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0. 1. 7. 20:55
남여평등이라는 말이 나온지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말이 만들어진 배경은 '남여평등'을 위해 그동안 '뒤쳐저 있던 여성의 권리를 신장'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확실히 역사상으로 그렇다. 어떤 신체적 차이가 있던지간에 마치 흑인이 피부색만으로 편견과 차별을 당하듯 여성 역시 비슷한 느낌의 차별을 당해온 것이 동서양을 막론한 역사적 진실이니까,

그러나 지금의 여권 신장은 지극히 정치적이고 선동적이라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우려스럽다. 여기에서 정치적이라 함은 뇌물을 받거나 기업의 뒤를 봐주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말로는 넓은 범위에서의 공동 권리 신장을 주창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이득과 신분 상승을 위해 여론을 자극하여 광신하게 만드는 이른바 '코드 정치'를 말한다. 지금의 정치인들이 하는 대부분의 정책들이 그닥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정권 내에서 결과적으로 자신 그리고 차기 선거 주자, 더 나아가 소속 여당에게 도움이 될 것을 계산하여 나온 것처럼 이들이 보여주는 일련의 활동들 역시 마치 지역감정을 조장하듯 양성의 편을 가르는 식으로 자신들의 지지를 더 광신화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새로 생겨난 말 중 '전라디언'이라는 말이 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 5년간 정말 모든 것을 걸고 타파하려 애썼던 그것이 결국 거품 꺼지듯 사라지고 다시금 인터넷 정치토론은 '출신지역'을 논하지 않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현 정권의 정치는 매우 구닥다리지만 난세에는 이만큼 잘 먹히는 것도 없다. 삼국지에도 언급되듯 난세에 가장 뜨는 건 영웅이 아니라 사이비 종교라지 않던가? 이럴때는 괜히 지역감정 타파따윌 외치기보다는 다른 지역을 서로 씹으며 각 지역구별 결속력을 다지는 편이 훨씬 낫다. 아직은 현 정권 기반 지역인 경상도 인구가 많은 편이니까 여당으로서는 손해보는 장사도 아니다.

여자는 룸싸롱에 가지 않기 때문에 비리가 없으므로 여성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구호를 들은 지도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그간 비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도무지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는 것 같지는 않다. 일단 남녀 편을 갈라서 싸움을 붙여 자신들이 내세울 만한 키워드를 찾아내는 것부터 걸핏하면 여권신장을 내세워 눈에 보이고 역사에 남을 만한 키워드 위주의 정책만을 내세우고는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뒷처리는 나몰라라하는 것까지 오히려 이미 사라지고 있는 정치풍토까지 끌어다가 답습하고 있는데는 혀가 차인다. 이상만 앞서고 뒤를 못보는 여성 정치인들덕분에 실제 이득을 본 여성들이 몇 명이나 될까? 정말 그들이 모든 여성을 대표해서 그들을 위한 목소리를 대신 내 주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정말 근 10년여간 수많은 떡밥들이 존재하지만 이미 쉬어버렸으니 그나마 가장 최신이라는 꿀벅지 이야기를 해보자. 사건의 발단이 너무 웃긴다 시작은 여성부 게시판에 올린 여고생의 글이었다지만 결국 수면 위로 띄운건 여성단체들의 보도자료였으니 원인을 굳이 따지면 언론과 여성단체의 쿵짝이 제대로 맞은 셈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성의 상품화적 코드가 있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쓰지 말 것을 '단체'에서 요청했다는 것인데, 이들은 시청자들에게 서명 운동을 벌인 것도 아닌데 무려 '국민'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자신들이 그들의 의견을 대표하듯 항의서한을 보내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점에서 일단 짚고 넘어갈 것들이 산더미같이 많아진다. 기본적으로 방송은 공공재이며 '내가 보기 싫다'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 안좋을 수 있으니 쓰지 말아달라'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사실상 없다. 그에 대해 먼저 서명 운동, 하다못해 다음 아고라에서라도 수치적인 데이터로 동의를 구한 다음 '자 이 많은 사람들이 꿀벅지라는 단어가 혐오스럽다고 느끼고 있다'라고 증거자료를 제출하며 내놓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꿀벅지에 대한 항의 서한은 이름조차 제대로 구별이 안될만큼 고만고만한 여성 단체 중 하나가 메이저로 좀 떠보려고 인터넷 검색이나 TV시청 중에 꿀벅지를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친 보고서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너무나도 단순한데. 이들의 항의 서한이 '꿀벅지 논란'이 일어나기 전에 제출되었고 이 항의 서한이 수많은 언론사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자료가 돌려졌으며 결과적으로 아무런 수치 데이터 없이 제출된 철딱서니없는 항의 서한으로 인해 오히려 '꿀벅지'를 모르는 사람들마저 '알게 되는' 역기능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결국 남성 역시 전혀 근거가 없이 제출된 보도자료에 선동되어 초콜릿 복근을 찾아내기에 이르니 싸움은 점차 진흙탕이 되었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여성단체에 대한 여성들의 지지율이 올랐는지는 확인할 바가 없지만 적어도 여성이 남성을 적대시하는 갈등을 초래하는 기초 토대(?)는 다져진 것 같으니 나름 성공한 셈일까?

이후의 논쟁들은 다른 분들이 이미 수많은 포스팅을 해주셨으니 간단히 생략하고 본질적인 결론만 말하자면 초콜릿 복근과 꿀벅지 논쟁의 접점은 두 가지 뿐이다. 둘 다 쓰지 말던가 아니면 둘 다 쓰던가이다. 즉 성의 상품화를 인정하려면 여성의 성상품화뿐만 아니라 남성의 성 상품화 역시 인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아예 인정을 안 하고 터부시할거면 둘 다 인정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초콜릿 복근은 '건강함'을 표현하는 '건전한' 표현 방법이라고 주장한다면 꿀벅지 역시 해석하는 자의에 따라 충분히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 요는 누가 어떤 시점에서 어떤 감성을 가지고 특정 신체 부위를 보느냐에 따라 성의 상품화냐 아니냐가 결정이 날 뿐 단어를 쓰고 쓰지 않고는 관계가 없다. 여성계의 반발이 언제나 남성계의 또다른 반발을 일으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꿀벅지 논쟁'만을 예로 들어도 근 10년여간 있어왔던 수많은 논쟁들의 팩터를 설명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만큼 그들의 활동은 변함 없이 정형화되어 있고 그 결과는 언제나 치적 위주의 성과를 얻는 여성 단체들과 그 뒷감당을 해야만 하는 여성 시민들이 떠안는 것이 되고 있다. 여성의 '일자리'는 많이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여성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에는 등한시한 결과 결국 아직도 여성할당제를 반복적으로 주창하며 여권 신장을 부르짖는다. 이들의 행동이 정말 '여성을 위한 여권 신장'인 것일까? 여성을 위해서 해야 할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정책이라면 '여성이 강점을 보이는 업계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거나 해당 업계의 인력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직업 교육이 우선되어야지 방송에서 꿀벅지 단어를 말하지 못하게 하거나 여성을 반드시 몇 명 이상 뽑아야 하는 인큐베이터로 될 일이 아닐 것인데,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인 성공을 위해 이를 알면서도 등한시하고 있는 것 같아 심히 아쉽다.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업계는 얼마든지 있다. 그것은 '직업 훈련'과 자율경쟁을 통한 자구적 발전에 의해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권 신장은 '남성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직업능력을 가졌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이 되지 않는다'던지 여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배울 권리, 의견을 말할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당한 것을 회복하는 것에 중점을 맞추어야지 '여성'이라면 무조건 최소 몇 명은 채용해야 한다는 '보험'을 만드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결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여성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득을 보는 쪽이 철저하게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만든 프로젝트인데 그럴 틈이 있겠는가?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보다 넓게 보는 눈'이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이득이 아닌 여성 전체의 이득을 대변할 수 있는지가 단박에 보인다. 시야가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지금 여성 단체라고 불리우는 자가기득권단체의 여론조작에 놀아날수밖에 없고 여권신장은 점점 멀어질 뿐이다. 그들의 '꿀벅지 듣기 싫지? 그렇지? 그렇게 말하는 남자들 때문에 늬들이 취업도 못하고 피해보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를 지지해 우리가 대신 그들을 벌해줄게!'라는 속삭임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것부터 여권신장은 비로소 뒷걸음질을 멈추고 앞으로의 첫 걸음을 내딛을것이라 믿어 의심치않는다. 눈을 조금만 크게 뜨면 정말 소외받는 여성들을 위해서 열심히 뛰고 있고 아동성폭력이나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정책을 연구하는 좋은 여성 단체들과 관련 인사들 얼마든지 볼 수 있지 않겠는가?
posted by RushAm 2009. 11. 24. 14:31
친일인명사전에 이어 친일단체사전의 발행 작업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이들과 친일 역사를 가지고 있는 두 일간지 신문사와의 기싸움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인명사전일때야 어차피 스폰서를 옹호해주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자신들과 직접 관계가 있는 일이다보니 역시 피부로 와닿는것인지 대응도 재빠릅니다. 이들의 대응은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친일사전' 자체를 비난할 경우 대외적으로 자신들이 '친일'임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친일사전' 자체보다는 만드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한편 현 정국을 토대로 이런 경제난에 저런 짓을 세금발라가며 하고 있다는 등의 간접적인 뉘양스로 비판을 합니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 읊는다는데 이들은 30년이 넘었으니 논리적으로 있어보이게 기사 쓰는 건 뭐 도가 트셨겠지요.

