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4. 6. 9. 13:35

지난 강남스타일이 먹히는 이유에 대해 쓴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북미나 유럽이 강남스타일에 열광한 원인은 노래 자체의 완성도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노래를 받쳐줄만한 다시말해 그 노래를 한번 듣고 싶게 만들게끔 했던 뮤직비디오였죠. 사실 지난 젠틀맨이 강남스타일에 미치지 못했던 이유 역시 젠틀맨 노래 자체 완성도가 아무래도 강남스타일만큼 파괴력이나 신선함이 없었던 이유도 있었겠습니다만, 더 결정적으로는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뮤직비디오에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강남스타일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많이 이야기했으니 일단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먼저 보시죠.


보시고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렇습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어딘가 모르게 섹드립이 너무 많이 들어가있습니다. 한마디로 잘못 짚은거죠.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는 확실히 미국인들에게 통할 만한 섹드립이 가득했고, 그중 몇 가지가 먹혔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듭니다만, 그렇다고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섹드립만으로 히트한 것은 아니기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내용이 있고 흥미있는 내용에 양념을 치는 용도로 섹드립이 사용된거랑 섹드립 그 자체가 너무 맛있(?)어서 그 섹드립만으로 범벅을 해놓은 거랑은 차원이 다른 결과물을 낳게 되는거죠. 


물론 그렇다고 젠틀맨 뮤직비디오 자체가 내용도 없고 외설적이라는 의미의 포르노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만, 콘텐츠적인 가치로서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포르노에 가깝습니다. 마치 마요네즈 중독자들만이 좋아할것처럼 마요네즈만 가득한 요리처럼 섹드립에 열광할 사람들만 골라서 좋아할법한 뮤비를 만들었던거죠. 젠틀맨의 유튜브 성적 약 6억은 한마디로 강남스타일 20억 중 약 30%정도의 사람들만이 강남스타일의 섹드립이 마음에 들어서 그것만 메뉴로 내놓은 젠틀맨에 열광했다는 단순 증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 이번 신곡인 행오버 뮤직비디오를 보시죠.


지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무엇보다 제가 힘주어 이야기했던 부분이 있었죠? 바로 '관광책자에는 나오지않는 한국'입니다. 강남스타일에서는 문신한 건달들이 있는 사우나, 장기두는 할아버지들, 아주머니들의 파워워킹, 관광버스에서 춤추는 모습, 어린이 놀이터, 한강 요트, 지하철 등이 있었죠. 등장인물은 어떨까요? 비중높은 조연으로 나왔던 유재석이나 거의 후반부를 지배했던 현아는 생각보다 많이 주목받지 못했고, 정작 잠깐 까메오수준으로 출연한 노홍철이 엄청 히트했습니다. 유재석이야 그렇다치고 현아는 정말 안습이 아닐 수 없죠. 한마디로 강남스타일에서 사용된 현아의 섹시코드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젠틀맨이 강남스타일 요소 중 섹드립이 핵심이라고 오판해서 나온 작품이라면 이번 행오버는 강남스타일의 주요 포인트로 제가 짚어드렸던 '관광책자'에 나오지 않는 관광요소입니다. 다만 이것을 차용할 때 특별히 한국을 알리고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의 관광요소 소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 꽤 어려운데요. 이게 관광요소를 알리는 데에 그 목적을 두게 되면 너무 아름다운 것들만 골라서 차용하려 하고 왠지 보는 이에게 무언가를 주입하려 든다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너무 푸쉬한다'라는 느낌이 들면 사람들은 거부감을 갖게 된다는 거죠.


행오버는 강남스타일의 성공 요소라고 제가 짚어드렸던 것들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만든 뮤직비디오입니다. 젠틀맨 뮤직비디오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던 이 장면을 생각해보면 명확해지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어묵꼬치에 타르타르 소스를 발라 먹지 않는데, 그런 장면을 억지로 섹드립과 연관시켜 연출시키다보니 한국의 문화 중 하나였던 포장마차 어묵꼬치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섹드립으로 아시아인이 북미권을 웃기려 드는 건 흑인 앞에서 힙합하기인거죠.


반면 행오버에서는 젠틀맨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한국의 제대로 된 술 문화 (관광책자에는 점잖떠느라 차마 적지 않는 것들) 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술자리에서 시비붙어 패싸움이나, 꺾어 마시기, 굴려 마시기, 러브샷, 폭탄주 제조 도미노, 망가지면서 노는 노래방 문화 등 음지에 가려져있지만 꽤 재미있고 외국인의 시선으로는 흥미롭기까지 한 그야말로 논픽션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심지어 술에 취해서 노숙을 하거나, 술이 너무 과해서 구토를 하는 모습, 편의점에서 술깨는 약을 들이키는 모습 등 우리나라가 항상 뉴스에서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떠드는 것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게 먹힐지 안 먹힐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싸이가 그나마 강남스타일 구성 요소 중 적어도 젠틀맨에서 시도했던 것들보다는 보다 가능성 있는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곡의 완성도 여부를 떠나서 적어도 뮤비 자체의 반향만큼은 젠틀맨을 능가할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한국의 술문화를 너무 희화했다는 선비정신에 입각한 뉴스들도 마구 양산될 것이라고도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 그리고 중국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과, 북미나 유럽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말 굉장히 큰 차이가 있으며 장담컨데 절대 우리가 섣불리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지도 않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 된 니기리스시는 국가적인 푸쉬의 결과이긴 하지만 결국 진짜 개인 대 개인으로 들어가면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아직도 '에로한 나라'입니다. 스시 그 자체가 침투하는 속도보다 여체의 성찬이라고 불리는 이 짤 하나가 가진 파괴력이 국지적으로는 더 컸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일본은 정말 열심히 숨기고 싶어하는 저급한 술자리 문화 중에 하나이지만 오히려 해외에서는 짤처럼 따라해보고 싶어하는 문화가 되고 있습니다.



이 즐거워하는 양놈들을 보세요.



이번 행오버 뮤직비디오는 한국에서 많은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선비짓하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의 별로 좋지 않은 모습을 광고해대면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냐는' 둥의 비난을, 싸이의 음악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강남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려먹기 사골의 결정판이라는 식의 비평을 받을 여지가 충분합니다. 


다만 음악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대해 적어도 북미권 시장을 예측하는 데에 있어서 북미권에 태어날때부터 거주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가타부타 이야기하는 것도 웃기는 일인데, 싸이 강남스타일이 뜨니까 외국인 만날때마다 두유노우강남스타일을 외치던 사람들이 이제와서 싸이가 국격을 떨어뜨린다고 힐난하는 것도 더더욱 웃긴 일이랄까요? 혹여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쿨하게 무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북미는 정말 모릅니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이 음악이 뜬다 안뜬다에 적중할 확율은 고작 10% 남짓 될까말까입니다. 행오버가 어떤 성적을 낼 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힘듭니다만, 적어도 젠틀맨때보다는 더 많은 고민을 해서 만들어낸 것은 틀림없어보이고 젠틀맨의 실패 아닌 실패를 철저하게 약으로 삼았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히트 여부와 관계없이 적어도 젠틀맨보다는 북미권에 훨씬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것이라는 데에 조금 더 많이 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모든 것이 적절히 벨런스를 이룬 강남스타일을 능가하기에는 확실히 부족하겠지만 말이죠. 


...


