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9. 8. 11. 09:11
공화국 연구소 시간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회에 예고드렸던 대로 '바람을 피우는 여자를 말한다'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람, 하면 왠지 남자의 전유물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달리 표현할 단어가 부족할 뿐 문맥상의 의미를 따져보면 남녀를 가리지 않는 현상이 바로 '바람'이라는 심리변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남자들이 바람을 피우는 이유는 각종 서적, 특히 여성잡지등을 통해 충실히 분석이 되어 왔고, 실제로 그 분석 연구 결과 내용이 특별히 틀린 내용도 아니었기 때문에 많이 규명이 되었고 예방법 혹은 상황 대처법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여자들의 '바람'에 대해서는 그 본질적인 심리 상태는 고사하고 진단 단계부터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이쪽 논문이 없거나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사실 연구 결과나 논문들이 대부분 헛다리를 짚기도 하고 (여자 꼬시는 법 책 독파한 사람들의 연애 성공담 들어본 적 있나요?) 남자들은 거짓말을 할 지언정 행동이나 마음은 이른바 '남자답게'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직선적이기 때문에 연구가 어렵지 않습니다만, 여자들은 정말이지 수많은 변화구 속에 타자는 커녕 포수조차 제대로 잡기 힘든 너클볼을 던지는 선수들이 수두룩할정도로 심리상태에 따른 원인 분석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심리를 알고자 함에 있어서 쉽사리 범하는 오류가 '어떤 목적성'을 띈다는 것입니다. 그 목적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찾게 된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심리 파악에 실패하는 원인 되겠습니다. 이를 테면 '난 내 여자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라는 아주 순수하고 단순한 이유라 할지라도 이런 이유에 얽매이게 되면 주변 정보를 걸러내는 냉정한 뇌기능이 발휘되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거름 없이 받아들여 상식으로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잘못 알려진 상식들이 정말 수두룩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트러블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때론 범죄에 가까운 일도 벌어지니까요.

우선 이 글을 포함해서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책을 뒤져본다면 일단 말리고 싶습니다. 이미 사태가 벌어진 다음에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한 어떤 조사를 벌인다는 것은 냉정을 잃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이 글을 포함해서 모든 연구 결과들은 특히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철저하게 냉정하고 차가워진 머리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뿐입니다. 수도 없이 언급된 단순한 이유겠지만 이미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면 당사자들은 객관적인 시각을 잃을뿐만 아니라 한쪽에 치우쳐 상황이 컨트롤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니까요. 치료 백신보다는 예방 백신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단순 개인 연구 결과이므로 맹신 역시 금물입니다.

자 이야기를 다시 본론으로 되돌려 오늘의 주제인 '여자들의 바람에는 남자들과는 다른 어떤 특별함'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죠. 우선 첫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은 '거짓말의 유형'입니다. 남녀의 능력적인 차이에 대해서는 다른 연구 결과들이 수도 없이 상식화를 이룬 덕에 약간이나마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단순히 정리하자면 남자는 감정적인 표현보다는 이성적인 표현에 강하고 여성은 그 반대라는 것이 주가 됩니다만. 이 케케묵은 이론이 왜 여기에서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차차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파트너를 속이고 있다는 것이 되므로 여기에는 언제나 '거짓말'이 수반되는데요. 그래서 진실한 사랑의 '진실'이 거짓말을 배제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짓말의 유형, 특히 목적성에 있어서는 정말 남녀의 신체 구조 차이만큼이나 심히 극단적인 양극화 성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우선 남성쪽을 살펴보면 남성은 바람을 피우는 것을 포함해 어떤 거짓말을 하기 위한 목적이 생길 경우 우선 '거짓말'이 먼저 앞선 후 나중에 그에 파생되는 일들에 대한 수습이 이루어지는 형태입니다. 당장 그 순간이 닥치면 침착성을 잃고 매우 당황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상황을 즉흥적인 애드립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게 일반적인 남성의 패턴인데요. 남녀를 불문하고 인간이란 원래 이런 준비되지 않은 돌발적 패턴에 지극히 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빈틈이 많고 따라서 남성의 거짓말은 분야를 막론하고 발각될 확율이 매우 높습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남자는 바람을 피울 때 파트너에게 우선 '거짓말'을 하고 그 뒤에 해당 거짓말에 해당되는 알리바이나 증거물 등을 인멸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15 Year Old Tallulah Willis Parties Hard for Big Sis, Maybe too Hard? 15 Year Old Tallulah Willis Parties Hard for Big Sis, Maybe too Hard? 15 Year Old Tallulah Willis Parties Hard for Big Sis, Maybe too Hard?

반면 여성은 정 반대인데 바람을 피울때나 상대를 속여야 할 일이 생겼을 경우 '거짓말'을 섣불리 사용하지 않습니다. 우선 거짓말을 하기 전에 상하전후 논리를 머릿속에서 재빨리 따져본 후 자신의 생각 내에서 합격 도장을 받아낸 거짓말만을 내뱉습니다. 왜 이렇게 앞뒤로 계산된 치밀한 설정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성의 본능적인 특성 이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바람'의 의미와 목적 자체가 남녀 공히 아주 다르다는 것이죠.

여성들이 바람을 피우는 목적은 남성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여성들은 태초부터 '보수성'을 가지고 태어나며 거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모성애 등의 성향들 역시 대체로 자기 자신과 자기 핏줄을 지켜내기 위해 위험보다는 안정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른 분야보다 정치계에 여성 진출이 유난히 더딘 이유도 이와 관련이 깊죠. 이런 이유로 여성은 다른 무엇보다 결혼 제도에 걸맞은 남성을 고를 때 '안정성'을 가장 높게 보게 되는데요. 이 안정성을 파악하는 기준으로는 역시 자본력이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만, 그밖에 더욱 중요하게 보는 것은 남성의 건실성과 건강입니다. 앞서 담배를 피우는 여자 편에서 언급햇듯이 여성은 남성의 보이지 않는 건강 정보를 체크할 수 있는 본능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여기에 플러스 되는 것이 바로 '외모'인데 이것은 단순히 '잘생겼다'라는 기준이 아닌 외모에서 나타나는 간접적인 유전학적 정보에 기인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이른바 '시대적 남성상'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여성의 역할적 부분과도 무관하지 않은데요. 몇 년을 주기로 '훈남','마초남','미소년'이 번갈아가며 유행처럼 변화하는 것이 사실상 유행이 아닌 시대 상황에 맞는 여성들의 필요 욕구에 따라 조절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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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여성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여성이 판단하기에필요한 남성의 특정 부분이 결핍되어 미래가 매우 불안하게 느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자본력'이외에도 '건강상태', '향후 전망' (실직, 재산 피해 관련 재해 포함), '불임', '성적 만족도'등이 작용하게 됩니다. 여성들 모두 유전학적으로 제각각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남성을 고를 때에도 자신의 유전자 중 취약한 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남성을 찾는 만큼 상기 기준에도 평균적인 절대최저한계선같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제각각 필요로 하는 유전적 능력과 사회적 능력 등이 기준치 이하로 미달되었다고 느낄 경우 여성은 바람을 피우게 되는 것이지요.

 다만 이 바람을 피운다는 선택지가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있어서 그다지 자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의 '보수성'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데요. 여성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신이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을 경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게 되므로 지금 있는 환경을 바꾸기까지 대단히 오랜 생각과 힘든 결심이 필요합니다. 즉 여성의 바람은 '내가 이 남자를 떠나 다른 남자에게 갈 경우' 아주 확실하게 지금과 다르지 않거나 훨씬 나은 생활적 안정성이 만들어진다는 '보장'이 되어야지만 비로소 '바람'이라는 수단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옛말에 남자는 바람을 피워도 집에 돌아오지만 여자는 바람을 피우면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여성은 이미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경우 남자에게서 마음이 완전히 떠나 다른 남자에게로 '이사'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여기에서 남자가 이를 되돌릴 수 있는 선택지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텐데요. 당연하겠지만 이미 떠난 여자를 되찾아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됩니다. 남성들이 흔히들 착각하는 부분이 '내가 조금 더 잘하면 여자는 나에게 다시 돌아올거야'라는 부분인데 이는 남성 자신들의 바람과 여성의 바람을 동일한 개념으로 바라보는 데에 따른 일반화의 오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여성들의 극단적 보수성이 여성의 인생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을 하게 만들어주느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닌데요. 다름아닌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여성의 선택에 대한 댓가를 아주 크게 지불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흔히 TV에서 부부폭력이나 편력 등 아주 극단적인 삶을 살고 있거나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관점에서 매우 불합리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들을 보면 같은 여성들조차도 '왜 참고 살고 있을까? 이혼하면 될 텐데...'라고 혀를 끌끌 차곤 하는데요. 여기에는 '여성'이 바람...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지금 있는 남자와 해어지기까지 너무 많은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미혼일 경우 심리적인 부분과 지금보다 더 나은 상대를 찾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부분 외적 측면에서는 리스크가 별로 크지 않습니다만 기혼녀의 경우 여기에 추가로 일단 사회적으로 이혼녀 라는 신분을 갖게 되는 '불리함'을 감수해야 하고 아이가 있다면 불리한 포인트가 하나 더 늘게 되죠.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불리함은 더욱 늘게 됩니다. 이런 불리한 조건 하에서 미혼녀들 혹은 자신보다 덜 불리한 이혼녀들과 경쟁하여 '지금'보다 더 나은 남자를 찾아야만 하는 여성으로서는 결심하기 매우 힘든 부분이 있고 이것을 여성들은 이미 모든 것을 실행하기에 앞서 충분히 예상을 해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고통보다 미래에 있을 최악의 경우를 맞이하는 것이 훨씬 두렵다고 무게중심을 기울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계기가 주어지지 않는 한 여성들은 움직이기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 되겠죠. 지금보다 더 나빠질 확율을 감수하고 모험을 감행한다는 건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있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각종 미래보장보험들이나 적금 상품들이 주로 여성들에 의해 판매가 이루어지는 부분이나, 회사에서 여성들의 이직율이 남성들에 비해 높지 않은 이유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 가능합니다.

즉 여성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선택의 기회가 좁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때문에 결혼 문제에 대해서는 남성에 비해 매우 신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남성들이 중년의 여성에게 빠지는 비중보다 여성이 중년의 남성에게 빠지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죠. 기혼 중년 남성을 좋아하는 여성 계층에게는 '이혼 경력이 여러차례 있는 돈 많은 바람둥이형 미중년보다는 '한 가정에 충실하고 화목한 가정을 10년 이상 유지하고 있는' 평범한 중년 남성이 주로 인기가 있는데요. 여기에는 잘 생기고 돈을 많이 번다는 부분보다 '결혼 후 오랫동안 한 여자와 함게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륜 소재의 드라마에 늘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별볼일 없는 가장들에게 맹목적으로 가정 파괴를 노리는 매력적이고 젊은 여성들이 나오는데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녀들에게 필요한 건 그 남자의 옆이 아닌 그 남자의 집 부엌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죠. 이는 연애의 그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어서 다음 시간에는 여성들이 바람을 피울 때 하는 거짓말의 구조와 목적, 그리고 그에 대한 예방법과 대처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자 그 특별함에 관하여 회차별 테마 목록

1회차 담배를 피우는 여자 그 특별함에 관하여
2회차 바람을 피우는 여자 그 특별함에 관하여
3회차 키스 그리고 또 한번의 키스 그 특별함에 관하여
4회차 재력에 끌리는 여자 그 특별함에 관하여
posted by RushAm 2009. 8. 6. 19:27
몇년 전 '엄마 어렸을 적에'라는 작품전이 생각지도 못한 인기몰이를 하며 롱런했던 적이 있었다. 초창기 작품전을 기획했던 주최측조차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클레이 인형 작품전이 이처럼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기성세대'들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안정화된 지위를 확보하면서 잃어버린 향수를 되찾으려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데, 최근의 7080 붐이 몇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부분이라든지, 아저씨돌의 귀환이라 일컬어지는 과거 아이돌 그룹 출신 맴버들의 연예계 복귀 등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겠다.