재미있는 건 이들은 종전 이후부터 '지금 우리는 일본을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이들이 종전 이후에 친일을 해서 득될 게 하나도 없을테니 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는게 정답이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은 '일본이 좋아서'가 아니라 '내 배를 불리기 위해서' 친일을 한 셈이니까 일단 일본이 패전국이 된 이상 필요가 없어진 거죠. 이들이 해야 할 일은 과거 일제강점기 당시 자신들이 했던 일을 변호하기 위해 일제 강점기의 갖은 사건들을 정당화시키는 일일 뿐 패전 이후의 일본의 정세에 대해서 특별히 일본을 옹호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조선 동아는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심지어는 그것을 이용하기까지 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는데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대한 친일 행적에 관련한 불매 운동 캠페인은 꽤 오래 전부터 이루어져왔음에도 사람들로부터 이렇다할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일면에는 조선 동아가 가진 스스로의 영향력을 이용한 여론 호도도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이들이 종전 이후 '꼬투리'를 잡힐 만한 짓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10년 간 조선 동아는 일본의 정치 경제와 관련해 대단히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다수 쏟아내는데요.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망언 보도 등에는 아주 적극적입니다. 이런 이들의 보도 행태가 일반 여론으로 하여금 '아 이들은 친일 신문이 아니구나'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의 일본 제휴 언론사는 '마이니치 신문'이며 동아일보는 '아사히 신문'과 제휴를 맺고 기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건 극우에 가까운 이 두 신문사가 정작 일본에서는 가장 좌에 편향된 두 신문사와 제휴를 맺었다는 사실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조선일보는 요미우리, 동아일보는 산께이와 제휴를 맺어야 끼리끼리 논다는 느낌을 받을 텐데 어째서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두 신문사 모두 마이니치와 아사히의 기사가 요미우리의 기사보다 더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아사히와 마이니치는 좌에 편향된 신문 답게 어느 정권이든 정부 비판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아시아 문제와 관련된 일본 정가의 움직임 역시 자주 보도되는 편이며 요미우리는 이런 민감한 문제에 한해서는 비교적 중립을 지키는 편입니다. 특히 아사히 신문은 북한 문제에 아주 관심이 많아 신문은 물론 소유하고 있는 TV아사히의 뉴스보도에서도 북한 관련 뉴스는 일주일에 몇 차례고 (별로 새로울것도 없는 소식이건만) 보도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로서는 아사히 신문의 일본 정부 비판 기사를 적극 활용하여 그대로 인용해 보도함으로서 '우리는 일본 정부를 까고 있다'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한편 이들이 보도하는 '북한 관련 소식'을 함께 보도함으로서 친일의 보호선이라 할 수 있는 '반공'논리를 내세우는 일석이조 알짜배기 정보통인 셈입니다.

이런 맹목적인 동아의 아사히 사랑이 결국 사고를 친 적이 있는데요 바로 김정일 사망설 오보 사건입니다. 동아는 전적으로 아사히 신문에 북한 소식 대부분을 의존하다보니 아사히 신문에 대서특필된 오보가 동아일보에서 자의적으로 해석되어 재발행됨으로서 파문이 커졌던 사건인데요. 결국 왜 일본에서 끝났어야 할 오보 사건이 한국으로까지 불똥이 튀었는지에 대해서 동아일보는 일말의 책임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아사히는 아사히대로 동아의 기사를 역이용하며 한국이 지금 아무런 문제가 없고 현 정권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도되는 모습이 자주 비추어지고 있어 현 시국에 대한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에 있어 국제적인 공감대를 얻는 데에 장애물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무튼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선과 동아는 자신들이 친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대내외적으로 정말 많은 애를 쓰고 있습니다. 충성도 높은 구독자들은 조선 동아의 이러한 행태를 보며 '역시 일본을 제대로 속시원하게 까주는구만'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할테고 당연히 이들에게는 조선 동아의 친일 신문 구호는 씨알이 먹힐 턱이 없겠죠. 더구나 북한까지 함께 까주니 이건 뭐 거의 정론지 수준이겠습니다. 물론 조선 동아도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관련돤 역사 문제를 다룰 때에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때의 일본'에게 만세삼창을 외치는 모습도 보이긴 합니다만 대부분 아주 어렵고 있어보이는 말 속에 감춰두죠. 의무교육교과서에 한문이 사라진지가 언제인데 꼭 그런 사설을 쓸 때만 한문으로 도배를 하면서까지 말입니다.

이들의 친일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입니다. 지금 일본을 깐다고 해서 이미 흘러간 역사가 뒤바뀌지 않습니다. 위험한 건 이들이 지금 '친일'을 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들이 친일을 한 동기 '민족을 죽여서라도 우리 배만 채우면 장땡'이라는 논리가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이들은 지금 실세를 잡고 있는 자들이 도덕적으로나 범국민적으로 옮든 옮지 않든 자신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줄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들 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위험하며 그들이 이런 자신들의 사상을 국민들에게 전파시킬 수 있는 능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왜 60년이나 지난 역사를 후세에 와서 처벌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결국 민족, 더 현실적으로 국민 전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상을 가지고 있고 이런 사상이 계속되는 한 과거를 잊고 미래로 나아가는 건 꿈도 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친일 문제는 과거가 아닌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고
우리의 미래가 좌우될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모쪼록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당부드립니다.
posted by RushAm 2009. 10. 15. 21:04
얼마 전부터 제법 충격을 받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사람들이 '친일파'에 대한 정확한 단어적 뜻과 그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면서부터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도 이 '친일파'라는 말 자체가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의 흑역사일텐데요. (폴란드에서 나치찬양자를 찾는 게 가능하기나 한지) 그런데 이 말이 남아있고 이 말에 대해 지극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까지는 좋은데 이 말의 본래의 뜻이 상당 부분 왜곡되어 그냥 '욕의 일부'로 치부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듭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 이렇게 친일파라는 단어 자체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이야말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활개치면서 암적 존재로 남아있는 '친일파'와 그들의 핏줄들이 적극 바라는 바일 테니까요. 우리가 흔히 내뱉는 욕들이 실제는 무시무시한 뜻을 담고 있지만 그 뜻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듯이 친일파가 국민 욕설이 되면 그 단어가 정작 향해야 할 곳으로 제대로 가지 않게 되니까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친일파는 어떤 사람들입니까?
일단 인터넷 상의 반응을 보면 몇 가지 패턴을 볼 수 있는데요.

1. 김연아를 응원하지 않고 아사다 마오를 응원하는 사람
2. 일본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일본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
3. 일본에 현재 살고 있으면서 일본 이름으로 바꾼 재일교포
4. 자신의 블로그에 일장기를 달고 한국을 비난하며 식민지 역사를 찬양하는 사람
5. 일본산 제품을 찬양하며 국산제품을 혐오하는 얼리아답터

이 중 누가 친일파일까요? 정답은 '없다'가 맞습니다. 이상하죠? 저들은 모두 뉴스게시판 댓글란이나 그밖에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좀 모여있다는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사람들이고 아주 흔하게 '친일파'로 까이는 존재들인데요.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본질적인 의미의 친일파와는 거리가 멉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친일파의 단어적인 의미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속해 있는 국가라는 개념은 지금에야 유앤이다 평화조약이다 뭐다 해서 전세계게 제법 평화롭게 흐르고 있지만 불과 100년전만 하더라도 총탄이 날아다니는 전쟁터가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전쟁은 언제나 승자와 패자를 낳게 되고 승자는 침략국, 패자는 식민국이 됩니다. 그런데 대표적인 전쟁식민국 관계로 꼽히는 독일과 폴란드의 경우는 독일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폴란드가 일방적으로 밀린 꼴이었기 때문에 내부적인 문제 없이 발린 셈이지만 19세기말의 후조선과 왜국처럼 만일 두 나라가 호각세에 가까운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면 전쟁이 길어질 우려가 있고 이는 선제공격을 하는 침략국측에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이른바 내부 문제에 의해 먼저 무너지는 쪽이 지는 '사정관리'가 중요해지는데요. 이미 군국주의의 서막을 알리고 완전하게 하나로 단결되어 있었던 일본과는 달리 후조선은 흥선대원군의 몰락 이후 고종이 이렇다할 조력자를 얻지 못한데다 흥선대원군에게 눌려 기를 펴지 못하던 안동김씨세력들까지 결부되어 사정이 대단히 어지러운 판국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대체로 세력 다툼에서 밀린 쪽이 만회를 하기 위해 기회를 모색하게 되는데 그게 조선의 침략을 위해 정공법보다는 트로이 목마 작전을 택했던 일본의 의도와 맞아떨어지면서 휘말리게 되는 것이죠. 자신들의 권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언제나 어떤 부도덕한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역사의 2인자들은 결국 어처구니없게도 한치앞을 못내다보고 일본의 힘을 빌어 당시 정권에 쿠테타를 일으키게 되는데, 1차가 고종에게 부당한 항복을 강요한 부분이며 2차가 고종의 결정권에 영향을 끼치는 명성황후 암살로 시작되는 것이 이들의 역사입니다. 이후에는 을사조약 등의 굴욕과 고종황제 시해 등이 속속 이루어지는데, 이는 이미 일본이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정권 내부를 속속 장악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기까지에는 후조선의 수많은 실권자들의 친일 행각이 큰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흔히 우리나라가 전쟁에서 패전해서 일본의 식민지가 된 걸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요.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일어나기 10년 전만 하더라도 프랑스와 미국을 캐박살내던 해군전력을 가지고 있던 조선에게 침략 루트라고는 남해밖에 없던 일본이 승산이 있었을까요? 일본군이 약하지도 않았지만 적어도 방어 그 자체에만 있어서는 일본이 쉽게 함락시키기는 어려운 조건입니다. 청나라나 러시아처럼 군사력으로 맞짱떠서 이긴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거죠.

