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9. 15. 00:27
이창희.
여행스케치 1기 맴버, 투니버스 입사 후 우연한 게기로 인해 애니음악을 맡게 된 이후,
그의 초창기 음악도 사실 ‘애니음악’이라 칭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음악들이 많았고, 본인 특유의 음악성을 살리기 보다는, 원곡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언뜻 들으면 살짝 리믹스 해놓은 정도에 그치는 수준의 곡들이 많았지만, 점차 이창희 본인이 애니음악에 심취하기 시작하고, 애니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의 음악적 색깔은 급변하기 시작한다. 다른 장르와는 다르게 특별히 정리되어 있는 자료가 없었던 애니음악 분야이기에, 애니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애니음악을 완성시키는데에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는 점을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만화인의 노래’라는 공식적인 시상 행사까지 가지게 될 정도로 하나의 독창적인 분야로 인정받게 된 애니음악 분야, 이제는 보다 음악적으로 가치를 가지는 곡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어,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애니팬들을 즐겁게 한다. 또한 이창희씨 이외에도 애니음악계에 발을 딛기 시작하는 유망한 신인 작곡가들이 많아진다는 사실 역시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때 ‘국내 애니메이션’이 시장점유율이 낮고, 이제는 나오지도 않는데, 왜 애니음악계를 성장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 지인과 의견충돌이 있었던 적이 있다. 항상 ‘케이크를 먹을 일이 없기 때문에 생크림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게 아니라 ‘생크림을 사 두면 언젠가 케이크를 만들 일이 있을 때 쓸 수 있다’라는 인식이 비단 애니음악계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전반에 필히 요구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얼터너티브 음악이 당장 국민 정서에 안맞기 때문에 출시할 필요가 없다’라는 것 보다는 ‘얼터너티브 음악을 하게 되면 좋아하는 사람이 늘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문화이기 때문이다.
문화는 라틴어로 ‘농사짓는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항상 씨를 뿌려두지 않으면 원하는 작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대중에게 외면 받을 분야에 대한 시각을 다르게 보자. 그 속에 그들만이 추구하는 새로운 문화 코드가 있을 것이고, 그 문화 코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언제 늘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농사가 풍년이 들지 흉년이 들지는 아무도 모르듯이 말이다.
- Rush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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