만화나 애니메이션계에서도 이는 에외가 아니어서 일본의 경우 아무리 포켓몬, 코난,짱구 등이 날고 긴다 한들 아직까지 시청율 톱을 달리고 있는 건 '치비 마루코짱'이다. 온 가족 포멧이라고 불리지만 결코 젊은 층의 시청율이 높지 않은 이 작품은 언제나 애니메이션 통합 시청율 1위를 고수하며 몇십년째 순항중이다. 한국의 경우 이와는 조금 다르게 성공 여부가 철저하게 극단화되어 있는데, 젊은층의 외면 속에서도 나름의 성공을 일군 '검정고무신'이나 가족물 컨셉으로 수입되어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한 '우리집' (한국명 아따맘마) 등이 이른바 '복고'와 '생활속의 공감'이라는 외면하기 힘든 떡밥을 가지고 성공한 반면, 치비마루코짱의 경우 뛰어난 캐릭터성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으로 일본의 과거사와 다소 다른 공감대를 추구한 부분에서 어필에 실패, 높은 라이센스 비용에도 불구하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처럼 '복고'는 업계에 있어 제법 검증된 보증수표임에도 잘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제한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다가, 그들이 반드시 시장성 확보를 보증해주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들에게 반드시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킬링 테마를 찾아내는 어려움 등이 있어, 성공 확율이 기대만큼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는 초반 스토리에서 보여주었던 이른바 '인생 다시 살기 프로젝트'와는 조금 동떨어진 '80년대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다소 이래적인 세대교체식 복고를 추구했는데 지금까지의 복고가 다분히 5~60년대 출생 7~80년대 젊은 세대를 표방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이 연재 초반부터 지금까지 독자들로 하여금 꾸준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비단 복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인생 다시 살기'라는 코드를 대리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스토리적 기대감을 형성시켜준 영향도 크다. 누구나 몇 년 전으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그렇게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텐데 라는 만인 공통의 공감코드를 복고 코드와 결부시켜 함께 작극한 것이 주효 대리만족을 원하는 독자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고들었다는 점이 에상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초반 스토리 전개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연재를 이어가기 위한 보험 측면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복고 코드를 지나치게 오랜 기간 활용하여 본궤도 스토리인 '남기한의 인생 다시 살아 엘리트 되는 성장과정' 이 다소 등한시되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될 수 있다. 연재 초반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요인은 '복고'가 아닌 '남기한이 지식은 그대로 간직한 채 과거로 돌아가 조숙아로 성공하는 설정'에 매료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많은 독자들이 기대했던 '학생때로 돌아가 비상식적인 초등학생의 대 활약상'의 카타르시스를 아직까지 뭔가 속시원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본인도 최근 이를 인지한 듯, 매회 복고 소재를 사용한 1회성 스토리에서 벗어나 중간고사나 과학 퀴즈 대회 등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 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스토리로 전개 속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소 준비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 만큼 매회 스토리 전개가 다소 매끄럽지 못하고 사건, 위기, 전개 등이 다소 맥빠지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스토리 전개가 전혀 예측 불가능한 부분도 문제, 추리 미스터리물처럼 긴박한 전개에서의 예측 불가성은 또다른 흥미 요소이지만 여기에서 예측 불허는 곧 스토리의 설득력 부족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몇년째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마린블루스라는 웹툰이 있다. 웹툰으로서는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이 작품은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 정말 여러가지 시도를 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소속사가 팬시회사이다보니, 각종 팬시 상품은 물론, 주제가,플래시 애니메이션 등 대부분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을 쏟아부을 수 있는 자본적 배경이 주어졌음에도 정작 눈에 띄게 성공한 사례는 '다이어리상품과 몇몇 팬시 정도가 전부이다. 그나마 음악의 경우 이름있는 뮤지션이 참여하여 완성도가 높았음에도 다이어리와 함께 팔리는 수준에서 소화되었던 상업적으로는 굴욕에 가까운 처우를 받기도 했다.

앞서 정열맨 편에서도 언급했었지만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인한 다양한 파생 미디어의 생산은 매우 반길만한 일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거대한 아마추어 시장의모태가 되었던 게 파생 미디어이기때도 했던 것처럼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만이 아닌 참여를 유도하여 ucc등의 뉴미디어를 통한제작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다소 짧게 언급했지만 '파닥파닥 송'을비롯한 작품 내 곡들이 실제 곡으로 (비상업적으로 작품만을 위해) 제작되어 공개된다던지 하는 식의 다양한 시도는 좋은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연재가 시작된지 반년여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초반 '파닥파닥 송'의 성공적인 훅을 이어나갈만한 이렇다할 전개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 목요 웹툰 톱을 달리던 인기에서 최근 3위까지 밀릴 만큼 점진적으로 독자들의 관심도를 멀어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우려스럽다. 작가도 이를 인지한 듯 최근에 들어 복고 옴니버스를 포기하고 본격적인 장편에피소드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고작 선악구도를 잡는 데에 한달여가 소요되었을 만큼 스토리를 추스리기까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남기한 이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개성이 거의 드러나지 않아 비중이 적어 생성될 수 있는 스토리 복선을 자체적으로 넓히지 못하는 한계를 타파에 나가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타이틀 하나에 웹툰의 초반 독자 유입이 결정될 만큼 웹툰에 있어서 타이틀이 갖는 의미는 절대적이다, 타이틀에 이 웹툰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재미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타이틀에 걸맞는 스토리 전개와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감도 존재한다.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는 타이틀로 독자들을 후킹하는데에는 충분히 성공적이었으나 타이틀에 거는 기대치만큼의 전개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데에는 아직 미흡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 결과 보이지 않는 팬의 이탈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이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초반 많은 독자들이 기대했던 만큼 아직 작품적으로나 작가 역량 측면에서 충분한 포텐셜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는 바 필자 개인적으로도 완성도 측면에서 조금 더 분발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팬들의 잠재되어 있는 또 다른 참여 의지를 움직일 수 있었던 보기 드문 힘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니만큼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서도 보다 고무적인 내용으로 희망이 아닌 현실을 어필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미티'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실질객관동화'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7. 11. 11:51
여러분들은 여자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 계십니까? 물론 이 질문은 남자분들에게만 드리는 질문은 아닙니다. 남자도 남자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여자도 마찬가지죠. 이성간이라면 말할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특별히 세분화할 필요도 없이 가장 많이 맞딱뜨리면서 가장 단순한 구분인 이성을 제대로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신 역시 제대로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거죠. 물론 자동차 운전 이론처럼 굳이 알지 않아도 별 불편함이 없는 이론이긴 하겠습니다만 역시 생활 속 이론이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누구에게나 일상에 인접해 있어 읽을거리로는 이만한 재미도 없죠. 혈액형 이론이 뜬 것도 그게 정확해서가 아니라 그냥 일상 생활에 그 이론이 적용이 안되는 사람이 없는데다가 4지선다형으로 특별히 어렵지 않는 통계학적 이론이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으니까요.

                      Sydneys Centrepoint Tower Catches Alight
심리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 볼 때 남자보다는 여자가 훨씬 더 복잡합니다. 아무래도 인류의 생존 측면에서 조금 더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기 때문에 생체적으로 설계된 부분이 심리적인 본능과 결부되어 한층 복잡한 복선을 그리게 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시중에도 '남자의 심리학'보다는 '여자의 심리학', '여자를 꼬시는 법', '여자도 모르는 여자' 등의 책이 훨씬 많고 훨씬 잘 팔리며 훨씬 내용도 충실합니다. 연구할 거리도 많고 그만큼 알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늘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연구한 몇 가지 여성과 관련된 이론과 더불어 몇 가지 인용하여 정리한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남성의 시점에서 보고 듣고 느낀 부분을 연구한 것이니만큼 지극히 남성의 시점에서 쓰여졌으며 가급적 여성분들이 읽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중립적으로 기술하였습니다만 가급적 여성분들의 취독은 권하지 않습니다.

음주 흡연과 미인의 관계?
흔히 여성분들이 '피부의 적'이라고 부르는 것들 중 대표적인 게 술과 담배입니다. 그런데 동감하실 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때 정말 아이러니한 부분이 이런 것들을 가까이 하는 여성들일수록 미인일 확율이 높다는 이상한 통계가 나오는데요. 실제로 제가 지금 있는 일본의 경우 여성들의 흡연 비율(실제로는 한국과 별 차이가 없지만 일본은 여성들도 자유롭게 대놓고 피우죠)도 높은 편이고 쉽게 어떤 여성이 흡연자인지 확인이 가능한 시스템이다보니 (한국은 이미지상 그걸 숨기려 드는 정서가 깊죠) 편의점에서 담배를 팔 때는 물론 길거리에서 흔히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는데요 대부분 가까이에서 확인을 해봐도 전체적으로 미인형에 (화장을 짙게 한 경우도 있지만) 피부도 상당히 매끄럽다는 것입니다. 피부 톤도 TV에서 알려진것처럼 어둡지 않고 오히려 순백미인형이 많았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사실 이건 여성만의 특징이 아닌 인류 자체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흔히 담배를 피우면 건강을 파괴하고 수명이 단축된다는 상식이 있지만 일본 장수 기록 보유자중에는 20대때부터 하루 3갑씩 피우던 담배를 116살에 끊은 뒤 4년 후 사망한 기록도 있어 이러한 이론에 찬물을 끼얹기도 할 만큼 상관관계에 있어서는 아직 의문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과음하는 심리상태는 후천적인 스트레스도 한 원인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체질적으로 타고 난다'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물론 의학적으로 아무런 근거자료를 제시하기도 어려운 가설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일단 한 번 들어보세요.

인간은 유전학적으로 우성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열성으로 태어나기도 합니다. 자기 자신이 후천적으로 이를 지식화하여 깨닫기 전에 태어나는 순간, 아니 더 엄밀히 말하면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 유전자는 이를 인식합니다. 즉 타고난 건강 지수를 100으로 봤을 때 200으로 태어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50도 채 안되는 아이가 있는 것입니다. 이미 태어난 순간부터 건강한 아이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게 이를 증명합니다.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는 아이도 적지 않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대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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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타고난 건강지수가 수명 막바지에 이르러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살펴보면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200을 가졌던 사람이 50대에 이르러 10조차 남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50을 타고난 사람이 50대에 이르러서도 30수준을 지키는 경우도 있죠. 물론 200을 가진 사람이 건강 측면에서의 삶의 질은 뛰어날수도 있는 일이겠습니다만, 의학이 발달한 요즘에 이르러서는 건강의 질적인 부담을 본인 혼자서 짊어지는 일은 없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TV다큐멘터리에 보면 아니 저렇게 만신창이로 병든 사람이 나중에 회복한다고 해서 오래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들도 많습니다만 그 사람들 중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그런 걱정을 가볍게 무시하고 보란 듯이 오래 살아가고 있죠. 반대로 평소에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쳤던 사람이 돌연 50대를 못넘기고 돌연사했다는 뉴스는 이제 놀랍지도 않은 흔한 뉴스입니다. 이상하죠?