엄밀히 말하면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를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내리눌렀던 게 아니라 내부에서 내분을 일으켜 정권 자체를 접수하는 식으로 우리나라를 삼켰다고 볼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가 국가 정치 시스템이 아주 후진적이어서 이들에게 구멍이 많았던 건 분명 아닙니다. 어떤 세력이든 내부 모반자가 있지 않는 한 조직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결국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하여 실질적인 속국으로 관리하는 굴욕적인 역사가 있었지만 이를 가능하게 만든 건 일본의 힘이 아니라 내부의 적, 다시말해 자신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스스로의 나라를 무너뜨리면서까지 자신의 욕심을 챙기려 했던 국가시스템에서 나올 수 있는 최악의 세력들이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일본은 점령군으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위안부 문제 등의 도덕적이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합니다만, 적어도 침략 그 자체에 있어서는 오히려 일본보다 내부의 친일파의 역할이 훨씬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이들이 어떤 권력을 누리고 어떤 망언과 망발을 일삼았는지는 잘 알려져 있는 그대로입니다. 정리하자면 '친일파'는 국가 시스템에 대한 결정권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 대표가 다른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국가 주권 자체를 다른 국가에게 넘겨주기까지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모든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왜 친일파가 문제이고 지금 친일파의 후손들이 하는 행위들이 문제가 되냐면 이들이 '일본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국가에 소속된 다른 사람들은 아량곳하지 않고 언제든 이 국가에 대한 애정 없이 국가를 팔아서라도 내 배를 불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대상이 굳이 일본이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미국이나 그 어떤 다른 국가라도 국가가 가진 그 어떤 권리를 팔아 이득을 챙길 수 있다면 주저없이 그렇게 할 수 있으며 그걸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이 그들에게 이미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위험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종전 이후 아직도 당시 친일을 했고 친일에 가담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렇다할 처분이 없습니다. 다른 국가들이 종전 후 침략군에 가담했던 국가배반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멸문을 이루었던 것에 비해서는 형편없을 정도인데요.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고 당시 3.1운동에 가담했던 1세대들은 차차 세상을 뜨고 있지만 친일세력들은 그 대를 2대 3대 계속 이어가며 여전히 나라의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이런 사상을 가진 사람들은 국가의 이득을 지극히 '자본'적인 관점에서 보는 사상이 지배적인 만큼 반드시 국가 주권적인 코어에 가까운 문제가 아니라도 꾸준하게 국가나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다분히 수치적 경제, 자본적 이득에 집착하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은 자신들 그리고 자신들의 후손들이 '친일'이라는 코드로 인해 지금 가진 권력을 잃을 수도 있음을 우려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친일 역사를 정당화하는 교과서를 속속 만들어내며 미래 자신들에게 힘을 실어줄 세력을 모으는 데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한낱 역사 교과서가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분들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문제는 이들이 세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 이상으로 '국가'가 개인의 이득 아래에 있을 수 있다는 매우 좋지 않은 사상이 그들 이후의 세대들에게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이 반드시 국가를 팔아먹는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이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황금만능주의'에 지나치게 물들어 돈 위에 아무것도 없다는 그릇된 사상이 심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데에 있습니다. 돈을 위해 비상식적으로 사람을 착취하고 사람을 죽여서라도 내 배만 부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상식화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국가 주권이 팔리는 것 이상으로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공포 그 자체일 것입니다.

우리는 친일파를 바로 보아야 합니다. 지금처럼 친일파라는 표현을 남발하지 말고 대체 누가 친일파인지 명확하게 기억해야 합니다. 무엇이 친일파이고 어떤 게 나라를 팔아먹어 죄없는 사람들이 피를 흘리게 만드는 놈들인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기억해야 합니다. 글 서두에 언급한 흔히 친일파로 지칭되는 사람들은 친일파가 아닙니다. 2번과 5번은 국가를 초월하여 '문화'나 '물품'을 소비하는 국제사회의 소비자일 뿐이며 1번처럼 아사다 마오의 플레이나 얼굴이 자신의 취향에 더 맞으면 아사다 마오 응원할 수도 있는 것이 스포츠의 세계입니다. 3번같이 귀화한 재일교포라 할지라도 개인의 이득을 위해 국적을 바꿔도 되는 사회에 살고 있고 그 행동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지 않으므로 이들은 개인의 이득을 위해 국가를 포기했을 뿐 국가에 해를 끼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요. 4번처럼 블로그에 일장기를 걸고 일본을 찬양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적는 사람은 일면 친일파로 보일 수 있겠지만 세상에 어떤 친일파가 자신이 친일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는지요? 뉴라이트연합도 온갖 친일행적을 눈에 보이게 노골적으로 일삼고 있지만 늘 그들은 '나라의 미래를 위한'것임을 강조할 뿐 일본이 좋아서 그런다고 입 밖에 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4번은 그저 관심받고 싶은 현대교육의 피해자일 뿐입니다.

친일파라는 표현을 아껴주세요. 그리고 정말 친일파라 불러야 할 사람들에 대해 조금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역사교과서처럼 일본의 만행에 의해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만 서술해서 비난의 화살을 '일본'에만 집중시키지 말고 그런 일이 있기까지 어떤 놈들이 어떤 짓을 벌여서 이렇게 되었는지를 보다 명확히 서술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 어디에 살고 있고 그들이 아버지가 잘못했다고 후손마저 잘못이 있느냐는 논리로 면제부를 주어서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충분히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알아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절대 나하고는 관계가 없는 일이 아닙니다. 친일파의 존재는 일본을 찬양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에전 침략전쟁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들의 것이 아닌 국민 전체의 그 어떤 거라도 그들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민 전체를 아프게 만들어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상을 가진 자들이 지금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들에게 두 번 다시 지지를 보내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가 진정한 친일파일까요?
누가 우리 모두의 대한민국을 개인의 이득을 위해 팔아먹고 있는 걸까요?
어째서 광복으로부터 62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이런 고민을 해야만 하는 건지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posted by RushAm 2009. 9. 19. 15:02
결국 이렇게 되나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철'이었던 AREX가 철도공사에 인수되었다. 일본의 '케이세이'를 표방하며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사철이면 사철답게 투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거늘 결국 정부로부터 '우리가 정부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쪽박찼으니 보전해주쇼'라고 손을 벌리는 작태는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에초 사철이면 사철답게 경쟁을 제대로 해보려 노력이나 했는지? 왜 버스에 완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곰곰히 생각이나 해봤는지 사실 묻고 싶은 것도 산더미같고 어차피 정부가 보전해줄거 왜 사철로 만들었는지 알 길도 없지만, 일단 코레일이 인수를 했고 결국 또 다시 세금은 이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인천공항철도 AREX 대체 뭐가 문제였기에 이처럼 화려하게 망가지고 말았는지, 코레일이 기왕 인수한 마당에 대체 뭘 해야 이 애물단지를 보석으로 바꿔나갈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기로 한다. 물론 코레일에서도 나름 생각이 있겠지만 철저하게 개인적인 사견에 비추어 우선 중국과 일본의 공항 철도 사례를 빌려 AREX가 앞으로 나아갈 비젼을 찾아보려는 취지이므로 가볍게 '이런 것도 있구나'하는 느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우선 일본 도쿄의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자, 일본의 경우 말이 JR이지 사실상 민영화가 되어있으므로 사철이라는 말이 의미가 없다. 굳이 의미를 두자면 '철도가 메인이냐 아니냐'정도인데 JR도 신용카드 사업부터 시작해서 온갖것들을 다 하고 있으니 경쟁선상에 있어서는 JR이 유리하다 사철이 유리하다 할 게 없다. 동일선상에서 고객에게 어떤 메리트를 주느냐를 둔 진검승부가 가능한 곳이 일본인 것이다.

