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9. 8. 28. 10:25
20세기 말부터 지금까지 가장 장수한 유행어는 무엇일까? 다름아닌 '썰렁해!'이다.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었지만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이 단어는 사실 유행하기 전 개그맨 최병서씨가 '병팔이의 일기' 라는 코너에서 처음 쓰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어감 자체로 웃음을 유도했을 뿐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 단어가 가진 힘은 '기존 개그'를 비판하는 역설적인 개그 코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개그나 유머가 사라지지 않는 한 반영구적인 지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썰렁하다는 의미는 유행에 지나치게 뒤쳐져있거나 대중적으로 개그 코드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이른바 '마이 개그'인 경우를 뜻하며 최근에는 유행에 뒤쳐진 개그라는 의미보다는 마이개그, 즉 어떤 특정한 계층이나 배경 지식이 수반되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소수들만의 개그인 경우 그 소수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이같은 반응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개그라는게 이쯤 되면 이미 개그 혹은 유머로서의 가치가 크게 반감된다고 할 수 있다. 그냥 단순히 1인과 1인 사이에 주고받는 농담 정도라면 아무런 상품적 가치가 없기 때문에 '썰렁해'라는 가벼운 힐난 정도로 끝나겠지만,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한 가치를 사람들에게 파는 프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도 처음부터 '편의점'처럼 특정 계층을 소재로 다룬게 아닌 대놓고 '객관적 시각'을 표명했다면 더더욱 있어서는 안될 일일 것이다. '실질관객동화'는 그래서 약관 스무살의 프로에게는 너무나도 버거운 스타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인지 비평을 시작하는 기분이 이전과는 조금 색다른 느낌이다

'실질관객동화'는 마치 메이저리그에 데뷰한 김병현의 사례처럼 아주 특별하다. 작가에 대해서 알려진 바도 별로 없을뿐더러 거의 데뷰작에 가까운 작품이 도전, 베스트를 순식간에 각개격파하고 메이저리그라고 할 수 있는 요일 웹툰에 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면 역시 젊은 나이에 비교적 다른 작품에 영향을 받지 않은 독창적인 포맷을 주창했으며 그 포맷이 아주 적은 확율이지만 시대적 트랜드와 독자들의 성향에 한 방에 명중하는 커다란 운을 부여받았기 때문으로 생각하는데 실제 작가 본인의 노력이 단지 운 만으로 치부되기는 힘든 감이 없지 않은만큼 단지 보여지는 부분만으로 그의 포텐셜을 단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더 아쉽게 느껴지는지도 모르는 부분이 바로 왜 데뷰작으로 '실질객관동화'를 택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작품이 데뷰작으로는 정말 이례적인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선택에 대한 문제는 터무니없는 결과론이 될 수도 있겠으나 타이틀에서 보이는 것처럼 작품 역시 동화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어떨까? 하는 컨셉에서 나온 작품이니만큼 신인 작가, 특히 경험이 많다고 하더라도 아직 한계가 있을 약관의 나이에 도전할 만한 장르는 아니지 않은가 하는 섣부른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며 실제로 그 걱정이 개인적인 판단에 의거했을 때 상당 부분 들어맞고 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나름대로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이 보이기는 하나, 초창기의 '한차원 다른 재조명'보다는 주로 패러디에 의존하는 모습이 짙어지고 있으며 이는 실질객관동화만이 가지고 있었던 아주 특별한 개성이었던 '예측 불가능한 세계관'이 '예측 가능'하게 되고 있다는 아주 치명적인 문제를 내포하게 된다. 연재를 언제까지 할 생각인지를 미리 정해두고 있는 것 같은 뉘양스를 풍기고 있는 걸로 봐서는 100회 조금 넘는 수준에서 완결이 될 것으로 보이고 있지만 과거 베스트작 시절에 보여주었던 센스가 점차 독자들에게 간파당하고 있는 실정에서 미리 준비해둔 것으로 보이는 갖가지 소재들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패러디'이든 '재조명'이든 여기에 쓰이는 동화와 쓰이는 웃음 소재들을 선정하는 데에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보니 작가 본인의 경험 부족과 맞물려 매화 상당히 어렵게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작가의 연령대가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하다보니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연령대 범위가 너무 좁은 개그 코드를 삽입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고 작가는 작가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레벨 개그를 활용하고 있지만 이게 개그를 제대로 이해가 가능하도록 풀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동료 만화가'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다양한 연령대가 공존하고 있는 독자들의 반응 중에는 '어랏?'하는 반응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어쨌든 개그 옴니버스를 추구하고 있는 실질객관동화의 생명력에 직결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경험 부족을 이유로 안주시키기에는 문제가 꽤 깊다.

다만 재미있는 점은 그 역시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매번 한결같이 '실소도 웃음입니다'라는 주장을 작가의 말에 써넣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험 부족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빵 터지는 작품이 될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웃으셨다면 좋게 봐달라는 젊은 작가다운 센스라고나 할까? 자신의 개그가 좁은 계층에게만 통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충분히 알고 그에 대해서 양해를 구하는 자세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건방진 겸손'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은데, 작품만큼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으로 아직 처녀작에 불과한 실질객관동화이지만 작품의 마지막, 그리고 차기작에 대한 작가 본인에 거는 기대를 숨기기 어렵게 만들어준다.

천편일률적인,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수도 있었던 옴니버스 웹툰에서 젊은 발상에서 등장한 보기 드물게 '신작'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는 작품이 나와주었다는 점은 무엇보다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겠지만 조금 나중에 이 포맷을 써먹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독자로서 가지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여름의 파란 사과는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지만 사과는 역시 늦가을 사과가 인정받듯이 작가는 베스트 시절과 지금의 시간차가 거의 나지 않음에도 '그림체'나 다시 재구성한 내용적 측면에서 이전보다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며 그것도 아직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처럼 '급성장'중인 만큼 지금 작품도 좋지만 너무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 나머지 자신의 성장 포텐셜을 정체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게 일개 독자로서 가지는 유일한 바람이다. 진심으로 그의 '비상식적인' 성장을 기원해보며 비평을 마칠까 한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무적핑크님께 감사드립니다.
요청하신 웹툰 주소 링크입니다.
'실질객관동화' 보러가기
다음주는 번외판 '웹.툰.호.평'이 나올 예정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8. 27. 08:41
한국형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미투데이가 트위터에게 공식적으로 승리했다는 수치적 결과 발표가 얼마 전 대대적으로 보도 자료를 통해 각 언론사에 보도되었다. 사실 국내에 거의 들어올 일이 없을 것 같았던 (트위터의 그것은 미국이나 일본 등 모바일과 연계가 능동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국가에 어울리는 서비스다) 트위터가 갑자기 인기를 끌게 된 것이 '김연아'의 트위터때문이였다는 걸 착안 예전 싸이월드가 그랬던 것처럼 대대적인 스타 마케팅을 통해 어떤 투자를 했던 연예계 유명 인사들을 대거 미투데이로 끌어들였고 여기에 네이트온의 성공 공식이었던 '웹투폰 문자메시지 무료'떡밥까지 제공하는 총력전을 벌인 끝에 내놓은 결과라서 그런지 이 기사를 보는 내내 상당히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만든 곳이 NHN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이 수치를 얻기까지 그 수많은 미투데이 찬양 기사와 더불어 트위터의 보안 문제를 연일 도마 위에 올렸던 언론들의 알아서 조공을 바치는 태도에 환멸을 느껴서였을까?

국내 대기업들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특히 IT업계의 경우 '안방 호랑이' 논란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관공서의 국산소프트웨어 사용 정책으로 한국에서 MS워드의 점유율 정체에 한 몫을 했던 아래아 한글과 이 정책으로 인해 아직도 왕좌를 지키고 있는 V3, SKT를 등에 업고 MSN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한 네이트온, 야후를 밀어내고 구글은 채 치고 올라올 틈조차 만들지 않는 네이버 등 의도적이지 않은, 그래서 법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는 반독점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네이버를 제외하면 이들이 과연 IT업계다운 승부로 소프트웨어면 소프트웨어답게, 웹서비스면 웹서비스답게 소비자들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아 왕좌에 올랐는지에 대한 부분에는 깊은 의문이 남는다. 가장 유명한 경제법칙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몰아낸다'는 말이 슬프지만 너무도 잘 어울리는 게 작금의 업계 현실이다.