저도 이 부분이 상당히 이상해서 주변 사람들과 그 외 몇십 명 정도의 생활 패턴과 타고난 건강 이력 등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다소의 오차가 있었습니다만 대부분 '타고난 건강'을 가진 사람들의 흡연 음주 비율이 높았고 그 양도 많았습니다. 물론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건강지수의 대표적인 근거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감기 한번 걸려본 적 없는'사람들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어째서 타고난 건강체인 사람들일 수록 술과 담배를 즐기는 인구가 많은 것일까 하고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너무 건강하게' 태어난 것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인간은 100정도의 건강지수에 딱 맞춰 타고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넘어서거나 조금 모자란 정도에서 갖추어집니다. 그런데 자신의 건강 지수가 의식적으로는 모르더라도 세포 하나하나와 그들을 관장하는 뇌의 잠재의식속에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신체는 의식적으로 건강지수를 '아낀다'는 의식적 판단을 게을리 하게 되는 것입니다. 200이나 되는 건강수치를 전부 관리하고 지켜내기엔 몸이 벅찬 것도 있겠지만 일단 '남아돈다'는 의미는 건강 지수에 대한 '희소적 가치'를 낮게 인식하는 결과를 낳게 되니까요. 즉 건강한 사람들이 흡연이나 음주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도 그들이 주는 쾌락적 수치에 비해 주는 신체적 타격이 그만큼 크지 않은 다시말해 가치적 손실이 다른 사람보다 적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타고난 건강으로 스트레스 등 외부적 건강방해요인에도 강점을 보이며 과음에도 숙취없이 잘 견디며, 줄담배를 피워도 폐활량 손실이 적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적은 손실을 지불하고 더 많은'쾌락'을 얻는다. 이것만큼 달콤한 유혹이 또 있을까요? 인간의 본능 중의 본능을 건드리고 있는데 말이죠. 싸고 좋은 물건에 약하지 않은 사람이 없듯이 말입니다.

반대로 건강지수가 낮은 사람은 의식적으로 그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광고 카피나 연구 결과에 대단히 민감합니다. 건강 보조식품에도 많은 관심을 갖는 편이며 담배나 술 이런 건 그 사람의 주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건강 검진을 게을리하지 않고 장수에 관심이 많습니다. 몸에 좋다는 제철과일, 채소, 영양제는 끼고 삽니다. 평소 몸이 약해 골골대는 사람 중 자기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습니다. 모두 자신의 지금 상태를 충분히 인식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죠. 200:50의 스코어로 시작한 '일생'이라는 마라톤 게임이 처음부터 자신에게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본능적으로 내부에서 관리하고자 하는 기관들이 발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면 공평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역시 200으로 타고나서 잘 관리해서 오래 사는게 제일 이상적인 결과이긴 합니다. 그게 쉽지 않아서 그렇죠; 의학적 기준 이상으로 장수하는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연구해서 그 사람들이 먹는 음식, 생활 패턴, 환경 등 이른바 '장수의 비결'을 묻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습니다만,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 자신이 어떻게 타고 났는지 알 필요가 없는데 그걸 따를 필요가 없는 것이죠. 120년을 산 일본인이 담배를 116살까지 피웠다고 해서 담배가 몸에 해롭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는건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자기기인, 지피지기... 이 두가지 사자성어에 장수의 비결이 담겨져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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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는 이성, 술을 즐기는 이성들이 인기가 많은 이유, 이제 조금 감이 잡히십니까? 신체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담배'나 '술'에 강하고 도파민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평소 스트레스가 적고 성격이 밝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연스럽게 성격이 좋아질 수밖에 없죠. 담배 피우는 여성 중에서도 미인형이 많지만, 남성 중에서도 성격이 호탕하거나 훈남이거나, 혹은 트랜드에 걸맞는 꽃미남이거나...흔히 전혀 담배를 피울 것 같지 않는 얼굴들이죠. 동성 이성을 불문하고 이런 타입들은 주변에 사람이 모여들수밖에 없습니다.

신기한 점은 흡연자 커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의외로 흡연자+비흡연자 커플이 눈에 많이 띄는데요. 비흡연자는 '금연'를 연인에게 끊임없이 권하지만 그로 인해서 이별을 통보하거나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는 경우는 거의 드뭅니다. 그냥 저냥 커플 관계가 이어집니다. 친구 관계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비흡연자 위주로 사귀는 것과 대조적인데요. 여기에는 '유전학적'이유가 동반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흡연자 중에 매력적인 이성의 경우 대체적으로 건강지수가 매우 높게 타고난 유전자이기 때문에 천성적으로 비흡연자, 즉 건강 지수가 그리 높지 않은 유전자를 가진 이성들이 그들에게 끌리게 되는 것이죠. DNA적으로 말입니다. 어쨌든 나는 50이라도 내 아이는 최소 100 이상으로 태어나길 바라는 게 인간의, 아니 모든 포유동물들의 본능일테니까요.

다만 흡연자 남성 + 비흡연자 여성에 비해 비흡연자 남성 + 흡연자 여성의 커플 비율이 적은 이유는 남성이 비교적 상대 이성의 유전지수 파악 능력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다가 의학상식적으로 '흡연'이 '태아'와 '생식'기관에 별로 좋지 않다는 '이성적 지식'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평소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잠재적 의식 속에서는 충분히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결혼 상대'로는 고개를 가로젓게 되는 것이죠. 뭐 남자는 피워도 되고 여자는 피우면 안된다, 뭐 이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남성 생식에도 안좋다는 게 밝혀지고 있으니까요. 물론 여성 생식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론만큼 오래 전부터 상식화되지 않았기때문에 (수십년전부터 많은 여성들이 담배를 많이 피우면 자연스럽게 피임이 될 거라고 믿고 있죠, 남자의 경우 아직 예외조항이 너무 많습니다) 여성들의 선택권 내에서 흡연 여부가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보았지만 '흡연은 안좋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건강지수 200인 사람에게도 50인 사람에게도 안좋은건 똑같습니다. 다만 HP가 충분한 사람에게는 오래 버틸 수 있는 것 뿐이죠. 담배의 유해한 물질들은 언제나 일정한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닌 몸에 축적되어 몸 안에 있는 유해물질들과 새로 들어오는 유해물질들이 동반 타격을 주기 때문에 '돌연사'라는 것이 가능한 것입니다. 매번 HP를 1씩 까먹는게 아니라 어느 순간 100의 타격을 한방에 줄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는 것이죠.

물론 앞서 언급했던대로 건강지수 200인 사람이 담배나 술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 대처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으니까요. 다만 너무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고 몸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를 두고 싸우는 이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짓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술이 나를 마신다는 표현 참 끔찍하지요; 내 주량, 내 흡연량, 그거 높으면 건강지수 높다는 증거가 되긴 하지만 그런 걸로 증명하려 들지는 마세요. 애써 증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아줄 만큼 당신은 매력적이니까요.

아울러 덧붙이고 싶은 것은 건강지수 200인 사람의 그 호탕하고 인기있는 모습이 '흡연'이나 '과음'에서 온다는 착각으로 건강지수 50인 사람이 무턱대고 그걸 따라하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하겠습니다.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방에게 술을 권하거나 술은 마시면서 는다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이론으로 일반화시키는 일도 있어서는 안되겠죠. 제각각의 개성만큼 타고난 신체적 건강지수와 특성, 체질은 제각각일수밖에 없으니까요. 절대 어떤 이유에서든 그 사람의 성공 비결이 담배나 술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건강 지수를 알고 그 건강 지수에 맞는 삶고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 바로 지피지기, 자기기인이니까요.삼국지에서 조조가 전투에서 패한 뒤에도 껄껄껄 웃으며 '전투에서는 살아남은 자가 승리한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듯, 결국 지금 소주를 몇병 깔 수 있느냐 없느냐보다는 몇 살까지 더 건강하게 (늙어서 골골거리며 실낱같은 인생을 움켜쥐는 게 아닌) 사느냐가 결국 인생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것,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여자 그 특별함에 관하여 회차별 테마 목록

1회차 담배를 피우는 여자 그 특별함에 관하여
2회차 바람을 피우는 여자 그 특별함에 관하여
3회차 키스 그리고 또 한번의 키스 그 특별함에 관하여
4회차 재력에 끌리는 여자 그 특별함에 관하여
posted by RushAm 2009. 7. 10. 16:37
NHK라는 방송국은 다른 나라 국,공영방송국과는 좀 색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게츠큐같은 슈퍼 프라임 타임이나 그밖에 일상적인 시간대에서는 민영방송사에 시청율 싸움에서 항상 완패하면서도 드라마 시청율에서는 톱 혹은 최소 상위 5위권 안에 항상 이름을 올리며 아침 시간대 뉴스 시청율은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늘 NHK를 보지 않는 시청자들에게 시청료 징수를 강요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본, 특히 젊은 세대들은 거의 보지 않는 채널의 대표고유명사처럼 굳어져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죠. 물론 아직 시청율의 대부분은 30대 중 후반 이상의 남성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긴 해도, NHK시청율 문제가 이미 10년 전부터 불거져 나온 문제임을 생각해볼때 그들 역시 10년 전에는 NHK를 보지 않는 젊은 세대였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글쎄요?

요는 벨런스입니다. NHK는 주 시청자층이 30대 이상이라고 해서 결코 30대 이상 연령층만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만을 편성하지 않습니다. 얼핏 보면 교양만 가득해보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은 민영방송들의 타이틀들이 너무 자극적인것이지 NHK가 결코 흥미가 없는 프로그램이 많은 것이 아닌 것입니다. 한글도 그렇지만 일본어도 정말 여러가지 표현이 있는데 같은 말이라도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뇌에 자극 양이 달라지기 마련이죠 민영방송에서 정말 정신없이 자사 프로그램 광고를 1,2,3초 스팟으로 혼란스럽게 내보내는 1초 경제학을 시연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NHK는 상업광고는 물론 어지간해서는 프로그램 광고조차도 넣지 않습니다. 사뭇 초라해보일수도 있지만 보다 보면 이것만큼 편안한것도 없죠. 여기에 프로그램 컨텐츠의 질적인 측면까지 만족시킨다면 NHK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른바 프리미엄 채널로 인정받는 셈입니다. 아랫것들은 요란한 빈수레쯤으로 치부하는것처럼요.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만, NHK는 젊은 층의 시청율 향상에 꾸준한 투자를 거듭해왔고, 소재면에서 트랜디하지는 않아도 정서에 크게 위협되지 않고, 여기에 교육적이고 전 연령대가 보기에도 무난한 프로그램들을 다수 편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승부처로 드라마의 경우에는 '캐스팅'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안정적인 원작'을 내세운 '떡밥'을 뿌리면 완벽한 후리카케 ...가 아닌 젊은층 공략이 완성되는 것이죠. 성공한 사례 중 대표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의 카드캡터 사쿠라, 메이저,오늘부터 마왕, 츠바사 크로니클 정도가 있겠고 드라마의 경우 원작의 안정성을 내세운 베터리, 나나세 다시 한번 등과 캐스팅 떡밥으로 언론 노출을 노린 '천지인' 그리고 오늘 드라마이저에서 다루게 될 '사쿠라바 나나미' 떡밥의 '트윈 스피카' 로 대표되는 모쿠하치 (NHK의 목요일 8시 드라마)가 있습니다. 요즘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아이돌 '사쿠라바 나나미'를 전면에 내세우는 실로 NHK답지 않는 과감함을 보여준 '트윈 스피카' (ふたつのスピカ 이하 후타스피)가 NHK에게 반쯤 등돌린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어필하며 나와주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일단 드라마 후타스피는 NHK에서 일전에 방영했던 애니메이션은 고사하고 원작마저 사뿐히 무시해주는 스토리라인을 보여줍니다. 원작은 유령이 등장하는 다소간의 판타지적 성격이 강했던 반면 드라마라는 한계때문에 표현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령의 등장이 처음부터 없이 주인공 카모가와 아스미의 성장 드라마로 전개하려는 목적이 분명하게 읽히는 스타트인데요. 연기에 있어서는 풋내기에 가까운 사쿠라바 나나미 원톱이 가능할까 대단히 걱정스러웠습니다만, 원작처럼 분위기에 맞춰 감정조절을 잘 해야하는 역할이 아닌 단순히 밝고 명랑한 캐릭터로 설정이 바뀌어서인지 버거워하는 가운데에서도 무난히 소화해주고 있습니다. 그라비아 출신들의 연기 데뷰가 처음부터 좋은 결과를 낸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역시 상대가 NHK라서 그런지 대단히 준비를 많이 하고 나온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그나마 긍정적인데요.