도쿄에는 나리타 공항과 하네다 공항이 있는데 우선 인천과의 직접 비교를 하자면 역시 나리타공항이라고 할 수 있다. 컨셉도 비슷하고 현재 처한 상황도 그닥 다르지 않다. 일단 우리나라와 가장 크게 다른점은 나리타와 도쿄를 잇는 고속도로가 '민자'가 아닌데다가 우리나라처럼 버스전용차로같은 건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막힐 때는 상상도 못할만큼 막힌다.(게다가 하토야마 정권의 공약대로라면 그나마 있던 ETC도 필요없는 고속도로 전면 무료화가 되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처럼 언제 달려도 전혀 정체를 빚지 않는 신공항고속도로와는 다르기 때문에 일단 리무진 버스들은 철도와 가격이나 시간 측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이기 때문에 한국과 비교하기에 앞서 알아두어야 할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쪽과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나리타공항과 도쿄를 잇는 회사는 JR과 케이세이 2개사이며 노선은 JR의 경우 차량 등급에 따라 시발역과 도착역이 도쿄 각지의 터미널역(도쿄,신주쿠, 이케부쿠로, 시나가와)과 인접 위성도시(사이타마,카나가와)로 나뉘어진다. 케이세이의 경우 도쿄 23구 내에서는 닛포리와 우에노(서울의 영등포역과 유사한 위치)만을 거점으로 하고 있어 도쿄 서쪽으로의 이동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일단 노선편성만을 보면 케이세이가 상대가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은데, JR이라고 해서 특별히 나리타까지 가는데 환승으로 인한 이득이 그렇게 큰 게 아니고 케이세이건 JR이건 나리타지역으로 가는 철도의 경우 850엔의 기본 할증이 있어 지금 추세 이상으로 운임을 낮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할증에 있어 다른 노선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케이세이가 메리트를 가지는 일도 경우에 따라 있기 때문이다. 즉 고객의 상황에 따라 케이세이선이 유리할수도 JR이 유리할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JR의 나리타 익스프레스
우선 JR의 공항철도가 내세우는 장점은 JR 노선과의 호환을 통한 도쿄 각지를 거점으로 하고 있어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즉 이들이 내세우는 '소요시간'이란 단지 공항에서 출발해서 종착역까지 걸리는 시간이 아닌 '공항에서 집 문 앞까지 도착하는데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다만 그에 따른 충분한 페이를 요구하는 것이 이들이 가잔 유일한 약점으로 케이세이 운임의 약 1.7배를 요구한다. 물론 일본인이나 일본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은 기꺼이 이 돈을 지불하고 그만큼 남는 시간을 보상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비싼 요금에도 수요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만 지나치게 좌석을 등급화시키는 JR의 영업 방침상 보통석이 특석에 비해 상당히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어 (KTX 일반실은 이에 비하면 퍼스트클레스) 불만이 적지 않았지만 올해 10월 1일부터 약 18년만에 신형 차량을 투입하여 이러한 불편 민원을 줄이겠다는 계획으로 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 거점 노선
케이세이가 내세우는 장점은 JR과 완전히 상반된다. 우선 '속도'를 내세운다. 기본적으로 JR이 쓰는 찌질한 협궤가 아닌 신칸센과 동일한 1435mm표준궤를 쓰고 있어 낼 수 있는 한계 속도에 차이가 있다. 게다가 기존 열차와 노선을 공유하는 JR이 아무리 특급 열차를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궤간에서 나올 수 있는 한계가 있고 편성에서도 잦은 편성을 갖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때문에 단순속도경쟁에서는 1시간 간격의 JR노선이 10분 간격의 케이세이를 이기기 힘들다.(만약 신주쿠까지 가야하는 고객이라면 나리타 익스프레스가 한번에 가니까 얼핏 빨라보이지만 나리타 익스프레스는 도쿄역에서 신주쿠까지 가는데 20분을 소요한다. 이는 도쿄역에서 일반 주오 쾌속 열차를 이용할때와 아무런 차이가 없는 소요시간으로 사실상 말이 특급이지 무정차 이외에 속도적인 메리트는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신형 열차를 투입한 JR에 발맞춰 기본 차량에 비해 운행시간을 무려 15분이나 단축한 신형차량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부분에서도 케이세이의 대 JR 전략이 어떤 형태를 띄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케이세이의 스카이라이너
케이세이가 가진 또 하나의 승부처라고 한다면 태초부터 우리나라 공항철도 AREX처럼 공항노선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사철이었기 때문에 일본이라는 나라의 관문으로서 차량 내부의 고급화와 편안함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새마을호 일반실 정도에 준하는 차량 내부 시설을 갖추고 있어 딱딱하고 뒤로 젖혀지지 않는 시트에서 쌓인 여독을 풀기는 커녕 더 쌓아야만 하는 JR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즉 케이세이는 사철로서의 불리함을 'JR과 대비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하여 내세울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으로 끌어냈기 때문에' 거대공룡 JR과의 대결에서도 지지 않고 독자적인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스카이라이너의 실내 (20년 가까이 운행된 차량)
이번엔 중국 상하이의 푸동 공항을 가보자, 푸동 공항에는 중국의 거품경제를 상징하는 독일의 '트란스라피트'가 있다. 상하이 도심 외곽지역과 푸동공항을 최대시속 431km로 단 7분만에 주파하는 이 열차는 다른 말 할 필요도 없이 '속도' 그 하나만으로 선택의 가치가 있다. 푸동 공항이 한국의 인천공항이나 일본의 나리타 공항만큼은 아니지만 상하이 도심과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공항철도가 이 정도 속도를 내준다는 것은 도시 전체적인 접근성, 특히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가치를 갖게 된다. 가격은 중국의 GDP를 생각해볼 때 다소 비싼 편이지만 중국의 교통체증을 감안해본다면 7분만에 공항과 도심을 이어주는 트란스라피트는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지니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호환 자체가 말이 안되는 '자기부상열차'포맷이기 때문에 도심 중심부까지의 연결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결국 최종 목적지에 걸리는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든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볼때 아무리 거품 경제의 상징으로 그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있지만 공항철도로서 추구할 수 있는 이상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 다른 나라 이야기는 충분히 했으니 이제 우리의 AREX를 살펴보자, AREX는 개통 2년여가 지난 현재 김포공항역과 인천공항역간 약 40km 정도의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약 33분이며 최대시속 100km로 운행중이다. (영종대교 통과시에는 안전을 위해 80km로 하향 운행하고 있다) 좌석 수준은 특급의 경우 KTX의 그것과 동일한 시트를 사용하고 있으며 완행의 경우 일반적인 지하철 차량에서 볼 수 있는 롱시트를 채용하고 있다.

