성우계에서 정년(?)을 마칠 때까지 꾸준한 활동을 계속하는 성우 성 비율은 지망생 때의 그것을 역전해버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한다. 그만큼 여성 성우들의 전성기 활동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비교적 짧은데다가, 특히 애니메이션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여성 성우들이 소화해야 하는 연령대 폭이 무척 넓기 때문에, 나이가 잘 들지 않는 목소리라고 하더라도 후배 성우들의 그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 대부분 외화, 혹은 다큐멘터리, 나레이션, CF등 돈이 되고 힘이 덜 드는 업무로 빠지곤 한다. 베테랑 성우들이 애니메이션 참여에 크게 적극적인 편도 아닌데다가, 페이가 높아서 방송사나 프로덕션 모두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애니메이션에서 베테랑 성우들을 캐스팅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성우는 성우대로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페이가 낮고 어려운 일에 속하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초창기, 자신의 입지가 좁을 때를 제외하고 어느 정도 입지가 굳어진 이후에는 선호도에서 점차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극회의 3D업종으로 치부되곤 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애니메이션만을 오랜 기간 전문적으로 맡아 오면서, 그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연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아주 희귀하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의 특성 상 외화 등의 타 메체와 겸업을 한다는 것이 성우로서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중견 성우라고 해서 5년 이하 경력을 가진 성우들에 비해 제대로 된 연기를 한다는 보장을 할 수도 없고, 애니메이션만을 오랜 기간 하다 보면 외화 녹음 시 적응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극회 내에서 자주 들리는 걸 보면, 애니메이션, 외화, CF, 나레이션, 다큐멘터리, 라디오 드라마를 모두 소화 가능한 멀티플레이어가 나온다는 것, 그것도 그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존재를 시 청취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 시킬 수 있을 만큼 가치 있는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성우가 등장하기는 쉽지 않다. 맥가이버칼이 여러 가지 기능이 있지만, 품질이 낮은 것은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쓸만한 것이 없는 것처럼, 멀티플레이어 자체의 가치보다, 어떤 매체에서도 평균 이상의 품질을 내어줄 수 있는 성우 쪽이, 흔히 사람들
이 말하는 ‘사기유닛’으로 불리울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필자 개인적으로 그녀만큼 여성의 모습을 가장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성우가 또 있을까 싶은데, 흔히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활동적인 소녀, 차분한 소녀, 사악한 성격, 선한 성격, 머리가 나쁜 소녀와 머리가 좋은 소녀 등, 특별히 아주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지 않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배역을 평균 이상으로 소화해내곤 한다. 이는 애니메이션에 국한되지 않고,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을 표현해야 하는 다큐멘터리, 공익광고 등의 나레이션이나, 성숙하고 단아한 느낌의 외화 배우를 연기할 때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며, 다방면에서 그녀의 이름을 각인 시킬 수 있었던 것도 그녀가 특별히 운이 좋아서라든지, 혹은 시류에 따라 인상적인 배역을 맡아서가 아닌, 분야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을 언제나 꾸준히 내어주는 그녀만의 피나는 노력과, 여성으로서 성우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속시키기 힘든 갖가지 요인을 스스로 극복해낸 성우에 대한 애착이 만들어낸 누구도 감히 함부로 폄하할 수 없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나를 감동시킨 배역.
Asuka Sugo - Future GPX Cyber Formula
『 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억이 많은 사람들이
라면, 누구나 기억할 만한 캐릭터이지만, 사실 이 캐릭터는 연기하기가 꽤 까다로운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14세라는 연령 설정에다가 상당한 장편, 감정 변화가 심각하며, 아주 조용한 성격도 아주 발랄한 성격도 아닌 애매한 설정, 게다가 시리즈를 거듭하며 나이를 먹고 성장을 하는데다가 나중에는 굉장히 성숙한 느낌의 연기까지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 작품 내에서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흐르면서 캐릭터가 출시 시기에 맞게 성장까지 하는 (흔히 말하듯 유저들과 함께 나이를 먹는 캐릭터) 작품이 드래곤 볼 이후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 부분이 팬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만큼 제작사 입장에서도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그리 쉽게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원작에서 아스카를 맡았던 성우 미츠이시 고토노의 포지션이 어떻게 보면 