문제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의도는 분명히 보이는 '스토리 재창작'이 과연 후타스피라는 이름을 일부러 달고 나와야만 했는지 의구심이 들 만큼 심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원작처럼 감수성을 자극하는 타입과는 전혀 관계없는 (적어도 초반 1분까지는 그런 스토리로 갈 것 같았습니다만...) 열혈 우주 오타쿠 소녀의 우주 도전기가 되어가고 있는 드라마판 후타스피는 기본적으로 캐릭터 설정과 기초 설정만 빌려온 완전히 독립적인 작품으로 나와주고 있는데요. 내용 상에서도 타이틀에 대한 스토리가 아주 잠깐 언급됩니다만 그에 얽힌 무언가가 없이 그냥 단순히 설정을 했다..는 정도에 그치는 정도입니다. 단순히 사쿠라바 나나미를 위해서 스토리를 뜯어고쳤을 리는 만무하겠고, 드라마라는 미디어 특성 탓에 유령에 대한 표현이 애매해질 수도 있겠습니만, 데스노트의 성공을 보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는데 과연 여기에는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일까요?

우선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배역과 스텝진을 들 수 있겠습니다, 아빠와 딸의 7일간으로 알려진 아라이 슈코의 감미로운 각본은 후타스피에서도 무난하게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원작 영화팬들을 절망시킨 드라마판 혐오스런 미츠코의 일생을 연출한 야마모토 타케요시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 여기에 사쿠라바 나나미를 받쳐주려는 의도까지는 좋았지만 다이토 슌스케, 나카무라 유이치 등 지나치게 검증된 인기와 연기력에 의존한 배역을 추구한 탓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맞지 않는 (소꿉친구가 실제 나이로는 6살차이) 캐스팅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는 점은 드라마를 몰입하는 데에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드라마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와는 다르게 현실과 무척 가깝게 느껴지는 메채입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세계를 현실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극소수겠지만 드라마를 현실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그에 비해 훨씬 많겠지요? 한낱 공상과학영화들이 실제로 미래과학발전상을 대변해준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할때 가장 재현력이 훌륭한 포멧이라면 역시 드라마를 포함한 실사계일테니까요. 그래서 NHK는 실사 드라마를 만들 때 두가지 점을 신경쓰게 됩니다. 하나는 사극에서처럼 '역사적'혹은 '과학적'인 고증이고 또 하나는 전 세계로 송출되는 국영방송인만큼 '일본에 대한 이미지 고취'가 되는 것이죠.

다시말해 드라마에서 유령이 등장하거나, 주인공이 약해서 유령에게 상담하고 학교로 돌아가는, 즉 학교가 메인이 아닌 유령과의 시간이 메인이 되는 원작은 NHK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설정인 셈입니다. 가능하면 NHK는 일본의 우주 관련 시설이 화면에 더 많이 등장해야 하고, 고민이 발생하는 곳도, 그 고민을 해결하고 성장하는 장소도 학교가 되어야하죠. 배경은 마치 PPL광고처럼 NHK로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찌기 미국이 자신들의 과학, 우주 기술력을 각종 SF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간접 홍보한 전례를 NHK가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어필하고자 하는 것이죠. 유령이 등장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중국의 이미지가 한동안 신비의 동양인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원인이 80년대를 전후로 헐리우드에 대량으로 유입된 무협영화에 기인했던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최대한 과학적인 부분을 내세우면서 다소 언벨런스하게 등장하는 '최첨단 과학 속에 증명불가능한 환영체'라는 말도 안되는 설정을 과감하게 버려야만 했던 것이죠.

현재 3회까지 방영되었습니다만 총 7회 분량의 드라마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전개를 볼 때 앞으로 더 새로운 것이 나올 것이 없어보입니다. 3.1%대를 기록한 시청율 측면에서도 기존 모쿠하치 드라마들에 비해 특별히 나아진 성적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고, 성장 드라마치고는 전개가 무척 빠른 편이지만 매 화 새로운 부분에 대한 긴장감이 주어지기보다는 평이한 스토리 속에서 무난하게 지켜보는 타입의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데요.흔히 표현하는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더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느낌입니다. NHK는 분명 능력도 있고 의지도 충분합니다만, 역시 국영 방송이라는 대의적 제약이 트랜디적인 창작에 있어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고 말았네요. 인기 있는 배우의 캐스팅 이외에도 몇 가지의 숙제가 더 주어진 셈입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은 꿈꾸었던 우주에 대한 꿈, 그 꿈을 원형 그대로 간직한 채 성장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꿈은 꿈꾸는자의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듯 여기 우주를 꿈꾸었고 지금도 그 꿈 그대로를 간직한 채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 단지 꿈에서 깨지 않은 철부지인지 아니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거창한 응원보다는 조용히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이야기 '후타츠노 스피카'였습니다.
Twin Spica - ふたつのスピカ (NHK)
2009년 6월 18일부터 매주 목요일 8시 방영
출연 : 桜庭ななみ (사쿠라바 나나미)          大東俊介(다이토 슌스케)
         向井理  (무카이 오사무)                      中村優一  (나카무라 유이치)  外
각본 : 荒井修子  (아라이 슈코)
연출 :
山本剛義  (야마모토 타케요시)
posted by RushAm 2009. 6. 23. 15:31
옴니버스 개그 소재 작품들이 연재가 계속되면서 소재 고갈과 더불어 맞닥뜨리게 되는 가장 큰 함정이 있다면 '표절 논란'일 것이다. 일상 속에서 찾아내고 공감할 수 있는 개그 소재란 사실 많지 않기때문에 '공감'을 코드로 하는 이상 소재의 겹침은 어쩔 수 없고, 결국 누가 먼저 사용 (체험)했느냐가 승부를 가르곤 하는데, 전혀 표절이 아님에도 어쩌다보니 겹친 경우도 있긴 하지만, 간혹 경험담이 아닌 '소재 공모'를 통해 얻은 꼭지라던지, 유머 책 등이 출처인 경우도 있고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마감시간에 쫒겨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도 한다.

비단 만화계뿐만 아니고 문화 예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언제나 창작의 고통과 함께 찾아오는 이 딜레마는 원인도 다양할뿐더러 '우연의 일치'라는 예외조항으로 인해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점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어쩌다보니 한정된 범위 안에서 희귀한 확율로 겹쳤던지, 혹은 대놓고 오마쥬를 했던지 어쨌든 결과는 '안 걸리면 만사형통'인 상황이니까 우연으로 인한 억울함보다는 의도적 실행에도 적발되지 않는 쪽이 훨씬 만족도가 높다는 점에 있다. 창작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켜가며 얻는 '자존감'의 가치가 지금 당장 마감을 지켜내고 얻을 수 있는 안정감을 얻는 데에 따르는 위험 부담쪽이 상대적으로 적다면 가치 판단에 양심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그만큼 좁아지기 마련이다.

생활의 참견은 등장 시기와 작가의 경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재 초반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 힘든 단순한 그림채라든지 이렇다할 개성이 없이 '출연진'으로의 역할에 한정되는 캐릭터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른 개그 옴니버스 작품에 비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초딩'의 지지 없이 인기작품이 되기 힘든 네이버 웹툰 독자층의 특성 상 작품성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 연재 환경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사료된다.

이 부분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일면 최신 트랜드에 맞지 않는 것으로 오인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초반부터 충분히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작품 자체에 지나치게 몰입시키지 않고 소재 공모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작품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서 장기 연재에 따르는 소재 고갈에 대비한 관록을 발휘한 측면이 짙다고 할 수 있다. 초반에 오버 페이스로 어떻게든 매너리즘을 만들어보려는 신인 옴니버스 작가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으로 연재 공백이나 소재 고갈로 인한 퀄리티 저하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생활의 참견은 2008년 2월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한 이후 초반 30화분까지 월,수 연재에 신작과 베스트작을 격차 연재하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즉 다시 말해 네이버에서 연재를 처음 시작한 것이 아닌 개인 블로그라던지 다른 포탈에서 연재를 이어오던 작품을 네이버로 이적하여 연재를 재개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 묘한 점은 작가 블로그, 팬 카페 어디에서도 이전에 연재하던 연재처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베스트 선정작이 있다는 것은 선정된 작품 이외의 이전 연재작이 있다는 설명이 가능한데, 이전 연재작이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베스트 선정작'이라는 단어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 이유는 다름아닌 챕터 13 '분노의 위기 대처법'때문이다. 2008년 3월 17일 월요일 베스트 선정작으로 연재된 챕터인데 아무래도 네이버 웹툰 이용자의 대다수가 10~20대의 젊은층이다보니 이 챕터에 대한 반응도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재미있다'는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일면 별 문제가 없는 챕터로 보이기도 하지만 일부 기억하고 있는 독자들에 의해 최근까지도 꾸준히 '소재 표절'에 대한 의혹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문제는 생활의 참견이 지금까지 '소재 고갈'에 대처하기 위해 '소재 공모'를 비롯한 다양한 채널에서 소재를 받아들이고 있는 데에 반해 그 소재 공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이런 저런 문제들, 특히 '표절'같은 매우 민감한 문제에 대해 별다른 대처를 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반 비정기적으로나마 업데이트되던 작가 블로그의 '작품 후기'는 연재가 중단된지 오래이며 팬 카페에서도 일부 문제점을 인식하는 독자들도 불 수 있지만 1년 이상이 지난 챕터이다보니 문제 의식이 다소 덜한 감이 있다.

그러나 웹툰은 1회성이 아닌 처음부터 몇 번이고 다시 읽는 이른바 '정주행'독자들이 많은 특징이 있는 만큼 단순히 '지난 일'로 치부하기엔 문제가 있다. 더구나 최근까지도 정주행을 하고 있는 독자들에 의해 표절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챕터가 의도적인 표절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한 소재 출처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우연인지 혹은 그 외의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앞으로를 위해서 지금이라도 충분히 입장 표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무려 '베스트 선정작'이 아니던가? 단순히 과거 포탈이나 블로그에서 연재하던 챕터 중 일부였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이미 챕터 13은 네이버로 이적하면서 '베스트'라는 이름으로 작가든 네이버든 베스트 챕터를 선정한 측에 의해 '연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검토받은 연재분이기 때문에 그 책임 소재에 있어 한층 민감성을 띄고 있어 논란으로 인한 억측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그 필요성은 충분하다.



