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 아이는 위대한 성직자가 되는 겁니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1.12 애 키우는게 귀찮으십니까? 2
posted by RushAm 2010. 1. 12. 18:31
1. 요즘 아이들이 흔히 PC방에서 자주 하는 FPS게임들은 어김없이 총이 등장한다. 칼도 등장한다. 사람을 쏘고 칼로 찌른다. 그럼 이긴다. 아이들은 사람을 찌르고 총으로 쏘고 좋다고 웃는다. 게임 타이틀 화면에는 19금이 선명하다. 그런데도 아무런 제제가 없다. 부모들은 게임회사에 전화해 항의한다.

부모 : 아니 게임을 그렇게 잔인하게 만들면 어떻게합니까? 우리 애 정서가 뭐가 되겠어요?
회사 : 고객님 그러니까 이 게임은 등급이 18세 미만은 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부모 : 아니 그런데 우리 애가 했단 말이에요.
         18세 미만은 못하는 게임을 왜 우리 애가 할 수 있게 만들어놓냐고요!
회사 : 14세 미만의 주민등록번호를 가진 아이디로는 접속이 되지 않게 되어있습니다.
부모 : 이봐요! 그게 조치의 전부인가요? 어쨌든 우리 애가 당신네 게임을 하고 있단 말이에요!
회사 : 혹시 부모님이나 다른 성인의 주민번호를 이용해서 가입을 하셨다면 저희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부모 : 당신들이 더 철처하게 확인을 했어야죠!
         게임을 만들려면 당연히 애들도 할거라는 생각을 하셨어야죠!
         어쨌든 당신들이 우리 애를 망치면 가만있지 않을거에요.

....

2. 10시에 방영되는 로맨틱코메디 장르의 드라마가 방영하고 있다. 연령등급은 15세 TV앞에는 열살 된 아들과 어머니가 같이 시청중이다. TV에는 남녀가 서로 진한 키스를 나누다가 침대로 몸을 던지는 장면이 방영된다. 어머니는 깜짝 놀라 아이의 눈을 가리고 잠시 후 화가 머리끝까지 난 어머니는 방송국에 전화한다.

어머니 : 아니 드라마를 왜 그따위로 만듭니까? 간떨어질뻔했잖아요.
방송국 : 고객님 무슨일이십니까?
어머니 : *** 드라마를 열살짜리 아이랑 같이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런 장면이 나오면 어떻게 대처할 수가 없잖아요 미리 예고라도 해주던가
방송국 : 저...죄송합니다만 ***는 15세 미만은 시청을 하지 못하도록 지도가 필요한 방송입니다...
어머니 : 요즘 애들이 10시에 잔다고 생각하나요?
            상식적으로 애들 깨어 있는 시간에는 그런 걸 틀지 말아야죠.
방송국 : 현행법상 방송 시간대와 관계없이 시청지도가 필요한 방송은 부모님의 지도가 필요합니다.
어머니 : 우리나라가 이래서 안된다니까
            방송국부터 생각하는 게 이따위니까 애들을 바르게 키울수가 없잖아!
           
...

3. 주말 저녁에 방송되는 버라이어티 방송, 일곱살 난 딸과 다섯살난 아들을 둔 부부가 가족과 함께 모처럼 TV앞에 모여앉아 TV를 시청했다. 단란한 가족의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에 뿌듯한 어머니는 다섯살난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아이 방으로 아이를 데리고 갔다. 그런데 이 녀석 갑자기 어머니에게 TV에서 배운 은어로 밤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도박장에서나 쓰는 은어를 쓰게 만든 프로그램을 가족 시간대에 방영한 방송국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어머니는 TV를 없에기로 마음먹었다.

며칠 후 아이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큰애는 학교에서 애들이랑 말이 안통한다며 왕따를 당한다고 하소연을 하고 작은아이는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집안을 뛰어다니며 말썽을 죽인다. 어머니는 '이래서야 도무지 나만의 티타임을 즐길수가 없다'라고 생각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TV를 틀었고 그제서야 아이들은 조용히 TV앞에 모여앉았다. 이제야 집안에는 평화가 찾아온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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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우리집에서도 개를 키운 적이 있었는데요. 온 가족이 개를 키우는 것에 찬성했지만 어머니만큼은 반대를 했습니다. 이유는 '너희들은 개를 예뻐만 했지 그에 대한 댓가를 치룰 준비는 하나도 되어있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죠. 우리는 회의 끝에 온 가족이 당번을 맡아 개를 돌보는 것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서로 제 일이 바쁘다며 이 당번제를 게을리하기 일쑤였고 결국 개가 꼬질꼬질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한 어머니가 얼마간 돌보다가 결국 다른 집으로 보내버리시더군요.