이것이 AREX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노선 사항과 차량 정보이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과연 공항철도로서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는지 느낌이 오는 분이 계시는가? 일단 탄생 과정부터 여러가지 유사점이 있는 케이세이와 비교를 해보도록 하자, 우선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적되었던 '김포공항역'까지의 짧은 노선거리 문제, 사실상 우리나라의 영등포역에 해당되는 '우에노'까지 운행되는 사철 케이세이에 비해 도심 접근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2010년 서울역까지 2단계 개통이 이루어진다면 이 문제는 해결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도심 접근성'보다 만들어진 목적과 경쟁력 코드가 모호하다는 점이 AREX가 가진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공항철도'로서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AREX는 기본적으로 사철이기 때문에 기존 코레일과 궤간 호환을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서는 고속을 위해 궤간이 좀더 넓은 전용선을 깔 수도 있었고. (궤간이 넓으면 넓을수록 곡선구간에서 고속주행시 안정성이 확보되기때문에 평균 시속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넓은 궤간에 따른 비용상의 문제때문에 신 규격을 깔기 힘들었다면 차량 도입에 있어서도 보다 고속형 차량을 도입할 수도 있었다 (에초 코레일처럼 다른 노선과 같은 선상을 달리는 게 아니기때문에 과감한 차량 도입도 가능하다) 그러나 AREX는 이중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우린 공항철도 만들었수'라고 시늉을 낼 수 있는 평범한 보통 차량을 투입,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먹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게 추월당하는 철도를 타고 싶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철도의 장점인 '속도무제한'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공항철도는 시작부터 어떠한 시간적, 비용적 가치를 공항 이용객들과 외국인들에게 부여해주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사철이면 사철답게 승부가 될 수 있는 승부처를 스스로 찾았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적자를 봐도 정부가 알아서 적자보전을 해주는 판국에서 이들이 AREX를 굳이 경쟁력 있게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도 AREX의 경쟁력 악화를 가져온 주범으로 손색이 없다. 김포공항까지의 짧은 노선에 대한 핑계는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김포공항에는 강북과 강남 지역을 연결하는 수많은 시내버스와 종로 중심가로 이어지는 지하철 5호선, 최근 개통하여 강남 지역을 관통하는 지하철 9호선이 자리잡고 있다. 과연 그렇게까지 죽는 소리를 할 만큼 김포공항역이 임시 종착역으로서 매력이 없는 것일까? 만약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김포공항까지 지금처럼 33분이 아닌 20분을 전후해 도착하는 AREX였다면 어땠을까?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무정차 공항 직통리무진버스가 공항까지 보증하는 최저소요시간은 74분이다.시간에 따라 교통 체증에 의해 120분이 소요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AREX가 20분 전후의 속도를 보장한다면 9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완행 지하철을 타고 길어봐야 약 40분가량을 들여 김포공항역에 도착한 후 환승시시간을 10분으로 잡더라도 출발 후 적어도 70분을 전후해 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된다면 일반적으로 도로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를 기준으로 한 '74분'이라는 버스의 불확실성을 생각해볼 때 도착 시간 엄수가 무엇보다 중요한 '공항'이라는 특성 상 정시 도착을 보장하는 AREX가 버스에 비해 경쟁력을 갖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연결되는 곳이 김포공항까지고 이게 당분간 변할 것 같지 않았다면 '노선'으로서의 장점이 아닌 속도로서의 장점 - 우린 비록 김포공항까지밖에 못가지만 적어도 김포공항까지만큼은 빛의 속도로 달려드리니까 당신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버스보다 더 빨라집니다 - 라는 식의'공항에서 집 앞까지'의 전체적인 소요시간을 줄인다는 컨셉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했다면 어땠을까? 사람들은 결국 김포공항이든 고속터미널이든 그 앞에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집까지 가야 할 테니까 결과론적인 소요 시간을 가지고 승부를 걸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고 본다. 물론 지금 차량으론 그런 광고를 해봤지 공갈죄로 고소당할테니 일단 차량부터 바꾸어야겠지만 청계천 복개공사때 교통체증에 대한 서울시 광고 '괜찮아요 지하철이 있잖아요'가 생각지도 못하게 시민들에게 설득력을 주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결코 이런 마케팅이 승산이 없지는 않았을것이다.
기후, 교통에 따라 변수가 심한 버스의 약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또 하나 AREX가 내세우는 핑계 중 하나가 '각 지역별로 고르게 분포된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버스에 비해 노선의 능동적 대처가 되지 못하는 철도의 한계'를 들고 있는데 이건 아예 일고의 가치가 없다. 앞서 예를 들었던 일본의 JR나리타 익스프레스가 서는 정차역 중 유동인구 1백만 이하 역은 없다. 몇백만에 이르는 역들만 골라서 정차하고 있지만 열차가 매진이 되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공항 리무진 버스가 소소한 각 도시와 지역을 세분화시켜서 정차하는 장점이 있어 많은 수요를 고르게 확보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만큼 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단점을 AREX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대표적으로 고양시의 3300번 버스를 들 수 있다) 굳이 일본이나 중국이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공항 철도도 완행열차처럼 수도 중심가 곳곳을 모두 정차하지 않는다. 에초 그럴 필요도 이유도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영등포역에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여도 KTX는 영등포역을 그냥 통과하는 것처럼 거점 역이라는 의미는 무척 중요하다. 에초 커버할 수 있는 시장 중 큰 파이를 흡수할 생각을 해야지 '이것도 내꺼 저것도 내꺼'라는 식으로 버스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경쟁구간을 못 먹었다는 핑계는 말 그대로 변명 그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AREX는 도심 중심까지 오지 못하고 변두리에서 멈춰서는 짧은 노선이라는 점에서는 중국 상하이의 트란스라피트와 흡사하지만, 속도는 트란스라피트의 그것에 4분의 1에 지나지 않고, (참고로 푸동 공항과 롱양루역을 잇는 트란스라피트 노선의 총 길이는 33km로 AREX의 39.7km와 큰 차이가 없다 상하이 시는 2010년까지 상하이 남역과 세계박람회장을 경유해 항저우시까지 노선을 확대 개편 예정에 있다.) 사철이라는 점에서 케이세이 본선과 닮아있지만 도시 접근성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속도 차별화 등의 노력이 전혀 없었다. (참고로 우에노역과 나리타공항역의 거리는 69.3km로 이는 영등포역과 인천공항간 거리를 철도거리만으로 합산한 52km를 크게 웃돌고 있으며 케이세이선은 우에노를 종점으로 하고 있지만 도영 아사쿠사선과의 협력을 통해 도심 지하철과 직결 운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에초 만들때부터 대체 '팔아먹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만들어놓고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정부로부터 보상을 해달라는 AREX나 돈을 고스란히 뺏기는 정부나 오십보 백보지만, 개통한지 2년이 넘게 지나도록 돈을 빼앗기고 적자만 내고 있을 뿐 뭐 하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망친 숙제는 아무리 덧칠해봐야 망작일 뿐'이라는 자세로 일관하는 반성없는 자세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더욱 용인하기 힘든 부분이다.
2010년 도입 예정인 신형 스카이라이너, 시속 160km로 (우에노-나리타공항)구간을 35분만에 주파한다.
코레일이 인수한 지금 AREX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JR 나리타 익스프레스의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 유일해보인다. 현재 코레일이 보유하고 있는 국철 노선 (인천 <-> 서울역 <->청량리역) 과 다소 포화 상태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경부선, 장항선 등과의 연계를 통해 최대한 많은 거점을 확보하여 수요를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아마 코레일이 구상하고 있는 AREX 부흥책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리타 익스프레스가 그렇게 많은 편성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1시간에 한대 꼴) 좌석 점유율이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볼 때 이미 주도권이 리무진 버스로 넘어간 지금 어느 정도까지 승산을 점칠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현재 깔려 있는 기존선들은 추가 공사가 거의 불가능할 만큼 역세권이 꽁꽁 묶여있는 상태인데다가 나리타 익스프레스처럼 '강남역'이나 인근 일산, 분당으로 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JR은 극히 일부를 제외한 전 노선이 지상선이므로 특급 열차같은 대형 차량이 진입하거나 정차 선로를 늘리는 데에 드는 비용이 크지 않지만 서울의 경우 강남, 일산, 분당 모두 지하선인데다가 사실상 코레일 소유가 아니므로 사회주의적인 협력이 되지 않고서야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기존선에서 다른 완행 열차와 함께 운행했을 때의 속도 저하와 연착, (코레일은 아직 한개선로에서 다양한 등급의 열차를 고루 배치하는 데에 관한 경험이 부족하다.) 심한 경우 사고 발생의 우려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다. 다만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은 다소 애물단지로 운영중인 KTX 광명역을 기점으로 김포공항역까지의 노선을 확보하여 'KTX'와의 적극적인 환승 연계 노선을 만든다면 대전 이남 지방의 지방 리무진 버스 노선과의 경쟁력은 충분히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을 기준으로 공항 리무진 버스의 소요시간은 3시간, 이용요금은 2만 2천 2백원으로 현재 운행중인 KTX 대전 -> 광명간 소요시간 50분 , 운임 2만 6백원을 생각해볼때 경쟁력이 떨어지며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서울역에 새로운 노선을 개통하는 것보다 강남쪽과 새로 개발되는 송도신도시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주저리 주저리 길어졌지만 결국 우리나라의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공항철도가 특별한 개성이 없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을 만큼 엉망이라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코레일의 인수가 지금으로서는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모쪼록 지금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개성을 갖춘 열차 노선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기왕 혈세 들어간거, 어쩔 수 없다. 코레일이 적자 뒤집어쓰는거 지난 일이고 떠들어봤자 그 돈 다시 토해내줄 사람도 없는 거라면 기왕 인수하고 피박 쓰게 된 거 제발 좀 멋진 작품 하나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해외로 떠나는 설레임, 출장가는 비즈니스맨의 피로를 담아낼 수 있는 진정한 여행의 시작을 느끼게 해줄 멋진 놈이 나와주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보며 글을 줄인다.


참고 자료
세계 각국의 공항 철도 자료 (출처 AREX 홍보 페이지 -_-;;;)
posted by RushAm 2009. 8. 28. 10:25
담배 태우시나요? 네 아시는 것처럼 기호식품입니다. 초콜릿도 건강에는 무지무지 안좋을 수 있지만 기호식품이듯이 일단 개인의 자유의사에 의해 사고 취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는 물건이죠. 다만 담배가 다른 점은 자동차를 움직일때처럼 흡연자 본인도 결코 들이마시기 달갑지 않은 '매연'이 나온다는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물론 매연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 실내에서는 차츰 금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식당이나 PC방처럼 다중이용시설이나 보건위생에 결부되는 장소는 우선적으로 금연을 시행하고 있지요. 청소년의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니까요.