그중 가장 세계화에 근접했다고 알려진 V3의 경우 바이러스 검색 능력은 다소 저평가된 부분도 있지만 알려진 것에 비해 세계에서 경쟁하기에는 프로그램의 완성도, 엔진의 성능, 데이터베이스 규모 등에서 다소 부족함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투자 부족, 국내라는 무대의 한계 등 핑계거리는 많을 수도 있겠지만 V3가 벌어들인 돈이 다른 백신회사들의 그것과 비교해서 결코 부족하다고 보이지는 않으며, 국내 실정에는 강하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유명 타사 백신들이 자국의 바이러스만 잘 잡아서 지금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즉 V3는 작금의 현실에 지나치게 안주하는 성향으로 '국내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들만을 주로 골라서 백신에 반영하는 반쪽짜리 백신 운영을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있었던 좀비 PC를 비롯해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한국 IT업계를 향한 바이러스 공격에는 백신으로서 사태를 미연에 예방하기보다는 사태 종료 후 후속조치만 부지런히 해주면 된다는 식이다. 최신 업데이트의 V3를 보유하고 있었더라도 사태를 일으켰던 바이러스를 미리 잡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최신 바이러스여서 즉각반영이 쉽지 않았다'는 변명과 보안패치를 하라는 책임회피만이 있을 뿐 백신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예방 측면에서의 역할이 미흡했음은 물론 오히려 이같은 사태를 '수익 증대' , '주가 상승'등으로 반영하는 등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바이러스 백신 회사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밖에도 잘 알려진것처럼 네이트온은 소프트웨어의 본질적인 성능이 아닌 싸이월드와 SKT등의 지원사격을 이용하는 지극히 마케팅적인 접근을 통해 점유율을 늘리는데 성공했으며 네이버 역시 시작은 지식검색의 성공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이었지만 이후 카페, 블로그 등 타사에서 이미 점유하고 있는 서비스를 단지 이용자수만을 이용하여 빼앗는데에 급급했을 뿐 검색엔진의 성능을 높이거나 검색 결과를 보다 정확하게 만들어내는 등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물론 마케팅 역시 IT업계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며 이 마케팅을 잘 하는 것도 결국 회사의 능력이라는 것에는 필자도 이견이 없다. 그런데 이 마케팅적 능력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IT기술과 더불어 세계적인 IT강국이라고 자평하는 한국의 IT업계가 정작 대한민국 IT의 국제경쟁력 향상에 얼마만큼 기여를 하고 있느냐는 사실이다. 이미 대부분의 IT회사들은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높이거나 혁신적인 기능을 개발하는데에 투자하기보다는 먼저 성공한 회사들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국내 실정에 맞게 배껴내거나 넷상의 트랜드를 읽고 어떻게 '국내 사정'에 맞는 마케팅을 벌여나가야하는지에 대해서만 혈안이 되어 있다. 언제부터 정보기술 (IT) 업계가 마케팅업계가 되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국내에 문제를 한정한다면 이는 소비자들이 IT업게에 있어서만큼은 지나치게 '게으르고', '환경을 바꾸기 싫어하는 극도의 보수성' 탓인데 이에 대한 부분은 나중에 따로 언급하도록 하고) 과연 이 같은 국내 시장만을 노린 마케팅 전쟁이 작게는 업계, 크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먹여살린다고 대량투자를 해놨던 IT강국 한국 호의 순항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부분에는 심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가 처음 IT육성을 나서게 된 계기를 만든 인물이 '빌게이츠'다 한국의 빌게이츠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정말 수도없이 많이 있었지만, 빌게이츠가 더이상의 성공이 지겨워서 은퇴를 한 지금 시점까지 남아있는 한국의 빌게이츠가 몇 명이나 될까?, 언제나 해외의 IT성공신화를 이끈 주역들을 동경하고 닮고 싶어하는 업게 사람들은 많았지만 과연 그들의 행보가, 그리고 작금의 IT업계가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IT강국에 어울릴 만한 토양이 되어주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언젠가든 반도체 세계 1위처럼 IT업계 세계 1위가 나와줄 수 있을까? 대답은 아쉽지만 'NO'에 가깝다. MSN을 이긴 네이트온과 트위터를 이긴 미투데이를 보며 세게적인 IT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업계의 힘이 느껴지기보다는 '창작'으로 승부해야 할 업계가 '돈'을 위해 '남의 뒤를 따라가는' 아주 치졸하고 비겁한 기업논리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분명 대한민국 IT의 목표는 'MS'나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지만 과연 지금처럼 새로운 시도를 겁내고 남이 위험을 감수하고 얻어낸 성공 사례만을 부지런히 가져다가 배껴서 국내 점유율만 높이는데에 집중하기만 반복하는 IT기업들이 과연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새로운 IT 발명품을 내놓을 수 있을까? 물론 국내에 돌고 있는 IT시장 자금을 부지런히 긁어모은다면 기업가치만큼은 구글의 그것에 약 100분의 1정도 따라갈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글로벌 기업이 돈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싸이월드 재팬이 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철수한 것과 네이버 재팬의 별 실적없는 표류가 잘 말해주고 있다. 이들의 실패 원인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글로벌 스텐다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고사하고 '새로운'시장에 맞게 '새로운'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나 '각 국가별 최적화시도는 물론 이에 대한 이해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IT강국이라 자평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사건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언제까지 '국내 시장'에서 이겼다고 자랑스러워하고만 있을 것인가? IT업계가 처음 세워질 때 국내에서만 먹고 살라고 키워준 게 아니지 않은가? '후발주자'로 온갖 특전과 출혈 마케팅으로 단기간내에 SNS점유율에서 '트위터'를 이긴 게 뭐가 그리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떠들고 있는 것인가? 한 번이라도, 단 한번이라도 지금 국내에서 성공한 소프트웨어를 해외에다가 그대로 팔 생각이 아닌 글로벌 스텐다드에 부합하는, 아니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고 그냥 각 국가별로 진출한 나라의 시장 특성에 맞게 최적화된 웹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노력조차 제대로 해보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 국내에서 몸짱으로 키워진, 그러나 집에서만 이쁨받는 마마보이로 자라난 우리나라 IT업계가 오늘날 이렇게 비참하게 느껴지게 될 줄도, 학창시절 세계를 재패할 수 있는 기회의 문으로 보였던 IT업계가 지금은 수많은 자물쇠에 전자도어락까지 잠겨버리게 될 줄은 한창 IT강국에 대한 기대를 부풀던 학창시절에는 미처 알지 못했기에 지금의 현실이 한층 억울하게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중국처럼 12억 인구를 가졌다면 지금 중국이 하듯이 자국 내 수요만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지 않은가? 해외에서는 경쟁에 밀려 저가판매를 고수하면서 해외 출혈 투자 비용을 국내에서 회수하려는 가전, 자동차업계나 세계적 강국이라는 자뻑에 취해 국내에서의 성공 사례만을 벤치마킹만 하다가 결국 WOW에게 한 방을 먹었음에도 이번에는 WOW를 벤치마킹하는데에 여념이 없는 한심한 온라인 게임 업계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며 몸을 사릴 것인가? IT업계의 상징과도 같은 '벤처'정신, 이미 그 정도로 키워줬으면 더 이상 '벤처'가 아닐텐데 어째 점점 더 겁쟁이만 되어가는가? 우리가 그러라고 운동시켜서 당신들을 몸짱으로 키워 준 게 아니다. 내 자식이 나가서 얻어터지고 오면 좋아할 부모가 있을까? 우린 당신들이 처음 이 업계에 뛰어들었을때 가졌던 초심 '제 2의 빌게이츠가 되어 세계를 재패하자'는 목표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김연아, 박지성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결국 세계를 재패한 위인이  IT업계에서도 하루빨리 등장해주길 아울러 기대해본다. 어렵다는 건 알고 있지만 ....
posted by RushAm 2009. 8. 26. 17:27
아메리칸 아이돌의 캐서린 맥피, 브리티즈 갓 텔런트의 '폴 포츠'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세상에는 정말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구나' 라고,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가수의 범주는 시대별로 그 최대치가 정해져 있고 그래서 작게는 best 10 크게는 최소 best 100에 들어가려 무진 애를 쓰는 걸 보면 어디라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겠냐만 이쪽은 참 심한 경쟁을 뚫고 살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 그래서 더욱 간절히 바랬던 게 '한국판 아메리칸 아이돌' 이었다. 연예계의 병폐가 쌓이다 못해 제대로 숨기지도 못할 만큼 대중들에게 삐져나오고 있는 마당에 과연 제대로 된 가수들이 빛을 볼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하기 힘든 이 바닥에서 좀 더 인재 파이가 넓어지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그 꿈이 잠시 이루어지나 싶었던 방송이 두 가지 있었다 MBC의 쇼바이벌, 그리고 SBS의 '스타킹'이 그것이다 그러나 첫회 방송분을 본 직후부터 이 두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말하지만 쇼바이벌은 지나치게 방송을 거저먹으려고 했었고 스타킹은 단지 방송을 오래 끌 수 있게끔 기획했을 뿐 포맷 자체는 엉망진창이었다. 그냥 '아메리칸 아이돌을 만들어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따오기만 하고 정작 방송을 운영할 때 다음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방송게가 의례 그렇듯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이번 주 분량만 어떻게 나오면 다음주는 어떻게 되겠지라는 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만큼은 철저하게 공유했던 이 두 프로그램의 몰락은 시기적인 차이를 두고 벌어졌을 뿐 이미 예고된 바가 아니었는지 싶다.

너무 지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것 같아 제작진에게 미안한 감이 있지만 우선 쇼바이벌을 짚어보면 기본적으로 프로그램 포멧 자체는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는데 이는 반대로 '아메리칸 아이돌'을 가감없이 그대로 도입했다'는 뜻이 된다. 여기까지는 차라리 문제가 없다. 문제는 진행자, 심사위원, 참가팀 하물며 제작진까지 어느쪽도 이 아메리칸 아이돌이라는 포맷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인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나름 한국적인 색깔에 맞춰서 기획한 것 같은데 예심에서 추첨으로 절반을 떨어뜨리고 절대음감을 맞춰서 본선에 진출시키는 방식이나, 본선에서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나름 객관성을 살리겠다고 시청자들과 관객들에게 심사를 맡기는 방식을 취하면서 비전문가들의 한계를 그대로 방치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진행자 문제야 더 말할 필요가 없고 (참가자들의 진지한 마음가짐을 전혀 해아리지 못하는 진행자의 분위기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참가자 문제는 사실 참가자 본인들에게 있는 게 아니지만 어쨌든 제작비의 한계 상 '이미 완성된 인디 밴드'를 중심으로 참가를 한정하려 하다보니 매주 뉴 페이스가 나오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콘테스트 방송으로서는 '나오던 사람이 신곡을 들고 또 나오는' 악순환을 용인할 수 밖에 없는 이른바 '거저먹기'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시청율 저조'라는 이유로 폐지가 결정되었다. 여기에서 언론들은 '쇼바이벌'이 단지 처음부터 저조한 시청율을 극복하지 못한 끝에 폐지를 결정하여 시청율에만 급급해 좋은 방송을 폐지시키는 MBC의 상업적인 편성 처사를 질타했지만 솔직히 쇼바이벌은 지나치게 준비성 없이 나온 프로그램이었고 명절 특집 프로그램 이상의 수명을 보장받기 힘든 포맷이었던 건 분명하다. 게다가 V.O.S등 쇼바이벌을 통해 부각된 그룹이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과연 초반 시청율이 그렇게 나빴던 것일까? 결국 포맷 소화력에서 제작진의 역량과 노력이 부족했기에 벌어진 예고된 결과일 뿐이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몇 번의 환골탈태를 거친 프로그램이 SBS의 스타킹이다. 포맷은 쇼바이벌보다 훨씬 부실하고 사실 포맷 자체로만 봤을때는 '명절 특집' 1회성 방송에 가까웠던 방송은 쇼바이벌보다는 스타킹쪽이었는데. 다만 스타킹이 쇼바이벌보다 아주 쵸큼 나았던 건 프로그램이 롱런을 하기 위한 '분석'만큼은 제대로 했다는 것이다. 인구 파이가 넓지 않은 대한민국의 한계 상 아메리칸 아이돌처럼 '음악'에 한정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는 인재풀이 적으므로 프로그램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직시했기 때문에 장르의 폭을 음악 이외에 다양한 분야로 넓혀 'TV에 나올 만한 가치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나올 수 있다는 열린 포맷을 지향했고 이것이 몇 년째 스타킹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힘이 되어주고 있다. 최소한 쇼바이벌처럼 뉴페이스의 고갈로 무너지는 일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스타킹은 롱런의 이유가 프로그램 자체에 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을 대표하는 콘테스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는 데에 한계점을 노출한 채 전국민의 '장기자랑'으로 전락하며 콘텐츠의 완성도보다는 '파격'으로 승부하는 우를 범하고 만다. 언제부터인가 스타킹은 '누군가를 흉내내거나', '얼마나 어리느냐' 혹은 '얼마나 나이가 많으냐'가 그 콘텐츠의 질보다 훨씬 더 중요한 방송이 된다. 즉 콘텐츠 자체는 절대 메이저급이 아니지만 일반인 치곤, 어린애 치곤, 노인 치곤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것에 열광하도록 유도한다. 진행자들과 보조 진행자들은 어떤가? 출연진들이 대부분 어리거나, 전혀 관계없는 직업이거나, 노인이거나 하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절대 객관적인 기준으로 냉정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그저 칭찬만을 늘어놓는다. 이러한 방송 분위기는 스타킹의 전체적인 구성 형태로 자리잡아 비단 어떤 제약이 있는 출연자가 아닌 정상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준 프로들이 출연할때에도 냉정한 평가를 이끌어내기 힘든 환경을 조성하며 콘테스트 방송의 생명줄과도 같은 공신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우를 낳는다.

브리티즈 갓 텔런트, 아메리칸 아이돌이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장점을 몰라서 출연자들의 심사를 몇명의 심사위원에게만 의지하는게 아니다. 그들은 출연진들의 옥석 고르기에 있어서는 철저한 프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동의와 공감을 얻고 그들의 평가를 신뢰하도록 하는것이다. 나아가 그들은 프로그램의 목적이 한층 명확하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경우 철저하게 출연진들의 개인적인 성공을 위해 맞춰져 있고, 브리티즈 갓 텔런트는 출연진들의 개인사를 부각시키며 극적인 연출을 이끌어내는 등 다분히 방송의 성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양쪽 모두 그 목적을 위해서는 콘텐츠의 질적 관리를 위해 냉정한 평가가 필수적으로 이는 프로그램의 권위가 시청자들이 느끼는 무게감을 높여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아메리칸 아이돌은 유명 기획사가 아닌 TV가 대중 가수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힘을 과시했으며, 브리티즈 갓 텔런트는 자신들이 연출해낸 최고의 상품 '폴 포츠'를 통해 그들의 프로그램 콘텐츠 제작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임을 내세울 수 있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스타킹은 다분히 방송의 성공을 위해 출연진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브리티즈 갓 텔런트에 가깝지만 과연 방송의 성공을 위해 '우리가 선택한 출연진들이 위대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진행자들의 오버스러운 칭찬 릴레이'가 과연 적절했느냐는 것이다. 의견을 내는 보조 출연진들은 게스트 형태로 매주 바뀌는데다가 이들 출연진들이 대부분 신인 아이돌 그룹으로 신인이 신인을 평가하는 누가 봐도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느낄만큼 문제가 심각한데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결코 출연진들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뱉지 않는다. 프로그램 포맷 역시 그들의 공연을 중간에 중단시키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만큼 매력을 뿜어내도록 충분한 시간을 부여해주며 여기에 그들을 최대한 돋보이도록 유치하리만큼 특수효과와 찬양 자막을 홍수처럼 쏟아낸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얘 멋지지, 예쁘지 재미있잖아?'라고 억지로 강요하듯이 말이다. 스타킹의 시청율 그리고 출연진들이 이후 UCC에서 누리는 인기가 결코 정상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타킹에서 보면 '어라 이 녀석 조만간 대박나겠구만' 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수두룩했지만 지금 과연 데뷰해서 대박을 떠뜨린 사람이 있기나 한가?

혹시 스타킹에서 대박을 떠뜨린 스타로 펨핀코를 떠올리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 확실히 스타킹이 낳은 스타로 보일 수도 있고 그의 행보는 '대박'에 가깝다. 그런데 그가 지금처럼 성공하기까지 스타킹이 해준 역할이 뭐가 있을까? 스타킹을 매주 오프라 윈프리가 시청하는 게 아니지않은가? 결국 UCC로 만들어진 스타킹 동영상이 '우연'히 오프라 윈프리에게 얻어걸린 '엄청나게 강한 운'이 작용한 것이다. 스타킹은 단지 그 '엄청나게 강한 운'의 계기를 제공했지 펨핀코를 오프라 윈프리로 연결시켜주는 징검다리 역할조차 제대로 했다고 보기 힘들만큼 방송적 권위는 없다. 오프라가 스타킹의 평가 시스템을 신뢰해서 '아 스타킹에 나올 정도면 대단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펨핀코를 데려간 게 아니지않은가? 결국 동영상을 본 오프라 윈프리가 직접 판단했을 뿐이고 스타킹은 콘테스트 방송으로서 아무런 역할을 못했음을 오히려 반증하는 사건이 되시겠다 콘테스트 방송을 표방하는 스타킹으로서는 펨핀코를 내세워 자랑스러워할게 아니라 오히려 창피해해야 하는게 옮을 것이다.