조금 조심스럽지만 이번 싱글은 조금 기대를 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싸이 열풍은 식었지만 싸이는 쉽게 망하지 않는 컨텐츠가 될 가능성이 충분해보이네요

posted by RushAm 2014. 4. 27. 00:05

세월호가 침몰했다.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또는 행방을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우리는 그 희생자 중 대다수가 아직 인생을 채 1/4도 살아보지 못한 이들이라는 점에 더 마음아파하고 있다. 그리고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인지 마치 복수의 대상을 찾는 가족의 눈으로 찾으며 눈에 걸리는 대로 집중포화를 날리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누군가가 또 잘못한 것으로 낙인찍히고 벌을 받는다고 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쉽게도 이 나라는 아직 그럴수가 없다. 사후약방문식의 처방도 문제고 국민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리고 제 살길을 찾아 갈 거라는 것도 이런 일시적인 충격요법과 그에 따른 시늉식 처방이 사회를 바꾸지 못할 거라는 반증을 낳게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앞으로 이런 큰 희생이 따르는 일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글의 결론을 미리 말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국민들이 더 이상 가난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이번 사건 역시 결국 '국민들이 가난했고', '국민들이 가난하며', '앞으로도 국민들이 가난함에서 벗어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앞으로의 예방도 요원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규정보다 많은 짐을 실었다. 왜 규정보다 많은 짐을 실을 수 밖에 없었을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귀뜸한다. 왜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 그리고 내 가족이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이 안정적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이 규정보다 많은 짐을 싣고 안전장치를 손보면서까지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밖에 없게 만든 뒷편에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생명의 위협 즉 생활고가 있었다. 그들은 당장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안전보다 당장 목구멍에 넘어가는 밥알의 수가 줄어드는 쪽이 훨씬 더 피부에 와닿는 일이었을 테니까... 만일 이들이 안전에 위협이 될 만큼의 일을 하지 않고서라도 충분한 수준의 급여 대우를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었다면 지금 같은 일이 일어날 확율이 그렇지 않을 때와 같으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그렇지 않을 거라고 말할 수 있다. 



옆나라 일본은 24시간 잠수인력이 항상 사고에 대비해서 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일본과 우리나라 정부를 비교하며 많은 비난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정부가 그 자체적인 역량이 부족하거나 어떤 부조리에 의해 그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응당 까여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그렇게 까인 후 일본처럼 24시간 잠수인력이 상시 배치되는 체제로 전환된다고 한다면 그게 얼마나 갈 것이라고 보는가? 잠수 인력은 24시간 항시 대기한다고 한들 사고는 천안함이나 이번 세월호의 사례를 보듯 큰 사고 즉 국민이 인지할 만큼의 사고는 1년에 한번 날까 말까 할 것이다. 당연히 1년에 한번 출동을 하기 위해 그들에게 월급을 매달 주며 대기를 시켜야만 한다는 문제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잠깐의 구조를 위해 1년동안 편하게 놀면서 대기타는 것만으로도 돈을 번다며 그들의 역할을 격하시키는 사람들도 분명 생겨날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이야 세월호 때문에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아직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돈이 없으면 그리고 그 돈이 없는 정도가 단지 그냥 없는 게 아니라 생계를 이어나가는 데에 있어 항상 긴장하고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면 옆을 돌아보게 되고 돈이 마냥 많은 사람들을 시기하고 나보다 약간 나은 사람들을 헐뜯게 된다. 그리고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돈을 버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같은 수준에서 고생을 시키도록 하는 '나만 당할 수 없다'는 마이너스적 사고방식만을 주입받게 된다. 그리고 세상을 넓게 보는 방법을 어느 사이엔가 잊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단지 언제 있을 지 모를 사고에 대기만 하면서도 돈을 받아가는 사람들을 시기하지 않고 살아가도 될 만큼의 여유가 필요하다. 그 여유는 당장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애석하게도 지금의 정부는 서로 마구 헐뜯고 경쟁해서 국가의 탓을 하지 않고 서로 미워하는 것만으로 불만을 해소하라는 식의 국가경영을 하고 있으니 이는 더욱 소원해질수밖에 없다. 다만 국민적으로 이번 사고에 대비하여 단지 사고가 없을 때는 탱자탱자 놀기만 하는 사람들에게도 돈을 주어도 아깝다고 놀면서 있는 그들에게 돈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 사회가 되어야만 세월호와 같은 사고가 없어질 것이며 행여 일어나더라도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음에 다르지 않다. 우리는 그들에게 주는 돈보다 이 어린 학생들의 목숨 하나하나가 훨씬 더 비싼 값어치를 가졌다는 사실을 이번 사고 전후 1개월에만 생각하는 지독히 후진적 관행을 벗어던지지 않으면 안된다. 


비단 세월호 뿐일까? 우리나라는 자기보다 더 적게 일하면서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에 대해 매우 경기를 일으키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어떤 좋은 일도 일어날 수가 없고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게 된다. 이런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이제는 범국민적 경제발전을 외칠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위에서 그토록 부르짖는 선진국이 되었지 않은가? 단지 국민소득이나 경제규모 같은 수치적 기준이 아닌 선진국이 대체 뭘 하고 있기에 선진국인지 먼저 알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적어도 그들은 잠수부들이 단 한번의 출동이 없이 대기타면서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하다가 퇴근해도 그들에게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그런 그들에게 '세금이 아깝다'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있는지 그렇기 위해서는 무엇을 먼저 해야하는지를 이번을 계기라고 하기엔 쑥쓰럽지만 먼저 논의를 해야 옳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배가 침몰했지만 다음엔 하늘이 무너질지도 땅이 꺼질지도 모를 일이지 않은가?



필자가 내린 결론은 처음과 다르지 않다. '국민이 가난하지 않은 나라'가 되어야 한다. 국민이 가난하지 않으면 굳이 자신이 배운 것과 맞지 않은 원칙에 어긋나는 위험한 것을 감수해야만 하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까지 돈을 벌 필요도 없을 것이고, 24시간 대기하는 잠수요원들을 설치 운영하면서도 국민들에게 세금을 낭비하며 편하게 돈버는 사람들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고서 사고를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인을 없에고 결과에 대해 충분한 대비를 하는 것만큼 좋은 처방도 없다. 이 국가는 당장 눈에 보이는 땜질식 처방은 그만두고 지금 당장 먼 곳을 내다보는 눈을 가지고 국민들로 하여금 '가난뱅이 컴플랙스'를 뜯어낼 묘안을 서둘러 고민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지 싶다.

posted by RushAm 2014. 2. 23. 02:50

결과론적으로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이번 김연아의 은메달은 세계 유수의 언론들과 피겨계 명사들이 말하는 그대로 공정하지 못한 판정에 의한 러시아의 농간이 있었던 것에 분명합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지금까지 김연아가 이곳 소치까지 오는 과정, 그리고 러시아라는 무대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야기로 김연아가 잘하고 못하고의 차원에서 금메달이 수여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피겨 전문가도 아니거니와 어디까지나 비전공자의 개인적 감상자 관점에서 쓰여진 글이라는 점 다시 한번 강조하며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


째 IF 

라 '블'면? 



아디오스 노니노의 프로그램 완성도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물론 아주 훌륭한 완성도임에는 분명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아디오스 노니노가 정말 연아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느냐면 조금 의문이 남는데요. 일단 곡이 좀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이런 가볍고 발랄한 느낌의 곡은 다른 곳은 몰라도 러시아에서의 평론은 그다지 좋은 평론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레미제라블은 당시 영화 개봉의 어떤 붐 조성 자체 때문에 일찍 뚜껑을 열었던 적도 있지만 시즌 베스트 점수 기록만 보더라도 아디오스 노니노보다 훨씬 높았고 일단 곡의 무게감 자체가 아디오스 노니노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묵직합니다. 누가 보아도 누가 들어도 아디오스 노니노보다는 연아의 피날레 무대를 장식하는 데에 있어 이쪽이 더 어울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무엇보다 레미제라블 프로그램은 공개 당시 러시아 피겨 팬들에게서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전례도 있던 만큼 레미제라블이 순서를 바꾸어서 올림픽 시즌에 맞춰 공개하게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파 판정도 있었지만 김연아 선수의 점수에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예술점수를 무척 야박하게 준 부분이었거든요. 러시아 심판이 4명이라는 것은 편파도 편파지만 적어도 러시아 사람이 예술점수를 줄 만한 무언가가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더랬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러시아 선수를 밀어주는 데에는 답이 없었겠지만요.