게다가 더욱 민감한 문제는 챕터 13과 소재가 겹치는 작품이 다름아닌 '광수생각'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지면 연재 시절부터 연재 마지막까지 매 연재분마다 각종 유머 서적부터 출처 불명의 개그 심지어 경쟁 신문사의 작품까지 언제나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작품이고 이미 10년도 더 지난 작품과 아무리 빨라도 그보다 4년 이상 늦은 시기에 발표되었을것으로 추정되는 생활의 참견이라면 이미 어느 쪽이 논란상 불리한지 명확해진다. 더구나 연재 초반은 '소재 공모'보다 작가 본인의 경험담 위주의 연재분이 많았고 챕터 13화 역시 작가 본인을 투영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직접 경험한 경험담을 소개하는 뉘양스를 풍기고 있었기에 대놓고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한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더우기 본격적으로 생활의 참견만의 가치를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챕터 12화와 배치되고 있어 한층 아쉬움이 크다 '

하필이면 표절 문제로 작품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이기에 단순히 연재분 하나의 의미를 넘어서 작품 전체적인 가치 문제에 기인할 만큼 심각성이 크다. 표절은 모두 의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우연히 박광수 작가와 같은 현장에서 같은 사건을 목격했을 수도 있는 일이고 같은 유머집이나 PC통신상의 우스개를 참조하여 각색했을 가능성 등 단순히 그것을 인정하는 문제를 떠나 어떤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해명하는 것은 결코 그 자체만으로 작가 이미지를 더럽히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과 같이 '광수생각'과 단순비교를 당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마치 몸속 종양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처럼 경력이나 명예에 이후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과 다름없다. 어느 쪽이 작가 본인을 위한 길인지는 작가 본인만이 알고 지금까지 판단해온 대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광수생각'따위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기에는 생활의 참견이 가지는 작품적 가치가 아깝다고 생각한다.

옴니버스 웹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수많은 작가들이 소재 고갈로 인한 퀄리티 저하, 그로 인한 연재 종료 혹은 무리한 연재 지속으로 인한 작가 이미지 실추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초반부터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아나가는 생활의 참견이 가지는 작품적 가치는 매우 높다. 비단 신인 작가들에게뿐만 아니라 단순히 스팟성 작품만을 즐기던 독자들에게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도덕적 책임같은 무거운 의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적지 않은 작품 활동 경력에 상처가 남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활의 참견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그 가치가 점점 재평가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김양수 작가가 이 작품을 얼마만큼 애착을 보이는지와는 관계없이 앞으로의 작품 활동 경력을 위해서라도 작품에 대한 보다 명확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은 사람이기에 작가도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우연의 확율을 비켜갈 수 없다. 챕터 13문제가 다분히 의도적이었던 우연의 일치였던 간에 이러한 일이 비단 생활의 참견에서뿐만 아니라 이후 김양수 작가의 차기작에서든 혹은 현 시점에서 다른 연재처에 연재하고 있는 다른 작품에서건 충분히 불거질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그에 대처하는 자세를 확립하는 것, 무조건 사과하고 해당 챕터를 내리는 것이 능사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작가마다 대응 방식이 다르고 또 그에 따른 결과가 제각각이니만큼 생활의 참견과 현재 상황에 따른 김양수 작가만의 현명한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만큼 가치가 있는 작품이기에 작가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더 이상의 작품 가치 훼손이 없기를 한 사람의 팬으로서 진심으로 바래본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김양수 작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무슨 저주가 걸린 건지 공들여 쓴 비평이 날아가기를 수차례(티스토리 자동로그아웃 나빠요!)
덕분에 연재가 매우 늦어진 점 사과드립니다.

다음주는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6. 5. 22:30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는 다른 리그에 없는 재미있는 시상 항목이 하나 있다 다름아닌 '올해의 재기상'인데 후보에 올랐다는 것을 좋아해야 할지 씁쓸해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최근 몇 년간 박찬호 선수가 후보에 연속으로 오르면서 국내에도 제법 알려져 있다. 이 상이 생긴 이유는 정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0부터 시작해서 +100에 이르는것보다 -100부터 시작해서 0으로 되돌아오는게 훨씬 어렵다는 것을 그 대단한 실용주의 대국 미국이 인정을 하고 있다는 점이 되겠다. 성공의 끝에는 참기름이 묻어있고 좌절의 끝에는 꿀이 발라져 있다. 즉 정점에서 미끌어지지 않고 오래 서 있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슬럼프 혹은 바닥에서 하루바삐 탈출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하겠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휴전국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군 병력 차출로 2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 그중에는 꾸고 있는 미래의 꿈의 특성상 연속성이 중요하기 떄문에 군 입대가 곧 꿈을 접어야 하는 분야에 있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로 많다. 트랜드에 민감한 업계가 특히 그렇다. 만화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부분의 작가들은 군 제대 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이름을 알리기 때문에 인기 작가의 경우 20대 초반 나이대를 찾아볼 수가 없으며 남성 작가의 작품 내용 소재 가운데 군대 이야기가 넘쳐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네이버 웹툰 '싸우자 귀신아'의 작가 임인스도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사례에 어울리는 파란만장한 작품 활동의 부침을 겪게 된다. 작품 자체에서 오는 슬럼프가 아닌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연재를 중단하고 모처럼의 데뷰가 묻혀버릴 뻔 한 위기도 있었지만 슬기로운(?)팬들의 성원으로 군 제대 후 작품활동을 이어나가게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을 이어나간다는 의미가 단순해 보이지만 보통은 '중간에 하다 만'작품을 이어서 만들어 나간다는게 왠만한 프로들도 고개를 흔들 정도로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연재 재개 후 다소의 우려를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임인스 작가는 공백기를 무색케 만들 만한 저력을 보이며 1부를 흔들림 없이 순조롭게 마감해 필자를 놀라게 했다.

최근 웹툰에서 보기 힘든 '장편 시나리오'방식을 택하고 있는 '싸우자 귀신아'는 한번 챕터 11을 기점으로 군 입대 공백기를 갖는다 이에 대한 안내 문구가 걸작이다 '보답하는 차원에서 앞으로의 모든 시나리오를 공개하겠습니다'라니, 보통은 준비했던 기간이 아까워서라도 후일을 기약하고 공개를 꺼려야 정상인데 공개를 하겠단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극구 만류(?)로 공개는 무산되고 제대 후 재연재가 결정되었지만 실상이야 어쨌던 임인스 작가는 그 당시 독자들에게 도움을 받은 셈이 됐다. 만일 그 스토리 공개가 진짜로 이루어졌다면 어땠을지는 상상에 맡겨보지만 확실한 건 임인스 작가를 기다리겠다는 대부분의 계층 속 소수는 독자들의 시점은 '공개하겠다니 그런 짓은 그만둬!~'쪽이었던 것 같다.

전개가 다소 이채롭지만 바로 이 점이 임인스 작가가 지금까지 별 흔들림 없이 연재를 지속하고 있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최근 웹툰 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철저한 사전 준비와 그에 수반되는 빈틈없는 시나리오 구성 능력이 그것이다. 직접 스토리와 작화를 동시에 제작하는 것은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건만 어느 쪽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무난한 타협점을 찾아낸 점도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웹툰계에서는 실로 보기 드문 돌연변이의 탄생이랄까, 개인적으로 강풀이 처음 순정만화로 히트작 양산의 서막을 알릴때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다만 오랜 시간 준비한 작품일 수록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는데 다름아닌 '난이도 조절'이다. 유명한 CM카피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는 식의 세계관은 분명 매너리즘과는 또 다른 형태의 문제를 야기한다. 다시말해 '매니아층'이 생긴다는 의미로 이는 어찌 되었건 이미 '대중문화'로서 발을 담그기 시작한 작가들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데. 다시 말해 아는 사람만 아는 재미 요소 혹은 복선이 과도하게 삽입될 경우 자칫 작품의 무게감이 심해져 대중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 임인스 작가 역시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 너무 깊어지지 않도록 적절히 코믹적인 요소를 삽입하여 벨런스를 조절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관련이 없는 벨런스 맞추기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개그 센스에 의존하다보면 자칫 완성도에 영향을 끼치거나 최악의 경우 의도한 스토리 진행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에 우려스럽다.

이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 챕터 25(네이버 챕터 순)에 등장한 '복선 해설'편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공들여 내놓은 복선이 독자들에게 별다른 반응이 없을 경우 굉장히 조급해지게 되는데 그 조급함을 참고 묵묵히 대인배처럼 연재를 계속하는 작가도 있지만 임인스 작가는 결국 해설편을 따로 싣는 조급함의 우를 범하고 만다. 물론 이러한 배려가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더 높일 수도 있고 실제로 복선 해설 편도 중간 후기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는 모든 연재가 끝난 뒤에 하더라도 본전을 찾을까 말까 하는 아주 위험한 도박이다. 딴에는 긴박감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복선에 대한 내용 누설로 인해 스스로 작품적 희소 가치를 깎아먹을 수도 있는 위험성은 인지하지 않았는지를 묻고 싶은 부분이다.

사실 이런 부분은 '연출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작가의 성향적 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이야기하기도 애매하고 독자들이나 작가가 스스로 그 문제를 인지하기도 쉽지 않은 부분이라서 다소 조심스러운데다가 장점과 단점이 흔재되어 있는 요소이기에 쉽게 포기를 종용하기도 어렵다. 다만 작품 활동에 있어 자신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성향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만을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지나친 영화화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웹툰'만의 작품성이 흔들릴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강풀 작가와 자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이 부분인데, 기준적 정체성 즉 웹툰 작품을 영화로 컨버전하느냐와 영화화를 의식하여 웹툰을 제작하는 건 근본적으로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성향의 작가들은 쉽사리 슬럼프가 오기도 힘들고 기복도 그리 심하지 않은 편이라는 점에서 장점을 찾을 수도 있는데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고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재충전 시간을 요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즉 자기관리가 뛰어나다는 점이 그것이다. 웹툰비평에서도 다수 언급되었지만 대다수의 작가들이 이른바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서 '마라톤'레이스와 비견되는 장편 연재에서 초반 1위라는 타이틀에 눈이 멀어 전력질주 후 하얗게 불태우는 우를 범하는 걸 수도 없이 봐온 필자로서는 이러한 작가들의 등장이 내심 반갑다. 말이야 쉽게 하지만 스스로를 잘 아는 것만큼 어려운 게 세상에 또 있을까?