이처럼 콘테스트 방송은 지금처럼 방송국이 단순히 주말 버라이어티처럼 편성하고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콘테스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NTV의 '우타 스타'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곳의 평가 시스템은 아메리칸 아이돌의 그것을 능가하는데 아메리칸 아이돌은 '독설'을 해서 출연진을 울리긴 해도 그 독설이 약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타스타는 아니다 싶으면 '독설'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음악을 중단시켜 무대 뒤로 퇴장시켜버린다. 이 방송이 방영되는 시간이 무려 월요일 심야 12시 40분이라는 사실이 믿겨지는가? 그런데도 시청율은 나쁘지 않다. 심사위원들도 일본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한 수준급 아티스트들을 만들어낸 기획자, 작곡가 등 누가 봐도 고개를 끄떡일만한 특급 전문가들로 꾸리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아무리 냉정하게 출연진들을 내쳐도 시청자들은 특별히 이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갖지 않는다. 결국 우타 스타가 보여주는 철학은 '방송의 질적인 측면이 확보되면 시청율은 자연스럽게 오른다'는 프로그램의 정말 초심과도 같은 단순한 공식과 '콘테스트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철저하게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한 사레라고 할 수 있곘다.

이런 측면에서 스타킹이 보여주는 이른바 '착한 방송 컴플랙스'는 유일무이하게 남아있는 콘테스트 프로그램으로서 아쉬움이 짙다. 마치 어른들이 자기 자식을 키울 때 19금을 철저히 배제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것들만 보여주며 세상은 아직 아름답고 따뜻하다고만 가르치는 구역질나는 위선과 닮아있는 것 같아서 더욱 그렇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이 나중에 세상이 실제로 아름답지 않았을 때 부모에게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낄 것이며 과연 그 세상에서 나쁜 것들을 구분하고 타파해나가며 살 수 있을까? 세상에 뭐가 나쁘고 뭐가 좋은건지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해지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스타킹은 위선 방송이 되어서는 안된다. 출연진들의 꿈을 이루어줄 수 있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출연진들의 옥석을 가리고 그래서 석이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거나 혹은 스스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위선의 끝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이번 조작방송 징계 사태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는가? 무조건 칭찬하고 넌 잘하고 있다는 격려 물론 좋다. 하지만 그건 콘테스트 방송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니다. 격려하고 응원하는 건 가족과 친구에게 맡겨야 한다. 방송까지 나서서 착한 가면을 쓰고 침을 튀겨가며 칭찬을 해대면 그들은 자신들이 제대로 옮을 길을 가고 있는지 내 능력이 내 꿈에 가까워지고 있는지 전혀 판단하지 못하고 방황 끝에 벽에 부딛히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사실 스타킹을 비롯해 착한 방송으로 가득 차 있는 방송계보다 더욱 아쉬운 건 시청자들이 TV에게만큼은 정말이지 지독한 윤리강령을 들이대는 모습이며 그보다 더 아쉬운건 이런 시청자들로 인해서 실제 인격적으로 악질적이지 않은 중립적인 냉정함을 갖춘 예능 분야 전문가들이 점차 사라지거나 성공을 위해 가면을 쓴 채 용접을 해버리고 있는 추세에 있다는 부분이다 시청자들 윤리강령의 모순점이야 말할 것도 없고 (연령 제한 표시 해달라고 해서 해줬더니 10시에 하는 15금 드라마에 키스신이 나온다고 초등학생 아들과 같이 보기에 불편했다는 의견을 올리는 일이 결코 드물이 않다) 앞으로 TV프로그램이든 다른 매체이든 필연적으로 음악게는 이미 썩을대로 썩어버린 음반, 기획사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신인 등용문을 더 넓히는 시도가 음악계 내부의 부흥을 위해서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어느 쪽 성향에도 치우치지 않고 자기 자신의 경험과 판단, 배경지식에 의거하여 상대를 중립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여기에 대중적으로 인지도까지 겸비한 전문가가 아주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 무엇보다 아쉽다. 100분 토론에 신해철이 단골로 등장하는 이유는 그가 그만큼 전문적인 지식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런 캐릭터의 수요가 앞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음에도 방송들의 착한 방송 타령으로 제대로 꽃을 피우지도 못하거나 사장되는 현실이 이들을 견디기 힘들게 만들어 결국 신해철만이 희귀종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착하지 않다. 이걸 인정하지 않으면 결코 세상은 착해지지 않는다.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지 않으면 세상의 어디가 더러운지 알지 못하면 세상이 깨끗해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방송이, 스타킹이 누군가의 꿈을 이루어주는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입발린 칭찬보다는 냉혹한 혹평이 필요하다. 스타킹은 지금이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때마침 (?) 스캔들 한 방도 시기적절하게 터져줬겠다. 잠시 휴식기를 갖든 뭘 하든 포맷을 전부 갈아엎고 (장난스러운 프로그램 분위기부터 개선해보자) 진정한 스타을 발굴해내는, 진짜 그들의 꿈을 이루어내도록 도와주는, 나아가 국민들에게 지금까지 천편일률적인 기획사들의 편협적인 식성에 길들여졌던 구태적인 음악계의 편식에서 벗어나 신선한 음악을 듣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폐지라는 이름으로 모처럼 만들어진 스타킹이라는 포맷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만일 스타킹이 폐지될 경우 방송사들은 '전례'라는 이름으로 두 번 다시 콘테스트 프로그램이라는 독이 든 성배를 들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테니까 말이다.

posted by RushAm 2009. 8. 25. 14:47
관련기사 >> 내년부터 125cc이하 오토바이도 면허시험

기본적인 내용은 기사를 참조하시기 바라며...

우선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경찰청이 면허를 새로 신설한 근거가 너무 치졸한 데에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도 자동차 면허를 따면 오토바이 면허를 면제해주는 곳은 없다" 라고 말한 부분이 그렇다. 우선 내가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진 않았어도 지금 살고 있는 일본의 경우 '50cc이하'의 원동기는 별도의 면허취득 없이 보통자동차면허로 운전이 가능하다. 자전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번에 바뀌는 면허 체계는 명목상으로 전 세계적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125cc로 범위를 확대했을 뿐이지 사실상 일본에서도 면제되고 있는 50cc이하 원동기를 포함시킨 것은 한마디도 언급이 되어있지 않다. 자전거 왕국 일본에서 자전거 면허가 공식적으로 단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적도 없다.

이 발표에 앞서 며칠 전에 발표된 부분이 '자출족이 300만에 이르고 있어 자전거 면허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안건이 생각보다 반발이 심했는지 쏙 들어가고는 다시 나온 발표안이랍시고 나온게 저런 식인거다. 눈가리고 아웅이라면 아주 도가 트신 현정부께서 그만큼 눈치가 뒷받침되지 않는게 아쉬운건 이번뿐만이 아니지만, 자신들의 뇌 용량 수준으로 국민들의 지식 수준의 표본 평균치를 산정하다보니 속임수의 수준도 형편없는 추리소설을 읽는것처럼 아주 뻔하고 만든 사람의 자질을 의심할 정도가 된다. 즉 이번에 정부가 나름 통밥을 굴린 게 '자전거 면허'를 내세우면 여론이 안좋아지니까 일단 사회적으로 잠재적 불만사항이었던 125cc이하 오토바이들의 교통흐름 방해를 떡밥으로 내세워 자전거 면허까지 슬그머니 끼워팔기를 하자는 것 같은데 일차적인 책임이야 브리핑 단계에서 이를 본격화시키지 않은 정부발표에 있고 두번째 책임은 이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혹은 왜곡 축소 보도하기 급급한 (다시 말해 정부 의도대로 움직이는) 언론에 있다.

그렇다고 그 정책이 거둬들이는 세수만큼이나 국민들에게 그 이상의 편의와 이득을 가져다주느냐 하면 그또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일단 자전거의 예를 들어보면 운전미숙으로 인한 사고 예방 차원에서 면허를 만든다고만 나올 뿐 자출족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자전거 도로 확충이나 등록제를 통한 도난 방지 및 추적 등 기본적으로 해줘야 할 정부의 서비스에 대한 약속은 없다. 게다가 이 제도는 현재 오토바이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보통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새로 자신의 명의로 오토바이를 등록해야 할 경우로 한정했다고 정부측에서는 나름 서민을 생각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원동기나 오토바이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동차를 운전하지 못하기에 보통면허를 따야하는건 변함이 없고 보통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 가능했다고 생각했던 오토바이를 못 몰게 되므로 몰려면 새로 취득을 해둬야한다는 것이다. 새로 면허를 취득하는 사람들은 말할것도 없다. 다시 말해서 이번 정책은 원래 관례상 '신규 면허 취득자'부터 적용되어야 하는 새로운 법인이 '기존 면허 취득자'까지 파이를 확대함으로서 세수를 거둬들일 수 있는 범위를 가능한 최대치로 맞추겠다는 악의가 숨어있는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오토바이나 자전거와 관련된 고충 처리 사안에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번 발표를 그냥 예사로 넘겨선 안되는 부분은 보는 바와 같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언제나처럼 '선진국'의 예를 들면 다 될 줄 아는데 이번 발표에서 유일하게 정부의 말이 옮은 점은 '125cc오토바이 운전을 보통면허 소지자에게 덤으로 허가해주는 나라는 없다' 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범주를 '오토바이'라는 어처구니없이 넓은 범위로 한정하는 트릭을 써서 이번 정책의 정당성을 옹호하려 드는 것까지는 좋은데 새로운 법이 만들어질때는 그 법에 대한 내용을 정확하게 그리고 알기 쉽게 공표하기 바란다. 하물며 대기업에서도 사전에 자신들이 알리지 않은 서비스에 대한 부당한 결재가 이루어진 부분은 피해 보상을 해주는게 공식적인 관례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무려 세수진작과 관련된 법안임에도 이를 제대로 명확하게 세 살짜리도 알 수 있을법한 쉬운 문건으로 몇 번이고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이번 제도가 통과함으로 인해서 얻는 세수는 면허 취득에 필요한 수입인지뿐만이 아니다. 번호판, 등록비, 검사비, 장기적으로는 면허 갱신 수수료 비용까지 계산되어 있다. 결국 면허가 늘면 늘수록 늘어나는 건 정부 세수 항목과 서민들의 한숨 뿐이다.

그냥 솔직해지자 정부야 세수가 걷고 싶었다고, 그냥 걷자면 좀 그러니까 면허 제도 하나 더 만들면 뭔가 예방되는 걸 기대할 수 있다고, 예방이라고 말하면 나중에 발생했을 때 '막는'게 아니라 '예방'이므로 정부 책임이 그만큼 덜어진다고, 좀 알기 쉽게 설명해주라, 세금 걷는거 강제적으로 걷는것도 짜증나는데 왜 걷는지 알지도 못하고 거짓말만 해대면 학창시절 돈 꿔달라고 친구처럼 걸으며 삥뜯는 깡패들이랑 다를바가 뭐가 있을까? 예방 말고 방지를 하는게 정부 역할이다. 예방은 국민들에게 맡겨주면 안될까? 19금을 아이들에게 못보게 하는 건 부모가 예방할 일이지 정부가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닌 것처럼 정부는 국민들을 자식새끼 보듯이 부모역할을 하는 것까지는 좋다만 부모가 되어야지 계모처럼 이용해먹고 삥뜯는 정부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posted by RushAm 2009. 8. 23. 08:05
영화 '해운대'가 천만 관객 돌파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윤재균 감독의 이전 작품 성향과 더불어 갖은 논란과 사상 유래없는 폭발적인 미디어 노출 속에 이루어진 천만 관객 돌파여서 그런지 아니면 스크린 쿼터 논란 이후 실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슈퍼 밀리언 셀러의 등장이어서 그런지 이번 해운대의 천만관객 돌파 소식은 필자로서는 제법 생소하게 느껴진다. 영화계에 발을 직접 담그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영화의 무게감이라는 측면에서 (고리타분한 예술성, 작품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천만 관객을 몰고 올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는 것이 지금도 변하지 않고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일종의 찝찝함이다. 역사에 남는 천만관객이라는 코드, 그리고 역대 최대 관객 동원이라는 떡밥이 실제로 영화계를 얼마나 괴롭히고 있는 딜레마인지를 새삼 엿볼 수 있어서였을까?