...


째 IF

 바 를 고 에 면?


아사다 마오가 밴쿠버에서 참패할 당시 타라소바 코치의 오판은 피겨계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신 채점제와 맞지 않는 점프 구성과 점프의 난이도를 중시하는 러시아 스타일의 피겨를 추구했던 타라소바의 피겨는 인정받지 못했고 김연아의 물 흐르듯 이어지는 구성과 예술성을 중시하는 피겨가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죠. 당시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에브게니 플루셴코가 별다른 실수 없는 클린을 거두었음에도 에반 라이사첵한테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던 사례 역시 이러한 피겨계의 변화를 뒷받침해주는 사례로 충분했습니다. 그 뒤로 뭔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아사다 마오는 타라소바와 결별하고 트리플 악셀에 집착한 피겨인생을 후회하는 발언을 하죠.


현 러시아 피겨팀 고문으로 있는 타라소바는 아사다 마오에게 '연습으로 인한 과로'를 걱정했으며 김연아의 연기는 '지루하다'고 혹평했다. 소트니코바에게는 최고의 연기라는 찬사를 날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 역시 자신의 피겨 인생이 소치까지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일본 여자 싱글에 신인들이 생각만큼 잘 커주지 않았고 애엄마 안도 미키까지 나와서 경쟁할 만큼 하향 평준화가 될 줄은 일본 빙상계 어느 누구도 몰랐을테지요. 결국 버릴 카드로 취급받던 아사다 마오에게 어느새 다시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아사다 마오는 언제나 그랬듯 망가진 컨트롤과 피겨계의 로비 버프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만, 결과는 메달권에 다다르지 못했죠. 이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지금까지 해오던 피겨를 부정하고 열심히 김연아를 흉내낸 것에 따른 부작용이 아니었나 보여집니다. 무엇보다 아사다 마오가 프리 스케이팅에서 보여준 연기 그리고 받은 배점이 증명하듯 결국은 트리플 악셀의 성공과 예전 타라소바가 추구했던 흐름은 개나 줘버리고 그냥 점프만 고난이도로 뛰는 피겨가 먹혔던 게 다름아닌 소치 올림픽이었으니까요. 그녀가 타라소바가 추구하던 피겨를 포기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소치까지 끌고 왔더라면 김연아를 이기는 것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번처럼 빈손으로 귀국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째 IF

가 지 면?



러시아의 국민적 영웅인 에브게니 플루셴코의 허리 부상 기권 후 은퇴 시사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체감을 못할 뿐 러시아 국내에서는 지금 김연아가 금메달 못 딴 만큼의 반향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러시아가 피겨에서 금을 원했다면 여자 싱글보단 오히려 남자 싱글쪽이 맞다고 보아야겠죠. 소트니코바는 사실 경력이나 명성에 있어서 플루셴코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맞서서 보잘것없는 선수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냥 러시아가 금메달을 따서 기쁜 정도이지 국민적으로 난리가 날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거죠. 그리고 러시아 국민들도 생각이 있기 때문에 플루셴코가 아무리 늙었더라도 플루셴코가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이랑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 중 어느쪽을 더 신뢰하고 납득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우리가 연아에게 거는 기대감을 러시아 국민들은 플루셴코에게 걸고 있었다.


플루셴코가 만일 부상으로 기권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가 본 김연아 금메달 강탈 사건이 남자 싱글에서 이미 벌어지고도 남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남자 싱글은 밴쿠버 금메달리스트 라이사첵이 부상으로 불참했고 결국 뜬금없는 신인 하뉴가 금메달을 가져가는 모습을 지켜보셨던 것처럼 (그것도 금메달에 어울리지 않는 연기로) 만일 플루셴코가 나오기만 했더라도 지금처럼 김연아 같은 절대적 인물이 없는 남자 싱글 판에서 별 잡음없이 금메달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테니까요. 부정을 저질러도 티가 나지 않고 오히려 국내외에서 명망이 훨씬 높은 선수가 금메달을 따주는 편이 러시아가 노리는 바를 더 잘 이룰 수 있는 모양새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러시아는 기술 위주의 피겨를 추구하는 나라인데다 여자 싱글에서 이렇다할 슈퍼스타가 나와주지 않은 최근 상황에 비추어볼때 만약은 없는 스포츠계이긴 합니다만 더더욱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아닐 수 없네요.


플루셴코를 존경한다는 하뉴의 금메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리 오서 코치에 윌슨 안무가 곁들여진다 하더라도 하뉴의 연기는 김연아의 그것처럼 매끄러워 보이지 않았다. 플루셴코가 추구했던 피겨 철학, 고난도 기술이 곧 예술이다 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듯한 연기였으니까, 러시아는 이런 하뉴의 모습에서 플루셴코를 보고 그에게 금메달을 수여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


운이 없었습니다. 여러 모로 김연아에게 불리하게 돌아간 올림픽이었습니다. 러시아의 편파가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그 화살이 김연아에게 돌아갈 필요가 없었을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데요 특히 3번째 IF가 그렇습니다. 러시아가 플루셴코의 금메달로 피겨에서 금메달 욕구불만을 충분히 해소했다면 굳이 국제적으로 욕을 처먹으면서까지 김연아를 건드리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특히 그렇습니다.



소치 올림픽도 이렇게 저물어 가네요. 메달리스트를 포함해 참가한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빅토르 안의 쇼트트랙 3관왕 역시 축하합니다.



또 뵙죠...

posted by RushAm 2014. 2. 16. 12:18

심석희가 은메달 따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고 빅토르안은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에 입을 맞췄습니다. 신다운 선수는 이호석을 두둔하는 글을 썼다가 군대나 가라는 조롱을 듣고 있고 이한빈 선수는 네덜란드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다 실격됐습니다. 그리고 남자 선수들은 전종목 실격 기록과 노메달이라는 희대의 기록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쇼트트랙이 왜 이모양이 된 걸까요?


군 면제


신다운이 언급한 대로 군면제요소는 그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떡밥입니다. 그들은 군면제를 생각하지 않고 훈련이나 실전에 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분명 그것은 거짓말일 것입니다. 사실 그건 쇼트트랙 선수들 뿐만 아니라 축구 올림픽 대표팀도 그랬고 대부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남자 선수들이라면 모두 군 면제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이에 집착하는 것을 욕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집착하게 만든 쪽을 탓해야죠. 군 면제라는 떡밥을 걸어놓는것만으로 그들에게 메달을 따는데까지에 들이는 투자 비용을 들이지 않게 만드는 정부가 문제의 중심에 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들은 군 면제 떡밥 하나만 걸어두면 알아서 국민들이 사비를 털어서 선수를 육성해서 오는데 굳이 생활체육에 투자하고 비인기종목 선수 육성에 돈을 들이는 천리안을 가질 필요가 없는거죠. 