그런데 이거 왜 안지켜지는지 정말 몇 년째인데 아직도 안지켜지는지 제가 몇 년간 쭈욱 지켜보면서 곰곰히 생각을 해봤답니다. 결과가 썩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았지만 이건 '흡연자분들'의 문제는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즉 다시 말해 이 논란은 '흡연자'대 '비흡연자'논란으로 갔다간 지금처럼 전혀 답이 나오지 않게 됩니다. 왜냐 모든 흡연자가 금연구역을 어기는 것도, 공중도덕에 위배되는 일을 벌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이 문제는 조금 더 윗단계에서 정리가 필요합니다. 즉 흡연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법을 지켜야 사는 나라'라는 것을 잘 모르고, 혹은 자의적 판단에 의해 이를 무시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결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연구역 논란이 자주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건 '결과물'이 너무 명백한데다가 '흡연 인구'자체가 많다보니 그 사람의 인격적인 부분이 너무 쉽게 담배를 피우는 태도나 금연구역을 어기는 모습에서 잘 드러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법을 어기고 우습게 보는 사람들을 매일 눈으로 접하기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세금 탈루하거나, 비리 저지르는 것도 사실 법을 어기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한데, 우리 생활과는 너무 동떨어져있잖아요. 그런데 일부 흡연자분들의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모습은 평균적으로 흡연자 한 분이 담배 한 갑을 피운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한 시간에 한 번정도는 마주하게 되는 거니까요. 아직 흡연인구가 40% 가까이 되니까 접하기가 훨씬 쉽고 이에 대한 격한 피해반응도 쉽사리 나오게 되면서 논란이 커지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서두에 길게 늘어놓는 이유는 제 글이 '흡연 인구 전부'를 가리키는 글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입니다. 논란이야 너무 원점에서 반복되니까 미치광이들은 정작 팔짱끼고 구경하는데 엄한 사람만 지치는 모습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출처 : 마린블루스 (http://www.marineblues.net)


이야기가 새어버렸지만 결국 문제는 '법'을 지키지 않는데다 그 법 자체에 대한 자의적인 평가에 의해 '악법'으로 규정하고 '내가 결론낸 악법은 지키지 않아도 돼'라는 생각이 모든 문제를 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금연 구역은 '권고 기간'이 이미 종료되고 시행령과 처벌 법규까지 마련된 엄연한 '현행법'인데, 일단 이 법을 어긴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아니 담배 좀 피운거 가지고 벌금을 4만원이나 내야 하다니 이게 말이 돼?'라는 반응을 보이시는거죠. 즉 이 법을 에초에 난 인정할 생각이 없었고 그래서 난 내 의지대로 행동했으며 당신들이 멋대로 정한 흡연구역에 동의할 수 없으니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게 그들의 주장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단골로 붙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죠. 바로 담배에 붙는 세금입니다. 담배에는 꼬박고박 세금을 걷어가면서 왜 흡연자들이 이렇게 설 땅이 없어지냐고 하소연하곤 하죠. 이 하소연은 법이 시행되기 전 '계도기간'이라는 것을 부여할 때에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계도기간'은 결코 법이 시행 안되는 기간이 아니라 나중에는 반드시 이 법대로 처리가 될 것이니 혹시 모르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간인거죠. 이때는 위와 같은 항의를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항의가 '현행법'으로 시행이 된지 몇 년째임에도 계속되고 있고 언제나 금연구역 처벌에 있어서는 대단히 격렬한 저항에 부딛히곤 합니다. 어떻게든 이 법이 부당하며 그런 부당한 법을 난 인정할 수 없고 그래서 난 지키지 않는데 내가 무슨 죄가 있냐는 주장을 하고 계시는 것인데요.

그런 '일부 흡연자'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니 그런 말씀은 법이 시행되기 전에 하셨어야죠'입니다. 예? 일개 시민이 무슨 힘이 있냐고요?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라서 일단 마음에 들지 않는 법이 시행을 앞두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의사 표시가 가능한 나라거든요 (요즘은 그런 것 같지도 않지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국가의 정책 나아가서는 새로 입법되는 법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겁니다. 흡연자분들 중 금연구역 확대지정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셨다면 뜻을 모아서 단체로 항의서한을 보내시거나 시간이 없으시다면 동시에 청와대 홈페이지를 공격하시는 등 이슈가 될 만한 의사표시를 하실 수도 있었습니다. 금연구역 확대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는 이슈라서 아예 눈 귀를 틀어막고 살지 않는 한 적어도 시행 반년 전까지는 알 수 있게끔 되어있는데 지금까지 몇 번의 개정을 통해 금연구역이 확대되고 그때마다 논란만 몇 번 있었지 흡연자분들이 정말 '담배 피울 수 있는 구역 축소는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 위배이며 우리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확고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정부에 전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 지금 국회 앞이나 시청 앞에서 집회하는 건 '생계에 관련된' 절박한 일이니까 그런거고 '흡연구역'문제는 그정도까진 아니니까 그럴 필요까진 없지 않냐는 이야기가 있을 수 있겠네요; 음 이게 과연 여러분의 삶에 별 영향이 없었다면 법을 그대로 준수해도 삶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 되니까 그냥 법을 준수하셔야 옮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죠. 벌금도 4만원이면 일반적인 소득의 최소 5% 이상의 큰 돈입니다. 여기에 담배는 금단현상도 심하고 (그렇게 죽을것같다면서요;;;) 어떤 사정이 있든 담배를 피우지 못하면 인생을 견디지 못하는 인구가 제법 많습니다. 이게 여러분의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시행된 법은 무척 가볍게 어기시면서 자신이 받는 피해에 있어서는 이보다 더 클 수 없는 건 조금 모순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세상을 풀어가는 요는 '역지사지'입니다. 여러분들이 담배를 피우지 못하면 견디기 힘든 고통이 있는것처럼 비흡연자에게도 금연 구역을 선택할 권리가 부여되어 있고 그 금연 구역에서 담배 연기를 마시면 그 나름대로 금단 현상과 비견될 바는 아니지만 아무튼 잠깐 담배를 못 피울 때 고통과 사뭇 비슷한 고통이 있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 다른 인생, 다른 인격체에 대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답이 어렵지 않게 나옵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물론 내 인생 사느라 그런것까지 신경쓸 틈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조금만이라도 나와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아주 잠깐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이런 논란이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많아질 이유가 없어요.

그리고 '자영업자'분들에게 한마디, 여러분 경제한파에 어려우신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다중이용시설 이용자분들은 더욱 힘드시겠지요. 담배피우는 손님에게 가서 피우지 말라고 말해도 듣지 않고 쓴소리를 하자니 단골 손님이 떨어져나갈 것 같고 딜레마 심하실 줄 압니다. 결국 그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여러분들의 수익이 되니까 함부로 하기 힘드시겠죠 '손님은 왕'이니까요. (저 말 참 싫어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마저 '법'을 무시하진 말아주세요. 결국 다중이용시설을 운영하고 계신 여러분도 그 시행법에 속해있습니다. 여러분은 그 공간을 법에 맞게 관리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권고사항은 생각 해 볼 여유를 주겠지만 이건 '현행법'이니까요. 다른 가계로 가면 어쩌나?라고 걱정하시는 그 모습이 '나 하나쯤이야'와 다르지 않습니다. 법이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협조가 특히 중요합니다. 양팔저울이 기우는건 한순간입니다. 당신의 식당 뿐만 아니라 모든 식당이 금연 구역을 준수하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한다면 법을 지키는 뿌듯함도, 실내의 쾌적함도, 단골 손님도 모두 지킬 수 있습니다. 아 더불어 니코틴 농축액과 커피 그리고 다량의 타액이 어우러진 재떨이와 쌈장에 처박힌 담배 꽁초, 그로 인해 누렇게 녹아버린 간장 종지를 더 이상 버리지 않으셔도 되는 보너스도 얻으실 수 있겠지요.

식후땡은 불로장생이라는 말을 어디에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게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그런데 일부 흡연자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식사하고 계시는데 옆에서]방귀를 뿌웅~ 하고 뀐다면, 트림을 꺼억~ 하고 내뱉는다면, 양말에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면 과연 밥이 과연 깨끗하게 목으로 넘어가는 기분이 들까요? '아니! 비교할 걸 비교해라!' 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지만 흡연자분들은 담배연기가 그렇게 기분나쁘게 느껴지지 않으신다고 하시기에 부득이 저런 비교를 해봤습니다. 물론 식후땡은 불로장생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여러분들 일행에 한정하도록 하면 안될까요? 적어도 식당은 당신의 식사 속도에 맞춰 식당 안에 모든 사람들이 모두 같은 시간대에 식사를 마치지 않는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식사 도중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으시잖아요. 조금만 더 생각하면 '법이 합당한지 아닌지'가 아니라 '내 입장에서 과연 같은 상황일 경우 어떤 기분이 들지'를 생각해보면 비단 금연구역 흡연 논란 이외에도 불필요한 논란이 산더미같은 이 세상이 조금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posted by RushAm 2009. 8. 25. 14:47
관련기사 >> 내년부터 125cc이하 오토바이도 면허시험

기본적인 내용은 기사를 참조하시기 바라며...

우선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경찰청이 면허를 새로 신설한 근거가 너무 치졸한 데에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도 자동차 면허를 따면 오토바이 면허를 면제해주는 곳은 없다" 라고 말한 부분이 그렇다. 우선 내가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진 않았어도 지금 살고 있는 일본의 경우 '50cc이하'의 원동기는 별도의 면허취득 없이 보통자동차면허로 운전이 가능하다. 자전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번에 바뀌는 면허 체계는 명목상으로 전 세계적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125cc로 범위를 확대했을 뿐이지 사실상 일본에서도 면제되고 있는 50cc이하 원동기를 포함시킨 것은 한마디도 언급이 되어있지 않다. 자전거 왕국 일본에서 자전거 면허가 공식적으로 단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적도 없다.