역대 최다관객동원 작품 중 가장 오랫동안 그 기록을 가지고 있던 작품 중 하나였던 '친구'는 그 딜레마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었던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부산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친구'가 그 위력을 전국에 알린 선구자 역할을 했던 만큼 제작 당시로서는 곽감독 본인도 실제 최종 흥행 성적이 부산의 힘에 의해 좌우 될 거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이정도까지일줄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으리라, 아무튼 친구의 당시 역대최대흥행 기록은 영화계로 하여금 두 가지 딜레마를 갖게 만들었는데 그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대로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가 흥행 1위가 되었다는 불편한 진실이며 또 하나는 '부산의 힘'이라는 흥행의 판도라 상자를 건드렸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 딜레마가 영화계를 얼마나 속죄고 있었는지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크랭크인 당시 강재규 감독이 직접 밝힌 포부 '천만 관객설'처럼 영화계 내부에서도 어떻게든 저 두 가지 비정상적인 공식을 깨기 위해 내부적인 역량을 총동원해서라도 '친구'를 끌어내리고자 했던 당시 영화계의 몸부림에서 잘 보여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년간 스크린 쿼터 등으로 한국 영화계가 급격히 침체되며 때마침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대거 유입으로 한국 영화 점유율이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게 되자 영화계는 그동안 시도했던 갖은 영화계 부흥 해법들이 모두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하고 영화계 스스로 살아남는 것을 포기한 채 그동안 봉인해두었던 몇 가지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 첫 번째가 유인촌 장관을 필두로 한 정계 지원 확보, 특히 현 정부에서 좌파단체라며 힐난을 받았던 PIFF의 예산이 오히려 4억 증가한 것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두번째는 친구 이후 영화계에서는 '작품적 자존심'을 걸고 봉인해두었던 '부산의 힘'을 이용하자는 것으로 이전 '친구'처럼 'PK출신' 감독이 영화계와 등을 돌린 채 독단적으로 제작했던 때와는 사뭇 대조적으로 제작단계부터 이해가 어려울 정도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메스미디어 노출도와 추세에 걸맞지 않는 해외 CG팀 투입 (한국의 CG제작 기술은 해외의 그것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는것이 아님에도)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많았던 관객수 집계 및 분석 기사들을 보다보면 영화계가 '해운대'에 지금의 위상과 역량을 얼마나 극한까지 쏟아부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즉 영화계는 한국 영화계의 부흥에 대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영화 자체에서 찾거나 근본적인 문제부터 수술대에 올리기보다 예전에 큰 재미를 보았던 '천만관객'코드와 영화계 내부에서도 이단화시켰던 '부산의 힘'코드까지 총동원할만큼 실로 자존심마저 버리고 일단 살리고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고 볼 수 있는 작품 '해운대'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볼 수 있으며 그 '위험성 없는'도박은 결국 '천만 관객'을 '모으는'게 아닌 '만들어낼 수 있다는'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부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마치 '먼치킨'이나 '치트키'처럼 터부시되오면서도 결국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생각보다 큰 도시 부산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이같은 부산'만'의 코드는 PK출신들 이외에는 좀처럼 공유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생각해보면 제법 단순한 그들만의 코드 '낭만주의' 좀 더 그럴싸하게 표현하면 '르네상스 주의'가 그것이다. 독창적인 코드와 세계관을 가지고 시대의 변화를 철저하게 외면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삶을 채워나가는 '항구도시'의 '마도로스 감성', 그들에게 있어 부산은 버릴 수 없는 그들만의 자존심인 것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절대 부산 출신 앞에서 부산을 구설수에 올릴 수 없을 만큼 부산이라는 이름은 부산출신들에게 있어 분신과도 다름없는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애향심, 나쁘게 말하면 구시대적 지역주의의 잔재라고나 할까?

이들에게 '영화'에서 '부산'이 메인으로 등장한다는 것, 그리고 그 영화가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밀리언 셀러의 가능성을 내포한 대작이라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무조건 부산 코드를 썼다고 다 밀리언 셀러를 기록하는 것이 아닌 '최대관객기록'이나 '천만관객'같은 기록에 남을 만큼의 가능성 (작품성이 아닌)이 있는 작품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영화는 부산인들에게 있어 부산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고 믿고 있는 PIFF처럼 무척 각별한 부분이니만큼 이들이 느끼는 감성은 다른 지역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진지함이 있다. 해운대 역시 메스컴의 수많은 설레발로 인해 '친구'이후 빼앗겼던 자존심 '최다관객기록'이라는 타이틀을 다시 되찾아올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부풀게 만들었고 이런 희망이 지금의 천만 관객 카운트다운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 즉 부산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감히 예상하지만 '해운대'는 천만 관객을 넘어서 역대 최대관객동원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이유이지만 해운대가 '해운대'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금과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 즉 부산인들을 극한까지 자극시켰던 코드가 다름아닌 현 최대관객동원 기록을 가지고 있는 '괴물'이기 때문이다. 괴물은 '한강'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로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부산인들에게 있어 '괴물'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나라최다관객동원을 한 영화가 어떤 중립적인 지역이 아닌 '서울'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결국 부산은 서울에게 질 수 밖에 없느냐는 박탈감이 알게 모르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 괴물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서울'이며 괴물의 최다관객동원 기록은 서울에게 밀려 추락한 부산의 자존심을 긁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고 이 점을 정말 뺏속까지 완벽하게 분석한 영화게는 한강에 견줄만큼의 상징성을 가진 '해운대'를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부산인들에게 '괴물', 아니 '서울'을 똑같은 영화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기에 부산은 결코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게로서는 부산의 힘 코드뿐만 아니라 그동안 금기시해왔던 극약처방을 총동원한 만큼 해운대의 흥행 뒤에 상처뿐인 영광이 남겠지만 부산은 설령 이용당했을지언정 어떤 플라시보보다 강력한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부산 혹은 부산 출신 관객들이 천만 관객 동원에 어느정도 기여를 했는지는 확실한 통계가 잡히지 않겠지만 (영화관 문앞에서 앙케이트를 벌이지 않는 한 불가능) 지금까지 두번 세번을 봤던 관객들은 앞으로 남은 300여만 수치를 넘기기 위해 네 번 다섯 번 보는 것도 마다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해운대가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기록될 때까지 말이다. 그들에게는 '괴물' 아니 '서울'에게 명목상으로 승리할 수 있는 기록을 만드는 것은 작금의 경제상황과 무관한 삶의 의미에 비견될 만큼 중대사일지도 모를 일이니까

그러나 영화계는 이번 천만 관객 동원으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릴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자존심으로 남겨두었던 '부산의 힘', '정계 협력'등 영화계 스스로 일어서지 못한다는 증거로 남을 만한 악수를 총동원했기에 영화가 영화로 남을 수 있기 위해 싸워왔던 '사전 검열', '정치적 간섭'등으로 인해 되찾아오고 있었던 '영화적 순수성'을 그들 스스로 내던져버린 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재균 감독의 명성(?)으로 인해 이같은 영화계의 무덤 파기는 이미 예전과는 달리 일반 관객들에게 쉬쉬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은 박찬욱 감독처럼 해외 경쟁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한국 영화계의 시게를 거꾸로 돌리는 '한국에서만 소화 가능한' 작품이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부산의 힘을 새삼 확인하고 메스컴의 활약과 정계의 서포터가 어우러진 희대의 '도련님 영화' 해운대의 천만 기록은 영화인들에게 있어 '작품 철학'을 영화인 지망생들에게는 '꿈꾸던 작품을 만들면 언젠간 인정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영화 자체'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은 이미 영화가 영화가 아니게 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영화계의 이번 악수가 안타까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로들의 정말 단순한 발상 '왕년 타령'이 만들어낸 비뚤어진 르네상스의 결정체 '해운대'는 결국 어느 누구도 득을 주지 못한 천만관객영화로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RushAm 2009. 8. 22. 11:31

하여간 악플 하나는 정말 싫어하는 민족인 것 같다. 물론 자기 욕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악플 문제도 민감한 정도가 심한 것 같고, 여러모로 '비난'이나 '명예'를 조금 과도하게 중시하는 듯한 사회적 풍토가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500년간의 조선시대에서 비롯된 유교사상과 양반문화가 만들어낸 현대화 패착의 잔재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깨끗한거에 집착하고 조금이라도 더러워지면 완전히 더러워질때까지 먹물을 끼엊어버리는 백의민족의 이기주의도 분명 산재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 없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베라의 한국 비하 논란도 그렇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그녀가 '독일'에 가서 '한국 문화'에 대해 '자기 생각'을 쓴 책을 냈는데, 왜 한국이 방방 뛰어야만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교과서를 왜곡해서 침략역사를 뒤바꾸려 한것도 아니고 독일에 가서 한국의 분단 문제를 꼬집을만큼 정치적인 글을 담은 것도 아닌 순수하게 1인의 한국 경험자로서 한국에 대해 개인적으로 느낀 바에 대해 쓴 것 뿐인 것 같은데 말이다. 무슨 매를 맏아도 우리 엄마에게 맞는게 남에게 맞는것보다 낫다는 심보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외국의 칭찬에는 지나치게 귀를 열어두고 외국의 비판에는 지나치게 입을 꼬매려는 감이 없지 않다.

일단 결론부터 짓자면 기자가 어떻게든 좀 떠보려고 '낚시'한것밖에는 안보인다. 미즈노 교수랑 비교한 부분도 그렇고 내용상으로는 그냥 채식주의자에 대한 차별 문제와 남자들의 워커홀릭 등 지극히 상열지사적인 문제만을 지적한 것을 가지고 사회 전반적인 무시를 했다고 선동하는 듯한 내용이 그렇다. 나름 화제가 되고 있으니 기자 입장에서는 기사 쓰는 능력은 없어도 기자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만큼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은데, 근본적인 문제는 냄비처럼 끓어오르는 근성에 앞서 '우리가 왜 그리도 백의처럼 하얗게만 살아야'한다는 컴플랙스에 집착하느냐는 부분이다. 그것도 꼭 손님들, 외국에게는 반드시 순수하고 깨끗하고 정직하고 착하게만 보여야만 하느냐는 컴플랙스가 있느냐는 것이다.

해외에서 누가 꼴불견짓을 하면 '한국 이미지 망친다'며 혀를 끌끌 찬다. 그런데 그 혀를 차는 반응을 보이는 나라가 몇이나 되는가? 우리는 우리의 시각으로 외국인들도 우리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심각한 착각에 빠져있다. 베라가 책을 내서 그 책이 밀리언 셀라라도 기록했던가? 한국인이라고 가슴에 써붙이고 다니면서 길거리에 똥을 싸지르고 다닌다고 해서 과연 외국인이 '아 한국인 전체가 미개하구나'라고 생각할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나라에서 만일 외국인이 어떤 이상행동을 보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외국인 개인에 대한 비난 이상으로 그 국가에 대한 비난을 서슴치 않는데, 이게 역으로 외국인들도 그럴 거라는 모순적 발상이 그렇다.

어떤 일본인이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저질렀다고, 일본에서 AV가 넘쳐난다고 일본 전체가 야쿠자 집단이며 일본 여자 전부가 성에 개방적이라고 착각하는 모습에 우리 자화상의 한계가 보이는 것이다. 일본에는 1억 3천의 인구가 있고 매일 총격살인 사건이 넘쳐나는 미쿡도 5억 가까운 인구가 있다. 5억 전원이 총기사고 잠재용의자라면 미국은 진작에 미쳐돌아갔으며 일본은 난교천국으로 대혼란에 빠졌어야 정상이지만 실제 그런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우리의 뿌리깊은 악속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부터 좀 뜯어고쳤으면 한다.