그러나 군 면제가 주는 부작용은 생각보다 좀 다른 곳에서 심각해집니다. 바로 '짬짜미'인데요. 특히 종목 자체로 대한민국이 전 세계적인 위상을 갖추고 있을수록 이와 같은 현상이 매우 심합니다. 쇼트트랙처럼 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이 특히 그렇죠. 한마디로 국내 선발전이 곧 올림픽 결승전이나 다름없던 그런 종목이라면 이른바 '군 면제' 짬짜미가 생기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분도 그 짬짜미의 희생양


만일 이미 지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선수가 있고 그 선수가 지금 성장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여전히 기량이 우수하더라도 그 종목 코칭스텝에 판단에 따라 성장하는 선수들만으로도 충분히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면 성장하는 선수들에게 군 면제를 만들어주기 위해 지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이미 딴 선수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양보하라는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해도 무난히 한국이 최강으로 군림하며 메달을 따 와서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번 올림픽때 보시는 바와 같이 처참하게 망가지면서 아마 그들의 짬짜미 실패가 대대적인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메달 연금


메달 연금 제도도 굉장히 큰 문제입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게 되면 연금으로 100만원 가량의 연금을 매달 수령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요, 웃기는게 금메달을 한 개만 따던 수십개를 따던 연금은 어느 일정 수준 이상의 포인트를 획득하게 되면 상한선이 있어서 보통 올림픽같은 큰 대회에서 금 하나 은 하나를 획득하게 되면 이 상한선이 이미 도달하게 되서 적어도 매달 수령되는 연금 자체만 봤을때는 추가 메달이 의미가 없어지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추가 메달이 의미가 없는 선수들이라면 차기 올림픽에 나가서 활약할 동기부여가 없어지는 경우도 생기고 혹여 개인적인 명예를 위해 (올림픽 다연패) 올림픽에 출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고 또 그만큼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들 아직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이나 이제 메달을 따서 연금 포인트를 채워야 할 후배들을 위해 강제로 떠밀려서 은퇴를 하거나 올림픽 출전권을 양보해야 하는 연금 짬짜미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토리노 3관왕을 달성한 이 둘을 그 뒤로 올림픽에서 볼 수 없었다는 것...


물론 이 역시 선수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누가 봐도 이성적으로 향후 금전적인 이득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는 이상 오히려 연금을 챙겨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그 바닥 풍토로 봤을 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거든요. 오히려 연금 상한선이라는 미친 정책으로 자신들의 할 도리를 다 했다는 식의 병신같은 영웅대접을 하고 있는 이 나라 정부를 탓해야 하는 게 맞죠.


우리나라의 태릉선수촌 훈련 수당과 메달 연금 상한선을 감안해볼 때 지금 쇼트트랙 남녀 선수단 모두가 금메달을 따서 메달 연금 포인트를 극한까지 채워도 빅토르 안이 아무 메달도 따지 않았을 때 순수하게 러시아로부터 받고 있는 연봉에 1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미 지원 금액 자체가 극히 한정되어 있고 그 지원 금액에 선수 생활 그 이후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짬짜미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말이겠죠. 다관왕 다연패를 노리는 선배들을 바라보는 후배들의 눈빛은 존경의 눈빛이 아닌 후배를 챙기지 않는 선배를 바라보는 저주의 눈빛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결론은 '돈'


국회의원 연금액은 상한선이 없습니다. 국회의원을 하루라도 했다면 평생 국회의원 연금을 죽을 때까지 받게 됩니다. 만일 이 국회의원이 낙선 후 다른 기초단체장 선거에 당선되었다면 연금은 2중으로 지급받습니다. 다른 공기업 사장에 취임했더라도 마찬가지죠. 그들이 처먹는 것에 상한선은 없습니다. 당연하겠지만 그 상한선을 만드는 것도 안 만드는 것도 모두 그들 스스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폐단입니다.


우리나라 메달 연금 제도는 무려 20년 이상 금액에 변동이 없는 매우 낡은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손보지 않고 금액도 올리지 않았던 이유는 남자들에게 그 대신 군 면제라는 떡밥을 제시하며 응당 국가가 내야 할 금액을 대체해왔던 것이고 여자들에게는 그 정도의 금액만으로도 할 사람이 널렸다는 식의 압박으로 침소봉대해왔던 것이죠.


대체 왜 누가 그녀가 눈물짓도록 만들고 있는것인가!


이 나라는 물가도 올랐고 경제 수준도 향상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국위 선양이라고 해서 국가 브랜드를 끌어올리기 위해 스포츠가 이용되었다면 지금은 그 국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보여지는 수단으로 스포츠가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가 그 높아진 브랜드 가치만큼 스포츠에 돈을 지불하고 있느냐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지금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국가브랜드를 가진 국가들이 그 국가브랜드에 얼마나 브랜드에 걸맞는 비용을 스포츠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잘 곱씹어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나라를 대표하고 있다는 정치인 작자들의 종특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좀 그만 거저 먹으려 드는 게 어떨지요? 이러다가 태릉선수촌이 한번 올림픽 앞두고 파업이라도 해야 정신차리시겠습니까? 또 그때는 불법 파업이다 뭐다 해서 경찰 투입해서 선수들 의사봉으로 때려잡으시렵니까? 언제까지 거저처먹으려 드실겁니까? 네?


파벌 때문에 빅토르안이 귀화한걸로 뭉뚱그려서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하고 체육정책은 손보지 않은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연금제도와 군면제 제도만 고쳐지면 파벌따윈 생길 일이 없다.


빅토르 안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빅토르 안을 응원한 것만으로도 당신들은 이미 스포츠 정책으로 자격미달입니다. 사람들은 빅토르 안을 응원하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질 것이고 그것은 곧 '당신들이 만들고 있는 이 나라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라는 유토피아적 대리만족을 느낀 것임에 다름없으니까요. 당신들이 만들고 있는 이 나라는 이미 실패하고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 쇼트트랙은 사람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를 깨닫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네요.




...


近日 또 뵙죠.


posted by RushAm 2014. 2. 5. 10:32

요즘 중동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른바 '자살폭탄테러'의 어쩌면 원조라고 할 수도 있는 가미카제 전투기 조종사들의 유서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야 한다는 일본측의 주장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사실 뉴스에서는 군국주의의 부활이니 뭐니 하는 떡밥만으로 열심히 까고 있긴 합니다만 도무지 우리나라 기자들은 그노무 군국주의 부활 빼고 아는 게 없는건지 그 전문성 결여에 혀가 차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 여론은 대체 그게 왜 문제냐는 여론과 군국주의의 부활을 상징한다는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있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세계문화유산'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떤 국제 사회에서 반드시 깨끗하고 성스러운 것들만 올라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인데요. 아우슈비츠 수용소 3개 건물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지금까지 그 등재가 취소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무조건 '찬란하고 아름다운 문화유적'만이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그대로 담아낸 것'이라면 뭐든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우슈비츠가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에 대해 유네스코는 '서구 문명의 문제점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해줄 공간이 없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대체 일본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정말 군국주의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아마 확율은 반반이긴 합니다만, 그럴 가능성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뉴스 보도의 문제가 있다면 대체 왜 군국주의의 부활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인 의의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마치 예전 북한 장성택 보도처럼 '북한 = 개새끼'라는 식으로 보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다분히 지금 정부의 '외부 적 만들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죠. 제대로 의의를 설명해주기만 한다면 여론이 나뉘는 일도 없을텐데 이 정부는 언제나 일본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과오를 덮고 싶은건지 언제나 일방적이고 무논리적인 성토 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보도의 문제점은 왜 이게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를 신청할 수 있는 건인지 이 신청 자체가 '억지'인지 아닌지에 대한 면밀한 후속보도가 나오지 않고 그냥 꼭지 하나로 무진장 까댔다는 점입니다. 이래서는 알 권리가 충족될 수가 없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에 따라 일본이 거두는 이득은 '군국주의 부활'이라는 키워드에 맞춘다면 '아이들의 교육'입니다. 2차세계대전 패전 당시 일본이 '피해국'이었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될 경우 '일왕'에게 '그들(가미카제 조종사)'처럼 충성을 다 해 목숨을 바쳐야 할 것이다. 라는 점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명목삼아 당당하게 교과서에 쓰고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죠.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등재 당시 아이템 하나와 그 아이템에 쓰여진 내용만을 등재하는 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를 해석할 여지와 당시 시대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기록하며 이에 대한 학자들의 해석과 관련 논문도 등재 당시 함께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되죠. 당장 우리나라에서만 해도 가미카제가 '자발적'이었다고 알고 있던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 문화유산 등재 뉴스로 '자발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요?