지금까지의 웹툰 작가들에게 있어 가장 부족하다고 지적되었던 '화면 연출력'에서 정말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개인적으로는 그의 작품이 웹툰에 머무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지금은 우선 '웹툰 작가'라는 점을 인지하기를 바란다. 콘 사토시라는 애니메이션 감독의 작품들은 영화에서 사용되는 기법들을 다수 사용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지만 그와 동시에 '대중성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던 것처럼 향후 임인스 작가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너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따라간 나머지 현실을 등한시하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능력 역시 충분히 인정할 만큼 갖추고 있지만 그것을 작가가 원하는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금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단순하면서도 그 이상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즌 '푸른 하늘의 빛나','벚꽃' 이 완결되면서 충분한 휴식기를 가진 그에게 새로운 시즌 2는 그의 가능성에 이은 '관록'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과연 그가 펼치는 작품 세계가 독자들로 하여금 얼마만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차분하게 지켜볼 생각이다. 시즌 1에서 보여주었던 가능성과 문제점을 얼마나 인식했는지와 어려움 속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친 시즌 1에 대한 지나친 낙관적인 평가에 동요되지 않고 차분하게 작품 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이번 시즌 2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본다. 또한 싸우자 귀신아의 장편 옴니버스 작품으로서의 생명력과 관련되어서도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는 만큼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연재하는 기분으로 임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스토리부터, 작화, 구성, 연출까지 모든 것을 1인 시스템 (동료 작가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으로 해결해 온 임인스 작가에게 있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욱 많다. 시즌 1의 성공이 매너리즘이 되지 않도록, 혹은 그 자체가 장벽이 되어 그 이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적절히 '욕심'이라는 것을 억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여기에 '이미 원작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 아닌 순수 창작'을 해낼 수 있는지 자기 자신에 대한 능력을 시험대에 올려야만 하는 부담감 역시 존재할 것이다. '푸른 하늘은 빛나'가 단지 원작이 훌륭했기에 부수적인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훗날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능력이 있는 만큼 충분히 슬기롭게 극복하여 제 2의 강풀이 아닌 제 1의 임인스로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임인스 작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주는 '생활의 달인'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6. 2. 20:09
요즘 TBS를 틀어보면 그야말로 Rookies (이하 루키즈) 이야기 뿐이네요 버라이어티는 물론이고 당연히 다른 프로그램 광고가 나와야 할 3초 광고까지 루키즈 - 졸업- 영화 홍보로 점철되어 있고 심야에는 아예 5분짜리 특집 광고를 편성하여 루키즈 영화에 대한 하이라이트를 방영하는 등 유래없는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TBS의 마지막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는 2008년 상반기를 뜨겁게 만들었던 작품이니만큼 이번 영화에도 상당한 애착을 보이는 듯 싶은데요.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지만 일드의 성향이 주로 '인기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들의 출연 여부에 크게 좌우되다보니 당시에는 비교적 큰 인기를 얻지 못하던 배우로 채워져 있던 루키즈는 상대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영화 루키즈'에 대한 관심도 다소 뒤늦은 감이 있는데요. 그런 이유로 금주의 Dramajor는 특별히 드라마 '루키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잘나가는 아이돌 맴버도 없고 원작이 대히트를 친 작품도 아닌, 스토리가 유독 특별한 부분도 없는 작품이 평균 시청율 14.7%로 2008년 시청율 종합 8위에 오른 비결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우선 루키즈가 방영될 당시 시점이 참 미묘합니다. 2008년 4월 19일부터 첫 전파를 타기 시작했는데요. 그 무렵은 일본 프로야구가 개막할 시점임은 두말할 것도 없고 동시에 전국 고교 야구부들의 고시엔을 향한 도전이 절정에 다다르는 시점이기도 하죠. 여기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호시노 재팬의 열기도 만만치않게 달아올라있던 터라 국민적인 드라마가 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던 최상의 시기였음을 생각해본다면 루키즈는 작품성에 관계없이 초반 시청율만큼은 최소 10% 정도를 방영 시기에서 이미 먹고 들어갔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른바 '한물간' 포멧이라고 할 수 있는 '휴머니즘 드라마'형식의 루키즈가 높은 시청율을 기록한데에는 당시의 경제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트랜디 드라마 일색이었던 일본 드라마 업계에서 개그나 진부한 사랑이야기보다는 좌절의 끝에서 들리는 메시지 '夢にときめけ!明日にきらめけ!’가 감원 한파와 환율 상승, 10년 위기 타파의 적신호등으로 우울해있던 일본 국민들을 위로해주는데에 더 제격이었던것이죠.

스토리 설정 속에서도 재미있는 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다름아닌 반년 전의 사고로 인한 '출장 정지'로 야구부원들이 타락했음을 암시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에서 반년의 의미 그리고 부원들의 타락한 모습은 '10년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국민들의 박탈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그로 인해 자기 자신을 응원하듯 루키즈의 부활, 그리고 분발을 응원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참고로 초반 5화까지 등장했던 전 야구부 출신 교장의 40년 전의 우승에 대한 배경 스토리 역시 1969년 (쇼와44년)의 초고속 경제성장 시기를 그리워하는 사람을 대변해주고 있죠.

일본 사회에서 사라져버린 단어 '신뢰'를 소재로 하고 있는 캐릭터 관계구도 역시 특이할만한 부분입니다. 불량 학생들을 좋게 이끌어나간다는 의미에서 고쿠센이나 GTO 등 기존에 히트를 기록했던 학원물 드라마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카와토라는 캐릭터가 오니즈카나 양쿠미 선생과 다른 점은 '아무 메리트 없는 바보스러운 신뢰'입니다. 물론 오니즈카나 양쿠미도 학생들을 신뢰합니다만 그다지 선생님답지 않은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기성세대들에게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고 학생들을 선도하는데에 다소 억지스러운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어 현실적인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카와토는 뼛속까지 정석적인 선생님의 모습으로 학생들을 대하면서 바보같이 학생들에게 얻어맞고 피를 흘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선생님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GTO나 고쿠센 등 기존 학원물 소재 작품들이 대부분 중,고교생 혹은 졸업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대 초반의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에 반에 전 연령층에게 고루 어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GTO, 고쿠센 모두 기성세대들이 보기에는 결국 '자신들의 위치를 별로 성실해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빼앗기는'모양세가 되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카와토는 기성세대들에게도 인정을 받을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를 흡수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스토리는 매우 평이한 편입니다. 카와토 선생님 이외에는 특별히 GTO나 고쿠센에서 등장할법한 캐릭터 설정들이 대부분으로 간간히 등장하는 캐릭터별 스토리 속에서 '동료애'정도만 느낄 수 있을 뿐 신선한 맛은 없습니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스토리로 진행되어 대다수가 예상 가능한 결말로 마무리짓습니다. 결말 부분에서 차기작 혹은 영화화를 염두에 둔 암시적 복선을 깔아두기 위해 후반부 스토리가 다소 엉망이 된 감이 있어 아쉬움을 더하고 있는데요. 실질적인 결말을 너무 영화쪽에 무게추를 기울인 채로 마무리를 짓다보니 드라마 자체 완성도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얻기 힘들 것 같습니다.

드라마라는 것은 단지 시기적인 특수를 타기만 해서 높은 시청율을 기록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기적인 성공요인은 초반에 영향을 끼칠 뿐 꾸준하게 좋은 시청율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내용에도 충분히 충실해야 하죠. 그런 면에서 스토리 측면에서 부실한 부분을 매워주는 건 집중도 높은 배역들의 연기와 더불어 촬영, 조명 등이 보기 좋게 어우러지는 TBS만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 두 가지가 어느 정도 높은 만족감을 주게 된다면 스토리와는 관계없이 드라마 속 캐릭터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또 다른 형태의 시청율 상승 요인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죠. 흔히 막장 드라마라 불리우는 '아내의 유혹'이나 '너는 내 운명' 등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인데요 마치 TV속에 있는 캐릭터들이 매일 보는 가족과 같이 느껴져서 그들이 아파하면 나도 아프고 그들이 기뻐하면 덩달아 기뻐하게 되는 유사가족의 확장판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같은 요인 하나하나가 약 반년 간의 공백이 있음에도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흥행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루키즈의 힘입니다. 영화 공개 시기 역시 얼마 전 WBC가 끝날 무렵부터 대대적인 광고가 이루어지는 등 이전 드라마 때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전략적이긴 했습니다만 영화 '루키즈 ~ 졸업'을 보러 가는 수많은 관객들은 광고가 어떻든, 실제로 영화의 완성도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을 테지요 왜냐하면 관객들은 매주 주말 저녁마다 아들, 오빠, 남동생처럼 느껴지던 보기만해도 흐뭇하고 기특한 녀석들을 조금 더 보고 싶은 생각에 1800엔을 지불하고 만나보고 싶은 것 뿐일 테니까요. 그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졸업 전에 과연 고시엔에 도전하는 성과가 있게 될 것인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가족으로서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의 성공을 염원하고 싶은 겁니다. 그러기에 사실 스토리상으로는 아주 진부하기 그지 없어 크게 슬프지 않음에도 관객들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것이죠. 그들에게 있어 루키즈 맴버들은 이미 내 가족과 다름없이 느껴지고 있으니까요.

저도 드라마를 모두 시청한 팬으로서 그들의 지금 모습이 몹시 궁금합니다. 그들이 기뻐할때 함께 기뻐하고 좌절할때는 덩달아 마음이 아프고, 함께 울고 응원하고 호흡하고 싶은 마음을 느껴보고 싶을 때 마치 내 친구, 동생, 오빠, 남동생이 고시엔에서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함께 응원해볼 수 있는 드라마 '루키즈'입니다.
Rookies ルーキーズ (TBS)
2008년 4월 19일부터 2008년 7월 19일까지 매주 토요일 19시 56분 방영 完
출연 : 佐藤隆太 (사토 류타)          市原隼人(이치하라 하야토)
         小出恵介   (코이데 케이스케)  高岡蒼佑  (타카오카 소스케)  外
각본 : いずみ吉紘  (이즈미 요시히로)
연출 :
平川雄一朗  (히라카와 유이치로)
posted by RushAm 2009. 6. 1. 16:24
한국 일본에 관계없이 만화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건 대체로 자기 자신 혹은 제 3의 캐릭터로라도 작품 내에 '만화가'라는 직업이 항상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 만화가는 언제나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마감에 치여 고생하고 잠이 부족해서 힘겨워하는데다가 박봉에 삶 역시 궁핍하기 그지없게 묘사된다. 작품 내용상에서도 이를 강조하는 에피소드들이 한두편씩은 나오곤 하며 최소한 챕터가 넘어가는 서비스 페이지 정도에 1페이지 정도의 단막 스토리라도 작가의 고충은 언제나 빠지지 않고 표현되곤 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볼 수 있는데 한 가지는 '만화가의 힘겨움'을 독자들에게 하소연하기 위함이고 또 하나는 다름아닌 '소재고갈'이다. 일찌기 아다치 미츠루가 남긴 '소재가 막히면 전학생이 등장합니다'라는 명언처럼 작가 나름의 판단에 의거 용인이 되는 선에서 전학생이 아닌 '작가'가 등장, 그 주의 연재분을 날로 먹고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버는 것이다. 물론 '다.다.다'처럼 고정 캐릭터중에 만화가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 역시 메인 스토리의 진척이 없을 때를 대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웹툰 중에서 이같은 사례를 잘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정글고'의 'Q3'캐릭터를 들 수 있는데, 작가 본인을 투영하면서도 충실히 그주의 연재분을 상쇄할 만큼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금까지의 추세와는 다르게 작가 본인을 이입시킨 캐릭터를 일종의 스트라이커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 작가 본인의 경험담이 주가 되는 전세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어서 흥미롭다. '마린블루스'처럼 '자신의 일상을 일기장처럼 투영'하는 작품들이 대 성공을 거두면서 이른바 '트루먼 쇼'의 히트공식처럼 남의 생활상을 엿보는 생활 속 즐거움과 공감대 형성 위주의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생활의 달인'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C급 직업군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99% 사람은 게스트로 일상 속에서 그들을 만나지만 호스트로서 바라보는 모습에 대한 호기심이 이러한 작품들의 생명력을 연장시켜주는 힘이라고 하겠다.