베라는 그냥 독일인 중 한 명이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책을 썼던 그게 무슨 상관인가? 베라가 한국에서 활동하고 돈을 좀 벌어갔는데 배은망덕하게 배신했다고? 웃기는 소리다. 배신이 뭔지나 좀 알고 떠들도록 하자, 그녀가 말한 건 그 왜곡하려고 작정한 기사 속에서도 '한국 남성들의 워커홀릭'과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소수 취향의 몰이해', 그리고 미녀들의 수다라는 방송의 '위선성'이다. 이거 우리가 지금 모르고 있던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알면서도 스스로 더럽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 쉬쉬했던 것 뿐이지 않은가? 제발 깨끗해지고 싶다면 세탁기에 넣고 빨려고 노력해야지 안 더럽다고 자기최면만 외다보면 그 좋아하는 손님들은 우리의 퀴퀴한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갈 뿐이며 남는 건 자기최면에 정신 못차리고 코가 마비돼 난 깨끗하다고 자뻑하는 고립된 단일민족만이 남을 뿐일것이다.

posted by RushAm 2009. 8. 21. 12:05
지난 글 전편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2009/08/11 - 바람을 피우는 여자 그 특별함에 관하여 前

여성의 거짓말에 대한 목적은 이 정도로 하고 분위기를 조금 바꾸어 보겠습니다. 여성들이 바람을 피우기 위해 남성들의 감정적인 부분을 이용하게 된다는 말씀을 서두에 언급해 드렸습니다만 과연 어떻게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죠. 남성들 역시 그러한 성향이 없지는 않지만, 여성들은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우선적으로 상대의 대한 정보 수집에 대단히 적극적입니다. 남성들이 꽤나 기분나빠하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결혼정보업체들이 다양한 항목으로 남성들의 정보를 나열해서 서열화시키고 있는 부분 역시 이러한 여성들의 '정보 수집 욕구'를 잘 알고 있기에 그에 맞춰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뿐이죠. 반대로 남성은 상대적으로 여성의 대한 정보를 다양한 관점에서 수집하는 데에 취약한 반면 본질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는데요. 지금은 여성 특집이니 이는 나중에 기회가 있을때 한번 더 언급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수집된 남성들의 정보들은 추후 활용될 수 있도록 착실히 데이터베이화되어 여성의 머릿속에 저장됩니다. 남성의 성격, 하루 스케줄, 평소 주요 이동 루트, 휴일 스케줄, 만날 때 주로 가는 장소, 만난지 며칠 째 되는 날, 주로 입는 옷 스타일, 멀리서도 구분될 수 있는 특징, 가족력 등은 기본이며 좀 더 상세하게 들어가면 전 여자친구 정보 (사귄 기간, 해어진 이유, 전 여자친구의 성격, 특징) , 가족력, 성정과정 트라우마 (가족의 불행한 사건, 성장과정에서 일어났던 정신적 외상 등) 입니다. 이런 정보들은 주로 남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여성들은 이를 얻기 위해 간접적인 접근 방법을 택하는데요. 최근에는 '블로그'나 '미니홈피'의 남성측 아이디와 비빌번호를 알아내 비밀 글이나 이전 여자친구 정보같은 민감한 사항들을 알아내는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곤 합니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사귄 기간은 동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대방에 대한 정보 양적 측면에서 여성과 남성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부분은 향후 관계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경우 남성에게 아주 불리한 상황으로 전개됩니다. 여성은 남성의 트라우마나 전 여자친구와의 해어진 과정과 계기 등을 통해 이 남자가 어떤 말과 어떤 패턴에 약점을 보이는지 (이성을 잃게 되는지)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불리해지는 상황에서 그러한 점을 적절히 활용하여 매 상황을 타파해나가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바람을 피우는 여자에게 있어서는 둘도 없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남성과 여성의 바람을 피우는 패턴의 차이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비유를 해보자면 쁘띠젤 같은 젤리를 모양 그대로 꺼내서 손 위에 놓고 반대편 사람이 내가 젤리를 쥐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도록 젤리를 손 안에 숨긴다고 생각해보세요. 남성은 젤리를 100이라고 생각하고 1이라도 밖으로 빠져나오게 하지 않도록 꼭 쥐다가 질질 흘리는 반면 여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설득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젤리를 버리고 핵심 코어 부분만을 가볍게 쥐고 숩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버려진 젤리가 상대방에게 발각되더라도 이게 젤리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해서 눈과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기술도 포함됩니다.

즉 남성은 바람을 완전히 숨기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증거가 여성에 의해 적발되면 전혀 방어하지 못하고 앞마당부터 본진까지 털리는 반면 여성은 처음부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부분 중 중요한 부분만을 완벽하게 숨기고, 적당히 걸릴 부분을 '떡밥'으로 내놓는 형태를 취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숨기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인데요. 이것은 남성에게 '거짓말'을 하기 위한다기보다 '이것이 당연하다'는 잘못된 자기만의 관점을 남성에게 심어주기 위한 작업의 일환입니다. 예를 들어 여성이 남성이 충분히 알고 있는 알리바이 범위 안에서 다른 남자와 외박을 했다고 한다면 여자는 '외박을 했다'는 정보는 일부러 걸리기 쉽게 남겨두고 '남성과 단둘이'라는 부분을 완전히 숨깁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을 알기 때문에 일회성으로 미봉시키는 거짓말을 일부러 만들어내기 보다 다음에 또 다시 외박을 했을 때에 더 이상 의심하지 않도록 만드는 2단계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즉 '외박'을 했지만 '바람'을 피운 것은 아니니까 앞으로 '외박'이라는 이벤트가 있더라도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남성에게 주입시키는 것이죠.

자 어떻습니까?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모두 제 3자이실테니까 위 문단이 별로 이해가 가지 않으시겠죠? 그렇습니다. 절대 당사자가 아닌 이상 저런 거짓말에는 속아넘어가지 않습니다, 여성도 그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일종의 '최면제'를 추가합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는 '가족력'과 '전 여자친구와 해어진 계기'등이 들어가게 되죠. 성장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과 더불어 전 여자친구와의 이별로 인해 굳어진 피딱지, 즉 편견의 함정입니다. 예를 들어 전 여자친구가 '술을 많이 마시고 다른 남자들과 많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면 기본적으로 그것을 활용하여 자신은 그와 정 반대의 사람이라는 것을 충분히 어필하는 것이죠. 남성은 이런 경우 중립적 시각을 지키지 못하고 맹목적인 신뢰를 보내게 됩니다. 흔히 이상형을 말할 때 등장하는 '**한 사람'이라는 조건을 붙이는 사람들은 전에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부터 어떤 상처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예를 들면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술을 너무 잘 마셨는데 결국 남자들이랑 어울리다가 바람이 났기 때문에 술 잘 마시는 여자는 딱 질색이라는 식의 일차적인 조건이 충족되기 될 경우 다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여자가 다른건 잘 모르겠지만 술은 하나도 못마신다면 일단 평가는 평균 이상이 되고 전 여자친구가 바람피울때의 행동패턴 (남자들이랑 어울리는)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면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이벤트(외박 등) 에도 관대해질 수 있는것이죠. 조금 설명이 어렵습니다만, 이것이 남자의 '상처'이고 여자는 이 상처의 원인과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그곳에 적당한 처방전을 '자신의 이름'으로 만들어 약을 발라둡니다. 물론 남자는 당장 아픈 곳이 나아지므로 다른 곳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이 이 여자에 대한 좋은 정보만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마약의 정체입니다.

외박이 여행이 되고 여행이 길어지고 만나는 시간이 짧아지고,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 목격되고, 점점 소흘해지는 그녀를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도 남자는 여자의 마음이 변했다는 것을 해어지기 직전까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심지어는 해어진 후에도 이미 그녀가 떠났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합니다. 이것이 상처에 발라지는 '마약'의 효과입니다. 여성들의 바람이 성공하는 패턴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이미 바람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다만 이 마약은 치료제가 아니므로 어떤 계기 (다른 남자 품에 안겨있는 모습 등 아주 극단적인 모습으로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가 생겨 순간적으로 이성을 찾고 그녀의 마음이 나에게서 완전히 떠났다는 것을 안 뒤의 후폭풍은 정말 엄청납니다. 서서히 아픔이 장기간 나누어서 오는 게 아니라 일순간 엄청난 타격이 한꺼번에 몰려오기 때문에 이별의 상처는 아주 깊고 심하게 패이게 되는 것이죠. 마취제의 끝은 평온이 아닌 엄청난 고통일 뿐인 것처럼 말입니다.

자 그러면 이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면 서두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여자의 바람은 간암과 같아서 가뜩이나 변화에 둔감한 '남성'이 발견될 정도면 이미 말기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없다'가 정답입니다. 평소 아무리 여자의 상태에 대해 꼼꼼히 살핀다 한들 여우꼬리를 능숙하게 감추는 여자들을 남자들이 당해낼리 만무하겠죠. 에초 상대가 되지 않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처방전도 없습니다.

다만 암도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법이 있듯이 자기자신의 '감'을 믿지 말고 여성의 입장에 서서 몇 가지 진단을 해본다면 여성의 현재 상태를 쉽게 '파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커플에 따라 다르지만 해결책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원래 남여상열지사라는게 천가지 이유와 만가지 결과가 만발하는 중대사인지라 제가 쉽사리 '이게 해결책이다' 라고 말하는 것도 우스운 일일테니까요. 해결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기고, 저는 남자들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의 현재 심리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진단법 정도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우선 명심하셔야 할 것은 '절대 조르지 마십시오' 입니다. '너 바람피웠지?, 누구랑 있었어?, 그 시간대에 어디서 뭘 했는지 바른대로 말햇!' 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과연 정직한 답변이 나올까요? 이건 지금 이 글을 보는 분들이 대부분 제 3자라면 '어처구니가 없게'보이는게 사실입니다만 막상 당사자가 되면 남자의 단순함이 나오는 듯 저런 바보같은 상황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여성은 스스로의 동의 없이 절대 '묻는 말에 정직하게 대답하지 않습니다' 절대 말해달라고 조르거나 떼를 쓰지 마십시오, 그럴 수록 진실과는 더 멀어질수밖에 없고 남자의 촉은 갈수록 둔해지게 되며 머리는 단순무식해진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어떤 사건이 있었고 그것이 오해를 살 만한 일이라는 것을 여성 자신이 남성보다 훨씬 먼저 그리고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것이 '단순한 오해'이든 '의도적인 바람'이든 여성의 대응은 똑같습니다. 일단 숨기고 봅니다. 왜 숨기냐하면 우선 바람을 실제 피웠을 경우 이 상황을 끼워맞출만한 완벽한 해답이 머릿속에서 아직 도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자의 상태를 보며 시간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고, 단순한 오해였다고 해도 자신이 충분히 오해를 받을 만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책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추가로 남성에게 추궁을 받기 싫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자기보호 본능이 최종적으로 우선시되는 성별입니다..

이런 경우 우선 처방할 수 있는 해법은 '기다림'입니다. 남자는 절대 이 상황에서 여성 이상의 냉정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여성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던지간에 나중에 후회할만한 상황을 만들어낼수밖에 없게 됩니다. 조금 억울하지만 이때는 뭘 해도 무덤만 깊어질뿐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기다리십시오. 혹시 '마냥 기다리다가 승냥이같은 녀석에게 내여자 빼앗길때까지 잠자코 있으란말이냐!'라고 외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처방전은 '상태 파악'이지 '예방이나 치료'가 가능하지 않습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여성이 바람을 피우면 돌이킬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당신이 잠자코 있던 무슨 일을 벌이던 에초 바람을 피우던 여자였다면 결론은 당신을 떠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기다림은 보름을 절대 넘기지 않습니다.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던 간에 여성은 두 번의 주말을 거치면서 충분히 스스로 판단하고 결론을 도출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니까요. 2주 정도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게 되는데, 그 전까지는 여자가 '떡밥'으로 이런 저런 헛점을 남발하더라도 절대 동요하지 마시고 모른 척 지내십시오. 여성은 이런 문제에 절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과 상담하지 않으므로 이야기에 발을 맞춰봐야 득이 될 게 없습니다. 그냥 신뢰하십시오. 여성이 단순한 오해였다면 당신의 그 신뢰하는 모습에 마음을 놓고 오해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실타래 풀듯 술술 풀어내줄 것입니다. 여성이 두려웠던 건 '당신의 직선적인 대처'로 인한 '신뢰 붕괴'였기 때문에 당신이 신뢰해주는 모습을 보인다면 여성도 자신이 더 이상 공격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털어놓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오해'에 대한 여성의 대처였고, 만일 바람을 피우는 상황이었다면 여성의 태도는 조금 다릅니다. 2주 후에 털어놓는다는 것까지는 동일합니다만 마찬가지로 2주 내에는 어떤 질문도 추궁도 하지 마세요. 이때 나오는 말은 남성측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2주간의 시간동안 바람을 피우는 여자라면 지금 이 두 남자에 대한 무게추를 달아보고 어느쪽에 자신의 마음이 기울어져 있는지 충분히 생각해본 다음 결론을 도출해서 각 남자들에게 털어놓게 됩니다. 만일 당신쪽에게 기울었다면 앞서 '오해'와 거의 비슷한 태도로 당신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을 것이고 무게추가 당신에게 기울지 않았다면 2주 후 당신은 여자로부터 대단히 뜬금없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단호한 이별 통보를 받게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꽤 직설적인 결론이라 뒤끝도 없고 깔끔합니다. 마음이 어느쪽에 가느냐를 가지고 누가 나쁘다를 논할 수는 없으니까요. 좀 슬프긴 해도 이것이 여성의 바람이고 마음의 이사이니까,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정말 악질중의 악질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바람이 있습니다만, '무게추'가 정확히 중심에 딱 맞춘, 즉 어느쪽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둘 다 잡아야겠다는 결론을 도출한 여자의 경우를 말합니다.