유서가 있다는 사실조차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그 강렬함만을 이미지화 한 칵테일이 유행하기도 했다. 


오히려 일본이 '가미카제'를 신성시하고 싶다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를 하는 것을 꺼렸어야 합니다. 오히려 유네스코가 적극적으로 '문화유산' 등재를 요청해도 모자랄 수준이라는 거죠.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거나 지금처럼 요청을 해서 시끄럽게 만들면 그냥 암묵적으로 세계 많은 사람들이 '가미카제'를 정말 '일왕'에 대한 충성심만으로 유서를 쓰고 적 함대를 향해 날아갔다는 신화적인 허구를 사실 그대로 믿었을 것입니다. 이번 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전 세계 많은 학자들과 일본 내 학자들이 수많은 논문을 게재하게 될 것이고 이는 가미카제 연구자료로서 차곡차곡 쌓여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낼 것입니다. 정치가 미쳐있던 시대 어느때라도 학자들까지 미쳐서 기록을 왜곡 날조하던 시대는 나폴레옹 시대 이후부터는 없었으니까요. 


그럼 대체 일본이 이번 건으로 남는 건 뭘까요? 없습니다. 그냥 바보짓한거에요. 지금 일본은 국제사회 왕따를 당해 정신이 없으니 국내 지지율이라도 잡아보려고 별짓을 다하고 있는겁니다. 국내만을 바라보니 국제사회가 어떻게 반응할지 계산이나 되겠습니까? 마치 이시하라 신타로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 타개를 위해 2016년 도쿄 올림픽을 무리하게 유치하려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내부 지지율 결속을 위해 국제적 타이틀을 끌어오는 70년대식 정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번 건이 아주 좋은 꼭지 하나를 생으로 잃게 되는 자승자박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멍청한 한 수였다는 생각이네요.


10%대의 안습한 명중률은 숙련도가 떨어지는 파일럿들 때문일수도 있지만 어느 누가 자신이 죽기 직전임을 알고 달려드는데 제대로 된 멀쩡한 조종이 가능했겠는가? 설령 일왕에 새뇌당했다 해도 말이다.


유네스코는 반드시 인류가 남겨야 할 유산을 문화유산으로 등재합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마추픽추처럼 인류가 도저히 소실해서는 곤란한 유적을 등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우슈비츠처럼 인류의 흑역사를 영원히 기억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증거자료로서 등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미카제의 이번 등재는 이와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하는데, 물론 일본이 그럴 생각이 있어서 이러는 건 아닐 것입니다. 이미 일본은 2012년 조선인강제수용소를 등재신청한 전력이 있고,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은 목적이라면 목적은 하나 결국 '내부지지율 결속'이니까요. 


우리가 이들에게 해야 할 것은 별거 없습니다. 그냥 '무관심'이죠.

일본 내에서 가미카제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도 보도 비중과 한국에서의 보도 비중이 어느정도 차이가 나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보다 명확해집니다. 왕따에게는 무관심이 답입니다.


그들이 제로센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가미카제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건 신경쓰지 말고

우리 땅 침범하거나 우리 애국지사 욕보이게 하는 짓거리에 집중해서 성토하는 편이 낫지 않나 싶습니다





...


來日 또 뵙죠.

posted by RushAm 2014. 1. 28. 19:40

이용대가 도핑검사에서 약물이 검출되었다는 엄청난 오보를 내고도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아님 말고' 식의 대응을 보이는 국내 구독율 1위 대표 일간지가 터뜨린 파장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이 건은 이용대가 '약물을 했다'라는 허위사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크게 번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일이 크게 되었고 베드민턴협회는 자신들이 감당하기 전에 커저버린 여론을 당해내지 못하고 이리저리 헛손질을 야기하는 중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우선 베드민턴 협회에 문제가 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데, 구체적으로 이들이 뭘 실수했는지에 대해서는 워낙에 일도 커지고 해서 함구하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결론은 '전문가 부재' 그것도 행정 전문가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한 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핵심은 '경고성 이메일'인데요. 이 경고성 이메일은 적어도 해외에 어떤 단체들에서도 볼 수 있는 사례에 비추어본다면 굉장히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고 그리고 그 내용을 영어가 서툰 사람이라도 한방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논조와 페이지 구성으로 이메일을 작성해서 보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니까 영어를 진짜 잘하는 네이티브가 아니더라도 이 메일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은 받는 즉시 캐치할 수 있어야 했다는 거죠.  그러나 그들은...



'뭔소리야? 모르겠다 빨리 대충 넘겨버려!'


아무튼 이 사태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책임을 진다는 협회 관계자의 말은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그 책임의 범위는 '지금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다'까지이며 '다 안될 경우 그 책임을 지고 사퇴등의 정해진 처벌을 받겠다'거든요. 어느 누구도 협회로서 선수 생명에 어떤 악영향을 끼쳤는지, 자신들의 지금 행동으로 인해서 어떤 최악의 사태가 올 수도 있는지에 대해서 아무도 자각하지도 않고 오로지 그저 지금 상황을 모면하고자 지나치게 지금의 상황을 낙관만 하고 있습니다. 


그 낙관하는 근거도 매우 웃긴데요 'WADA가 경고 3번만으로 출전정지를 한 것은 전례가 없었다'라고 합니다. 네 전례가 없지요. 그 전례가 없었다는 것은 그동안 그 정도로 경고를 주고 방문까지 했는데 그걸 씹고 누구도 한번 어긴 적이 없는 규정을 어겨서 출전정지를 당한 멍청한 협회를 가진 국가가 단 한 곳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얼굴에 똥 성분 비비크림을 바르는 발언이 아닐 수 없는 거죠. 



거기에 한 술 더 떠 'WADA에서도 굉장히 당황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합니다. 딴에는 이 말에 '아주 특수한 상황에 대해 그들이 망설이고 있다'라는 식으로 해석되기를 원하는 모양이지만 이 역시도 스스로의 얼굴에 똥물 미스트를 뿌리는 것밖에 안되죠.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을 저질렀으면 그들이 당황스럽다고 말했겠습니까? 우리나라 식으로는 당황하면 어느 정도 정상참작의 여지를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국제 단체에서는 그게 아니거든요. 이들이 얼마나 행정을 나라 안에서 갇혀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 되어주기에 충분합니다.


WADA가 당황스럽게 생각하건, 전례가 없었건 뭐든 상관이 없습니다. 있는 규정은 규정입니다. 우리나라 문체부처럼 전례가 없으므로 경고만으로 끝내거나 정상참작 뭐 이딴 걸 기대하는 모양인데 조금도 기대 안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국제 연맹은 우리나라만 바라보는 단체가 아닙니다. 만일 여기에서 한번의 선례를 남기게 되면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룰에 대한 1차적인 집행 공신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국가 하나 살리자고 그 짓을 할 리가 절대 없다는데에 500원을 걸 용의도 있습니다. 혹여 만일 우리나라가 이 연맹에 뒷돈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제발 부탁인데 그러지 마십시오. 나라 망신은 여기까지로 하고 선수 두 명 인생 망치는 걸로 망나니 짓은 끝내야지 까딱 잘못하면 국가적인 국제대회 출전 정지를 먹는 병크 터트릴 수도 있습니다. 제발 작작좀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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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대 선수 김기정 선수


누가 불러준다면 그냥 여기서 도망치세요. 