복고풍 웹툰(?)
와라 편의점은 이러한 '호스트의 눈'을 잘 활용한 작품이다. 편의점에 손님으로 가 본 사람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들이 나와 만나는 최장 5분 남짓 되는 시간 이외에 남은 8시간여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호기심, 즉 내가 사는 매일은 지루하지만 다른 사람의 매일은 지루하지 않을 거라는 편견이다. 지강민 작가는 이 점에 착안 편의점 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함께 편의점에서만 이루어지는 '사재점검'이나 '선입선출'등의 전문적인 작업들을 결부시켜 지적인 욕구도 다소 충족시킴과 동시에 오버스러운 액션을 활용한 '단막 4컷 툰' 방식을 사용하여 기초적이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이미지를 독자들에게 인지시키는 데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와라 편의점의 작가 지강민의 작품 성향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78화 '잔돈' 편이 바로 그것, 이 에피소드는 그림체가 갑자기 바뀌어버린 탓에 한때 블로그에 작가가 해명 글까지 올려야 했을 만큼 논란이 많았던 에피소드이기때문에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블로그를 통해 올린 해명글을 통해 이 에피소드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는데, 여기에서 생각해 볼 부분이 있는데 '와라 편의점'의 개그 코드가 다분히 '복고풍, 다시 말해 예전 명랑만화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대사 흐름이나 내용 전개 방식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잔돈'편을 자세히 보면 그림채가 원래대로 복원되어서 연재되었다면 큰 논란이 없을 만큼 지금까지의 작품들과 별 차이없는 에피소드임에도 다소 의도적으로 그림채를 통해 독자들과 작가 본인의 소통을 확인해보려는 시험을 했었던 것으로 추측되며 다시말해 작가는 이러한 명랑만화 포멧에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애착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투영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무의미한 보험
옴니버스로는 드물게 지금까지 큰 기복없이 안정적으로 (나쁘게 말하면 대 히트는 기록하지 못한) 인지도를 쌓아나가고 있는 와라 편의점이지만, 최근에는 무리하게 '역전'을 한 나머지 '소재고갈'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다른 옴니버스 작품들과는 그 문제의 격이 조금 다른데, 초반에 향후 소재고갈에 대비하여 캐릭터들의 개성을 충분히 어필하는 에피소드를 곳곳에 배치, 향후 실화 혹은 경험 위주의 스토리가 바닥이 났을 때 캐릭터들의 개성으로 충분히 2차 창작이 가능한 상태임에도 지금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기 연재에 대비한 포석을 충분히 다져왔음에도 소재 고갈이 왔다는 것은 '캐릭터'를 활용한 에피소드 창작 능력의 부족을 의미한다. 만일 와라 편의점이 '작가 본인'의 경험담만을 소재에 활용할 계획으로 기획된 작품이었다면 적정 사이클은 7~80편 정도의 에피소드 분량이 되겠지만 이미 에피소드는 100회를 넘었고 100회 특집에서 초반부터 다져온 '캐릭터성'을 과시하는 에피소드를 선보임으로서 장기 연재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확히 80회를 넘긴 시점부터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어딘지 모르게 예전에 보던 와라 편의점의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있게 느껴지는데, 이유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작가가 '2차 창작'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잘 나가던 작품들이 갑자기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재미가 없어질 때 받는 오해가 '문화생 대리 제작 의혹'이다. 그만큼 문하생이 기존 작품을 이어서 그리면 아무리 그림채를 흉내내고 에피소드를 비슷한 감각에 맞춰 창작하더라도 독자의 눈에서는 어딘가 모르는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지금의 와라 편의점에서는 마치 그런 오해를 받을 만한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고 있다. 캐릭터는 이미 작가의 감각에 의해 제각각 개성을 갖춘 상태에서 소재만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빌려 에피소드를 제작하려 하다보니 기본적으로 주체 자체가 달라지고 예전에 작가 본인의 경험담에 맞춰 만들어진 캐릭터들과 에피소드 소재가 불협회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현재진행형
작가도 그걸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듯 100회 특집에서 '경쟁사 편의점 신캐릭터'의 등장을 예고하는 등 현실 파악에 결코 게으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단순히 캐릭터를 늘리는 것은 독자들로부터 오는 소재들 중 '지금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들의 개성'과 맞지 않는 경우 아무리 좋은 소재라고 하더라도 버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게다가 지금의 캐릭터 인지도나 개성에 대한 어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브 캐릭터들의 과거 에피소드와 연관된 스토리의 경우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이 많은 점) 신 캐릭터에 대한 어필을 위해 비중을 한쪽으로 무리하게 쏠리게 만들 경우 자칫 작품 전체의 균형이 흔들릴 우려도 존재한다.

비교적 긍정적인 것은 작가가 결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철저한 자기관리형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100회가 넘는 동안 연재 지연이나 결연 등은 한 번도 목격되지 않은 채 언제나 독자와의 약속을 지켰으며 본인 스스로 '날로 먹는다'는 표현을 쓰며 자신을 낮추는 데에 익숙해있는 만큼 앞으로 혁신적인 부분은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최소한 작품 전체가 뿌리째 흔들릴 만큼 큰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진단이다. 물론 초반에 소재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컨트롤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예상보다 일찍 소재 고갈에 시달리고 있지만 네이버 웹툰 작가 중에서는 몇 안되는 '관록'이 느껴지는 작가인 만큼 앞으로의 분발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지강민 작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주는 임인스 작가의 '싸우자 귀신아'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5. 27. 02:15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솔로부대원등에게는 이른바 궁극의 염장 스킨십이라 불리우는 무릎베개는 주로 일본에서 상륙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지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데요. 현실에서는 아무래도 손잡기나 키스처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보니 (일단 남자 키보다 더 긴 벤치 혹은 잔디밭에 깐 돗자리 등이 필요) 희귀해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무릎베개 의외로 동양권에서는 역사가 꽤 깊은데요. 장희빈이 숙종을 꼬실(?)때 이용했던 것이 숙종이 잠이 들 때까지 무릎베개를 해줬다가 잠이 들면 슬쩍 빠져나왔다가 깰 때쯤 다시 무릎을 내어줬다는 일화도 있고, 옛 말에 '여자 치마폭에 싸여...'라는 표현에는 치마속에 들어간다는 의미도 있습니다만 치마 위 혹은 속 맨다리 무릎을 베고 태평하게 담배를 피우며 노니는 모습을 비하하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죠. 그밖에도 중국의 고서에서 타락한 임금을 표현할때 주로 직접적인 섹스어필보다는 이 무릎베개를 적극적으로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뭐 말할것도 없이 지금까지도 이른바 야마토 나데시코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고요.

이 중 일본의 무릎베개가 조금 특이한데요. 최근에는 서양화된 의상으로 인해 벤치에서 허벅지 부분을 옆으로 베는 형태가 일반화가 되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일본식의 무릎 베개는 그들의 여성 전용 의상 '기모노'의 영향으로 양 무릎을 꿇은 채로 남자가 양쪽 허벅지 사이와 무릎쪽에 목과 머리를 기대는 형태가 됩니다. 그냥 무릎을 꿇는 것만으로도 무척 힘든 자세입니다만 (그들은 앞쪽 발가락으로 발 전체를 직각으로 세워서 앉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장시간 앉아있게 되면 상당히 체력소모가 심합니다) 거기에 남자의 머리무게까지 지탱을 해야 한다니 보통 애정으로는 어림도 없는 서비스였을 것 같습니다.

피타텐 11화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일본식 무릎베개에 대한 기본 이론과 자세, 눕는 법까지 상세히 고증이 되어있네요 (...)


한국의 무릎베개는 역시 장희빈의 일화가 잘 알려져있습니다만 우리나라 조선시대 전통 의상이 대체로 치마가 펑퍼짐하기때문에 자세를 잘 알수 없는데다가 이에 대한 기록도 사실 전무합니다. 기본적으로 '여성들의 앉아있는 자세를 토대로 상상해보면 한쪽 다리를 굽힌 채로 곧추세운 상태에서 한쪽 다리는 작각으로 내려놓는 (글로 설명하려니 참 힘드네요) 자세에서 남자는 내려놓은 여자의 무릎, 엄밀히 말하면 허벅지 뒷쪽 살과 종아리 부분의 살이 만나 불룩하게 올라오는 부분을 베고 있었을 거라는 추측입니다. 남자는 비교적 말랑말랑하면서도 탄력이 있는 부분을 베고 있기 때문에 역시 편하겠습니다만 여자 쪽에서는 일본만큼은 아니더라도 불편하긴 했겠죠.

이 무릎베개가 대체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토록 오랜 기간 남성들에게 선호되어왔던 것일까요? 그리고 어째서 여성들은 이런 불편한 부분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비스를 계속해왔던 것일까요? 무릎베개가 과연 남녀 모두에게 무의식적인 어떤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애 고수들이 전하는 연애 비법중에 잘 알려져있으면서도 타고난 몇몇 사람들 이외에는 잘 활용되지 않는 부분이 있죠? 바로 '모성본능 자극'입니다. 무릎베개는 이 모성본능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단지 남자가 편안하게 눕기 위해서가 아닌 일종의 '작업용'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요 라이트 노벨 '악마의 파트너'에서도 도지마 코우가 여자를 꼬시는 방법으로 '선배 무릎베개 해도 되요?'라고 묻는 대사가 나옵니다 (부연설명으로 보통은 거절하지 못하는 미묘한 스킨쉽 수단이라는 것까지 덧붙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무릎베개는 조금 특별한 스킨쉽 방법으로서 스킨쉽에 평소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무릎베개 만큼은 의외로 어렵지 않게 내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교적...입니다)

이 무릎베개는 사실 조금 깊은 의미로 생각해보면 남자가 아무런 목적성이 없이 여성의 자궁과 가장 가까워지는 자세가 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무릎베개를 통해 자신도 모르는 모성을 느끼면서 편안해지는 것입니다. 항간에는 여성의 무릎 높이가 남성이 가장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베개 높이라서 목을 편안하게 해준다는데 사실 팔베개의 경우에는 목만을 받쳐주기 때문에 인체공학적으로 설명이 됩니다만 무릎은 다리가 가는 여성의 경우 딱딱하고 어느 정도 살집이 있는 여성의 경우 눕는 높이가 높아지기 때문에 에초 베개로서의 편안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럼에도 기분이 차분해지고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은 역시 모태의 상징 자궁에 가장 가까이 있기에 느끼는 유사안정 현상이라고 볼수밖에요.

이쪽이 한국식 무릎베개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진으로는 설명이 쉬워서 다행입니다.


여성들도 무의식중에 일어나서 잘 모를 뿐이지 충분히 이러한 점을 감지하고 있습니다. 의미를 따져보면 손이나 키스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짐에도 무릎베개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죠. 즉 여성은 자신의 무릎에 누워있는 (혹은 잠들어있는) 남성의 모습을 보면서 모성애를 감지합니다. 어떤 형태이건 애정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이 무릎베개를 한번 거친 커플은 첫 키스 이상으로 서로에게 가까워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흔히 무릎베개와 함께 이루어지는 귀 청소는 그런 편안함에서 말초신경이 밀집되어있는 귀를 자극하기때문에 (귀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볼이 빨개지는 이유와 같은 맥락입니다) 평소보다 훨씬 기분이 좋아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요인은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남녀 모두의 신경안정입니다. 어린 시절 몸이 아플때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어머니의 간호를 받은 경험 있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이게 플라시보 효과와 비슷한 형태로 어머니의 자궁에 가까워지면 어느 정도의 진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는 태아 시절에도 이미 태아는 수많은 병균들과 사투를 벌이는데요. 태아 혼자로서는 그것을 절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의 내부 장기조직이 태아의 면역 건강을 관리하게 되죠. 이미 성장한 이후에도 체질적으로 그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에 병에 걸려있는 경우 여성의 자궁에 가까워지면 나을 수 있다고 안심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등에서 무릎베개 씬이 등장하는 패턴은 주로 주인공이 어디 다치거나 정신을 잃거나 아플 때에 주로 몰려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겠네요. 여성 역시도 자신이 마음을 주고 있는 남성을 본능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하고 동시에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밖에도 무릎베개에는 평소 쉽게 감지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잠재적 의미가 있는데요.
다름아닌 '여성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도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여자의 마음이 그렇긴 하지만 남성들은 그 이상으로 걱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는 남성이 인기라고는 하지만 남자라면 여성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포유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자연적인 현상인데요. 그렇기때문에 남성은 언제나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까' 혹은 '나를 떠나가지 않을까' 를 언제나 무의식중에 걱정을 하게 됩니다. 이건 혈액형이고 뭐고 관계가 없습니다. 혹시 안 그런 남자가 주변에 있으시다면 그건 당신을 완전히 사랑하지 않거나 당신이 그런 남자에게 싫증을 낼 것이 두려워 쿨한 척 하는 것 뿐일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릎베개는 평소 잠재의식속에 있던 이러한 걱정을 잠시나마 날려버릴 수 있는 최적의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일본의 무릎베개가 그 궁극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는데요. 여성이 무릎을 꿇은 상태로 남자의 머리를 받친 상태에서 남자가 잠들어 있다면 남자를 깨우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이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장희빈 설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머리를 잠시 뺐다가 그 곳에 베개를 들이미는게 사실상 무척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는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이죠. 그 이유를 살펴볼까요?

