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0. 1. 15. 22:16
몇 주쯤 전인가요? 델타 항공에서 폭발물을 몸에 두른 아랍계 테러리스트가 항공기 공중폭발 테러를 기도했다가 용감한 시민(...)들에게 제지당했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기본적으로 저 뉴스를 보고 '아 정말 용감한 시민이구나' 든지 '정말 큰일날뻔했다 천만다행이다'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지들 테러 한번 안당하겠다고 지들 공항, 항공사 노선만 검색 강화하면 될 것을 괜히 혼자 하기 뻘쭘했는지 전 세계 항공사의 전 세계 노선에 다 골고루 적용시키며 물도 못 마시게 하고 기내에서 건조한 피부에 바를 핸드크림조차 바르지 못하게 만든데다 하다하다 이제는 공항검색대에 지문까지 남기게 만드는 것도 당연하게 정착시킨 녀석들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미국 하나의 평화를 위해 단지 지들만 하기 뻘쭘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 세계인들의 불편과 피부건조, 수분부족 등의 불편을 야기시킨 그들은 언제나 전 세계 어느 국가도 테러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갑작스례 늘어난 불편 속에서도 사람들이 그럭저럭 납득하며 더 길어진 대기 시간과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든 설득력 높은 명분이었기에 표면적인 불만은 없었으나 시행 몇 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아직까지 그 기준이 너무나도 애매모호해 많은 사람들이 혼란과 그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풍경을 보는 것이 낮설지 않습니다만 대부분 수긍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지요. 자신이 준 테러범으로 취급받는 것은 분명 기분나쁜 일입니다만, 이렇게 철저한 검색을 한다면 그만큼 자신의 안전도 담보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일것입니다.

그런데 절대 테러라는 게 용인되지 않을 것 같던 이 시스템이 미국 3대 항공사, 그것도 미주 노선에서 뚫린 것입니다. 물뿐만 아니라 조금 말랑말랑한 물질이면 세퍼트가 검증해도 폭발물 전문가 할아버지가 증언을 해줘도 핸드크림 하나 못들고가던 비행기안에 액체폭탄, 그것도 재킷 속에 숨겨서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죠. 무엇보다 공항 검색이 까다로울 미주 노선에서 말입니다. 게다가 타국적 항공사도 아닌 미국적 델타 항공 비행기였으며, 승객 중에는 미국인도 적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이 테러사건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보도방향을 제시합니다. 첫째 '테러단체가 얼마나 나쁜놈들인가', 둘째 '그 테러범을 맨몸으로 제압한 시민은 얼마나 용감한가'입니다. 그 이외에 이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특히 전 세계에 당연스럽게 민폐를 끼쳐가면서 강요한 검색기준을 정작 지들 안방에서 멍청하게 뚫려버린 원인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어처구니 없이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강력한 보안 체계와 더 엄격한 검색 기준을 마련해 곧 공표하겠다고 합니다. 물론 이번에도 미국 혼자만 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 노선을 취항하든 그렇지 않든 모든 항공사들이 기준에 따르도록 강요할 것이 자명하겠군요.

지들 스스로 뚫리고도 그 허술함을 인정 못하고 더 강력한 것을 내놓겠다며 반강제적 준수를 압박하는 미국이 과연 테러 예방의 주체로서 신뢰를 보낼 수 있을만한 곳일까요? 아니 뭐 다른 것도 딱히 신뢰가 갈 만한 국가는 아닙니다만, 지들조차 신뢰하지 못하는 것을 전세계에 같이 하자고 강요하는 짓거리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똑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 미국 땅은 밟아본 적도 없습니다만, 멀쩡한 밀봉된 새 선크림 하나와, 완전 밀봉된 100ml이하 푸딩 다섯개, 삼다수 세통과 어메니티 샴푸 3통 등이 공항 소각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저 하나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로 따지면 억울하게 버려진 각종 물품들의 경제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그중에는 피부가 극히 건조해 비행기 내부의 낮은 습도에 극도로 괴로움을 느끼는 분도 있을것이고 콘택트 랜즈를 세척하기 위한 세척액을 쓰지 못해 눈병이 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전 세계의 피해를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희생시켜야 마땅하다는 미국의 생떼를 언제까지 받아줘야만 하는 걸까요?

욕이 목젖을 살살 간지럽히며 나오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