여기 더 있지 마세요.




아울러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의 빅토르 안의 쇼트트랙 4관왕 달성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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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뵙죠.

posted by RushAm 2014. 1. 27. 15:50

삼성이 몇십년만에 서류전형을 부활시켰다는 소식과 더불어 학장(총장) 추천제 전형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해서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오늘은 학교별 추천 할당 인원 배정 리스트가 공개되어 또다른 파장을 낳고 있는데요.




이 리스트를 보고 '대학의 서열화를 기업이 정했다'느니 대학이 취업만을 위한 통로로 전락되느니 하는 등의 말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먼저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이 리스트가 나오기 전에 대학들은 대학의 서열화가 없었고 취업만을 위한 통로가 아니었던 건가요? 마치 삼성이 이번 리스트를 발표함으로 인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식의 논지가 여기저기에서 보이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삼성은 기업입니다. 장사꾼이지요. 장사꾼은 뭐다? 시장이 무르익으면 그 익은 시장을 '이용'할 뿐입니다. 물론 자신들이 일종의 권력으로 무언가를 휘두르기도 하고 있고 이 사회에서 그런 일들이 심심치않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들은 이번 건에 대해서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정상이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마치 삼국지에서 누가 강하냐만을 두고 싸우듯 대학 중 어디가 더 서열이 높은지에 대한 논쟁으로 지적 에너지를 낭비해왔던 일부 학생들도 이번 논란에서 떠들 자격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은 그냥 무르익은 열매를 이번 기회에 적절히 따먹었을 뿐입니다. 그 열매를 열심히 무르익게 만든 건 열심히 기업 앞에서 호구짓을 해온 대학들이지요. 리스트에도 보면 알 수 있겟지만 삼성은 이번 대학 리스트 발표가 통상적으로 알려진 '서열'과는 관계없이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했습니다. 삼성 대학이라는 성균관대가 대한민국 최고 대학 서울대 위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 공과대학에 강점이 있는 학교들이 그렇지 않은 학교들에 비해서 높은 배당을 받은 것은 삼성의 필요성에 의해 리스트업을 했다는 큰 반증입니다. 그들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만큼 대학을 서열화하고 자신들의 인재 포트로 삼는 데에 생각만큼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이 리스트가 화제가 되고 떠들썩하게 되는 이면에는 자신이 다니고 있는 대학에서 내가 무엇을 공부하고 무엇을 이룰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생각과 가치관 없이 그저 대학 줄세우기에 편승에서 그 줄에 자신을 대입시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해왔던 일부 대학생들이 이번 리스트 발표로 자신들의 대학 서열이 낮게 평가받거나 자신들이 스스로 무시해왔던 학교들이 자신의 학교보다 높게 평가받은 것에 대한 자격지심에서 나오지 않았는지요? 언제까지 쓸데없는 대학 서열 나누기에 자신의 지적 에너지를 낭비할 생각입니까? 


지겹지도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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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글을 다 읽으신 분들 중에 

'그러는 너는 어디 학교를 나왔길래 잘난척이냐' 라고 말씀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적어도 당신이 어디 학교에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학교 출신 중 아마 당신이 최악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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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뵙죠.

posted by RushAm 2014. 1. 23. 10:36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정보제공에 다 동의해줬지 않느냐' 며 이번 정보유출사태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어리석은 사람은 책임만 따진다' 며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일축하기도 했지요. 국민들은 꽤나 혼란스러운 모양입니다만, 경제계에 조금만 있어본 사람들이라면 이 인간이 왜 이모양인지에 대해 특별히 놀라움을 느끼지 않았을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현오석은 '책임'이라는 단어에 경기를 일으키고도 충분한 사람이거든요.



현오석의 약력은 매우 화려합니다. 문제는 마치 MB급의 마이너스 핸드 염력을 발휘한 것처럼 가는 곳마다 문제와 구설수에 올랐다는것이죠. 이 분이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공직에 있을 때가 93년도 재정경제원의 예산심의관었는데, 아시다시피 이후 IMF가 왔고 이분은 IMF가 제대로 수습되기 전인 2000년도에 공직에서 물러나게 되죠, 이때부터 이분의 '실패'와 '책임'묻기 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이후 공직이 아닌 대학이나 학술 쪽을 전전하다가 2005년에 그 이름도 유명한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워원'으로 들어오게 되는데요. 아시다시피 이때 시작된 곳이 바로 지금의 인천송도경제자유구역과 용산국제업무지구로 대표되는 것들이었죠. 이것들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는 ... 


그러다가 2007년 관세청 FTA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겸임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FTA통으로 활약하지만 문제는 이전에 현오석이 추진한 한 칠레FTA도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평가받은데다가 아시다시피 이 당시 추진했던 한미 FTA는 노무현 대통령때에 비해 퇴보에 퇴보를 거듭하는데...(먼산) 





2008년도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원 수장을 맡으셨는데 2008년도가 언제냐 수력원자력이 4대강 개입하고 얼마 전 현오석 경제부총리께서 직접 발언하신 '축제는 끝났다'의 그 공기업'축제'가 시작된 시기입니다. 그 유명한 인천공항 전체 14위 중 12위 평가가 나오게 만든 장본인도 현오석입니다. 다른 공기업들의 경영 평가 성과가 제대로 나왔을 리가 없죠. 본인이 벌인 축제를 본인이 끝내시겠다는 뭐 그런 의지의 표명이었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 뭐 아무튼 그 이후에는 KDI 원장에 취입하여 공무원 클린 카드로 유흥업소 출입 문제, 판공비 사적 유용 문제, 교수 겸직 문제 등 내부적으론 무능, 외부적으론 태만의 아이콘으로 경제계에서 유명세를 떨치셨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책임을 지셔야 할 위치에서 언제나 도망치셨고 자신은 책임이 없음을 늘 항변하셨으며 자신의 무능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직에서 항상 낙하산을 매 주셨던 사람이 바로 현오석이라는 것이 주변의 한결같은 평가입니다. 이런 사람이다 보니까 무슨 일이 터지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 관행에 아주 질력이 나고도 남겠죠. 문제는 책임을 묻는 문화 자체를 탓하는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고 책임을 져야하는 그 당사자라면 뭔가 좀 아이러니합니다. 마치 절도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유죄판결이 나니까 '징역 제도의 부당함'을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현오석의 저런 행동에 특별히 놀라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분은 원래 '책임회피'와 '책임전가'의 달인이라 불리워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이력을 충분히 보여오셨던 분이라는 것이 경제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전언이거든요. 어리석은 사람은 책임만 따진다는 발언에도 특별히 놀라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 발언은 자신이 지금 신제윤 정도의 위치에 있을 때 매번 책임을 져야만 했던 과거를 바꾸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일수도 있으니까요. 그에게 있어 지금의 신제윤을 바라보는 눈빛은 예전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느껴지는 애처로움 그 자체일 것입니다.




역대 경제부총리계 무능의 아이콘 하면 강만수가 유명세를 떨쳤는데요.

현오석으로 인해 그 자리가 대체될 것이라는 부분에는 경제계 사람들의 이견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인사의 난맥상의 넘어 얼마나 사람 보는 눈이 없는지를 대표적으로 함축시켜 보여주는 사례가 될 거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많은데요.어쩌면 자신이 한 말, 한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질 생각이 아예 없다는 점에서 현 정권과 코드가 딱 맞는 인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찌되었던 이놈의 복불복 이기주의 정권에서는 성공한 인사일지도요...


...