우리가 보통 친구라든지 누군가를 잠에서 깨울때 주로 쓰는 방법은 가슴이나 배 부분을 흔들어 깨우는 것입니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별 효과가 없다는 걸 자는 사람도 깨우는 사람도 잘 압니다만, (잠시 깨는 듯 하다가 바로 다시 잠이 들죠) 우리들은 무의식중에 TV등지에서 보고 배운 것처럼 사람을 깨울 때는 몸통을 흔들어야 한다는 게 학습되어 있는 것이죠. 사실 잠에서 깨우는 것은 '동물의 왕국'등을 보면 나오듯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만 합니다. 인류가 문명을 만들면서 신경을 곧추세우지 않고 편안하게 3차램수면까지 빠져들기때문에 청각이나 눈을 감은 상태에서의 빛 감지 등이 많이 무뎌져있는 상태이므로 일반적인 자극은 통하지 않는데요.

혹시 누군가를 깨울 기회가 생긴다면 한번쯤 '머리'부분을 흔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자던 사람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잠들기 힘들 만큼 잠이 달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텐데요. 아무리 몸의 신경이 평화로운 상태에 익숙해져 있어서 감각이 무뎌져 있더라 하더라도 야생에서의 위협에 대한 본능을 뇌는 아직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뇌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주면 생명의 위협이 보다 빠르게 전달이 되기 때문에 잠에서 쉽게 깨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뇌가 중요한 기관이기도 하지만 본디 신경을 관리하는 중추기관이니만큼 가장 민감하다고 봐야겠죠. 잠이라는 건 궁극적으로 뇌의 휴식을 의미하니까요.

이런 이유로 남자는 무릎베개를 통해 내가 잠을 자고 있는 동안 이 여자가 내 곁에서 떠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잠재적으로 느끼고 안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자신도 모르는 본능적 스트레스를 안고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는데요. 그 본능적 스트레스 중 단 하나라도 잠시나마 풀고 있게 된다는 것은 마치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던 사람이 그 모래주머니 없이 다닐때의 상쾌함에 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무릎베개가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더할 나위없이 편안할수밖에요. 이것은 앞서의 '자궁설'과는 다르게 여성들에게도 통용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남성의 무릎을 베고 편안함을 느꼈다면 분명 이쪽의 편안함이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 여성의 다리 모양을 본뜬 메모리폼 베개가 시판되어 한동안 화제를 낳기도 했었는데요. 위에서 설명했던 것들을 생각해보면 이 베개는 진짜 여자친구가 아니라는 점 이외에도 대체품으로서의 가치 역시 별 효용성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무릎베개로 느껴지는 편안함에 대해서는 단지 그 모양이 궁극의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각도처럼 수학적인 계산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 테니까요. 아무튼 연인이 있는 여러분들이라면 오늘 잠시 그 연인에게 무릎을 내어줄 것을 부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어주는 사람에게도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도 더없이 소중하고 편안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5. 24. 00:26
아직까지는 큰 영향이 없는 편이지만 일본 드라마 업계 역시 '미드'라는 큰 장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나오는 드라마의 판도에서도 조금씩 그런 부분을 읽을 수 있는데요. 단지 기발한 소재나 특수한 직업 세계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던 이전의 초미니시리즈 방식에서 조금씩 탈피, 편성 수는 늘리지 않으면서도 설정만큼은 보다 탄탄하게 갖추고 고증 역시 이전보다 훨씬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비해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사랑'이야기가 정말 극도로 줄어들었다는 점에 있겠죠. 히로인이 히로인이 아니고, 여성 캐릭터가 마냥 약해서 구원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즉 주인공 1인 체계로 움직이는 드라마보다는 비중을 적절히 분매한 멀티 메인 캐스트 체제로 가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겠죠.

최근 이러한 시도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사례가 후지TV의'BOSS'입니다. 시청율 면에서도 단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전체적으로 이전 후루하타 닌자부로라든지 춤추는 대수사선에서 보여주었던 1인 히어로 타입 스토리 전개가 아닌 멀티 시나리오 형태의 전개로 어느 배역 하나 눈을 뗄 만한 틈을 주지 않게 만들어주고 있지요. 최근 '로스트'라던지 '히어로즈', '24' 등 일본에서 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드들이 대체로 이러한 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볼때 일본 내에서 그것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성과를 내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 오늘의 드라마이저는 5월 23일 지금 막 초회 방송을 끝낸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신작 Mr.Brain (이하 미스터 브레인)입니다. 관계없을지도 모르는 서두가 너무 길어졌네요. 마냥 관계없지만은 않으니 너그럽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기무타쿠의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그의 식지 않는 인기는 아직 건재하며 아무리 카토리 신고가 버라이어티에서 건실한 이미지로 인지도 역전에 성공했다지만 능력적으로 '절대 대체 불가'인 영역을 확실히 개척해놓은 키무타쿠에 대한 평가가 절하되었다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미스터 브레인이 주목받을수밖에 없었던 건 영화에서의 티켓 파워와 유사한 '적외선 파워'를 확실하게 보증하는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입니다. 연기의 수준 문제를 이미 떠나서 TV안에서 TV밖에 있는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은 연습이나 경력 따위로 만들어질 리가 없을테니까요.

예전 '히어로'가 그랬던 것처럼 기무타쿠 주연의 드라마는 기무타쿠만이 군계일학이 되도록 두지 않습니다. 그에 걸맞은 화려한 배역들이 이번에도 차고 넘치고 있는데요. 최근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정상급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아야세 하루카에다가 고쿠센부터 아름다운 그대에게, 최근 방영된 '드롭'까지 한결같은 미소년 이미지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즈시마 히로가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으며, 그밖에도 카가와 테루유키, 시타라 오사무, 다이치 마오 등 S급 연기파 조연들까지 갖추고 있어 배역진의 이름값만으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사실 TBS가 기무타쿠를 영입할 정도였다면 정말 드라마 홍보도 홍보겠지만 드라마의 본질적인 부분에도 좀 더 심혈을 기울였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초회를 보는 1시간 40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TBS가 미스터 브레인에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인지 초회 방영 1시간 전 버라이어티까지 제가 본 것만 무려 5개가 넘는 정규방송을 미스터 브레인특집방송으로 점철해버릴만큼의 걸맞는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한 건 상당히 아쉬운 부분인데요.

일단 이 드라마 기본적으로 '기무타쿠'에 대한 1인 의존도가 너무 심합니다. 원작이 어떤 형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야기의 진행이 너무 일방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인데요. 굳이 멀티 시나리오를 채용할 필요는 없겠지만 주연급 배역들이 기무타쿠의 단지 보조를 맞추는 정도에서 2시간에 육박하는 방영 시간 내내 그들의 캐릭터적 특징을 전혀 읽어낼 수 없었습니다. 이는 2001년 방영된 '히어로'에서 보여주었던 초회 조연들의 확고한 개성이 극의 재미를 한층 복돋아주었던것과는 확실히 대조적인 부분인데요.

기왕 히어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죠. 아직 초회 방영에 불과합니다만 미스터 브레인이 과연 '히어로'에서 얼마나 나아진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본래 트랜디 드라마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TBS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기무타쿠가 이미 성공시켜서 굳어진 캐릭터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여 드라마 전체를 그의 이미지에 맞출 필요까지 있었냐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굿 럭부터 화려한 일족까지 그간 기무타쿠 주연의 드라마를 진두지휘해온 후쿠자와 카츠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실제로 극중에서 기무타쿠는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 마치 놀이터에서 편하게 노는 어린아이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만, 극의 내용이라든지 기무타쿠에게 요구되는 배역의 특징, 그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사람들의 역할까지 변한 게 아무것도 없이 '그저 기무타쿠만 믿고 가자'라는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그 화려한 캐스팅에게 기대할 수 있는 포텐셜을 단박에 반감시켜버리는 비중의 불균형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데요 아야세 하루카의 연기력이 베테랑 마츠 다카코에 비할 바는 아니겠습니다만 단순히 연기력의 문제를 떠나서 마츠 다카코가 히어로 초회에서 보여준 드센 츤데레 여성 역할에 비해 그저 기무타쿠를 좋아하고 있으면서도 그 감정이 불분명하게 표현되는 아야세 하루카의 역할은 그녀가 가진 연기력을 발휘하는 데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확실히 단언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즈시마 히로 역시 에피소드가 진행됨에 따라서 차차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 많아지겠습니다만 초회 2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그가 한 일이라곤 '오오 기무타쿠씨 역시 대단해' 라고 감탄하는 것 뿐이었으니까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무타쿠 역시도 이 드라마에서 예전만큼 빛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히어로에서 그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조연들이 저만의 매력을 뿜어내며 그의 캐릭터와 함께 어우러주었기때문이었지 결코 그 혼자만의 역량만으로 이루어낸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결국 주연급 캐스팅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내기 전까지는 기무타쿠가 아무리 먼치킨급 활약을 펼친다한들 미스터 브레인의 분위기가 살아날리 만무할 것 같습니다. 요는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서 성적표가 사망 직전의 심장 펄스신호마냥 요동칠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죠.

애석하게도 드라마의 전체적인 구성력 역시 김빠진 사이다같은 실망감을 안겨주고 말았는데요. 이전 히어로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기무타쿠 천재만들기'시나리오가 배경만 바뀐 채로 고스란히 진행되는 이야기 전개는 별개로 치더라도 CG티가 팍팍 나는 초반 폭발신에 마치 저예산 특촬물을 연상시키는 부실한 연구소 세트 구성도 드라마에 몰입을 충실히 방해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결론이 뻔히 보이는 지극히 TBS만의 선악구조 확실한 이야기 전개는 여전히 잠이 쏟아지게 만들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트릭'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인기 작가로 떠오른 미야타 코지 작가의 추리물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이어진 매너리즘도 한 몫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결국 그들 나름대로는 정말 혁신적인 트랜드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생각했겠지만 오히려 스스로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버리고 말았군요

드라마의 TBS라는 왕자 자리를 내걸고 주말 8시를 기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TBS가 시청율 면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다른 시청자들의 생각이 어느 때보다 궁금해지는데요. 방영 전까지만 해도 'BOSS'는 물론 절대강자 '천지인'마저 무너뜨려줄 것으로 기대했었던 것에 비하면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분명한 것은 드라마 자체로 본다면 그리 저평가를 받을 만큼은 아닙니다만 TBS의 풍선마케팅이 너무 지나친 것에 대한 반사역효과가 드라마의 평가절하를 부추긴 셈이 되는데요. NO TV BUT TBS라는 캠페인을 전개할 만큼 기존의 보수적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TBS입니다만 그게 단지 캠페인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미스터 브레인이 역으로 증명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뇌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아니 말하려 하는 걸까요? 그리고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그 말 속에서 어떤 단서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일까요? 드라마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뇌에 관한 상식들과 함께 여러분도 같이 뇌가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지 않겠습니까? 사람은 심장 소리만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하지 않으니까요. 당신에게 마음 그 이상의 생각을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드라마 '미스터 브레인' 이었습니다.
Mr.Brain ミスタ-ブレイン (TBS)
2009년 5월 23일부터 매주 토요일 19시 56분 방영
출연 : 木村拓哉 (기무라 타쿠야)綾瀬はるか(아야세 하루카)
         水島ヒロ   (미즈시마 히로)  香川照之    (카가와 테루유키)  外
각본 : 蒔田光治 (미야타 코지)
연출 :
福澤克雄  (후쿠자와 카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