미스캐스팅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대단히 애매했던 점도 송도영이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상당 부분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까 하는 뒤늦은 추측까지 해 볼 수 있는데, 결론적으로 송도영은 미츠이시 고토노가 표현하지 못했던 스고오 아스카만의 캐릭터적인 매력을 듬뿍 이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동시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이고, 그와 함께 작품 내 히로인격인 스고오 아스카라는 캐릭터에 대한 팬들의 선호가 높았던 이유도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충분히 끌어낸 성우진의 역할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으리라 보고 있으며 당시 저연령층을 대상으
로 했던 작품 중에서는 상당히 몰입도가 높고 진지한 스타일의 연기를 요구했던 작품으로서 송도영의 아스카 연기는 그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베테랑답게 기나긴 시리즈 내내 변화하는 캐릭터의 감정, 캐릭터의 성장에 따른 목소리 연출 변화까지, 작품이 흐르는 내내 조금도 그 캐릭터의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을 만큼 최상의 연기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외화, 나레이션, CF에서도 작품 도중에 캐릭터가 성장을 하여 연기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에는 성우진을 2중으로 두어 성우의 부담을 줄여주고 작품의 질을 높이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녀는 그녀 스스로 연기 속에서 캐릭터를 성장시키며 진정한 연기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그리고 후배들에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마치 그녀 이외에 그 누가 이렇게 명확히 자신의 연기 폭을 구분해낼 수 있었는지, 그 누가 기폭에서 성장하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보라는 듯이…그녀는 그렇게 작품 내에서 지금도 빛을 발하고 있다.』

송도영 vs 미츠이시 고토노(성우 비교분석 코너에 대한 설명)
경력이 짧고 경쟁이 그만큼 치열한 일본 성우계에서 데뷰 당시부터 일
약 모든 성우 팬들에 의해 ‘대박 신인’으로 낙점 받을 만큼 실력으로서 인정 받은 미츠이시 고토노는 그렇게 다양한 음역을 갖지 못했음에도 작품마다 대단히 인상적이고 독특한 연기를 펼쳐 인지도를 높이곤 했다. 송도영에 비해서 세일러 문 시리즈, 사이버 포뮬러 시리즈,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스테디 셀러로 불리우는 장편 시리즈의 주연급을 맡아 왔기 때문에, 비교적 운이 좋은 편에 속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제작진, 특히 감독이 직접 참여하여 몇 차례의 오디션과 제작진 회의를 거치는 일본의 독특한 캐스팅 방식과, 당시까지는 성우 네임 벨류 자체가 시청률에 영향을 끼칠 만큼 성우에 대한 인지도가 지금만큼 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본다면 다분히 실력으로서 따낸 행운이라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음역이 넓지도, 연기 스타일이 대단히 여성스럽지도 않았지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모든 작품에서 최선을 다하는 연기파 기질과, 자신의 인기가 높아져도 작품의 인지도를 가리지 않는 그녀만의 마인드가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경력 초반 8~90년대까지의 MBC가 방영했던 니폰 애니메이션 혹은 마쯔모토와 미야자와 작품들 중 그녀의 성격에 부합된다 싶은 캐릭터, 즉 ‘이 캐릭터에 걸맞는 성우?’라는 의문에 1순위로 떠오르는 게 송도영이라면 십중팔구 캐스팅에 그녀의 이름이 오를 정도로 그녀의 애니메이션 녹음 활동은 지금까지도 큰 변화 없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지금의 경력과 나이에도 그녀가 맡은 캐릭터의 성격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실제로 그녀는 8~90년대에서도 지금도 14~19세의 소녀 역할을 맡기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연기 컨디션을 보여준다. 실제 TV연기자를 예로 들자면 4~50대의 중년 여성이 여자 중학생 연기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아무리 목소리가 늙지 않는다는 성우라도, 실제 그것이 가능하기까지는 분명 갖가지 장애물, 다시말해 정신적인 성숙함, 자신을 버려야 하는 프로의 냉정함까지 갖추어야 하기에 대부분의 성우들이 송도영 정도의 나이가 되면 연기폭이 좁아지고, 보
다 편안하게 발성할 수 있는 연기들, 즉 외화에 주력하지만, 송도영은 인지도와, 페이에 개의치 않고 지금도 그녀의 연기를 애니메이션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애니메이션 레코딩 마이크를 잡고 있다. 미츠이시와의 공통점은 바로 여기에서 드러난다. 페이가 높고 인지도가 높은 작품으로 자신의 가치와 부를 가질 수 있는 위치에서도 그녀들은 성우 자체 이외에 다른 부분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다는 각오, 나이가 들수록 환경적인 영향으로 성우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애착이 사라지고 등급에 걸맞는 페이를 가질 수 있는 매체에만 주력하는 많은 성우들과는 사뭇 대조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필요하고, 자신이 연기한다면 좀 더 나은 캐릭터가 될 수 있다면 주저 없이 연기할 수 있는 끊임없는 도전 정신은 아낌없는 존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 대활약을 펼친 박주영 선수가 대표팀이 아닌 프로에