내일 또 뵙겠습니다.

posted by RushAm 2014. 1. 21. 10:52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 말을 또 인용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카드사들은 결국 책임지지도 못할 일을 지금까지 해왔고 또 그것이 문제를 일으키니 책임을 어떻게 져야하는지도 모른 채 허둥대고 있네요. 지금 시점에서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이번 사태가 일어난 원인은 한 사람의 일탈(?)에 의해서 벌어진 것이지만 사실 내재된 위크포인트는 다들 제각각 어떤 부분이 있었을까요? 한번 짤막하게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집단 소송을 '벌써'시작할 필요는 없다


소송은 이슈 편승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흔히 착각하는 게 지금처럼 여론이 막 형성되었을 때 소송을 걸어야 유리할거라고 생각하고 집단소송으로 떡밥을 흔드는 변호사들에게 속속 낚이고 계십니다만 지금까지 소송 초기에 관련 소송을 걸어서 승소한 사례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이런 소송에 참가하겠다고 판을 까는 변호사들은 실제 능력이 출중한 변호사라기보다 그냥 돈이 된다니까 우글거리며 모여드는 떳다방처럼 기회주의자적인 성격이 강한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크게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소송은 반드시 지금 당장 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입은 피해가 그렇게 '많지 않기'때문입니다. 일단은 유출이 되었는데 유출 건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에 따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사안이기 때문에 그 책임 소재가 오롯이 끝나고 시시비비가 모두 마무리가 된 다음, 그 사이 있을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 등을 구제하기 위한 민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순서고 그때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습니다. 

사법부는 여론의 이슈에 일회일비할정도로 엉덩이가 가볍지 않습니다. 너무 지금 당장 성급하게 하려는 생각보다 차분히 자료를 모아서 대포 한방을 날릴 생각으로 임하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


다음은 각 회사별로 가지는 위크 포인트를 정리합니다. 향후 소송이나 피해 사실 규명에 활용하시면 좋습니다.


- 농협은...내 이럴 줄 알았다.


IT 보안 업계 2대 헬게이트라고 중 하나로 꼽히는 농협은 대체 어디서부터 꼬여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보안 전산 시스템이 병신력돋기로 유명합니다. 이번에 터진 USB 유출 이외에 농협이 2차적으로 누출한 개인정보 누출 조회 당시 패킷 속에 평문으로 개인정보가 전송되는 병크를 터뜨린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거죠. 이전 해킹 사건도 그렇지만 농협은 이번 USB사건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크게 사고를 한번 칠 준비가 충만한 곳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냥 가능한 모든 금융 거래는 하지 않으시는 게 현명합니다.





- KB는 ... 마음은 콩밭에...


KB카드의 상품들을 잘 살펴보면 헤택들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런데 KB카드는 여러 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어도 그 실적이 공유가 되는 특이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요. 바로 이 부분 때문에 KB카드는 개인정보 수집과 그 제공에 대해서 다른 카드 회사보다 훨씬 더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해야 하는 제 3자 제공처도 많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작업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지금 내가 가입하려는 카드에서 필요한 혜택과 관련된 제휴사 이외에 아예 그냥 자사가 발행하는 모든 카드의 제휴사들에게 임의로 언제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통합 가입신청서 약관을 만들었다가 필자 외 몇몇 사람들의 강력한 항의로 이 조항을 삭제해버리는 짓거리를 하기도 했죠. KB는 당장 금융거래를 끊을 필요까지는 없겠습니다만 뭔가 가입할때 어디까지 동의가 필요한지 은행직원조차 병크를 터뜨리며 형광펜질만 할 때가 있으니 꼼꼼히 읽어보며 제공하기 싫은 제공처나 아닌 제공처가 있으면 강력하게 항의하는 습관을 들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라지만 역시 귀찮으신 분들은 가까이 안하시는게 마음편하시겠죠)



어제자 SBS 8시 뉴스 보도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2193013) 중 일부, 좋은 취지의 기사였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다 '제휴 회사 부분은 아예 빈칸입니다' 라고 기자는 문제성을 제기했지만 이 부분은 애매한 부분을 지우도록 필자가 금감원을 통해 요청한 사항으로 일종의 개선책에 해당한다.



- 롯데카드 ... 도망쳐!


이놈들은 아예 구조적으로 내부 계열사별로 개인정보를 돌려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계열사 중 하나에만 개인정보가 들어가면 롯데 모든 계열사가 이 개인정보를 떡주무르듯 주무르며 활용해서 마케팅 문자를 아무 제약없이 날릴 수 있는 내부 공유 시스템이 처음부터 완비가 되어 있습니다. 내가 어딜 가서 뭘 사는지 얼마를 샀는지 내가 어디에 주로 거주하는지조차 난 한번도 가입한 적 없는 계열사로 자동으로 날라가서 그 계열사가 마케팅에 이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녀석들이라는거죠. 

관련 참고 >>당신이 쓰는 롯데멤버스카드, 스팸문자와 전화의 온상일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회사가 개인정보 누출이 되었다면 어떨까요? 농협이나 KB랑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데이터가 누출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당신이 금융회사에 제공한 정보뿐만 아니라 당신이 마트에서 어제 뭘 샀는지 주로 어떤 마트를 갔는지, 굳이 롯데카드를 쓰지 않더라도 롯데맴버스로 적립 한번 했던 이력만으로도 당신의 정보는 훨훨 어딘가로 날아가서 또 누군가에 의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질 것입니다. 이번 개인정보 누출은 롯데신용카드, 롯데체크카드 뿐만 아니라 롯데카드가 관리하고 있는 맴버십카드인 '롯데맴버스 카드' 가입자들도 예외가 없었을 거라는 점에서 3사 중 가장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당장 모든 카드를 해지하시는 것은 물론 가지고 계신 롯데맴버스 카드도 함께 체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


그리고 여기에 떡밥을 던진 회사 'KCB'는 어디에서인가 이름이 낯이 익습니다. 네 맞습니다. 우리가 요즘 웹상에서 주민등록 수집이 중단된 뒤에 수도 없이 마주했던 바로 그 회사 '휴대폰 실명인증 전문 회사'입니다. 당연하겠지만 이 회사 역시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정부와 어떤 연관성이 있어서 회사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사업권을 부여받은 좀 이상한 회사임에는 틀림이 없거든요. 다른 액티브 엑스 공급업체 nProtect나 잉카인터넷처럼 이들도 정부 관료 출신의 '낙하산 받아내는 노후 관리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이들은 하는 것에 비해서 너무 많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고 심지어 본인확인인증 솔루션 하나로 '빅데이터'까지 만지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일어날 만한 여지가 충분한 회사임에 틀림이 없다는 거죠. 지금 카드 회사들은 죄다 사과를 하고 뉴스에 얼굴을 비추는데 얘들은 그냥 사퇴했다는 기사만 뜨고 도무지 뉴스에 임원진들이 얼굴을 비추지 않습니다. 왜그럴까요? 혹시라도 어딘가에서 본 듯한 사람들이 있을까봐 스스로 몸을 사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이새끼들한테 계속 휴대폰 본인인증서비스라는 중요한 서비스를 맡겨도 될지 아닌지에 대해서

국가가 한마디 하셔야 하는데, 선후배 관계인지 뭔지 말을 참 아끼네요. 답답합니다.



한심한 나라에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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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뵙죠.

posted by RushAm 2014. 1. 17. 11:11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쓰여져 있는 명문입니다. 애니팡2 사태를 지켜보는 제 소감을 묻는다면 딱 저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결국 모바일 게임 업계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 시장의 태생적 한계 즉 타 플랫폼에 종속되어 뛰어넘을 수 없는 보조적 역할이라는 극명한 부분을 우리나라라고 해서 예외로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죠. 어째서 다른 나라에서는 창의력 팡팡 터지는 젊은 개발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이 우리나라에서는 이모양 이 꼴이 된 걸까요?