이런 여자의 경우 2주동안 당신에게는 물론 바람을 피우는 당사자에게도 상황을 심하게 왜곡한 두 가지의 패러랠 월드를 만들어 진술합니다. 물론 상당히 피곤한 작업입니다만, 두 가지의 설정을 모두 만들어 서로에게 서로 다른 사실을 주입시켜 두 가지 관계 모두 유지하는 것이죠. 흔히 말하는 '양다리'의 실체가 이것인데, 남자는 이걸 유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반면 (여자의 본능적인 육감에 지고 맙니다) 여성은 상대적으로 육감 대결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남자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이게 남자가 하는 그것만큼 어렵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마약까지 능수능란하게 활용하여 알리바이를 조작한다면, 철저하게 원하는 부분만을 취하는 완벽한 양다리 전략이 구축됩니다. 물론 여기에서 무게추는 중립이지만 애정의 강도는 절대 당신에게 있지 않습니다. 당신은 오래된 연인이고, 상대는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쪽인데 어느쪽에 강도가 센 지는 당신도 초기를 경험해본 이상 모를 리는 없겠죠? 당연하겠지만 알리바이는 새로운 남자친구쪽에 기울게 됩니다. 물론 남자도 아주 둔해빠지지 않았다면야 이쯤해서 눈치를 채게 되는데, 여기에서 여성은 '상대 남성이 있다'는 것을 순순히 '떡밥'으로 내주고 '관계"에 대해서는 '커플'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왜곡하여 거짓말을 합니다. 예를 들면 '돈때문에 사귄다', '잠깐 얻을 게 있어서 지금 얻고 있고 다 이용해먹고 나면 버릴거다'는 식이죠. 절대 속지 않을 것 같지만 이것은 '그 남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면서 '그 남자'에게 절대 마음은 주지 않았다.는 식의 거의 최종적인 배팅입니다. 여기까지 말했다면 이미 당신과 그 남자의 비중은 1:9정도로 벌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자 만일 여기에서 당신이 운좋게 거짓말인 것을 알게 되었다면 두 가지 패턴이 있습니다. '세 사람'과 '두 사람'의 차이가 되죠. 만일 '두 사람'의 경우 즉 당신과 그 여자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거짓말이 발각될 경우 그 여자는 정말 최후의 몸부림이라도 치듯 온갖 불쌍한 척을 하며 당신에게 매달리는 시늉을 하게 됩니다. 어쨌든 1이지만 그 1이 없으면 당장 아쉽기 때문에 여자는 당신을 붙잡아둬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지죠. 그런데 '세 사람'일 경우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기에서는 누가 우위에 있는지가 잔인할 만큼 명확하게 그 여자의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당신은 당신 눈앞에서 다른 남성에게 안겨 당신에게 지금까지 쌓여있던 온갖 경멸의 말을 쏟아내는 그녀의 모습을 어이없게 바라보는 아주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여성은 이미 상황이 세 사람이 될 경우 1과 9중 어느쪽을 버리고 어느쪽을 택하게 될 지는 명확한데다가 이미 이 바람 자체가 당신에게 누적된 불만이 한계치에 다다랐기에 시작된 일이므로, 당신에게 쌓여있던 말들이 폭발하기 시작하면 댐 터지듯 쏟아져나오는 비난을 감당하기 힘드실수도 있습니다.

이런 여성의 태도는 물론 그간 쌓여있던 부분도 있지만 이미 이 상황에서 누구 한 명을 건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우선 '9'를 택하고 '9'에게 이 상황에서 당신을 택했다는 것에 대한 안심을 주는 한편 당신을 공격함으로서 당신에게서 완전히 마음이 떠났다는 것을 증명함과 동시에 9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보호본능을 일으키게 만드는 작전입니다. 재미있는건 이런 작전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 아닌 '여성의 본능'에서 나오는 위기 대처 방법이라는 사실인데요. 이쯤에서 여자쪽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거짓말을 해서라도 당신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라는 이야기인데, 남녀관계에 있어 공히 최악의 악질 거짓말로 올리고 싶을 정도의 악언이므로, 만일 그런 말을 입 밖에 내는 사람이 있다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까이 두지 않기를 권합니다. 그런 사람은 남녀관계를 떠나 사적인 관게에 있어서도 결코 신뢰하기 힘든 사람일 테니까요.

이야기가 꽤 길어졌습니다만 결론을 지어보자면 역시 여성의 바람은 '거짓말'이 빠지면 섭섭해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남성의 바람도 거짓말이 수반됩니다면, 그 본질적인 측면을 들여다보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공화국 연구소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남성은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여 진실을 들키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여성은 '남자의 신뢰를 먼저 일정 수준 얻은 후 그 얻은 신뢰 범위 내에서 진실로 믿게 만들 수 있을 만큼 통용되는 거짓말'만 한다는 것 입니다. 이 부분만 명심하신다면 적어도 여성의 바람과 거짓말에 대해서 조금은 본질에 접근하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만 뭐니뭐니해도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연애'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서로를 처음부터 눈빛을 불태우며 정보탐색전을 벌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본능이 그렇다고 해도 사랑한다면, 그 또는 그녀가 어디가 안좋은지, 기분은 어떤지, 내가 아플 때 바로 느껴지듯 느낄 수 있을 만큼 살펴주는 것, 거창한 이벤트나 로맨틱한 프로포즈보다 더 '사랑'이라는 말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들일 테니까요.

자상한 남자보다 나쁜남자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자상한 남자는 '여자가 뭘 원하는지를 모르니까' 이곳 저곳을 찔러보고 여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조건적인 친절을 배풀기 때문에 여자가 부담을 느끼고 오히려 거리를 둡니다만, 나쁜남자들은 평소 거칠고 무례하게 다루면서도 그런 인생들의 특성 상 '상대가 뭘 원하는지'만큼은 확실하게 파악하여 단 한방이라도 크리티컬 히트를 먹이기 때문입니다. 여자들이 90% 잘못해도 10% 잘하는 나쁜남자에게 빠지는 건 나쁜남자 컴플랙스의 심리적 헛점 탓도 있지만 나쁜남자들만큼 여자가 정확히 뭘 원하는지 확실히 아는 쪽도 드무니까요. 그렇다고 나쁜 남자가 되라는 것도 아니고 된다고 해서 모두 크리티컬의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연인이 오랫동안 당신 곁에 있기를 원한다면 어디가 아픈지 알아본다고 온몸을 떡주무르듯이 주무르고 쑤시고 찔러보지 말고, 찬찬히 그녀의 눈빛 말투 호흡 등을 살펴보세요. 남자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친절이 아니면 감지해내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여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친절 이상으로 그런 관심을 충분히 감지해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혹은 그녀를 한번이라도, 1분이라도 더 많이 바라보세요. 그리고 말로 표현하지 않는 대화를 나누어보세요. 충분히 알아들었다면, 아니 알아듣도록 노력하기라도 한다면, 그녀 역시도 당신에게서 떠나가고픈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우고, 아니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이별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덜어지기를 바라면서 여자 그 특별함에 관하여.. 제 2부 바람을 피우는 여자 편을 이쯤에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1회차 담배를 피우는 여자 그 특별함에 관하여
2회차 바람을 피우는 여자 그 특별함에 관하여   後
3회차 키스 그리고 또 한번의 키스 그 특별함에 관하여
4회차 재력에 끌리는 여자 그 특별함에 관하여
posted by RushAm 2009. 8. 15. 08:54
이명박의 지지율을 두고 말들이 많다, 30%를 넘었네 40%에 육박하네, 서울시장때처럼 뒤늦게 인정받고 있는거네, 아니네 참 말들 많다. 지금 지지율이 중요한 게 분명 아닌 것 같은데 다들 지지율 이야기뿐이다. 누가 얼마만큼 그를 지지했는지가 정말 문제인가? 촛불정국때 15.7%까지 떨어졌을때 이명박의 정책과 40%에 육박한다고 말하는 지금의 이명박의 정책이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어차피 탄핵은 없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으며 5년 내내 하고 싶은 정책 다 하고 내려올 사람에게 중간지지율이 무슨 소용인가? 미국처럼 4년 연임제라면 중간지지율이 의미가 있겠지만 에초 5년 단임인걸 알면서 뽑아준 국민들이 아니던가?

언제부터인가 대통령을 비난하는 게 사람들의 국민스포츠가 된 느낌이다. 5공때는 그 국민스포츠에 대한 열망을 프로스포츠로 돌렸다면 5공이 끝난 뒤에는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으로 현실의 어려운 속쓰림을 달래는 게 서민들의 일상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마 ys정권때부터였던 것 같은데 역시 그 당시는 경제 위기로 인한 타격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상이 정말 명확했기에 가능했다. 경제부처든 뭐든 당시 YS의 문민정부 경제정책은 막판까지 폭발을 눌러놓지 못하고 터저버리고 만 셈이었으니까, 비난의 화살을 날릴 대상이 그때만큼 명확했던 적도 없었기에 대학살의 주인공 전두환과 노태우보다 YS가 한층 더 욕을 먹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지 '자기 잘못을 세 살 짜리조차 알 수 있을 만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인데..

YS이후 김대중, 노무현을 거쳐 지금의 이명박에 이르기까지 서민들은 체감적으로 단 한시도 '살림살이'나아졌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YS의 유산이었던 '이 모든건 대통령 탓이다'라는 말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사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노무현 때부터 유행한 것 같지만 인터넷 보급으로 인해 통계적으로 쉽게 여론 파악이 될 수 있었을 뿐 김대중 정권 당시에도 이른바 '나랏님 탓'은 꾸준히 성행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간 국정 운영에 대한 정보 공개가 꾸준하게 이루어져 국민들이 국정 흐름에 대해 이전보다 투명하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열려 있기에 이같은 비판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며 정책을 일목요연하게 꼬집어가며 이같은 비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손에 꼽힐 정도이며, 대부분 개인적인 수완 부족의 사업 실패든, 운이 안좋았든, 어떤 이유로 인해서 정부 정책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도 대통령 잘못으로 돌리는게 일상화가 된 게 사실이긴 하다.

다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평 속에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YS의 그것'처럼 정부의 과오가 너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작금의 현실이 현 정권과 그 정권의 수장인 이명박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연 이 문제가 '이명박'을 비난해서 될 문제냐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서민들의 책임전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어째서 서민들은 '나랏님탓'을 하면서도 선거에서는 나랏님에게 힘을 실어주는것인지에 대해서 한번쯤 궁금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가? 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처음부터 틀어진 문제가 해결될 리가 만무하다고 보는데, 사람들은 다혈질적으로 눈앞, 내일만을 생각하고 있어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대통령은 이전 5공까지 철권의 권력을 자랑했다. 지금 대통령의 권위가 이전만 못하다는 것은 아니며 지금의 권위가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보편적인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지금의 권위가 적당한 수준으로 5공때의 그것은 독재정권의 잔재가 완전히 씻어내지지 않았던 시절이기에 논외로 쳐도 무방하다. 말하고 싶은것은 지금의 대통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통령 한 사람의 면면만 보고 나라의 명운을 가늠할 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이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다름아닌 '노무현'이다. 많은 진보층들은 노무현이 평소 보여주었던 극진보적인 성향을 믿고 표를 던졌지만 그는 그들의 기대대로 정권을 극진보적으로 운영하지 않았다. 그가 변한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대통령이라는 자리 자체가 절대 혼자 딛고 일어설 만큼 단순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그 뒤에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서 몸집을 불리기 위해 급조한 한끗발 날리는 2진급 보수층 인사들이 상당수 남아있었고, 이들이 탄핵사태 이후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을 양분해나간 탓에 이후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에 노무현이 남은 임기동안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사람들은 과반이 넘는 여대야소 정국에서 대통령이 힘들 게 뭐가 있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열린우리당 전체가 '친노파'가 아닌 이상 결국 국회의원들은 자기의 재선과 이익을 위해 줄서기를 하는 존재일 뿐이기 때문에 과반이라는 숫자가 큰 의미는 없었다고 본다.

여기에서 예상할 수 있는 반문이 '지금도 친이파, 친박파가 갈려 있으니 사실상 당시와 다를 게 없지 않나?'라는 부분인데 지금과 그때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친노파 이외의 계층이 '확실하게 내세울 수 있는' 차기 대권주자가 없었다. 아니 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게 정답이다. 김근태, 정동영,추미애를 비롯한 많은 인사들이 자신이 포스트 노무현임을 자처하며 노무현 임기 초기부터 서포터를 모으는데 열중했고 그중 일부는 실패했다. 그 결과 후보를 처음부터 한 명으로 집중하여 서포터를 충분히 모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한나라당에 비해 마지막까지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며 내부에서도 대체 누구를 서포팅해야 이명박을 잡을 것인지 마지막까지 혼돈을 거듭한 결과 선거에서 완패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친이와 친박의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투닥거리긴 해도 대의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각 진영에서 원톱을 정해두고 있으며 이미 차기 대권주자의 기세싸움에서 박근혜로 일찌감치 확정한 친박진영에 비해 현 국정지지도에 위기를 느낀 친이진영이 아직 그에 대한 대항마를 만들지 못한 부분으로 인해 많은 친이계열 서포터가 친박쪽으로 옮겨가있는 상태다. 암묵적으로 차기 대권 주자로 박근혜를 서포팅하는데에 합의를 도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꽤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단순한 '쇼'일 뿐 이미 이익 배분에 있어서는 합의가 되어있기에 아주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친박진영도 친이와 이명박의 정책 기조에 협조하는 보상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의 화살도 그래서 과녁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대통령 혼자만의 생각으로 마음껏 정책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가 되지 않았다는 걸 정,재계는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전처럼 '정권을 잡으려'하기 보다 '대통령을 만들어 내'려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예전에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의 뒤에 줄을 서는 형국이었다면 지금은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의 지지율을 뒤에서 끌어올려주는 서포터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우리가 아는 범위 이상으로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수구 보수 인사들은 물론 재계 서열 상위권 기업들이 알게 모르게 서포팅을 하여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셈이다.