입단한 이후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식을 줄 모른 채 축구 열기 자체를 주도하고 있다. 안양에서 서울로 연고를 이전하면서 안양 서포터즈들은 물론 전국의 축구팬들에게 폐륜팀이라는 악평까지 들으면서 인구 1천만의 서울에 입성하였지만, 별다른 흥행을 주도하지 못했던 FC서울을 일약 전국에서 가장 관객을 많이 동원하는 팀으로 탈바꿈시킬 만큼 박주영의 인기는 대단하다. 하지만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듯, 박주영의 지금 플레이는 사람들을 그렇게 열광시킬 만큼 대단한 편은 못된다. 프로에서 신인 시절 그 정도의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이다. 이동국이 그랬고, 가까워서는 이천수가 그랬다. 이천수는 여러 가지 자유로운 발상에서 나오는 개방적인 발언으로 인해 구설수가 오른 적이 많아 인기와는 크게 거리가 있었지만, 이동국의 경우 신인 시절 관객을 몰고 다닐 만큼의 외모와 그에 따른 골결정력과 한국 축구에서 보기 힘든 훌륭한 하드웨어로 주목을 받았다. 이론대로라면 그들이 프로에서 더 오래 뛰고 활약도 꾸준하니 인기가 많았어야 하지만, 이동국은 20대 이후 잠시간의 해외 진출 실패와 대표팀 탈락의 부진으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것이 축구팬들의 중론이다. 그리고 박주영은 이동국의 실패를 반복하지만 않는다면 지속적인 태풍을 일으키며 인기의 핵이 될 수 있을거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사람들이 박주영에게서 본 것은 ‘패기’였다. 프로팀, 대표팀들의 패기와 승부욕 도전정신이 결여된 플레이에, 사람들은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청소년 팀은 어느 세대에서나 패기와 도전정신이 강하다. 사람들은 어려운 경제탓에 자신감이 결여되어 누구도 ‘도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어려운 시기에 박주영이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도전’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끄집어 낸 것이다. 청소년팀의 도전적인 이미지에 걸맞는 저돌적인 실력을 갖추었으니 인기가 없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까? 하지만, 박주영 열풍, 돌풍, 태풍이 그렇게 오래 가기는 힘들 것 같다. 박주영도 프로가 되었고 언젠가는 보수적으로, 승부에 집착하며, 누군가가 다리를 걸면 그 다리를 피하기보다는 패널티킥을 얻기 위해 다리에 걸려 넘어질 선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선수에게 사람들은 애정을 갖기 힘들다. 많은 사람들은 젊은 선수들의 도전적인 모습으로 대리만족을 느끼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축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도전’이라는 단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언제나 도전하는 정신은 사람을 젊게 만든다. 젊은 사람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언제나 살아있는 느낌이 들며, 우울할 겨를이 없다. 실패하면 좌절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다른 도전을 준비하기에도 인생은 짧다고 생각하는 게 그들이다. 이런 그들에게 ‘그런 일은 돈도 적게 받고 고생만 많이 한다’라는 충고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그 곳에 있고 그 일을 하면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돈 그 이상의 의미와 만족을 갖는다. 그들에게 보수라는 단어만큼 수치스러운건 없다. 그들은 어른이라는 단어도 싫어하며, 추악하고 자기위주의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며 살아간다. 설령 그들 중에서 일부는 보수적인 어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의 여파에 휩쓸려 그렇게 되기 직전까지 그들의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 성우계를 주목해보면서 이 분야는 대단히 젊은 감각을 요구하는 데에 비해 성우계 자체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많이 느꼈다. 성우 팬들이 말하는 이야기 중 ‘성우의 외모로 실망한 적은 없지만, 그들의 인간성에 실망을 한 적은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들에
게 특별히 공인으로서의 도덕성을 갖추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프로정신을 갖는 만큼, 조금이라도 자신이 성우로 있는 모든 일에 있어 귀천을 구분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애니메이션은 제대로 크지 못한 신인들이나 하는 일이고 외화는 베테랑들만 하는 일이다라는 관점은 성우라는 직업 이미지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성우들의 보수성을 탓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하는 일이 훌륭하다 미천하다 하는 생각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 돈이 성우의 가치를 결정하는 세태를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부디 그렇지 않은 성우가 심적으로 소외감을 느끼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성우는 성우다. 좋고 나쁜 걸로 구분하는 직업이라면 성우뿐만 아니라 어떤 직업인들, 매력적으로 느껴질 리가 만무하지 않겠는가? 외모로서 영원히 젊게 사는 것은 앞으로 생명공학이 발달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젊게 사는 것인지를 연구하는 것은 학자가 대신 해줄 수 없지 않겠는가?, 모든 사람들의 전성기는 살아 있는 동안이며, 은퇴는 죽음 직전에 선언하는 것이라 말했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말처럼, 그녀가 지금의 그 열정과 젊음을 간직한 채 오랫동안 성우라는 직업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주길 바래본다.

- Rush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