이 발표에 앞서 며칠 전에 발표된 부분이 '자출족이 300만에 이르고 있어 자전거 면허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안건이 생각보다 반발이 심했는지 쏙 들어가고는 다시 나온 발표안이랍시고 나온게 저런 식인거다. 눈가리고 아웅이라면 아주 도가 트신 현정부께서 그만큼 눈치가 뒷받침되지 않는게 아쉬운건 이번뿐만이 아니지만, 자신들의 뇌 용량 수준으로 국민들의 지식 수준의 표본 평균치를 산정하다보니 속임수의 수준도 형편없는 추리소설을 읽는것처럼 아주 뻔하고 만든 사람의 자질을 의심할 정도가 된다. 즉 이번에 정부가 나름 통밥을 굴린 게 '자전거 면허'를 내세우면 여론이 안좋아지니까 일단 사회적으로 잠재적 불만사항이었던 125cc이하 오토바이들의 교통흐름 방해를 떡밥으로 내세워 자전거 면허까지 슬그머니 끼워팔기를 하자는 것 같은데 일차적인 책임이야 브리핑 단계에서 이를 본격화시키지 않은 정부발표에 있고 두번째 책임은 이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혹은 왜곡 축소 보도하기 급급한 (다시 말해 정부 의도대로 움직이는) 언론에 있다.

그렇다고 그 정책이 거둬들이는 세수만큼이나 국민들에게 그 이상의 편의와 이득을 가져다주느냐 하면 그또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일단 자전거의 예를 들어보면 운전미숙으로 인한 사고 예방 차원에서 면허를 만든다고만 나올 뿐 자출족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자전거 도로 확충이나 등록제를 통한 도난 방지 및 추적 등 기본적으로 해줘야 할 정부의 서비스에 대한 약속은 없다. 게다가 이 제도는 현재 오토바이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보통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새로 자신의 명의로 오토바이를 등록해야 할 경우로 한정했다고 정부측에서는 나름 서민을 생각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원동기나 오토바이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동차를 운전하지 못하기에 보통면허를 따야하는건 변함이 없고 보통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 가능했다고 생각했던 오토바이를 못 몰게 되므로 몰려면 새로 취득을 해둬야한다는 것이다. 새로 면허를 취득하는 사람들은 말할것도 없다. 다시 말해서 이번 정책은 원래 관례상 '신규 면허 취득자'부터 적용되어야 하는 새로운 법인이 '기존 면허 취득자'까지 파이를 확대함으로서 세수를 거둬들일 수 있는 범위를 가능한 최대치로 맞추겠다는 악의가 숨어있는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오토바이나 자전거와 관련된 고충 처리 사안에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번 발표를 그냥 예사로 넘겨선 안되는 부분은 보는 바와 같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언제나처럼 '선진국'의 예를 들면 다 될 줄 아는데 이번 발표에서 유일하게 정부의 말이 옮은 점은 '125cc오토바이 운전을 보통면허 소지자에게 덤으로 허가해주는 나라는 없다' 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범주를 '오토바이'라는 어처구니없이 넓은 범위로 한정하는 트릭을 써서 이번 정책의 정당성을 옹호하려 드는 것까지는 좋은데 새로운 법이 만들어질때는 그 법에 대한 내용을 정확하게 그리고 알기 쉽게 공표하기 바란다. 하물며 대기업에서도 사전에 자신들이 알리지 않은 서비스에 대한 부당한 결재가 이루어진 부분은 피해 보상을 해주는게 공식적인 관례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무려 세수진작과 관련된 법안임에도 이를 제대로 명확하게 세 살짜리도 알 수 있을법한 쉬운 문건으로 몇 번이고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이번 제도가 통과함으로 인해서 얻는 세수는 면허 취득에 필요한 수입인지뿐만이 아니다. 번호판, 등록비, 검사비, 장기적으로는 면허 갱신 수수료 비용까지 계산되어 있다. 결국 면허가 늘면 늘수록 늘어나는 건 정부 세수 항목과 서민들의 한숨 뿐이다.

그냥 솔직해지자 정부야 세수가 걷고 싶었다고, 그냥 걷자면 좀 그러니까 면허 제도 하나 더 만들면 뭔가 예방되는 걸 기대할 수 있다고, 예방이라고 말하면 나중에 발생했을 때 '막는'게 아니라 '예방'이므로 정부 책임이 그만큼 덜어진다고, 좀 알기 쉽게 설명해주라, 세금 걷는거 강제적으로 걷는것도 짜증나는데 왜 걷는지 알지도 못하고 거짓말만 해대면 학창시절 돈 꿔달라고 친구처럼 걸으며 삥뜯는 깡패들이랑 다를바가 뭐가 있을까? 예방 말고 방지를 하는게 정부 역할이다. 예방은 국민들에게 맡겨주면 안될까? 19금을 아이들에게 못보게 하는 건 부모가 예방할 일이지 정부가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닌 것처럼 정부는 국민들을 자식새끼 보듯이 부모역할을 하는 것까지는 좋다만 부모가 되어야지 계모처럼 이용해먹고 삥뜯는 정부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posted by RushAm 2009. 8. 15. 08:54
이명박의 지지율을 두고 말들이 많다, 30%를 넘었네 40%에 육박하네, 서울시장때처럼 뒤늦게 인정받고 있는거네, 아니네 참 말들 많다. 지금 지지율이 중요한 게 분명 아닌 것 같은데 다들 지지율 이야기뿐이다. 누가 얼마만큼 그를 지지했는지가 정말 문제인가? 촛불정국때 15.7%까지 떨어졌을때 이명박의 정책과 40%에 육박한다고 말하는 지금의 이명박의 정책이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어차피 탄핵은 없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으며 5년 내내 하고 싶은 정책 다 하고 내려올 사람에게 중간지지율이 무슨 소용인가? 미국처럼 4년 연임제라면 중간지지율이 의미가 있겠지만 에초 5년 단임인걸 알면서 뽑아준 국민들이 아니던가?

언제부터인가 대통령을 비난하는 게 사람들의 국민스포츠가 된 느낌이다. 5공때는 그 국민스포츠에 대한 열망을 프로스포츠로 돌렸다면 5공이 끝난 뒤에는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으로 현실의 어려운 속쓰림을 달래는 게 서민들의 일상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마 ys정권때부터였던 것 같은데 역시 그 당시는 경제 위기로 인한 타격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상이 정말 명확했기에 가능했다. 경제부처든 뭐든 당시 YS의 문민정부 경제정책은 막판까지 폭발을 눌러놓지 못하고 터저버리고 만 셈이었으니까, 비난의 화살을 날릴 대상이 그때만큼 명확했던 적도 없었기에 대학살의 주인공 전두환과 노태우보다 YS가 한층 더 욕을 먹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지 '자기 잘못을 세 살 짜리조차 알 수 있을 만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인데..

YS이후 김대중, 노무현을 거쳐 지금의 이명박에 이르기까지 서민들은 체감적으로 단 한시도 '살림살이'나아졌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YS의 유산이었던 '이 모든건 대통령 탓이다'라는 말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사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노무현 때부터 유행한 것 같지만 인터넷 보급으로 인해 통계적으로 쉽게 여론 파악이 될 수 있었을 뿐 김대중 정권 당시에도 이른바 '나랏님 탓'은 꾸준히 성행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간 국정 운영에 대한 정보 공개가 꾸준하게 이루어져 국민들이 국정 흐름에 대해 이전보다 투명하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열려 있기에 이같은 비판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며 정책을 일목요연하게 꼬집어가며 이같은 비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손에 꼽힐 정도이며, 대부분 개인적인 수완 부족의 사업 실패든, 운이 안좋았든, 어떤 이유로 인해서 정부 정책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도 대통령 잘못으로 돌리는게 일상화가 된 게 사실이긴 하다.

다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평 속에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YS의 그것'처럼 정부의 과오가 너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작금의 현실이 현 정권과 그 정권의 수장인 이명박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연 이 문제가 '이명박'을 비난해서 될 문제냐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서민들의 책임전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어째서 서민들은 '나랏님탓'을 하면서도 선거에서는 나랏님에게 힘을 실어주는것인지에 대해서 한번쯤 궁금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가? 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처음부터 틀어진 문제가 해결될 리가 만무하다고 보는데, 사람들은 다혈질적으로 눈앞, 내일만을 생각하고 있어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대통령은 이전 5공까지 철권의 권력을 자랑했다. 지금 대통령의 권위가 이전만 못하다는 것은 아니며 지금의 권위가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보편적인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지금의 권위가 적당한 수준으로 5공때의 그것은 독재정권의 잔재가 완전히 씻어내지지 않았던 시절이기에 논외로 쳐도 무방하다. 말하고 싶은것은 지금의 대통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통령 한 사람의 면면만 보고 나라의 명운을 가늠할 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이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다름아닌 '노무현'이다. 많은 진보층들은 노무현이 평소 보여주었던 극진보적인 성향을 믿고 표를 던졌지만 그는 그들의 기대대로 정권을 극진보적으로 운영하지 않았다. 그가 변한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대통령이라는 자리 자체가 절대 혼자 딛고 일어설 만큼 단순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그 뒤에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서 몸집을 불리기 위해 급조한 한끗발 날리는 2진급 보수층 인사들이 상당수 남아있었고, 이들이 탄핵사태 이후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을 양분해나간 탓에 이후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에 노무현이 남은 임기동안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사람들은 과반이 넘는 여대야소 정국에서 대통령이 힘들 게 뭐가 있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열린우리당 전체가 '친노파'가 아닌 이상 결국 국회의원들은 자기의 재선과 이익을 위해 줄서기를 하는 존재일 뿐이기 때문에 과반이라는 숫자가 큰 의미는 없었다고 본다.