이런 대통령이 과연 자기가 하고 싶은 '그것'을 제대로 펼치고 있다고 보는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은 이미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정, 재계 서포터들의 투자 대비 이익을 실현해주고 대신 국민들에게 욕을 들어먹는 총알받이 방패일 뿐이다. 다시말해 이명박이 친재벌 성향이라서 지금 정권에서 재벌 위주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자들이 투자한 만큼 이익실현을 하고 있을 뿐이며 이명박은 그에 충실하게 이행해줄 의무가 생긴 샘이다.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철권력의 대통령은 먼 옛이야기이다. 지금은 누구의 이익을 어떻게 실현해주느냐가 관건이 되는 시대이며 이미 미국은 몇십년전부터 이러한 정치 풍토가 자리잡아 50:50이라는 팽팽한 구도가 매 선거마다 첨예하게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 2007년 선거처럼 압도적인 완승, 완패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지금 서민들은 이명박을 비판할 때가 아니다. 지금의 달라진 정치 트랜드를 빠르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지금 분위기로는 일부 진보계 지지층조차 '이명박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계층들이 점차 늘고 있는데 이래서는 다음 선거에서도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없다. 미국처럼 선거 당시부터 양측의 정책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 아니라 지난 선거에서 드러났지만 '이미지 정치'가 아직도 먹히고 있고 그 이미지를 만드는 건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서포터'인 현실에서 지금 어려운 사람들이 있고 지금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이명박'을 비판하기 전에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서포터들이 누구고 그들이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명박이 지금 대운하를 파고 4대강을 살리고 미디어법을 통과시켜서 70대에 육박하는 그 나이에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보는가? 이미 예전처럼 비자금 조성이 은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이명박 개인'이 지금까지의 정책으로 득을 보는 건 조금도 없다고 본다. 오히려 임기 이후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본다면 그에게 중요한건 남은 임기가 아니라 남은 여생인데, 그쪽으로 생각해봐도 지금 이명박은 무덤을 파고 있을 뿐 본인에게 득이 되는 건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이 무슨 천문학적인 득을 보고 있는 마냥 모든 것을 이명박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고 이명박은 피투성이가 되어가고 있지만 서포터들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이명박이 따다 준 과일을 먹어가며 TV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감상하듯 서민들과 이명박의 대치상황을 감상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어렵고 이명박의 정책이 싫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우선 그를 움직이는 서포터에 주목하자,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나오는 후보들 역시 그 후보 자신의 면면이 아니라 그를 움직이는 서포터가 어떤 성향인지를 확실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주당 계열에서 나온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서민을 위하는 후보가 나온다는 부분도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반드시 서민을 등한시하고 친재벌정책을 취하는 대통령이 나올 거라는 착각도 이젠 버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들 후보가 누구의 돈, 누구의 권력 하나하나가 모아져서 지금의 권력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물론 100%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친재벌 서포터가 없는 쪽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지금의 매니페스토 검토보다 훨씬 미래 정국을 예측하기 쉬울 것이다.

지금은 위험하다, 이명박이 위험한 게 아니라 이명박 다음이 위험하다. 지금 정서가 위험한 이유는 이명박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이명박만 아니면 누구라도 OK'인 이런 흐름이 불안한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이명박 지지율 하락이나 비판에 눈하나깜짝 안하는것이다. 만일 이 화살이 한나라당 전반에 대한 비판이었다면 한나라당은 위기감을 느끼고 철저하게 진화에 나서겠지만 이미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가득한 한나라당은 정권 초기 이명박을 간판으로 내거는게 결코 차기 대권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계산에 넣고 이명박에게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노력했고 국민들은 그에 철저하게 유린당하며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명박만을 비판하는 데에 여념이 없다.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이명박'만'을 비판한다. 이미 한나라당은 이명박을 단물을 다 빼먹은 껌처럼 뱉어버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시켜줄 차기 총알받이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제 유권자들은 '저 후보가 착하다', '어디 출신이다', '잘생겼다' 등의 이미지 정치법 지지 성향에서 벗어나 나에게 과연 이득이 될 만한 집단들의 서포팅을 받고 있는지부터 파악을 해야 한다. 물론 보수쪽 집단의 집권이 자신에게 더 이득이 된다(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던지)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그쪽에 맞춰, 서민이라면 서민쪽 정책 성향에 맞는 서포터를 보유한 후보를 지지하면 되는 것이다. 일면 어려워 보이지만 지금 보는 핀트를 조금만 옮겨가면 쉽게 보이는 부분이고 이를 귀찮다고, 내 이득과는 상관 없다고 등한시하는 분들은 향후 그 선택으로 인한 어떤 손해가 오더라도 정권 탓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TV광고에 나오는 상품설명을 믿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서포터들이 '이 후보 서민대통령이에요'라고 광고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 찍지 말라는 것이다. TV광고는 그다지도 불신하면서 어째서 후보들의 이미지 광고는 그다지도 철썩같이 믿는지는 모르겠지만 TV광고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처럼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머리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진적인 변화의 흐름이 보여지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사실 정치계가 이렇게 유권자들에게 복잡한 계산을 강요하게 만든 것도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치인의 매니페스토를 믿지 못하고 정치인들 역시 자신의 매니페스토를 스스로 신뢰하지 못하는 현실이 되어가는 모습이 그렇다. 다만 어렵더라도 잠깐이지 않은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잠깐 머리를 굴려보고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취득하는 것을 귀찮게 어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랑 관계없고 먹고사는데 관계가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이번 정권에서 국민에게 가르쳐준 유일한 교훈 아니던가? 이제는 '이명박'만 아니면 돼! 가 아니라 '이명박을 밀어준 놈들 생각대로 되서는 안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지금 중요한 건 이명박이 남은 임기동안 뭘 하느냐가 아니라 다음 대선때 이명박과 똑같은 놈이 되는 것을 막아야하는데 그걸 무슨 수로 구분해내야하는건지 지금부터 차분하게 연구해나가야 한다. 남은 3년 반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가 문제다.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1년 후, 2년 후, 10년 후를 걱정하고 그에 대비하는 현명한 국민들이 되어주길 희망해본다.
posted by RushAm 2009. 8. 14. 13:58
오랫만입니다.

이 블로그는 어지간하면 개인적인 이야기는 쓰지 않습니다. 어딘가로 자신의 기분을 표출(배설)하는게 무의미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예전에 가끔 쓰던 싸이월드 일기장도 쓰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데요. 워낙에 제가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위로받거나 외로움을 잘 타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보니 이런 글 쓰면서 누군가가 글에 반응하는 것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혼자 쓰고 혼자 즐기는, 다시 말해 외로움을 즐기는 그런 몹쓸 아이인데요.

오늘도 사실 모처럼 두부 컨디션도 괜찮고 해서 포스팅을 새로 할까 키보드를 잡았습니다만, 기분이 급 울적해져서 오랫만에 공식성명쪽 포스팅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공화국은 지난 5월 새로 시작한 뒤로 몇 개의 포스팅 테마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떤 테마'가 떠오르더라도 그것이 지금 정해진 카테고리에 맞지 않으면 쓰기가 참 애매하거든요. 이걸 새로 카테고리를 만들자니 정례화가 될 것 같고 그러다보면 지금도 생계때문에 업데이트가 빡빡한데, 카테고리를 늘리면 이건 뭐 죽으라는거지요 ^^;

그래도 음악 관련 포스팅에 대한 욕심은 아직도 남아있어서 몇개 기획했던 것도 있었지만 아직은 생계 문제때문에 손을 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한번쯤 번외편으로 쓰고 싶은 충동을 이기지 못해서 평소에는 거의 손대지 않은 이곳을 빌어봅니다. 꼭 소개해드리고 싶은 가수가 있어서요. 그래봐야 제가 푹 빠져있는 거물 아티스트도 아니고 특별히 저만 아는 가수도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냥...그냥요, 읽어주시면 좋고 안 읽어주셔도 저만 읽죠 뭐

카와무라 카오리 (川村カオリ)는 모스크바에 주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일본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프로 11살 무렵까지 모스크바에 살다가 치바 현으로 이주를 오게 됩니다. 쇼난 지역도 그렇지만 치바 지역도 바닷가가 인접해 있어 학생들이 별로 성실하지 못한 편인데요. (바닷가와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부산이나 인천도 그렇고 말하기 힘든 오묘한 분위기가 있긴 합니다) 당시만 해도 1980년대 초반, 이른바 귀한 자식 세대 붐이었던 일본이었기에 이지매 문제가 심각했었고 지금의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은 유소년들의 이유 없는 하프 이지매를 고스란히 받으며 성장하게 됩니다. 실내화가 없어지고 도시락에 바퀴벌레 시체를 넣는가하면, 심지어 카와무라 카오리를 죽이기 위한 모임(초등학교입니다)까지 만들어졌다고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군요. 게다가 당시 절묘하게도 소련의 KAL기 격추사건이 있었는데, 한국은 당시 세계 정세상 오히려 쉬쉬했던 반면 일본에서는 이 사건에 소련이 얽혀 있어 상당히 반감이 심했던 모양입니다. 당연히 러시아 하프였던 카와무라 카오리는 이지매가 더욱 심해졌음은 물론 어이없게도 담임 교사로부터 '소련으로 꺼져버려' 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하네요.

이런 실로 악몽같은 초등학교 시절을 거치고 중학교에 입학, 신주쿠에 있는 뮤직 하우스를 통해 음악을 접하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에 조금씩 전환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음악계 인사들과도 친분을 맺게 되었고 결국 1988년 한 음반 기획사에 의해 발탁되어 카와무라 카오리 (川村かおり)로 데뷰하게 되는데요 이때 발표된 싱글이 바로 전설적인 명곡 'ZOO'가 수록된 명반 'ZOO'입니다.


이후 TV드라마 주제곡과 후속곡도 연이어 히트를 기록하면서 단기간에 비교적 많은 인기를 얻게 된 그녀는 인기 심야방송의 MC, 영화 출연, 에세이집 발표 등 활동 영역을 넓혀 가며 활발하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나가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당시 총리대신 카이후 토시키와 고르바쵸프 대통령의 회담 만찬연에 일본쪽 인사로 초청되어 참석했던 일도 있었는데요 국가간 정상회담에 참석할 수 있는 예능계 인사 정도면 지금 기준으로도 거의 국빈급 인사로 당시 그녀의 인기를 짐작케 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5년여간의 짧은 연예계활동으로 정상급 위치에 오른 그녀는 2년간의 뉴욕 생활 이후 귀국하여 소속사를 변경하고 지금까지의 활동과는 조금 다른 색깔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음악 활동보다는 드라마 출연 등 영리적인 수완을 발휘하기 시작하는데요. 활동 예명을 히라가나 'かおり’에서 가타가나'カオリ’로 바꾼 것도 이 무렵입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모친이 유방암으로 사망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죠.

1999년 모 밴드의 기타리스트와 결혼한 그녀는 그 뒤로부터 남편의 영향을 받아 인디즈 음악에 전념합니다. 투어 콘서트 활동은 물론 남편과 함께 찍은 화보집을 발표하는 등 지극히 결혼 생활에 충실하고 남편의 일을 함께 하는 적극적인 내외조를 아끼지 않는데요. 유니버셜 뮤직과의 계약이나 영화 출연 등 개인적인 활동도 있었지만 결혼 이후 그녀는 남편에 일에 많은 인생을 할애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딸을 출산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2004년, 그녀에게 시련이 시작됩니다. 어머니를 죽게 만든 유방암이 그녀에게 유전되어 찾아온 것이죠. 1년여간의 투병 생활 끝에 한쪽 유방을 절개한 뒤 방송에 복귀합니다. 그러나 이미 남편과는 별거중인 상태였고 오랜 인디생활로 그녀만의 음악은 그녀에게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되었죠. 그녀에게 남은 건 투병생활동안 거의 돌보지 못했던 딸 뿐이었습니다. 그녀는 투병 생활과 성장기의 고통, 그간의 음악 생활들을 정리한 회고록을 발표하거나 영화에 출연하는 등 음악과는 무관한 활동으로 연예계에 복귀하게 되지만 이전만큼 인기를 되찾지는 못하는데요. 그녀는 대신 유방암을 겪고 일어선 경험을 토대로 핑크 리본 운동 (여성 암 퇴치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1년에 한번씩은 암 검사를 받자는 호소를 하는 등 투병 전과는 사뭇 다른 심경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2007년 남편과 함께 활동했던 밴드의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뒤이어 3년여간 지속되었던 별거 생활을 이혼으로서 마무리를 짓습니다. 그녀의 남편이 그녀의 투병 생활동안 그녀에게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어쨌든 양측 모두 후회없는 심정으로 이혼 도장을 찍었으며 그녀는 이혼을 통해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딸의 친권을 가져오게 되는데요. 그녀에게 있어 가족의 소중함은 포기하기 힘든 그 무엇이었던 것 같습니다.