우선 해외 모바일 게임을 봅시다. 미국이야 워낙에 많은 게임들이 나오고 있고 그만큼 제작비에 자금이 많이 유입되고 있는데다 인디 게임 시장도 많이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에 독창적인 게임도 나오고 또 그 게임이 어느 정도의 시장성을 갖고 있다 하겠지만 이런 미국 시장에서도 결국 뜨는 게임들의 대표작은 무엇이냐 하면 FIFA시리즈, SIMS 시리즈, 스프링필드 (심슨가족), GTA 시리즈 등 기존 PC나 콘솔에서 이미 한끗발 날렸던 타이틀들이 많습니다. 혹은 게임로프트로 대표되는 레이싱 게임 이식이나, 인디 게임 중에서도 아머게임즈가 그간 무료로 발표했었던 킹덤러쉬 같은 플래시 기반 게임 이식작들이 있지요.



이런 현상은 옆나라 일본도 다르지 않습니다. 굳이 모바일의 범위를 닌텐도 DS까지 넓혀서 생각해본다면 거의 대부분이 과거 콘솔에서 이어지는 시리즈의 후속작이거나 이식작들입니다. 드래곤 퀘스트, 파이날 판타지, 태고의 달인, 철권 등의 기존 이식작부터 일본 내의 헬로키티나 건담 등의 검증된 인기캐릭터를 활용한 게임까지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른바 '모바일 오리지널'이라는 타이틀을 갖기 힘든 작품들인것이죠. 왜 이런 것일까요? 간단합니다. 모바일 게임의 태생이 '이식작'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모바일에서 게임을 할 때 모바일의 표현 제약과 조약한 시스템 (스마트폰에 이르러 많이 나아졌다지만)으로 인해 모바일 게임에 많은 오리지널리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모바일 게임에 기대했던 것은 '아웃도어에서도 콘솔게임을 할 수 있다'라는 것이었으니까요. 스마트폰 이전의 모바일게임들은 거의 대부분 이런 스타일이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모바일 게임 나름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몬스터 헌터'나 '메이드 인 와리오'같은 게임들도 만들어졌고 그 포텐셜 만큼의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지만 그 타이틀을 만든 회사들도 결국 그 나라 게임업계의 넓은 토양에서 자란 창의적인 인재라는 새싹이 만들어낸 것이죠. 창의적인 게임이 오롯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 듣고 느끼며 자라는 환경 역시 무시하기 힘든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만 왜 이런 이식작들이 많냐면 결국 모바일 게임의 '최초'접근성 즉 '판매촉진정책'은 '익숙함'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해봤던 게임, 예전에 할만했던 게임 을 모바일로 즐길 수 있다라는 것 만큼 좋은 판촉정책은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중독성이라 함은 '익숙함'이 담보되지 않으면 이끌어낼 수가 없지요. 룰을 쉽게 이해하는 게임이란 없습니다. 사전에 어딘가에서 봤을법한 룰이 있을 뿐이죠. 아무리 그 룰이 간단하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수없이 연구되고 다듬어져 유저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또 다른 간단하면서도 흥미를 끌 수 있는 룰이던지요.


국내 수많은 모바일 게임 업체들에게 고통받았던 메이드 인 와리오


미국이나 일본은 오래 전 아타리 시절부터 게임을 '직접'만들어 왔습니다. 인디게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그 다양성을 잃지 않고 말이죠.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전멸한 패키지 시장도 아직도 스팀이라는 새로운 공급 시스템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패키지 게임 GTA5는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게임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런 환경은 모바일 게임으로 하여금 합법적으로 '배낄 수 있는' 커다란 곡창같은 역할을 해줍니다. GTA를 해본 사람이라면 굳이 새로운 게임에 대한 초기 낯가림 없이 GTA시리즈를 이식하는 것만으로도 GTA를 해본 유저층 전체를 잠재시장층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죠. 미국, 일본 모바일 게임의 성공은 결국 아주 오래 전부터 만들어온 그들만의 '백본망'이 재산이 되어 지금 그 재산이 이자를 뿔려 주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오리지널 캐릭터, 게임,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얼마나 있습니까? 패키지 시장이 죽기 직전까지 쉐어를 확보했던 대표 타이틀이 얼마나 있나요? 미국과 일본이 포기하지 않고 패키지 게임과 플래시 게임을 계속 만들면서 재산을 쌓을 동안 우리나라 게임업계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하고'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산 게임을 대신 즐겼고 외산 게임에 익숙해졌으며 우리나라가 확보할 수 있는 '팬덤'타이틀은 점점 그 수가 적어졌고 역사에서 멀어졌습니다.


창세기전이라도 있는게 어디인지...


모바일 게임은 '익숙함'이 생명입니다. 어딘가에서 해봤던 게임이 아니면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애니팡2가 외산 게임을 그대로 배껴서 출시한 게임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른 게 없이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게임을 만들면 팔기 힘들거라 생각했던 것이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업체 중 하나라는 선데이토즈가 내린 결론입니다. 우리나라 게임업계는 모바일 게임이 싹을 틔워 커나갈 수 있는 재산이 될 패키지 게임이라는 토양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사막의 모래같은 땅과 같습니다. 여기에서 싹을 틔우려면 결국 옆동네 가서 흙이나 비료라도 훔쳐다가 심었어야 했던 거죠. 그런데 그런다고 해서 그 싹이 오래 갈까요? 사막이 기름진땅이 될까요?


수많은 고대 동식물들이 죽어서 땅 속에 매몰되어 오랜 기간 지열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석유'이며 석탄입니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는 석유가 나지 않는 나라라고 하죠? 동물들이 우리나라에서 죽어서 땅속에 매몰된 양이 그만큼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이런 석유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과거 명작 게임들이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그 석유를 정제해서 휘발유를 만들듯 모바일 게임으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석유가 나지 않지만 정유시설을 갖추고 석유를 전량 수입하고 있죠. 문제는 지금도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게임이 훗날 '석유'가 될 것을 기대하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지 않고 당장 만들어 쓸 수 있는 석유를 수입해 정유해서 휘발유를 만들어 내는 것에만 열중할 뿐입니다. 휘발유는 태우면 다시 석유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환경오염만을 남기고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것도 모르고 말이죠. 



비단 게임업계 뿐만 아닙니다. 우리나라 완성차업계는 차는 국산인데 부품이나 제조 설비의 국산화는 아직도 요원한 이야기고, 세계에서 짱먹는다는 우리나라 스마트폰의 OS는 구글, 디스플레이 생산설비는 '일본'이 모든 특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국산화를 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다만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설비의 구조를 열심히 카피해서 복제 설비를 만드는 데에 열심히이긴 하지만요.


당장의 편리함, 당장의 많은 이득만을 추구하는 사람들만 가득하면 우리나라에 영원히 석유가 쌓일 일은 없을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쌓일 것 같으면 파내서 도망가버리고, 열심히 석유를 대체할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면 대기업을 보호한답시고 밟아죽여버리는 대한민국에서 애니팡2와 같은 작품들이 양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운 것이겠죠. 이런 나라니까 애니팡2를 만들고, 유통을 허가했고,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의식이나 거부감 없이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석유가 없고, 석유를 본 적도 없으며, 석유따위는 해외에서 수입해오거나 옆나라에서 훔쳐오면, 그걸 아무도 모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자신도 언젠가 기회만 되면 훔칠 거라고 그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바로 이 사회가 말입니다.


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알았습니다.



결국 이젠 무덤에 들어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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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