아이, 예쁘죠. 생글거리고 나랑 쏙 빼닮은 녀석이 어떻게도 하는 짓은 이쁜 짓만 골라하는지 모르시겠죠? 우리 아이는 서울대 아니 미국 아이비 리그에 보내서 세계를 주름잡는 인재로 키우고 말거라는 이런 저런 미래계획도 가득하시겠고요. 그걸 생각하면 학창시절로 정해진 12년은 턱없이 적어보이니 우리애는 남들보다 1년 앞서가서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4살때부터 영어유치원 입시를 준비시키실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네요. 계획만 머릿속에 떠올려도 행복해집니다. 아 나는 정말 훌륭한 부모야! 우리 애가 커서 존경받는 인물이 되면 나도 존경받을 수 있겠지!? 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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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혹시 말입니다. 그냥 TV가 있으니까 보게 놔두는 거지 TV를 보게 하면 조용하고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편하니까 그냥 방치하시는 건 아니시죠? 아이가 PC방에 가서 사람을 쏴죽이는 게임을 하는 건 우리 애가 나쁜 게 아니라 당연히 게임은 애들이 할 걸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할 게임 제작사들이 우리 애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 애 정서가 망가지는 거겠죠? TV에서 나오는 은어를 우리애가 평소에 써먹는건 당연히 TV는 애들이 보는 시간이 많고 애들은 사리판단 없이 받아들이는 모든 것들을 스폰지같이 다 흡수한다는 걸 고려해서 방송국이 적절히 조절을 해줘야하는데 그걸 안했기 때문일거에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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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나오는 은어를 아이가 흉내낸다면 부모가 쓰지 말라고 따끔하게 주의를 주어야하지 않을까요? 아이가 PC방에 가서 사람을 쏴죽이는 게임을 하고 있다면 그걸 못하게 해야 하고요. 만약 TV에 나오는 거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아이에게 유해하다고 느껴지신다면 TV를 없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네요.

음? 그럼 우리 아이는 여가 시간에 뭘 하냐고요? 그건 부모님이 원래부터 하셔야 할 역할이지 않은지요? TV는 공공재입니다. 댁의 아이만 보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댁의 아이만을 위해 모든 것을 맞춰 방송할 수는 없고, 그래서 법으로 평균치를 정해 규정을 해놓고 있습니다. 게임도, 애니메이션도 거의 모든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는 미디어는 다 그렇습니다. 방법이라면, 모든 미디어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에게 모든 미디어의 접촉 권한을 끊고 부모가 그 통로가 되어 아이에게 아름답고 밝은 세상만을 이야기해주시는 방법이 있죠. 물론 대단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가 잘된다면야 그 정도 시간은 들이셔야죠. 악마같은 TV나 게임으로부터 아이가 폭력적으로 변하기 전에 하루바삐 말입니다.

아니 요즘같은 최첨단 시대에 어떻게 최신 매체를 접하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느냐고 하실 수도 있겠네요. 물론 여기에도 방법이 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정말 건전하고 밝은 미디어만 나오는 국가로 이민을 가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참 힘들겠네요. 사실 저도 이쪽에 흥미가 있어서 알아봤습니다만, 우리나라보다 철저하게 미디어 규제가 되고 있는 나라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거든요. 혹시 제가 능력이 모자랐을수도 있으니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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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애를 예뻐하실 줄만 아는 부모가 되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TV에 맡겨두면, PC방에 맡겨두면 간편하게 아이가 말썽부리지 않고 붙잡을 수 있으니까 마냥 편하게 맡기려는 마음에 아이를 컨트롤하기보다 TV나 게임을 아이에 맞게 컨트롤하려는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우리 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넘어졌다고 그 곳에 깔려있는 아스팔트를 다 부수고 집 앞까지의 길을 비포장도로로 만들어달라고 청원할 수는 없듯이 TV프로그램이 우리아이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에게도 안좋게 영향을 끼칠거라는 근거를 들어 프로그램을 갈아엎거나 게임 서비스를 중지시킬 것을 요청할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이 교육에 관심 많으시죠? 아이가 학교가서, 학원가서, 과외시간에 집중은 잘 하고 있는지 공부는 잘 하고 있는지 걱정 많으실겁니다. 그 걱정의 반, 아니 1/10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으니 아이의 감성적인 부분이 어떻게 되고 있는건지 아이가 보는 TV나 하는 게임이 아니라 '아이'그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갖는데에 시간을 좀 더 투자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인정하기 싫으시겠지만 어느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우리 아이'의 문제이니까요. 그게 귀찮고 쓸데없는 시간이라 어기신다면 그건 엄연한 책임 회피이며 애를 키우는 것을 귀찮아하는 것과 진배없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하셔야 할 것은 '아이를 키운다'는 건 아이가 잘 되기 위해서이지 '부모가 아이로 인해 뿌듯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는 말을 쓰실 거면 정말 진심으로 '아이를 위해서' 생각을 해주세요. 아이의 얼굴을 보고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며 아이가 정말 잘 가고 있는지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지켜봐주세요. 그게 공부던 공부가 아니던 그건 상관없습니다. 공부하지 않는 시간이라고 해서 아이의 인생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끝으로 너무 많이 울궈먹어서 단물도 안나오는 이야기 하나를 예로 들까 합니다.
(설마 이 이야기를 2010년에도 하게 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었네요)

- 대만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가 국가를 상대로 지금 나오고 있는 미디어들이 아이들이 보기에 너무나도 유해하고 터무니없이 저속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국가적으로 강제하는 등급을 매겨 안좋은 정서를 야기하는 미디어를 국가 차원에서 제지하고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대만 법정의 판결은 다음과 같다.

- 심의는 가정에서 하는 거지 국가에서 하는 게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