2008년 10월 개인 블로그를 통해 그녀는 유방함이 재발했음을 알리면서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는데요. 기자회견을 통해 단순 관절염으로 생각했던 부분이 연초 암으로 판명되었고 이미 림프절, 폐, 골격 등에 전이가 시작되어 수술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로 항암 약물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하여 주위를 안타깝게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투병이 계속되고 있음을 밝힌 뒤 그녀는 오랫동안 접어두었던 음악 활동을 재개하는데요 2009년에 이르러 각종 콘서트나 음악 방송 등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데뷰 20주년 베스트 앨범을 발표하는 등 음악인으로서의 인생을 다시금 펼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오랜 투병 생활로 그녀의 몸 상태는 음악 활동은 물론 일상 생활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정도였다고 합니다만 그녀는 가능한 많은 시간을 음악과 함께하려 했고 팬들 역시 그녀의 음악을 기다리고 함께 즐겼습니다. 제대로 서서 노래하기 힘들어 콘서트 대부분을 앉아서 노래했던 그녀였지만 앵콜곡으로 불려진 ZOO만큼은 기타를 손수 메고 서서 부르는 투혼을 보이기도 했죠.

7월 초 그녀로부터 '암이 새롭게 전이되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병세가 이처럼 악화되는 가운데에서도 7월 17일 특집 TV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직접 라이브 무대에 오르는 등 음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녀는 7월 28일 향년 38세의 나이로 도쿄도 모 병원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녀의 장례식은 생전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그녀를 기리는 뜻으로 일본 최대의 정교회에서 치루어졌는데요. 그녀의 생전 세례명은 '아나스타시아', 그리스어로 '부활','부활한 여자'를 의미합니다. 그녀는 일본 사회에서 불운하게 세상을 떠난 여가수로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씩 잊혀지겠지만 처음 들었던 그녀의 목소리, 투병중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힘차고 열정이 가득했던 20주년 기념 앨범에서 그녀가 보여준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녀가 죽은 다음에서야 제게 전해져 제 가슴 속에 부활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녀의 데뷰부터 영면까지 그녀의 존재를 모르던 한국인 유학생일 뿐이었고, 그녀의 노래를 처음 들은 건 그녀가 죽은 뒤 편의점에서 흘러나온 라디오 방송에서 틀어준 20주년 기념음반 수록곡 ZOO가 처음이었으니까요. 아마도 추모하는 의미에서 나온 음악이었겠습니다만 당시 일에 집중하느라 퍼스널리티의 코맨트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꽤 열정이 넘치는 보컬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그녀에 대해 알아본 뒤 슬쩍 울적해진 기분이 가시지 않는데요.

사랑을 주세요. ~
사랑을 주세요 ~

그녀의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끝없이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을 갈망하며 살아갑니다.

언젠간 이런 기분이 가시고 평소처럼 툴툴거리고 까칠한 성격으로 돌아오겠지만,
그리고 언젠가 그녀와 그녀의 음악도 제 머릿속에서 잊혀지겠지만,
그녀가 부르던 열정만큼은 오랫동안 미래를 사는 저에게도 계속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살 수 있을지 모르고 살고 있으니까요.
사랑을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주고, 주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받아가며 삽시다.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인생이니까요.

제가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제게 사랑을 주고 있는 사람도

모두 모두 오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RushAm 2009. 8. 12. 12:21
산케이그룹의 극우결정체 후지테레비의 드라마 러쉬가 TBS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미 정통파 드라마에서 트랜디 드라마로 인기의 무게중심이 완전히 옮겨간 지금 시청자들은 기억에 오래 남는 명작보다 잠시동안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인스턴트 드라마를 찾고 있으며 그런 시장을 가장 잘 소화해주고 있는 방송사는 단연 후지TV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뭐 다른 예를 들 필요도 없이 후지TV의 최근 5년간 드라마 라인업을 보면 답이 충분히 나올 만큼 그들의 전략은 노골적이며 또한 집요합니다. 마치 NTT도코모와 소프트뱅크처럼 TBS와 후지TV는 서로 극단적인 형태의 드라마를 양산해내고 있고 현 시점에서는 시청율이 높은 후지TV의 압승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텐데요.

그러나 후지TV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TBS의 패권을 빼앗아 오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노하우에서 나오는 '작품의 깊이'입니다. 이는 시청율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상품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수치로 측정하기 참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가장 가까운 수치라고 한다면 역시 DVD판매율이겠지요. 후지TV는 방영 당시의 시청율은 높지만 작품 자체가 상품적 가치로 평가받는 DVD시장에서는 맥을 못추는 반면 TBS는 시청율과 관계없이 DVD판매량에서 이미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시청율은 광고주와 관련이 되어 있고 광고주는 작품성과 관계없이 일단 사람들이 그 드라마로 인해 광고를 많이 보면 장땡일테니까요.

이는 TV방송국으로서는 아무리 배알이 좋은 제작진이라도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입니다. 단지 후지 TV라는 이유로 그런 편견을 갖게 만들고 있는 부분도 없지 않으며 실제 매우 트랜디한 드라마라 할지라도 제법 작품성을 갖춘 경우가 없지 않았습니다만, 시청자들의 인식을 뒤집을만큼 혁명적이지 못했기 때문이죠 (일본은 뒤집는 요리가 많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뒤집기'가 참 힘든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도에, 레슬링에 열광하는지도 모르죠) 내부적으로도 이쯤 되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최근 작품들 속에서는 아주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캐스팅에 돈을 쏟아붓고 제작 현장은 저예산 일색이었던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제작 환경부터 연출진에 이르기까지 예전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메인프로듀스 측면에서 꽤나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으니까요. 물론 후지TV의 트랜디함은 그대로 살리면서 말이죠. 원래는 이 소재로 BOSS를 다룰 예정이었습니다만 문득 시작한 이 드라마가 갑자기 눈을 사로잡아버렸습니다. 후지 TV의 트랜디 떡밥의 궁극체를 보여주는 문제작 오토멘 ~ 여름 (オトメン 乙男 ~夏 이하 오토멘)을 소개합니다.


소개합니다. 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딱히 소개가 필요없을 정도로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있을 만한 요소는 모두 다 갖춘 작품입니다. 식상한 러브라인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아주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시트콤 타입의 검증된 원작에 국민남동생 후보 오카다 마사키, 일본에서는 다소 중고유망주로 취급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절대적인 여신급 국민여동생으로 칭송받는 '카호'를 투톱으로 내세운 캐스팅에 도의적으로 가족시간대를 피해 젊은층의 시청율 확보가 가능하고 기후적으로 덥지 않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토요 심야 시간대를 택했다는 점까지 뭐 하나 후지TV답지 않은 것이 없는 드라마인데요. 동시간대에 방영중인 닛테레의 여행버라이어티와 TV아사히의 스마스테이션이 지극히 20대 후반 이상의 고연령대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토멘의 시간대 편성 역시 전략적으로 상당히 우수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후지TV의 토요드라마는 심야시간 답게 탐정, 추리, 법정을 소재로 한 다소 무거운 주제의 작품들이 많았습니다만, 이런 부분을 과감히 포기하고 시간대에 대한 설정을 과감하게 뒤엎는 부분도 다른 방송국에서는 조금 상상하기 힘든 부분이겠지요.


제작진 구성 측면에서도 지금까지 보여준 후지TV표 드라마의 색깔과는 다른 신선함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메이저 경력이채 5년에 미치지 못하는 풋내기 각본가와 감독을 필두로 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들이 보여주는 아마추어리즘이 시청자로 하여금 보는 부담을 덜게 만들어주는 플러스 요인이 되어주는 한편 오랜 경력에 따른 철학적 매너리즘으로 인해 자칫 즐겁고 명랑한 원작 분위기를 해칠 우려도 있는 부분을 이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철학'이 아닌 '오마쥬'를 추구하며 원작 재현에 충실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완성도는 연륜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대본 이해에 있다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경력만큼 잊어버리고 사는 그것을 이들 풋내기 콤비는 충실히 해내주었고 시청자들도 이에 충분히 만족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모하지만 위험하지 않았던 후지TV의 도박이 첫 판에서는 일단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네요.


드라마가 버라이어티에 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닛테레의 '더 퀴즈쇼'가 잘 보여주었다면 오토멘은 심야시간대에 졸린 눈을 번쩍 띄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매력적인 투톱을 내세웠다는 것을 십분 활용하기라도 하듯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나리오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연들의 비중을 축소하고 오카다 마사키, 카호 투톱의 출연 비중을 늘려 마치 카메라가 이 둘에게 눈을 떼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인데요. 원작 자체가 워낙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만, 카메라는 30분 남짓되는 비교적 짧은 방영시간 내내 이 둘의 매력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데에 충실해주고 있습니다. 오카다 마사키, 카호의 팬이라면 마치 그들의 프로모션 비디오를 보는 것만큼 만족스러움이 느껴질 법한 후지TV만의 서비스인데요. 특히 엔딩 크레딧은 그중 백미라고 꼽기에 부족함이 없겠습니다.


원작이 워낙 톡톡 튀는 여류작가의 감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었기에 드라마 역시 다분히 여성 취향에 맞춰져 있습니다만, 남자들이 보기에도 그다지 거부감이 없게끔 생각외로 벨런스가 잘 맞춰져 있다는 점도 특이할만한 부분입니다. 경력 5년 안팎의 풋내기로 드라마판 하니와 클로버에서 영화판보다 한층 원작에 충실한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여 좋은 평가를 받을 정도로 두드러진 철학은 없지만 짧은 경력에 비해 높은 안정성을 보여주는 타니무라 마사키 감독의 원작 재구성 능력이 한층 빛을 발하는 느낌인데요. 특히 심야드라마로서는 결코 짧지 않은 (심야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수면시간을 고려해서 50분을 넘기는 프로그램 편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35분의 러닝타임임이도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원작의 톡톡 튀는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는 점은 향후 가능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톱을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연기 경력이 그다지 많지 않은 '콘테스트형'캐스팅 구성을 보여주고 있어서인지 대사에 대한 몰입도가 다소 낮은 것이 흠입니다만 스토리라인에 특별히 어려운 부분이 없고 화면 연출이 대사의 부정확한 전달력을 보완해할만큼 충분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기에 크게 지적될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화면 색감을 의도적으로 과장되게 강조한 부분이라든지 표정 연기의 어색함을 화면의 흐름으로 대체하려는 제작진의 고민이 묻어나오는 부분도 곳곳에서 보이는데요 이런 부분이 어쩔 수 없는 미봉책이 아니라 오히려 만화 원작에 가까운, 다시말해 만화를 읽는 세대들이 보기에 상당히 익숙한 화면 전개이기 때문에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나름의 노하우일수도 있겠는데요. 35분동안 드라마의 색깔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컬러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본 듯한 기분, 전차남 이후 실로 오랫만에 등장한 뉴타입 드라마가 아닐까 합니다.


아버지의 느닷없는 커밍아웃으로 시작해서 완전히 여자라고 생각했던 소녀가 느닷없이 페로몬 풀풀 풍기는 남자로 변하는 충격적인 후크, 순정만화에서 나올 법한 매력적인 캐릭터와 사뭇 뻔해보이지만 전혀 다른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고 있는 소년 소녀가 있습니다. 테디베어를 손질하고 여자보다 더 달콤한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소년과 양아치 몇명쯤은 간단히 쓰러뜨리는 괴력의 소녀, 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속에 어떤 기상천외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애니메이션보다 더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더 즐겁게 볼 수 있는지도 모르는 드라마 '오토멘'입니다.

オトメン - 乙男 ~夏 (FTV)
2009년 8월 1일부터 매주 토요일 23시 30분 방영
출연 : 岡田将生 (오카다 마사키)          夏帆(카호)
         木村了      (키무라 료)                  佐野和真  (사노 카즈마)  外
원작 : 菅野文     (칸노 아야)
각본 : 野口照夫  (노구치 테루오)
연출 :
谷村政樹  (타니무라 마사키)