여기에서 예상할 수 있는 반문이 '지금도 친이파, 친박파가 갈려 있으니 사실상 당시와 다를 게 없지 않나?'라는 부분인데 지금과 그때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친노파 이외의 계층이 '확실하게 내세울 수 있는' 차기 대권주자가 없었다. 아니 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게 정답이다. 김근태, 정동영,추미애를 비롯한 많은 인사들이 자신이 포스트 노무현임을 자처하며 노무현 임기 초기부터 서포터를 모으는데 열중했고 그중 일부는 실패했다. 그 결과 후보를 처음부터 한 명으로 집중하여 서포터를 충분히 모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한나라당에 비해 마지막까지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며 내부에서도 대체 누구를 서포팅해야 이명박을 잡을 것인지 마지막까지 혼돈을 거듭한 결과 선거에서 완패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친이와 친박의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투닥거리긴 해도 대의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각 진영에서 원톱을 정해두고 있으며 이미 차기 대권주자의 기세싸움에서 박근혜로 일찌감치 확정한 친박진영에 비해 현 국정지지도에 위기를 느낀 친이진영이 아직 그에 대한 대항마를 만들지 못한 부분으로 인해 많은 친이계열 서포터가 친박쪽으로 옮겨가있는 상태다. 암묵적으로 차기 대권 주자로 박근혜를 서포팅하는데에 합의를 도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꽤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단순한 '쇼'일 뿐 이미 이익 배분에 있어서는 합의가 되어있기에 아주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친박진영도 친이와 이명박의 정책 기조에 협조하는 보상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의 화살도 그래서 과녁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대통령 혼자만의 생각으로 마음껏 정책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가 되지 않았다는 걸 정,재계는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전처럼 '정권을 잡으려'하기 보다 '대통령을 만들어 내'려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예전에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의 뒤에 줄을 서는 형국이었다면 지금은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의 지지율을 뒤에서 끌어올려주는 서포터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우리가 아는 범위 이상으로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수구 보수 인사들은 물론 재계 서열 상위권 기업들이 알게 모르게 서포팅을 하여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셈이다.

이런 대통령이 과연 자기가 하고 싶은 '그것'을 제대로 펼치고 있다고 보는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은 이미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정, 재계 서포터들의 투자 대비 이익을 실현해주고 대신 국민들에게 욕을 들어먹는 총알받이 방패일 뿐이다. 다시말해 이명박이 친재벌 성향이라서 지금 정권에서 재벌 위주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자들이 투자한 만큼 이익실현을 하고 있을 뿐이며 이명박은 그에 충실하게 이행해줄 의무가 생긴 샘이다.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철권력의 대통령은 먼 옛이야기이다. 지금은 누구의 이익을 어떻게 실현해주느냐가 관건이 되는 시대이며 이미 미국은 몇십년전부터 이러한 정치 풍토가 자리잡아 50:50이라는 팽팽한 구도가 매 선거마다 첨예하게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 2007년 선거처럼 압도적인 완승, 완패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지금 서민들은 이명박을 비판할 때가 아니다. 지금의 달라진 정치 트랜드를 빠르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지금 분위기로는 일부 진보계 지지층조차 '이명박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계층들이 점차 늘고 있는데 이래서는 다음 선거에서도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없다. 미국처럼 선거 당시부터 양측의 정책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 아니라 지난 선거에서 드러났지만 '이미지 정치'가 아직도 먹히고 있고 그 이미지를 만드는 건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서포터'인 현실에서 지금 어려운 사람들이 있고 지금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이명박'을 비판하기 전에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서포터들이 누구고 그들이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명박이 지금 대운하를 파고 4대강을 살리고 미디어법을 통과시켜서 70대에 육박하는 그 나이에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보는가? 이미 예전처럼 비자금 조성이 은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이명박 개인'이 지금까지의 정책으로 득을 보는 건 조금도 없다고 본다. 오히려 임기 이후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본다면 그에게 중요한건 남은 임기가 아니라 남은 여생인데, 그쪽으로 생각해봐도 지금 이명박은 무덤을 파고 있을 뿐 본인에게 득이 되는 건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이 무슨 천문학적인 득을 보고 있는 마냥 모든 것을 이명박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고 이명박은 피투성이가 되어가고 있지만 서포터들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이명박이 따다 준 과일을 먹어가며 TV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감상하듯 서민들과 이명박의 대치상황을 감상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어렵고 이명박의 정책이 싫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우선 그를 움직이는 서포터에 주목하자,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나오는 후보들 역시 그 후보 자신의 면면이 아니라 그를 움직이는 서포터가 어떤 성향인지를 확실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주당 계열에서 나온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서민을 위하는 후보가 나온다는 부분도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반드시 서민을 등한시하고 친재벌정책을 취하는 대통령이 나올 거라는 착각도 이젠 버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들 후보가 누구의 돈, 누구의 권력 하나하나가 모아져서 지금의 권력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물론 100%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친재벌 서포터가 없는 쪽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지금의 매니페스토 검토보다 훨씬 미래 정국을 예측하기 쉬울 것이다.

지금은 위험하다, 이명박이 위험한 게 아니라 이명박 다음이 위험하다. 지금 정서가 위험한 이유는 이명박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이명박만 아니면 누구라도 OK'인 이런 흐름이 불안한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이명박 지지율 하락이나 비판에 눈하나깜짝 안하는것이다. 만일 이 화살이 한나라당 전반에 대한 비판이었다면 한나라당은 위기감을 느끼고 철저하게 진화에 나서겠지만 이미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가득한 한나라당은 정권 초기 이명박을 간판으로 내거는게 결코 차기 대권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계산에 넣고 이명박에게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노력했고 국민들은 그에 철저하게 유린당하며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명박만을 비판하는 데에 여념이 없다.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이명박'만'을 비판한다. 이미 한나라당은 이명박을 단물을 다 빼먹은 껌처럼 뱉어버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시켜줄 차기 총알받이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제 유권자들은 '저 후보가 착하다', '어디 출신이다', '잘생겼다' 등의 이미지 정치법 지지 성향에서 벗어나 나에게 과연 이득이 될 만한 집단들의 서포팅을 받고 있는지부터 파악을 해야 한다. 물론 보수쪽 집단의 집권이 자신에게 더 이득이 된다(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던지)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그쪽에 맞춰, 서민이라면 서민쪽 정책 성향에 맞는 서포터를 보유한 후보를 지지하면 되는 것이다. 일면 어려워 보이지만 지금 보는 핀트를 조금만 옮겨가면 쉽게 보이는 부분이고 이를 귀찮다고, 내 이득과는 상관 없다고 등한시하는 분들은 향후 그 선택으로 인한 어떤 손해가 오더라도 정권 탓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TV광고에 나오는 상품설명을 믿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서포터들이 '이 후보 서민대통령이에요'라고 광고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 찍지 말라는 것이다. TV광고는 그다지도 불신하면서 어째서 후보들의 이미지 광고는 그다지도 철썩같이 믿는지는 모르겠지만 TV광고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처럼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머리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진적인 변화의 흐름이 보여지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사실 정치계가 이렇게 유권자들에게 복잡한 계산을 강요하게 만든 것도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치인의 매니페스토를 믿지 못하고 정치인들 역시 자신의 매니페스토를 스스로 신뢰하지 못하는 현실이 되어가는 모습이 그렇다. 다만 어렵더라도 잠깐이지 않은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잠깐 머리를 굴려보고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취득하는 것을 귀찮게 어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랑 관계없고 먹고사는데 관계가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이번 정권에서 국민에게 가르쳐준 유일한 교훈 아니던가? 이제는 '이명박'만 아니면 돼! 가 아니라 '이명박을 밀어준 놈들 생각대로 되서는 안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지금 중요한 건 이명박이 남은 임기동안 뭘 하느냐가 아니라 다음 대선때 이명박과 똑같은 놈이 되는 것을 막아야하는데 그걸 무슨 수로 구분해내야하는건지 지금부터 차분하게 연구해나가야 한다. 남은 3년 반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가 문제다.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1년 후, 2년 후, 10년 후를 걱정하고 그에 대비하는 현명한 국민들이 되어주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